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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점  공모전참가작 썩어 빠진 이계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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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호17
작품등록일 :
2019.04.01 10:31
최근연재일 :
2019.04.29 09:55
연재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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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4
글자수 :
126,5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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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4.19 09: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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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던전 (1)

DUMMY

“여긴 대체 뭐야?”

나는 거추장스러운 풀들을 옆으로 치우며 에토에게 물었다.


에토는 못 들은 척, 내 어깨 위에 앉아서 머리카락을 잡아당겨 방향을 제시했다.


“포탈에서 나오니 정글 같은 숲, 몇 분 안 걸어가서 고원지대, 거기서 방향을 조금 꺾으니 풀이 무릎까지 닿는 초원?”

여기가 무슨 아이와 꿈의 나라 피터 팬이 사는 동네야?


어느 선을 경계로 급격하게 변화한 주변 환경에 나는 그런 불만을 쏟아내고 있었다. 대체 조사원들은 이런 환경의 어디를 보고 위험이 없다고 판단한 것인지, 당최 이해가 되지 않을 정도였다.


“이런 것도 다 당신네의 임시 기지가 있던 지역들 때문이에요

에토가 입을 삐죽 내밀며 말했다.


임시 기지가 있던 지역? 나는 그 말에 곰곰이 생각하며 허리를 찌르는 풀들을 자근자근 밟아 길을 만들며 나아갔다.


“이게 다 홈 때문이라는 거야? 아니면 포탈 때문이라는 거야?”

내 말을 듣곤 에토가 특유의 웃음소리를 내며 비웃었다.


“홈? 포탈? 그 안쪽을 보고 왔으면서 아직도 그 둘을 따로 생각하는 거예요?”

에토는 자신이 말하고도 웃겼는지, 한 번 더 끼끼끽 거리며 몸을 흔들더니, 사족을 덧붙였다.


“당신들이 말한 홈이라는 건 사실 포탈이 나타난다는 징조에요. 그런 의미에서 특정 지역의 특성이라고 말할 순 없죠.”

포탈은 랜덤적으로 나타나니까. 에토는 모자란 내게 가르침을 내린다는 명분으로 말을 이었다.


“홈의 특징이 뭐였죠? 동물들의 눈에 보이지 않으며, 실수로라도 들어설 수는 없고, 기력 회복이 빠른 지역. 아는지는 모르겠지만, 그건 이미 열린 포탈과도 똑같거든요.”

포탈과 홈은 사실 같은 개념이다. 아는 걸 얘기할 수 있다는 기쁨 때문인지, 아니면 자기 얘기를 들어 줄 사람이 있다는 것 때문인지, 에토는 그 이후로 시도 때도 없이 떠들었다.


그런 소리를 잠자코 듣는 내가 할 말은 아니었지만, 에토의 지식 자랑을 듣고 있자니 기분이 묘했다.


설명하는 게 아니라, 사전을 그대로 따라 읊고 있는 듯한 딱딱한 어조와 몰아치는 전문적인 용어들에 난 사실 초반의 포탈과 홈의 설명을 제외하면 내용의 반도 이해하지 못했다.


“이쪽 방향 맞아?”

방향 제시도 잊은 듯 나불거리는 에토에게 묻자, 에토가 화들짝 놀라며 머리칼을 쭉 잡아당겼다.


“앗, 이제 말해주면 어떡해요? 얼른 이쪽으로 돌아가세요!”

네가 정신이 팔린 것도 내 잘못이냐. 순간 그리 쏘아주려 했지만, 나는 잠자코 입을 닫고 몸을 움직였다.


에토는 2급 정보원이니, 3급 정보원이니 하는 조사원들을 제외하면 이 세계에서 내가 유일하게 정보를 얻을 수 있을지도 모르는 존재였다.


그가 자진해서 정보를 알려준다면 그것만큼 내게 좋을 건 없었다.


대부분이 쓸데없는 이야기라고 해도 말이다.


“그래서, 그 포탈이랑 지역 간의 환경 변화가 무슨 상관인데?”

하지만 결국 의식의 흐름대로 대화 주제를 바꿔나가는 에토를 이기지 못하고, 나는 억지로 이야기를 본제로 되돌렸다.


에토는 중간에 자기 말을 끊은 내가 불쾌하다는 듯, 손가락으로 볼을 쿡쿡 찔러대며 말했다.


“단순하게 생각해보세요.”

단순한 내가 그것마저도 못하면 무엇이 가능하겠냐고, 에토는 괜히 공격적인 어투로 말했다.


“포탈은 지역과 지역을 잇는 통로인데, 지역끼리의 온도 차가 심해서야 통로가 제대로 연결되지 않겠죠. 그걸 위해 포탈이 열리기 전, 지역의 평균화를 하는 거예요. 포탈이 열렸을 때 그 반발력이 심하지 않게요.”

역으로 말하자면 에토의 말은, 이런 지역의 변화가 없다면 포탈도 열리지 않는다는 말 같이 들리기도 했다.


그럼 포탈 주변의 환경들은 포탈이 열리는 세계와 닮았다고 봐도 무방한 걸까. 생각해보니, 지구에 있을 때도 스쳐 가듯 들었던 것 같다. 포탈이 열린 숲에서 나무들이 몇 그루 사라졌다고.


포탈에 휩쓸려 저 세계로 넘어간 게 아니냐는 추측이 주를 이뤘었지만, 이제 보니 평균화의 잔재였겠지, 이쪽의 포탈이 열린 지역에는 나무가 그리 없었나 보다.


“저쪽이에요.”

아까의 실수를 만회하겠다는 듯 에토가 손가락으로 방향을 가리켰다. 나는 그 방향으로 가는 와중 곁눈질로 그를 슬쩍 바라봤다.


가장 중요한 이야기를, 에토는 하고 있지 않다.


대체 어떤 목적으로 포탈이 열렸는가. 누가 포탈을 열었는가. 에토는 금기를 피해 가는 사람처럼 악을 쓰고 그 내용에는 접근하려 하지 않았다.


굳이 알 필요는 없지. 나는 묵묵히 다리를 움직이며 생각했다.


이 일만 해결하면 에토가 포탈의 문을 열어줄 것이고, 그러면 이쪽 세계와 더 연관될 일은 없을 테니까.


혹여나 포탈을 열 수 있다는 에토의 말이 거짓이었다고 하더라도, 앞으로 이주 일만 있으면 지구 측에서 포탈을 열어줄 것이다.


스킬이 없다면 모를까, 사람의 능력을 초월한 듯한 스킬들을 가지고 있다면 이 주일쯤이야., 가뿐하다.


“저기에요!”

생각에 잠긴 나에게 에토가 손가락을 쭉 뻗으며 외쳤다.


그가 가리킨 것은 큰 동굴의 입구였다. 높게 솟아오른 절벽의 밑에 큼지막하게 열린 검은 입구. 정글과 고산 지대, 초원을 지나 이제는 암벽을 마주하고 있다.


가까이 다가갈수록 동굴의 안에서는 스산한 공기가 뿜어져 나왔다. 선선하던 초원의 공기와는 대비되게 싸늘한 공기가 몸을 훑는다.


“그래서, 이 안에서 뭘 하라는 거야?”

나는 추위 때문인지, 두려움 때문인지 모를 이유로 팔에 돋은 소름을 문지르며 말했다.


에토는 내 어깨에서 폴짝 뛰어 내려오곤, 나와 눈을 마주쳤다.


“잘 들어요. 이 안에는 포탈이 하나 더 있어요.”


이 동굴의 안에? 에토의 말에 나는 동굴 쪽을 유심히 바라봤다. 포탈 특유의 푸른 빛은 흘러나오지 않았다. 닫힌 포탈인지, 아니면 동굴 깊은 곳에 있는 건지 알 수 없었다.


“저는 포탈 주위에는 가까이 갈 수 없어요. 그러니 이류, 당신이 이 동굴에 들어가서, 포탈을 조사하고 돌아오세요.”

포탈 주위에 가까이 갈 수 없다는 에토의 말에 왜 그가 임시 기지로 같이 들어오지 못했는지 이해됐다.


“조사? 뭘 어떻게 하는 건데?”


“들어가 보면 알아요. 스킬은 사용할 줄 아시죠?”

에토의 뭔가에 쫓기는 듯한 급한 태도에 나는 엉거주춤 고개를 끄덕였다. 사용할 수야 있긴 한데···.


스킬을 쓸 일이 저 안에서 벌어진다는 듯한 암시에 나는 에토를 추궁하려 했지만, 그보다 빠르게 에토가 말을 이었다.


“1스킬 두어 개 정도면 충분할 거에요. 2스킬은··· 가지고 있을리가 없죠.”


1스킬? 2스킬? 나는 에토가 고개를 가로 지으며 한 말에 관심을 드러냈지만, 에토는 나를 빨리 보내고 싶은 듯 꼬리로 내 다리를 툭툭 밀었다.


“어서 들어가세요!”


“엄청 어두운데, 불빛 같은 건 없어?”

동굴 안쪽을 휙 둘러보곤 에토에게 물었지만, 에토는 여전히 같은 말을 할 뿐이었다.


“들어가 보면 알아요!”


동굴에 들어서기만 하면 모든 게 해결될 것처럼 에토는 그 말을 반복했다.


나는 동굴의 입구에 서서, 뒤를 돌아봤다. 에토가 기대에 찬 눈빛으로 날 보고 있었다.


“에토!”


“네?”

에토가 눈을 동그랗게 뜨며 의문을 표했다.


“내가 나올 때까지 이 동굴 입구에 꼭 있어야 해. 무슨 일이 있어도, 알겠어?”

확인을 요구하는 내 물음에 에토가 고개를 갸웃거리며 대답했다.


“그거야 당연하죠.”


그거면 됐다. 나는 망설임 없이 동굴의 안쪽으로 몸을 던졌다.


동굴의 어둠 속을 지나자마자, 이상한 감각이 몸을 쓸었다.


마치 높은 산에 올랐을 때처럼 무언가가 부족한, 아니, 많은 듯한? 거북한 느낌이 위를 자극했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고, 아무것도 들리지 않는 동굴 속, 시야의 언저리에서 희미하게 반짝이는 무언가가 보였다.


[던전에 입장하셨습니다. 월드 M의 포탈이 던전으로 화한 것으로, 월드 M의 거주민들이 상주하고 있습니다.]


던전? 그렇게 생각한 순간, 이제는 익숙한 메시지가 떠올랐다.


[던전 퀘스트 – 던전 정복 0/100]

[던전에 상주하는 월드 M의 거주민들을 처치하거나, 던전의 지역 구조를 파악하라]

[학살자: 던전에 있는 모든 거주민을 처치]

[탐험가: 던전의 모든 지역 구조를 기록]

[수락] [거절]


지금까지의 퀘스트와는 달랐다. 여태껏 보이던 서브 퀘스트와는 달리, 던전 퀘스트는 짤막한 설명과 함께, 어떻게 하면 퀘스트를 클리어할 수 있는지도 적혀 있었다.


어떻게 하는지는 들어가 보면 알 거다. 에토의 말은 분명 이 퀘스트를 지칭한 것이겠지.


나는 희미하게 보이는 퀘스트의 수락 버튼을 눌렀다.


[퀘스트 수락!]


“윽.”

그러자 던전에 숨겨져 있던 불빛이라도 켜진 듯, 던전이 환하게 밝아졌다. 갑작스레 들어온 불빛에 자극을 받은 눈이 찌릿찌릿 아파졌다.


나는 눈가를 가리고, 몇십 초간 제자리에 가만히 서 있었다.


시야가 회복된 후, 나는 주위를 둘러보고 터져 나오는 함성을 막지 못했다.


“와···.”


정교하게 만들어진 조각품처럼 큼지막하게 새겨진 자연적인 굴곡들, 축축한 내부 공기와 맞물려 천장에선 물이 뚝뚝 떨어지는 화면에서나 보던 동굴 그 자체!


동굴은 평생 가보질 않아서 모르지만, 이렇게 보니 또 신기했다.


나는 천천히 발을 움직이며 미끈거리는 동굴 바닥을 딛고 안쪽으로 들어섰다.


“캬아악!”


“억!”


동굴의 코너를 돌자마자 큼지막한 박쥐가 내게 달려들었다. 망할, 박쥐도 난생처음 보는데.


“키아악!”


박쥐가 찢어지는 소리를 내며 달려들었다. 몸짓은 컸고, 얼핏 보인 발톱이나 이빨은 날카로웠지만, 글쎄, 그 늑대들과 비교할 가치가 있을까?


내 머리를 노리고 날라오는 박쥐에게 오른손을 크게 휘둘러 내려찍자, 그 휘두름에 맞고 박쥐가 바닥에 떨어졌다.


“끼익, 끼긱.”


아무런 어려움 없이 박쥐를 떨어트린 나는 바닥에서 움찔거리는 박쥐의 날개를 집어 들었다.


“사진에서나 보던 일반 박쥐인데···.”

딱히 지구의 박쥐와 달라 보이는 것은 없었다. 그 늑대처럼 구강구조가 이상해 보이지도 않았고, 하다못해 발톱이 무기로 쓸 정도로 길쭉하지도 않았다.


[던전 퀘스트 – 던전 정복 0/100]

[학살자 0/100]

[탐험가 0/100]


퀘스트 창에서의 변화도 없었다. 박쥐를 발견하거나, 쓰러트린 정도로 수치는 오르지 않는다는 걸까. 아니면 박쥐 자체가 던전에 속하지 않는다는 말일까.


나는 날개를 잡힌 박쥐가 내 손에서 나오려고 발악하는 것을 보고 생각했다.


시험해보자.


“미안하다.”

나는 그렇게 중얼거리며 박쥐를 집었다.


눈을 질끈 감고, 손에 힘을 준다.


으득.


뭔가가 부서지는 소리와 함께, 나는 손을 놓았다. 툭, 뭔가가 바닥에 부딪치는 소리가 났다.


[던전 퀘스트 – 던전 정복 1/100]

[학살자 1/100]

[탐험가 0/100]


수치는 올랐다. 아마 학살자와 탐험가 수치는 개별적인 것이고, 던전 정복 수치는 어떤 조합으로든 100점을 채우면 클리어할 수 있는 구조일 것이다.


예를 들어 학살자로 40, 탐험가로 60이라면 퀘스트 클리어. 하지만 학살자로 혹은 탐험가로만 100을 채운다면 다른 특별한 보상이 있을 수도 있었다.


“······ 후우.”

나는 어떻게든 보지 않으려 했지만, 바로 정면 바닥에 놓인 박쥐의 사체를 보고 한숨을 내쉬었다.


“미안하다.”

이미 죽은 박쥐에게 다시 사죄하곤, 나는 동굴 안쪽으로 들어갔다.


그러나 나는 마음속 어딘가에서 알고 있다. 내가 살 수 있다면, 나는 박쥐가 아닌 다른 무엇도 죽일 수 있을 것이라고.


작가의말

불금이다! 다들 힘찬 불금 보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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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 중독 (4) 19.04.28 38 1 12쪽
20 중독 (3) 19.04.27 41 1 11쪽
19 중독 (2) 19.04.26 37 1 13쪽
18 중독 (1) +1 19.04.24 51 2 12쪽
17 던전 (4) 19.04.23 46 2 12쪽
16 던전 (3) 19.04.22 47 2 12쪽
15 던전 (2) 19.04.20 58 2 11쪽
» 던전 (1) 19.04.19 68 2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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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변화 (4) +1 19.04.15 72 3 11쪽
10 변화 (3) +1 19.04.13 70 2 12쪽
9 변화 (2) +2 19.04.12 78 2 12쪽
8 변화 (1) +1 19.04.10 79 3 12쪽
7 절망의 자각 +1 19.04.09 91 2 11쪽
6 튜토리얼s +1 19.04.08 93 3 10쪽
5 경고 +1 19.04.06 105 4 13쪽
4 임시 기지 19.04.05 122 2 13쪽
3 도우미 에토 19.04.03 142 4 14쪽
2 몬스터 +2 19.04.02 160 6 13쪽
1 포탈의 너머 19.04.01 233 5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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