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주머니 용사 나가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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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우몽
작품등록일 :
2019.04.01 1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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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4.26 0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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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4.18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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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료와 상담

DUMMY

“요새 잠은 잘 주무시나요?”

“딱히 불면증은 없습니다.”


오히려 등을 대면 바로 잠드는 편이다.


“스트레스가 많은 편인가요?”

“그거는, 있는 거 같습니다만, 근데, 그것 때문이라고는.”

“일단 질문에 대답하세요. 자위는 얼마나 하죠? 스스로 하는 쾌락행위 말입니다. 남자들은 다 하잖아요?”


큭 이 자식이.

담담한 척 하면서 호기심 넘치는 눈을 하고 있어.


“······그냥 남들만큼 합니다.”

“대답하기 싫다는 거군요. 흠. 대답하기 싫을 정도로 많다라······. 그럼 성행위는 평소 몇 번이나 하시나요. 열흘 단위로 말씀해보세요.”

“그거는, 측정하기가 좀 그렇습니다.”

“불규칙하다는 거죠?”

“······네.”

“자위가 많으며 성생활은 두서없이 난잡하고 불규칙······”


‘의사’는 손에 잡은 펜을 들고 그렇게 써내려간다.


[음 정확한 진단이군.]


알퀴세르는 거기에 또 거든다.

‘시끄러!’

나는 속으로 울컥한다.

빌어먹을.

멋대로 생각하고 있어!

빌어먹을 붉은 머리!

계속되는 질문에 나는 무지막지한 굴욕을 느꼈다.

‘아아! 대체 왜 이렇게 되는 건데!’


이곳에 오기 전.

나는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바로 의사를 찾아 헤맸다. 이세계에 비뇨기과 병원이 있을 거라는 기대는 물론 하지 않지만, 그래도 이곳도 사람 사는 세상이다.

관련한 질환을 치료하는 사람이 분명히 있을 거라고 생각한 것이다.

하지만 웬만한 의사는 도리어 내 쪽에서 믿을 수 없긴 하다. 여기 의료수준이 그리 신뢰가 가질 않으니까.

이건 아주 민감하고 예민한 질병이라 말이지.

그래서 왕궁의 수행원에게 슬쩍 말을 건넸더니 가만히 고개를 끄떡인다.

“마침 의사가 있습니다”라는 것이다.

괜찮은 의사냐고 물었더니 인근에서 가장 뛰어날 뿐 아니라 왕국에서도 가장 뛰어날 것이라고 한다.

“정신적인 부분과도 연관되어 있는 질병인데 그런 쪽도 가능한 의사인가”라고 물었더니 고개를 끄떡끄떡했다.

‘그런 의사가 있었다니!’

나는 그 의사를 당장 데려와 달라고 부탁했다.

좌우간, 방에서 기다리고 있으니 누군가가 문을 두드렸다.


“의사를 찾으신다고 들었습니다. 병이라도 걸리신 건가요?”


어라? 이거 어디선가 많이 들어본 목소린데? 특히 어제 집중적으로 들었던 목소리다.

아니나 다를까 문을 열고 들어온 것은 다름 아닌 비아 공주였다.


“의사를 불렀는데 왜 당신이 들어오지?”


그러자 비아 공주가 눈살을 찌푸렸다.


“바로 당신 눈앞에 있잖습니까. 제가 바로 의사입니다.”

“뭐?!”


멍하니 비아를 쳐다본 나는 헛웃음을 내뿜었다.


“에이, 넌 공주잖아. 의사는 무슨 의사?”

“제가 성녀라는 것을 잊으셨습니다. 성녀는 본래 의사를 겸합니다. 치료마법을 쓰고 영혼을 구원하니까요. 말하자면 의사의 상위 직종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아무리 그래도 일국의 공주가 일반 환자를 보는 게 말이 돼?”

“평소라면 보지 않죠. 아주 고귀한 사람들 아니면.”

“그럼 내가 고귀한 사람이라는 건가?”

“아.니.요!”


공주는 테이블을 꽝 하고 내리쳤다.


“당신이 왕가를 거지꼴로 만들어버리는 바람에 제가 의사로 뛰어다니지 않으면 안 될 지경에 이르렀단 말입니다. 감자 한두 개라도 벌어야 왕궁 사람들 입에 뭐라도 넣어줄 수 있으니까요!”


아 그렇구나.


“생활 전선으로 몰린 거라고요!”


응 알아들었어.

왜 고함을 지르고 그래.

그러니까 성녀인 공주가 ‘의사’ 노릇을 해서 왕가 식구를 먹여 살리고 있단 말이지. 그건 말하자면 대마법사가 시장에서 마술쇼를 해서 돈을 벌어야 하는 그런 느낌에 가까운 모양이고.


“됐습니다! 빨리 어디가 아픈지나 말하세요. 치료 대금은 꼭 지불하시고요.”


나는 알퀴세르, 즉 주머니를 들어 ‘성녀’를 바라보았다.

어디, 확인을 해봐야겠다.

[신안]SS로.

띠링 하는 효과음과 함께 비아 공주의 스펙이 떠올랐다.


-----------

[로벨 왕국의 공주 비아]

직업 : 성녀 (LV. 112)

로벨 왕국의 공주이며 동시에 현재의 성녀이다. 성스러운 가호를 받고 있으며 각종 저주를 해제하고 부상을 치료할 수 있다.


*스킬

[성-오라]S, [축복]S, [홀리애로우]S, [간파]A, [항마]A, [치유]A, [저주해제]A, [정신고양]B, [상담]B, [원기회복]B, [영혼승화]C, [승마술]C, [근성]C ······ 이하 생략

-----------


‘오 이건······?’

확실히 의사라고 해도 전혀 무리가 없어 보이는 스킬의 나열이다.

생각해보면 치료마법이 과학보다 못할 것 같지도 않다.

심지어 [상담] 스킬까지 붙어 있다.

나는 고개를 끄떡였다.

이 정도면 충분히 납득할 만하다.

그럼 이제 증세를 말해야겠다.

자 이제 증세를 말해야 한다.

이제 증세를 말해야 하는데.

증세를······


“증세를 말씀하세요.”

“그게······.”

“그게?”

“말하기 어려운 부위가······.”

“부위가?”

“안 돼······.”

“안 된다는 건 뭐죠?”

“작동을 안 해······.”

“······흐음.”


비아 공주는 알겠다는 듯 끄적끄적하고 들고 온 종이에 뭐라고 적는다.

분명 나는 보았다.

비아 공주의 입꼬리가 살짝 올라가는 것을.


[뭐야 너 발기부전이냐? 크하하하하하!]


알퀴세르의 말은 무시하자.

큭. 이 수모를.

한편 비아 공주를 다시 돌아보자 표정에 전혀 변화가 없다.

언제 입꼬리를 올렸냐는 듯한 얼굴이다.

나름 칭찬해줄 만한 일이군.


“언제부터?”

“확인한 건 어제부터······.”


큭 어제 야한 짓을 하려 했다고 고백하는 거나 다름없는 문답이다.

하지만 비아 공주의 표정은 여전히 ‘사무적’이다.

오 이 여자애 상당한데?

그 다음에는 아까 이야기한 문답의 계속이다.

거기에 추가해서 사고가 나거나 강한 충격을 받은 적은 없는지, 본래 갖고 있던 육체적인 손상은 없는지 등의 질문이 이어졌다.

그리고 이윽고 비아가 마지막 질문을 던졌다.


“아예 그런······ 생각이 안 떠오르는 건가요? 그러니까 충동 자체는 제대로 오나요?”

“아, 응······.”

“그런데 몸은, 그러니까 그 부분은 안 움직이고?”

“어.”

“흐음.”


비아 공주가 고개를 들어 나를 보았다.


“일시적인 스트레스성 발기부전······이라고 하는 게 보통의 진단이겠지만요.”

“윽.”


역시 그건가. 하지만 비아 공주의 말은 끝나지 않았다.


“당신의 경우 워낙 기괴한 종류의 인간이다 보니 몇 가지 테스트를 해봐야겠네요.”


그리고 비아는 일어서서 스태프를 들고 나를 겨누었다.

나는 움찔했다.


“거기 가만히 계세요. 의사로서 일할 때는 의사로서의 일 외에는 하지 않습니다. 성녀의 직업윤리니까요. 위협을 느낄 필요는 전혀 없습니다.”

“큭······.”


나는 인내심을 발휘해서 앉아 있었다. 그리고 비아 공주의 입에서 한 마디가 흘러 나왔다.


[원기회복]


스태프에서 투명한 기운이 흘러나와 내 몸으로 빛이 모여들었다.


“음. 별 문제 없이 작동하네요. 몸 상태는 어때요?”

“별 차이를 못 느끼겠는데.”


약간 기력이 오른 느낌은 드는데 크게 변한 건 없는 듯하다.

비아 공주는 ‘그렇다면’이라고 중얼거리더니 스태프를 한 번 더 들어올렸다. 이번에는 다른 주문을 쓴다.


[치유]


다시 빛무리가 모여들었다.


“여전히?”

“조금 건강해진 기분은 들지만······.”

“흐음. 이쪽도 아닌 것 같군요. 그럼 이번엔 마지막 테스트를 해보지요. 이게 아니면 당신은 스트레스성 발기부전입니다.”

“큭······.”


비아 공주는 이번에는 조금 길게 영창을 했다. 내가 듣기엔 뭐라고 하는지 전혀 모르겠다. 딱히 언어가 아닌지도 모르지.

그리고 그녀의 입에서 나온 한 마디.


[저주해제]


맑은 초록색 기운이 나를 감쌌다. 그때였다.

자주색 기운이 내 몸을 얇게 감싸더니 초록색 기운을 밀어냈다.

초록색 기운은 계속해서 내 몸에 닿으려고 했지만 자주색 기운은 꼼짝도 하지 않는다. 결국 초록색 기운은 버티지 못하고 소멸해버렸다.

비아는 미간을 찌푸렸다.


“저주네요.”

“뭐? 저주?”

“그것도 엄청 강한 저주입니다. 제 마법으로 해제가 안 되는 걸 보면 보기 드물게 강력해요.”

“엉?”

“보통 이 정도까지 필요 없을 텐데······. 말하자면 그거네요. 자신보다 훨씬 강한 사람에게 쓰려고 이를 악물고 엄청 모으고 또 모아서 고밀도로 농축한 것 같은 그런 저주입니다.”


그 때 문득 자이렌의 마지막 말이 떠올랐다.


-나만 망할 순 없지. 마왕님에게 쓰지 못한 것이 한스럽다!


‘이거 설마······.’

죽은 자이렌의 손가락이 몸에 닿았던 일도 떠오른다.

아주 살짝 닿았다가 떨어졌던 건데 그게 저주에 걸리는 방아쇠였단 말인가.

겨우 그 정도로 저주에 걸리다니!

비아가 말을 이었다.


“아마 이 저주를 만들려고 술자 자신도 엄청 고생했을 거예요. 한 이십 년 이상? 그동안 쾌락행위 일체를 조금도 하지 않고 버텼을 것 같네요.”


미친 놈!

이미 죽은 녀석한테 욕해봐야 무슨 소용이겠는가.

그런데 스트레스가 아니라 저주가 원인이었군?

그건 뭐랄까 치료가 쉽다고 해야 할지 더 어렵다고 해야 할지 모르겠다.

아니, 스트레스성보다 오히려 원인은 명확하니 치료가 가능한 건가?

나는 자신도 모르게 비아에게 매달리는 표정을 지었다.


“고칠 수······있는 건가?”


비아가 곤란한 표정으로 고개를 돌린다.

안 돼! 그런 표정 짓지 마!

나는 절박해져서 비아의 양 어깨를 잡고 흔들었다.


“고칠 수 있다고 말해!”


비아는 흔들리는 채로 대답했다.


“그냥 저주면 어떻게든 치료할 수 있지만, 이건 시술자 본인도 고통을 감내하고 주술을 건 거라서······. 거의 등가교환이죠. 이런 건 엄청 까다로워요!”

“이런 말아먹을! 나보고 평생 고자로 지내라는 거야?!”


[푸하하하! 유쾌하구나! 고자 저주라니! 하하하하!]


허리에 걸어둔 주머니가 박장대소를 터뜨렸다.

‘이봐! 원래는 당신이 걸렸어야 해!’

물정도 모르는 주머니 같으니라구.


“[축복]과 [저주해제]를 함께 쓰면 아마도 어느 정도 효과는 있을 거예요. 하지만 써봐야 효과는 일시적일 거예요.”

“얼마나 일시적인데?”

“대략 한 시간쯤?”

“뭐야 그게! 그렇다는 건 자위라도 한번 하려면 너한테 마법치료를 받아야 한다는 거야?”

“뭐······ 그렇단 말이 되네요.”

“그게 말이 돼?!”


그게 뭐야. 그런 정력제 먹는 인간 같은 소리를.

난 건강해!

난 건강했다구!

빌어먹을!


이윽고 나는 비아를 노려보았다.

그러자 비아가 갑자기 몸을 부르르 떨었다.

감이 좋군.

지금 머릿속에는 공주를 보쌈해서 내 개인 정력제로 쓰는 광경이 떠오르고 있었건만.

비아 공주가 황급히 말을 이었다.


“잠깐만요! 이 저주는 엄청 강하지만 치유가 아예 불가능한 건 아니에요.”

“방법이 있어?”


이 대목에서 비아가 묘하게 미소를 지었다.

응? 저 미소의 의미는 뭐지?


“치료하려면 한 단계 더 강한 성마법이 필요한데, 그러려면 마도구가 필요해요. 바로 [영광의 손]입니다.”

“뭔데? 그 [영광의 손]이.”

“성스러운 마력을 증폭시켜주는 물건이죠. 그것만 있으면 제 마법력을 증폭할 수 있기 때문에 저주를 해결할 수 있을 겁니다.”

“있을 겁니다가 뭐야! 있으면 있고 없으면 없지!”

“있습니다!”

“그럼 해결 됐잖아? 좋아! 그걸 찾으러 가자!”

“그런데 그게 아주 멀리 있거든요.”

“멀리 있다고?”


이거 어째 심상치 않은데······.


“얼마나 멀리 있는데?”

“저 멀리 브로아 마법왕국까지 가야 해요. 원래 성국 엘린의 국보였는데 지금은 그쪽으로 넘어가 있거든요. 아마 쉽게 내주진 않겠죠.”

“그래도 그 아이템, 아니 마도구만 구할 수 있다면 네가 치유할 수 있다는 거지?”


그때, 비아가 손을 들어 내 말을 막았다.

왜 웃고 있는 거지?


“그냥 제 힘만으로 치료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제가 왜 그런 번거로운 짓을 해야 하죠?”


저거 이제 아주 노골적으로 나오네.


“이게, 너는 성녀잖아! 남의 약점을 가지고 놀다니 부끄럽지도 않아?”

“부끄러운 게 뭐예요?”


젠장! 이거 아주 뻔뻔한데?

상황이 반전되고 말았다.


“원하는 게 뭐야?”


“그야 물론 황금의 드래곤을 데리고 오는 거죠.”

“야! 황금 드래곤이 어디 있는지 모르지만 나더러 그 영광의 머시기인지도 구하고 황금용도 구하러 여기저기 뛰어다니라 이거야? 양심도 없어?”

“아 그럴 필요는 없어요.”


여기에서 비아는 회심의 한 마디를 내뱉었다.


“황금용이 있는 곳은 브로아 마법 왕국 근처거든요. 이리저리 뛰어다닐 필요는 전혀 없어요. 그 길이 그 길이니까요.”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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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 성검용사 샌슨 +1 19.04.19 1,457 13 16쪽
» 진료와 상담 +1 19.04.18 1,532 16 13쪽
17 물론 짐작했다 +1 19.04.17 1,515 15 16쪽
16 얼마면 돼? +2 19.04.16 1,550 16 11쪽
15 로벨 왕국 +1 19.04.15 1,604 18 13쪽
14 문답무용의 네클리스 +1 19.04.13 1,628 15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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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마검찾기 +1 19.04.10 1,776 19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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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마왕의 딸 +1 19.04.08 1,950 25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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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황금의 산 +4 19.04.03 2,429 36 14쪽
4 데르나의 관점 +3 19.04.03 2,592 40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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