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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점  공모전참가작 썩어 빠진 이계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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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주기
노호17
작품등록일 :
2019.04.01 10:31
최근연재일 :
2019.04.29 09: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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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6,5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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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4.28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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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중독 (5)

DUMMY

공동은 조용했다. 살아있는 그 누구도 숨소리를 내지 않았다. 공동은 무너질 것처럼 흔들렸지만, 겉보기엔 괜찮았다.


적어도 천장이 무너질 것 같은 눈에 띄는 전조는 보이지 않았다.


“여왕 폐하를 위하여.”

“여왕 폐하를 위하여.”


에투와 티오가 토아즈의 조각상을 보고 기도하듯 고개를 숙였다.


나는 그 둘을 무시하고 공동으로 들어섰다. 그들이 죽은 전사를 위해 예를 표하고 있는 것은 알았지만, 굳이 그에 동참해줄 필요성은 느끼지 못해서였다.


토아즈는 용감했고, 모두를 위해 자신의 몸을 던질 만큼의 희생정신이 있었다. 물론 그는 이들에겐 칭송받을 가치가 있는 영웅적인 면모일지 몰라도, 나에겐 그저 머저리로 보였다.


죽으면 다 무슨 소용인가.


달그락.


“이건···.”

보석과 동굴의 경계선에 선 내 발 앞에 무언가가 굴러떨어졌다. 바닥을 덮은 푸른 보석과는 대비적으로, 새빨갛게 빛나는 보석이었다.


그건 토아즈와 알드의 조각상에서 떨어져 나온 듯했다.


나는 다 해진 운동화를 벗어 붉은 보석 위에 시험 차 올려놨다. 미친 마법사마저 쓰러트리고 포탈을 눈앞에 둔 채 보석에 닿아 죽는다면 그것만큼 우스운 일도 없다.


신발은 보석으로 변하지 않았다. 심지어 신발의 축 늘어진 신발 끈이 푸른 보석에 닿아 있는데도, 그마저도 보석으로 변하지 않았다.


붉은 보석은 아무래도 보석화를 막는 효능이 있는 것 같았다. 그렇기에 알드가 보석을 삼킬 수 있었던 것이겠지.


“그건 뭐냐?”


“이걸 지니고 있으면, 보석에 닿아도 변하지 않는 것 같은데.”

나는 곁에 다가온 에투에게 그리 대답하곤 붉은 보석을 집어 들었다. 맨손으로 느껴지는 차가운 감촉이 뜨거운 열기를 식혔다.


“··· 너, 원래 반말을 했었나?”

에투가 꼬투리를 잡듯 물었지만, 나는 어깨를 으쓱이곤 신발을 신고 포탈로 걸어갔다.


푸른 보석을 밟는 기분은 마치 불길 속을 거니는 것 같았지만, 손에 쥔 붉은 보석 덕에 안심하고 걸어갈 수 있었다.


“포탈에 손을 가져다 대봐, 너라면 아마 가능할 거다.”

에투가 경계선에 서서 내게 외쳤다.


무슨 근거로 나온 말인지는 몰랐지만, 계속 같은 말을 듣다 보니 나도 가능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게 세뇌 작업이라는 건가?


붉은 보석을 손에 꾹 쥔 채, 알드와 토아즈의 조각상을 지나, 포탈에 도달했다.


가까이서 봐도 포탈의 위용은 대단했다.


허공이 물결치는 듯이 출렁거리는 파란색 공간, 보고 있으면 빨려들 것만 같았다.


이걸 만든 것이 누군지는 몰라도, 미적 감각 하나만큼은 뛰어났다는 건 부정할 수 없었다.


“하, 후우.”

심호흡하고 마음의 준비가 되자, 나는 붉은 보석을 쥐지 않은 손을 포탈에 쑤셔 넣었다.


미리 켜둔 상태창에 변화가 생긴다.


[월드 M으로 통하는 포탈입니다. 이 포탈은 폐쇄됐습니다]

폐쇄된 포탈. 상태창은 그런 말을 하고 있었다. 그 밑으로 또 다른 정보가 떠올랐다.


[TIP – 폐쇄된 포탈은 주변을 침식합니다. 침식이 일정 수치 이상에 도달하면, 포탈이 사라집니다]


[학살자 – 58/100]

[탐험가 – 25/100]

포탈에 닿자, 임시 기지에서 늑대의 포탈에 닿았을 때처럼 탐험가의 수치가 가파르게 상승했다. 하지만 어째서인지, 학살자의 수치도 큰 폭으로 증가해 있었고, 심지어 지금도 조금씩 올라가고 있었다.


여기 와서 내가 직접 죽인 것은 하나도 없고, 혹시라도 내가 알드를 죽였다고 쳐도 학살자 수치가 이렇게 큰 폭으로 증가할 리가 없다.


나는 포탈에 손을 넣은 채 뒤를 돌아봤다. 티오가 간절한 눈으로 나와 포탈을 바라보고 있었다.


···여왕 쪽에 무슨 일이 생겼나?


생각은 깊이 이어지지 않았다.


[조사 수치 최소치 달성. 월드 M에 대한 기본적인 정보가 주어집니다]

[월드 M은 진화한 동물들, 라미나들의 세계입니다. 월드 M의 지배종은 지혜와 마법의 종족, 에크농입니다]


라미나, 에크농. 처음 듣는 단어들이 쏟아져 나왔다. 하지만 이미 알고 있던 정보로 어렴풋이 이해할 수는 있었다.


에투나 토아즈같이 진화한 원숭이들이 에크농이고, 그들처럼 동물들이 진화한 종족 자체를 라미나라고 부르는 것이다.


굳이 두 단어를 분리한 것을 보아하니, 그들이 살던 세계는 원숭이들 말고 다른 동물들도 있었던 것 같다.


[학살자 – 65/100]

[탐험가 – 50/100]


[던전 퀘스트 – 던전 정복 115/100]

[퀘스트를 클리어하시겠습니까?]

[수락] [거부]


전체 수치가 100을 넘자, 퀘스트 클리어를 묻는 상태창이 나타났다. 아직 포탈의 문도 열지 못했는데, 나갈 이유가 없지.


나는 붉은 보석을 쥔 손으로 살포시 거부를 눌렀다. 퀘스트 클리어 창이 연기처럼 사라졌다.


[조사 수치 상당량 달성. 월드 M의 지배종에 대한 정보가 주어집니다]

[월드 M의 지배종, 에크농은 특유의 높은 지능과 지혜를 무기로 한 끈기를 가진 종족입니다. 에크농은 마법을 발견한 대신, 자제심을 잃었습니다]


조사치가 반을 넘자, 전에도 봤던 지배종에 대한 정보들이 주르륵 쏟아져 나왔다. 대부분 아는 내용이다. 굳이 다시 말해줄 필요는···.


그렇게 생각하고 넘어가려는 찰나, 전에는 보지 못했던 한 줄이 상태창에 버젓이 들어섰다.


[현재 월드 M의 지배종은 에크농이 아닙니다.]


어?


붉은 글씨로 짧게 쓰여 있는 문장은 상상 이상의 정보를 담고 있었다. 그 문장을 곱씹고 있자니, 머릿속에서 지금까지 맞춰지지 않았던 궁금증이 퍼즐의 마지막 한 조각처럼 딱 들어맞았다.


포탈이 갑작스레 닫힌 이유. 간단했다.


여왕이 왕국의 전력인 기사단과 마법사들을 이계로 끌고 왔기 때문에, 필연적으로 본진이 비었다.


그리고 그 틈만을 노리고 있던 다른 종족이 그 새에 왕국을 빼앗았다. 추측이지만, 그럴듯했다. 백 년이나 포탈이 열리지 않았던 이유는 이로써 설명할 수 있었다.


이미 백 년 전에 월드 M의 지배종은 교체되어 있었고, 포탈은 한 세계의 지배종을 위해서만 열린다고 했으니까.


“이류! 포탈은 열릴 것 같아?”

뒤에서 에투의 초조한 목소리가 들렸다. 그들에게 말해야 할까?


더는 너희의 세상은 없다고. 돌아가 봐야, 네 왕국은 없을 거라고.


[학살자 - 77/100]


나는 천천히 올라가는 학살자 수치를 바라봤다. 속으로 작은 결론이 내려졌다.


굳이 알려 줄 필요는 없겠지. 가슴 아프지만, 이제 와서 에투가 폭주한다면 포탈을 여는 것도 힘들 것이다.


지켜야 할 국민도, 여왕도 이제 이 세상에 없다면, 에투가 포탈을 열고자 할 이유가 대체 뭐란 말인가. 알려준다면 폭주하지 않는 것이 더 이상했다.


토아즈의 희생을 헛되게 할 수는 없지. 나는 자신에게 그리 변명하며 에투에게 대답했다.


“아직 잘 모르겠어.”


[탐험가 - 75/100]


[조사 수치 대량 달성. 월드 M의 포탈에 대한 정보가 주어집니다]

[월드 M의 포탈 발생 시기는 102년 전. 포탈의 폐쇄 시기는 100년 전입니다. 첫 번째 이동자는 101년 전입니다. 포탈은 월드 M의 이에트에 있습니다.]


그다지 쓸모없는 정보가 상태창에 떠올랐지만, 그건 참을성 있게 기다릴 수 있었다.


[학살자 – 90/100]


그러나 그에 대비적으로 조금씩 오르는 학살자 수치는 무엇보다 불안했다. 대체 여왕이 있는 곳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는 거지?


모를 일이다. 그러나 그 위험이 당장 우리가 있는 곳을 덮치지 않는다는 보장은 없었다.


마음만은 서두르고 싶었지만, 탐험가 수치가 올라가는 속도는 일정했다.


[탐험가 – 100/100]

[탐험가 달성!]


[닫힌 포탈의 조사를 완전히 끝냈습니다. 포탈의 개문 여부를 결정할 수 있습니다]

[포탈을 여시겠습니까?]

[수락] [거부]


“포탈을 열 수 있어.”

나는 상태창을 보자마자 에투에게 전했다. 에투와 티오가 내 말에 펄쩍 뛰며 놀랐다.


“정, 정말이냐? 그럼 당장 열어다오. 티오, 네가 가서 여왕님과 국민을 불러와라. 빠르면 빠를수록 좋다. 바로 돌아가자.”

에투의 명령에 티오가 고개를 끄덕이고 공동을 떠났다. 나는 공동을 떠나는 티오를 붙잡지 않고 에투를 바라봤다.


“뭐냐. 할 말이라도 있냐?”


“··· 어. 난 포탈을 열고 던전에서 나갈 건데, 이 붉은 보석은 내가 가져가도 될까?”

포탈의 침식을 막아주는 붉은 보석, 왼손에 쥔 보석을 에투에게 보여주며 묻자, 에투는 고개가 떨어질까 걱정이 될 정도로 빠르게 수락했다.


“그런 것 정도 몇십 개라도 더 가져가라. 우리에겐 필요 없어.”

몇십 개를 가져가라고 해도, 한 개밖에 없었단 말이지.


나는 포탈 안에 들어가 있던 손을 빼내고, 상태창의 수락 버튼을 눌렀다. 포탈의 출렁임이 생기를 되찾고, 웅웅거리며 미묘한 떨림이 생겼다.


나는 포탈에서 떨어져, 푸른 보석 위를 걸었다. 울렁이는 포탈을 보고 에투는 할 말을 잃은 듯했다.


[학살자 90/100]


“에투, 던전 바깥으로 나가면 난 에토와 합류할 거야.”

내가 보석 위에 엉덩이를 깔고 앉으며 말했다. 굳어있던 에투가 동생의 이름에 반응했다.


“그래, 에토··· 너와는 친구라고 했었지.”

동생을 두고 고향으로 돌아간다는 죄책감 때문인지, 에투의 표정이 눈에 띄게 안 좋아졌다. 나는 웃으며 대답했다.


“그래. 내가 나가게 되면, 에토에게 전언 정도는 전해줄 수 있어. 그 녀석한테 해줄 말은 없어?”

나는 양손을 모으고 손깍지를 끼며 말했다. 아직인가?


에투는 할 말을 생각하는 듯 곰곰이 생각에 잠겼다.


[학살자 – 98/100]


쿵!


던전이 크게 울렸다. 저 아래에서부터 거인이 올라오는 것처럼, 목이 막히는 흔들림이었다.


“이건···?”


“신경 쓰지 말고, 말해봐. 에토에게 전해주고 싶은 말은?”


나는 몸을 돌려 주변을 살피는 에투를 진정시키며 다시 물었다. 에투는 혼란스러워하면서도, 내 말에 대답했다.


“에토에게 고맙다고, 왕국의 역사에 네 이름이 길이 남을 것이라고 전해줘. 물론 너도 고맙다, 이류.”

그는 그리 말하곤 자신이 왔던 통로 너머를 바라봤다. 이번엔 나도 그를 말리지 않았다.


통로 끝의 어둠 속에서, 무언가 보이지 않는 것이 다가오는 것 같았다.


[학살자 – 99/100]


이제야 학살자라는 칭호의 뜻을 알겠다. 왜 백이라는 숫자인지. 어째서 탐험가와 같이 있었는지도.


“에··· 투··· 님···!”

저 어두운 통로 너머에서 익숙한 목소리가 공동으로 들어섰다. 티오의 목소리였다.


“티오!”

에투가 통로로 달려들고, 순식간에 공동에는 나와 조각상밖에 남지 않았다. 통로로 뛰어든 에투의 목소리는 들려오지 않았다.


머지않아 상태창에 변화가 생겼다.


[학살자 100/100]

[학살자 달성!]


[던전 퀘스트 – 던전 정복 200/100]

[퀘스트를 클리어하시겠습니까?]

[수락] [거부]


굳이 거부할 이유가 있겠는가. 나는 망설임 없이 수락을 눌렀다.


[던전 클리어!]

[기여도에 따라 보상을 부여합니다]


시야가 흐릿해지며, 청소기에 머리채를 잡힌 것처럼 몸이 어딘가로 끌려갔다.


[탐험가 클리어!]

[모험과 발견의 신이 당신에게 축복을 내립니다]


[학살자 클리어!]

[전쟁과 죽음의 신이 당신에게 선물을 줍니다]


나는 밀려오는 어지러움에 눈을 꾹 감았다. 멀미를 유발하는 놀이기구를 몇 차례 연속으로 탄 것처럼, 귓속이 윙윙거렸다. 끔찍한 이명마저 들릴 정도였다.


[레벨업!]


그리고 눈을 뜨자, 내 시야에 처음으로 들어온 것은 동굴 앞의 초원이었다. 하지만 내가 알던 초원이 아닌, 검은색으로 꿈틀거리는 오염된 바다와도 같은 초원이 보였다.


나는 득실거리는 늑대들을 신경 쓰지 않고 상태창을 열었다.


이름: 이류 상태: 정상

레벨: 3


근력: 10

민첩: 12

체력: 8

마력: 15


마력이 많이 올랐다. 푸른 보석에 맞닿아 있어서일까. 아쉬웠다, 조금만 더 시간이 있었으면 마력을 더 올렸을 텐데.


나는 그리 생각하며 왼손에 쥐어진 붉은 보석을 손안에서 굴렸다.


“어디 보자, 늑대들이 이렇게 몰려 있는데도 아직 날 공격하지 않는다는 건··· 내 말을 잘 지켜줬구나.”

나는 혼잣말을 하듯 허공에 내뱉고는 허공을 올려다봤다. 동굴의 튀어나온 입구의 위, 딱딱한 돌 위에 작은 원숭이가 앉아 있었다.


“사람 이류. 이 망할 놈. 잘도 나를 속였군요?”

오랜만에 보는 에토는 두 손끝에 수없이 많은 파란 실들이 엉켜 있었다. 그는 늑대들이 미친 듯이 몰려드는 초원을 향해 손을 뻗어, 그들의 전진을 막고 있었다.


상태창의 밑에서 여태껏 사라지지 않고 끈질기게 남아있던 문장 하나가 내 시선을 갈구하듯 반짝였다.


[월드 C 지배종들의 추적을 받고 있습니다. 남은 시간 동안 지배종들은 당신의 위치를 알 수 있습니다]


[남은 시간 – 1:1:43]


“길을 뚫자.”

내가 탐험가와 학살자의 보상을 확인하고 말했다.


작가의말

달렸습니다...


달리겠습니다


다음 글은 아마 점심 먹고... 4시쯤 올라올 겁니다.


^^7

-------------------


 하루 두 편 제한이 있는지 몰랐습니다... 내일 두 편 올리겠습니다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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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 중독 (4) 19.04.28 31 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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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 중독 (2) 19.04.26 32 1 13쪽
18 중독 (1) +1 19.04.24 44 2 12쪽
17 던전 (4) 19.04.23 39 2 12쪽
16 던전 (3) 19.04.22 41 2 12쪽
15 던전 (2) 19.04.20 54 2 11쪽
14 던전 (1) 19.04.19 59 2 12쪽
13 추적 (2) +1 19.04.17 59 1 12쪽
12 추적 (1) +1 19.04.16 66 2 12쪽
11 변화 (4) +1 19.04.15 64 3 11쪽
10 변화 (3) +1 19.04.13 64 2 12쪽
9 변화 (2) +2 19.04.12 71 2 12쪽
8 변화 (1) +1 19.04.10 72 3 12쪽
7 절망의 자각 +1 19.04.09 84 2 11쪽
6 튜토리얼s +1 19.04.08 87 3 10쪽
5 경고 +1 19.04.06 100 4 13쪽
4 임시 기지 19.04.05 121 2 13쪽
3 도우미 에토 19.04.03 135 4 14쪽
2 몬스터 +2 19.04.02 152 6 13쪽
1 포탈의 너머 19.04.01 223 5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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