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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점  공모전참가작 썩어 빠진 이계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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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호17
작품등록일 :
2019.04.01 10:31
최근연재일 :
2019.04.29 09:55
연재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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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수 :
54
글자수 :
126,5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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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4.20 09: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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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던전 (2)

DUMMY

동굴을 돌아다닌 지도 꽤 됐다. 시계가 없으니 정확한 시간은 모르겠지만, 적어도 두세 시간은 지나지 않았을까.


[던전 퀘스트 – 던전 정복 5/100]

[학살자 5/100]

[탐험가 0/100]


나는 던전 퀘스트를 보며 나도 모르게 힘 빠지는 한숨을 내쉬었다.


발 빠지게 돌아다녔는데도, 겨우 4점을 더 얻었을 뿐이다.


이 던전은 이상했다. 꽤 오랜 시간을 돌아다녔는데도, 마주한 생물은 박쥐가 유일했다. 던전의 설명이 월드 M의 거주민들을 처치하라고 했으니, 지성이 있는 무언가가 나와도 이상하지 않을 텐데.


더 이상한 점은 이 동굴의 끝을 볼 수 없다는 점이다. 나는 몇 시간 동안 갈림길의 등장에도 불구하고 한 길로만 향했다. 그러나 걸으면 걸을수록 동굴의 안쪽으로 향한다는 느낌만이 싸하게 등골을 찔렀다.


[탐험가 0/100]


그렇게 돌아 다녔는데도 이 조사 수치는 오를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벽을 유심히 살펴보거나, 바닥을 훑으며 가거나, 조사란 조사는 전부 시도해 봤지만, 이 수치에 변화가 생기는 일은 없었다.


“··· 이상하네.”

나는 또다시 튀어나온 박쥐 한 마리를 잡으며 중얼거렸다.


으득.


박쥐의 몸이 으스러지고, 바닥에 떨궈졌다.


[학살자 6/100]


정말 이대로 박쥐를 백 마리 죽이고, 던전을 나가면 끝나는 일일까? 그럴 리가 없었다.


근거는 없었지만, 조사 수치가 전혀 오르지 않고 있다는 것이 심증이 되어줬다.


“누구 안 계십니까?”

나는 아까 지나왔던 곳과 별다를 게 없는 동굴 통로를 지나며, 안쪽으로 소리쳤다.


지금에 이르러서는, 괴물이라도 나타나 줬으면 하는 기분이었다. 쓰러트리면 최소한 학살자 수치는 늘어날 테니까.


“저··· 으억!”

그렇게 무방비하게 거대한 공동에 들어선 순간, 무언가에 발이 걸려 넘어졌다.


“밧줄?”

갓 지나온 통로의 끝에 유심히 보지 않으면 눈치챌 수 없는 밧줄이 길게 늘어 틀어져 있었다. 누군가의 발을 걸겠다는 의도가 확연히 보이는 밧줄이었다.


“누가 있긴 있네.”

당연하게도, 박쥐들이 이런 함정을 설치할 수는 없다. 그럴 지능도 없거니와, 그럴 손재주도 없다. 함정은 조잡하긴 했지만, 지혜를 품고 있었다.


그렇다면 지능이 있는 무언가가 던전에 사는 것이 분명하겠지.


함정을 발견했다는 것은 그들의 서식지에 가까이 왔다는 것일지도 몰랐다.


나는 주변을 둘러봤다. 공동은 거대한 넓이가 무색할 정도로 텅 비어있었다.


이 동굴은 이상했다. 그러나 그 이상으로 이상한 건 내 몸이었다.


확실한 변화를 눈치챈 건 동굴이 들어오고 나서, 첫 박쥐를 사살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서였다.


몸의 감각이 지나치게 예민해져 있었다. 근력은 평소보다 강했고, 몸놀림도 훨씬 가벼웠다. 무엇보다, 언제나 내 발목을 잡던 저질 체력이 이 동굴을 돌아다니는 와중에는 결코 폐를 끼치지 않았다.


포탈의 주위에 주어진다는 피로 회복력 때문일까, 아니면 레벨업으로 인한 근력 수치 등의 상승 때문일까.


어느 쪽이든, 던전 공략에 도움이 된다는 사실만큼은 반가웠다.


나는 귀를 차가운 동굴 벽에 가져다 대곤, 동공의 벽 이리저리로 움직였다.


소리는 크게 들리지 않았다. 그러나 미세한 소리가 내가 지나온 통로의 반대편 벽에서 들려왔다. 작지만, 분명히 인위적인 인기척이었다.


“일단은 조심하면서···.”

함정을 설치해둔 것을 보니, 이 거주민들은 경계심이 많은 종족임이 틀림없었다. 나는 주변을 경계하며 소리가 들린 통로 쪽으로 향해 걸어갔다.


통로에 들어선 지 얼마 지나지 않아, 통로 너머에서 말소리 같은 것이 들려왔다. 거주민들의 대화 소리였다.


나는 동굴의 벽에 딱 붙어서 바로 옆에서 들려오는 소리를 귀담아들었다.


“끼긱, 끼기긱.”

높은 울음소리였다. 그건 분명 짐승의 언어 같기도 했다. 그러나 어째서인지, 그 울음소리를 듣자 왠지 모르게 그 뜻을 이해할 수 있었다.


이것도 던전의 특이사항인 걸지도 몰랐다.


“음식은?”

높은 목소리가 확인하듯 말했다.


“그로우 배트 세 마리 밖에··· 이젠 정말로 먹을 게 없습니다.”

상대적으로 낮은 울음소리가 동굴의 벽에 부딪쳐 메아리쳤다.


“다른 이들에게 줄 음식 걱정은 하지 마라. 우리는 여왕님만 신경 쓰면 된다.”

그 대화를 끝으로 그들 사이에 어색한 침묵이 흘렀다. 그들은 주변의 경비를 도는지 내가 숨어있는 벽 쪽으로 다가오고 있었다.


죽일까?


나는 퀘스트 수치를 보곤 생각했다. 죽일 거라면, 그들이 나를 발견하기 전에 기습하는 쪽이 좋았다. 한 명이 살아남으면, 나머지가 있는 본거지로 안내를 시키면 될 일이다.


하지만 만약 죽이지 않는다면, 조사 수치를 얻을 수 있는 실마리는 그들에게 있을지도 몰랐다. 아니, 아마 확실하게 그들이 조사 수치를 올릴 방법을 알고 있을 것이다.


첫 행동에 따라 앞으로의 행보가 정해진다. 죽이기로 마음먹었다면 굳이 조사 수치를 올릴 필요는 없다. 학살자의 100점을 채우면 된다.


살생은 익숙지 않았고, 그 흔하다는 무기 하나 없는 맨손이었지만, 왠지 가능할 것이라는 근거 없는 자신감이 등을 떠밀었다.


그렇게 고민하는 사이 어느새 그들은 내가 숨어있는 벽 근처까지 도달했다.


“바깥으로 나간 에토 님은 어떻게 됐을까요.”

낮은 목소리가 아무런 전조도 없이 그렇게 말했다. 던전 안에서 들을 것이라고는 상상치도 못한 이름을 들어서일까, 나는 순간 몸이 굳었다.


에토? 에토라고?


“배신자의 이름을 꺼내지 마라. 에토는 우리를 버렸다.”

높은 목소리가 낮은 목소리에 꾸중했다.


에토가 어디서 그런 괴상한 웃음 습관을 지니고 온 것인지, 왜 그렇게 이 포탈이 있는 던전에 신경을 썼던 것인지. 슬슬 알 것 같았다. 월드 M, 이 포탈 너머의 세계의 거주민들은 아마 에토가 있던 세계다.


거기까지 생각이 닿자, 나는 망설임 없이 몸을 돌려 통로로 나갔다. 두 팔을 번쩍 들어 올려 공격의 의사가 없음을 온몸으로 표현하고, 두 인형을 살펴본다.


“누, 누구냐!”

아니나 다를까, 두 명의 원숭이들이 경계심 어린 표정으로 내게 짤막한 창을 들이댔다. 예상외였던 것은 그들이 에토의 종족이라는 것 치곤 큰 몸집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었다.


성인 남성의 팔뚝에 매달릴 수 있을 정도로 작은 에토와 달리, 그 둘은 어린아이 정도의 몸집은 돼 보였다.


“죄, 죄송합니다. 싸울 의사는 없습니다!”

나는 목젖까지 들이대진 창끝을 바라보곤 황급히 소리쳤다. 두 원숭이 중 몸집이 큰 쪽이 작은 쪽의 눈치를 보더니, 내 심장이 있는 위치로 창끝을 움직였다.


“말을 하는 것을 보니, 몬스터는 아니군. 이곳은 어떻게 들어왔지?”

몸집이 작고 목소리 톤이 높은 원숭이가 창끝을 내려두고 내게 가까이 다가왔다. 얼굴을 유심히 살펴보는 원숭이의 모습에 오히려 부담감까지 느껴졌다.


“잘 모르겠습니다··· 먹을 것을 찾아 헤매다가 어쩌다 보니 동굴에까지 흘러들어왔어요.”

말하는 도중에 배에서 꼬르륵거리는 소리가 흘러나왔다. 연기 투성이의 거짓말뿐이었지만, 배고프다는 말은 거짓이 아니었다.


이 세계에 도착한 지 벌써 하루가 다 되어가는데, 먹은 것이라곤 빵 몇 조각밖에 없었다. 포탈의 효능이니, 홈의 특성이니, 배가 고파서 힘을 못 쓰진 않았지만, 공복감은 생물로서 참기 힘들었다.


“던전의 바깥에서 온 건가! 또 다른 이방인이었군.”

내 말을 듣고 오해를 풀었는지, 작은 원숭이가 큰 원숭이에게 창을 치우라 명령했다. 빠릿빠릿하게 명을 수행하는 큰 원숭이의 모습은 군대를 연상시켰다.


“흠, 어떤가. 자네도 혼란스러운 것 같으니, 잠깐 앉아서 이야기라도 할까. 마침 우리도 휴식 시간이라서 말이야.”

작은 원숭이는 능숙하게 말하며 바닥에 풀썩 앉았다. 그를 따라 엉거주춤 일어나 있던 나 또한 바닥에 앉는다.


“그렇지, 배가 고프다고 했으니 이거라도 씹고 있게.”

작은 원숭이는 지고 있던 배낭을 뒤적이더니, 작은 무언가를 내게 던졌다.


박쥐의 날개였다.


“배는 채우지 못하지만, 끔찍한 공복은 참을 수 있지. 그래도 삼키진 말게.”


“예, 예···.”

부담될 정도로 뚫어지라 쳐다보는 원숭이들의 시선에 나는 박쥐의 날개를 입에 넣었다. 으적으적, 질긴 식감은 생각보다 나쁘지 않았지만, 털이 혓바닥이나 입천장에 들러붙었다.


“그래. 자네, 바깥에서 왔다고 했지?”

작은 원숭이는 내가 박쥐의 날개를 씹는 것을 보곤 배낭에서 똑같은 것을 하나 더 꺼내어 자신도 질겅질겅 씹기 시작했다.


“네.”


“바깥은 어떤가?”

의미 모를 질문이었다. 그러나 바닥에서 나와 마주하고 있는 작은 원숭이와 내 뒤에서 창을 들고 서 있는 큰 원숭이, 둘 다 내 대답에 전전긍긍하고 있는 게 보였다.


“바깥이 어떻냐니, 그게 무슨 말이에요?”


“바깥은 여전히 퀘스트와 포탈이 존재하는, 지옥과도 같은 곳인가?”


퀘스트, 포탈.


원숭이의 입에서 나온 말이라고는 상상할 수 없는 두 단어가 함께 터져 나왔다.


“예, 예. 아직도 그렇습니다.”


그걸 도대체 어떻게?


한순간 든 생각에 나는 생각을 고쳐먹었다.


아니, 이들이 정말로 월드 M의 거주민들이라면, 포탈에서 넘어온 지배종일 가능성이 컸다. 지배종이라면 지구의 인간들과 같은 입장, 우리처럼 포탈을 통해 넘어와, 퀘스트를 받았을 수도 있지.


거기까지 생각이 들자, 도리어 궁금해졌다.


그들은 왜 던전에 있는 것일까.


“그래, 그렇다는 거지.”

작은 원숭이는 입안에서 굴리던 박쥐의 털 뭉치를 퉷하고 바닥에 뱉어냈다. 원숭이가 불현듯 자리에서 일어나 허리를 쭉 폈다.


“그럼 자네가 받은 퀘스트는 뭔가?”

일어난 원숭이가 여유롭게 창을 집어 들었다. 몸속 깊은 곳에서 마른 침이 넘어가는 소리가 들려왔다.


천천히, 내게 창을 들이댄 작은 원숭이가 입꼬리를 씩 올리며 말했다.


“응? 뭐냐고 이 학살자야.”


방금 전까지의 진중한 어투가 모두 연기였다는 듯, 작은 원숭이가 건들거리며 말했다.


작가의말

불타는 토요일 보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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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 중독 (2) 19.04.26 41 1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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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던전 (3) 19.04.22 53 2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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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변화 (1) +1 19.04.10 84 3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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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튜토리얼s +1 19.04.08 98 3 10쪽
5 경고 +1 19.04.06 108 4 13쪽
4 임시 기지 19.04.05 126 2 13쪽
3 도우미 에토 19.04.03 146 4 14쪽
2 몬스터 +2 19.04.02 164 6 13쪽
1 포탈의 너머 19.04.01 237 5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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