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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점  공모전참가작 노래하는 망나니

웹소설 > 작가연재 > 현대판타지, 드라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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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주기
박경원
작품등록일 :
2019.04.01 10:58
최근연재일 :
2019.05.26 0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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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5.16 0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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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2쪽

완성된 앨범

DUMMY

첫번째 시작은 테오 킴의 노래였다.


작곡과 작사, 프로듀싱까지 직접 관여해야 직성이 풀리는 남자, 테오 킴.


그는 노래를 재생하기 앞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마지막에 믹싱을 손봤어. 이전과 느낌이 조금 다를거야."


"에엑. 그러면 또 득구씨의 가이드보컬을 들어야 하는거유?"


"...그렇게 부르지 말라고 했을텐데. 그리고 바뀐건 믹싱뿐이야. 멜로디와 박자는 그대로라, 먼저번 지후 목소리를 가져와 붙였어."


이쯤되니 나도 궁금해진다.


"최종본은 뭐가 바뀐거에요?"


그 대답은 테오 킴이 아닌 딸기 큐티쌤에게 나왔다.


"네 목소리가 좀더 잘 들리게 변경했겠지."


"음? 두분이 곡 가지고 통화라도 했어요?"


"아니. 그치만 맞죠? 득구씨."


딸기큐티 쌤이 오묘한 미소를 띈 채 테오 킴에게 물었다.


그는 콧방귀를 뀌었으나,

딱히 부정의 표시를 하지는 않았다.


"오. 진짠가보네. 어떻게 아셨어요?"


"왜냐면... 나도 그렇게 했으니까."


"음...?"


"네 목소리로 직접 녹음을 해보니까, 오히려 반주가 방해가 되는 부분이 생기더라고. 조금 더 선명하게 목소리를 들려주고 싶다는 욕망? 히히."


"확실히 밸런스를 유지하는게 쉽지 않았다."


"야.. 시작도 하기 전부터 비행기를 너무 태우시네."


머리를 긁적이며 멋쩍게 웃었다.


이들이 말하는 내용은 결국,

목소리가 지나치게 좋다는 말이었다.


자신들이 심혈을 기울여 만든 MR이,

때로는 방해처럼 느껴질 정도로.


가수로서 이보더 더한 극찬이 있을까?


그것도 업계에서 잔뼈가 굵은 딸기큐티와,

최고의 작곡가 테오 킴이 해준 이야기였다.


그 의미를 알고 있는듯,

아버지의 표정도 그 어느때보다 밝아보였다.


"좋은 예감이 드는데."


스트로베리 스튜디오에 모처럼 훈풍이 불고 있었다.

술술 잘 풀리고 있다는 기분좋은 기대감이 가득했다.


그 기대감과 함께 테오 킴이 만든 첫번째 노래,

'콜드 메모리(cold memory)' 가 재생되었다.


"파도속~에서 그대의 기억을 찾아요~ 한순간 보이다~ 어느새 사라져 버리죠~"


"어마마..."


딸기 큐티쌤이 양 손을 볼에 가져다 대며 감탄사를 연발한다.


"이야.."


좀처럼 감정표현을 드러내지 않는 아버지마저 얼굴에 경탄의 빛이 드러난다.


테스트 과정중에서 몇 번 듣긴 했었으나,

최종 완성본을 듣는건 이번이 처음.


그녀 뿐만 아니라 아버지,

그리고 나 또한 벌린 입을 다물지 못했다.


좋아도 너무 좋다.


완벽하게 세팅된 '콜드 메모리'를 듣는 순간,

새삼 절절히 와닿는다.


왜 테오 킴이 최고의 작곡가로 불리는 지,

그리고 어째서 그에게 곡을 받고자 사방에서 매달리는지 말이다.


내가 저런 남자의 전화를 일방적으로 끊고,

스튜디오로 오라가라 했단 말이지?


깡 좋네 신지후.


지금 이 곡을 듣고나니,

그게 얼마나 미친(?) 짓이었는지 살짝 소름이 돋았다.


"미쳤다, 미쳤어."


스피커를 통해 흘러나오는 노래는 분명 내 목소리였다.


그러나 테오 킴의 음악과 결합된 목소리는,

마치 다른 세계의 누군가가 부른 것처럼 느껴졌다.


곡의 분위기와 멜로디,

세션과 내 목소리를 조합해 만들어낸 그의 음악은 '뮤직' 이라기보다 '매직'에 가까웠다.


팔짱을 낀 채 무심한 표정으로 서있는 테오 킴.

저 남자가 정녕 토마토계란국을 먹으며 눈물을 질질 짠 김득구가 맞단 말인가.


"이거야 원 기죽어서 내꺼 틀겠어?"


딸기 큐티 쌤이 울상을 지으며 한차례 몸을 꼬았다.

그러나 정말로 기가 죽은것 같지는 않았다.


'어디, 내 노래도 한번 들어볼래?' 라고 말하는 듯한 자신감이,

그녀의 걸음걸이에 묻어나있었다.


"자, 러블리후의 노래가 나갑니다."


"아, 그렇게 부르지 말라고!!"


또 시작이다.

딸기 큐티, 한정아는 이 노래를 연습하는 내내 나를 '러블리후'라고 불렀다.


듣기만 해도 닭살이 돋는 호칭이었다.

그런 말을 아무렇지도 않게 쓰는걸 보면서,

왜 딸기 큐티쌤이 나이를 먹어도 늙지 않는지 알것 같았다.


"우~ 토요일에 시간 어때요~ 교회 끝나기까지 기다리긴 힘들어~"


딸기큐티, 한정아가 내게 선물한 곡은 '토요일에 만나요' 였다.


사실 앨범제작에 들어가기 앞서,

딸기큐티 쌤이 합류하는걸 살짝 망설였었다.


내가 아니라 아버지가 말이다.


그녀는 아이돌 위주의 발랄한 노래 전문이었고,

남자 솔로 보컬리스트의 곡을 써본 경험이 거의 없었다.


"정아의 작곡능력은 발군이야. 하지만 네 분위기에 어울리는 곡이 나올지 걱정이구나."


이것이 첫번째 미팅을 하기전 아버지가 내게 해준 말이었고,

나는 다음과 같은 말로 아버지의 우려를 종식(?)시켰다.


"어차피 아스테르 전속 작곡가중에 발라드 장인이 없잖아요."


"......"


의도치 않게 팩트폭행을 날리는걸 보면,

확실히 신우혁의 유전자가 각인된 모양이다.


시도때도 없이 푼수짓을 해서 그렇지,

딸기큐티 쌤은 작곡에 있어서 영민하고 노련한 재원이었다.


그녀는 나의 스타일에 억지로 맞추지도 않았고,

그렇다고 자신이 써온 패턴을 강요하지도 않았다.

어떤 방향이든 억지로 끼워맞추게 되면 탈이 난다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던 것이다.


느리지도, 빠르지도 않은 템포의 적당히 밝은 노래.


그는 내 목소리가 가진 부드러움을 극한까지 뽑아내도록 프로듀싱했고,

나 또한 인간 버터로 빙의해 녹음을 했다.


그 결과,

제법 솜사탕 같은 노래가 완성되었다.


'토요일에 만나요' 곡의 진가는 그뿐만이 아니었다.


새벽의 다음페이지,

콜드 메모리.

그리고 내 새로운 자작곡까지.


전반적으로 느린 템포 일색인 구성에 청량제같은 역할을 해줄수 있는 곡이었다.


"......"


그래서일까.

잠자코 노래를 듣던 테오 킴마저,

생전 안하던 칭찬을 할 정도였다.


"당신, 제법 이것저것 많이 생각했군."


"꺄하하. 칭찬 고마워. 당신도 '러블리구' 라고 불러줄까?"


"머리를 쥐어뜯을거야."


"큭큭큭."


나는 참지못하고 웃음을 터트렸다.

은근히 한정아와 김득구는 묘하게 캐미가 좋았다.


둘다 가명을 쓰는것도 그렇고,

티격태격 하는게 흡사 톰과 제리를 보는것 같았다.


"자 그럼.."


나는 흠흠, 하고 헛기침을 한 뒤에 두번째 자작곡을 준비했다.


파일을 불러오는 동안 등 뒤에서 뜨거운 시선이 느껴진다.


아버지는 아버지대로,

두 명의 작곡가는 작곡가대로 내 자작곡이 몹시 궁금한 모양이다.


우주대스타k를 우승으로 만들었던 '새벽의 다음 페이지.'


과연 그 명성에 걸맞는 두번째 자작곡이 나올 것인가.


중간에 자르지 않고 혼자 녹음을 반복했기 때문에,

이중에서 노래를 들은 이는 아무도 없었다.


이바닥에서 한가닥 하는 사람들 세 명을 모아놓고 신고식(?)을 하다보니,

나 또한 긴장이 되기는 마찬가지였다.


데뷔앨범의 마지막 퍼즐 한조각.

그것이 지금 세상을 향해 날을 세웠다.


-띵~딩~띵


얇고 높은 실로폰 소리를 시작으로,

피아노 건반이 춤을 추기 시작한다.


느리긴 하지만 처량하진 않은,

마음을 따듯하게 하는 서두가 진행되고 있었다.


"오.. 제법인데."


딸기큐티 쌤이 도입부가 마음에 드는듯 따봉을 날렸다.


"마음이 마음처럼 안될때.. 생각이 생각처럼 되지않을때.."


'토요일에 만나요' 가 산뜻한 부드러움을 표현했다면,

나의 자작곡, '쓰다듬다' 는 최대한 따스한 느낌을 주려 했다.


듣는 것 만으로 마음의 상처를 달래줄수 있기를,

그런 마음으로 곡을 만들었다.


반석이형의 조언은,

나를 다시 태어나게 만들었다.

적어도 작곡적인 부분에서 만큼은 말이다.


이진우의 감성을 완전히 버린 채,

새벽의 다음 페이지를 만들었을 때처럼 철저하게 신지후의 감각에 집중했다.


한동안은 음표하나 만들지 못할 정도로 애를 먹었으나,

일단 첫 소절이 만들어지자 그 다음부터는 날개가 달린듯 술술 써졌다.


나는 우주대스타k를 통해 구원받았다.

내가 한 일이건 그렇지 않건,

대중이 과거의 망나니를 용서해 주지 않는다면 가수의 길은 요원해지게 된다.


그러나 압도적인 시청자 투표를 통해,

신지후는 망설임 없이 한발을 내딛을 수 있었다.


그래서 이번에는,

반대로 힘든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어주고 싶다.


"당신의 아픔~ 감히 헤아릴수 없어요~ 그러나 굽은 등을~ 쓰다듬어줄순 있겠죠~"


같잖은 위로를 하기보다,

그저 노래의 힘을 빌어 등을 토닥여주고 싶었다.


"잘될거라는 막연한~ 말보다~ 그대의 옆에 설게요~"


훌쩍.


노래가 막바지에 이르자 딸기큐티쌤이 연신 코를 훔친다.


잘나가는 작곡가이지만 세상에 사연없는 사람이 어디 있으랴.


"말없이.. 그저 말없이 그대의 옆에.."


"......"


노래가 끝났지만 세 명에게서 특별한 반응이 나오지 않았다.


나는 긴가민가한 마음으로 종료버튼을 누르려 했다.


"잠깐."


그때,

아버지가 내 어깨를 잡았다.


"한번만 더 들려줘볼래?"


딸기 큐티 쌤만 감성적이 된 줄알았다.

그러나 아버지의 눈 또한 붉게 충혈되어 있었다.


세상의 힘든 사람들을 어루만져주려 했는데,

멀리서 찾을 필요도 없이,

슬픔을 안고 사는 사람은 바로 눈앞에도 있었다.


"그럴게요."


나는 빙긋 웃으며 재생버튼을 다시 눌렀다.


-딸칵


-딩~딩~딩


맑은 실로폰 소리가 다시 시작되고,

딸기큐티쌤이 휴지를 찾아 코를 풀었다.


이쯤되면 테오 킴의 생각이 궁금해진다.


딸기 큐티쌤과 아버지에게는 먹혔다.

과연 테오 킴의 감상평은 어떨까?


"맥주있냐."


맥주였다.


맥주라니.


"혹시 고구마같은 노래라고 하실 생각이라면.."


"그런건 아니야."


"다행이네요. 하지만 한정아 쌤이 거의 혼자 작업하다시피하는 이곳에 맥주가 있을리가.."


"맥주 많아! 저기 탕비실에 전용 냉장고도 있는걸? 와인이랑 쏘주도 있어!!"


그렇다고 한다.


아니,

작업실에 무슨 주류 냉장고야??


-치이익


듣기만해도 시원한 뚜껑소리와 함께,

한 명의 대표와 한 명의 전속 가수.

그리고 또한 명의 전속 작곡가와 (최고의) 용병 작곡가가 맥주캔을 들었다.


'신지후의 대박을 위하여!' 같은 건배사는 없었다.


이들은 그저 '쓰다듬다'의 분위기를 안주삼아,

말없이 맥주를 홀짝거렸다.


"생각이 생각처럼 되지 않을 때.."


한번더 반복해서 '쓰다듬다'를 음미할 무렵,

딸기 큐티쌤이 작게 감탄사를 토해냈다.


"나는 이 가사가 정말 좋더라. 마음이 마음처럼 안된다. 별거 아닌 문장인데 어찌나 맘에 쏙드는지."


"그래, 지후야. 멜로디도 멜로디지만, 가사가 정말 좋구나. 이게 과연 스물한살의 나이에 쓸 수 있는 가사가 맞는지 의심스러울정도야."


의심스러운게 당연하다.

신지후의 인생 내공(?)은 비단 이십년 정도에 머물러 있는게 아니었으니까.


-치익


그러는 와중에도 테오 킴은 연신 맥주캔을 들이켰다.

원래도 제멋대로인 시크남이었지만,

'쓰다듬다'를 들은 이후로는 줄곧 저런 상태였다.


'쓰다듬다'를 네 번째 재생할 무렵,

딸기 큐티 쌤이 참지 못하고 테오 킴을 재촉했다.


"어이 김득구씨. 맥주내오라는 말 말고 할말 없어? 좋으면 좋다 싫으면 싫다 얘기가 있어야지."


"어머니.."


"어마마. 저 미친놈이 갑자기 뭐라는거야?"


딸기큐티가 화들짝 놀라는 순간,

테오 킴의 신형이 스르르 허물어져버렸다.


-철푸덕


쇼파 한쪽에 머리를 쳐박고 '쌕쌕' 소리를 내며 잠이든 테오 킴.


나를 포함한 세명이 모두 헛웃음을 삼켰다.


"얼씨구. 가오잡는것만 봐서는 양주 서너병은 기본인것처럼 굴더니. 꼴랑 맥주 세캔에 나가떨어져?"


딸기 큐티 쌤이 투덜거리며 그의 자세를 바로 눕혔다.

이불을 가져오겠다며 잠시 자리를 비운 사이,

아버지가 내게 속삭였다.


"저 모습이야말로 최고의 칭찬 같구나."


"...그러네요."


테오 킴은 몇번이고 '쓰다듬다'를 음미하며 맥주를 마셨다.

취해서 정신을 잃을 때까지 말이다.


테오 킴을 무장해제시킨 노래.

더이상 무슨 말이 필요하랴.


그렇게 미니앨범의 마지막 퍼즐이 완성되었고,

나는 정식 데뷔를 위한 만반의 준비를 마쳤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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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 경쟁구도 +22 19.05.18 15,890 510 12쪽
50 인생은 알 수가 없다 +21 19.05.17 16,548 513 12쪽
» 완성된 앨범 +20 19.05.16 16,753 570 12쪽
48 망나니, 작곡에 눈을 뜨다 +17 19.05.15 16,610 546 12쪽
47 새벽 경리단 길(2) +16 19.05.14 16,713 572 13쪽
46 새벽 경리단 길(1) +23 19.05.13 17,199 560 14쪽
45 스핑크스의 조언 +21 19.05.12 18,093 617 12쪽
44 오로나민 골드 +70 19.05.11 18,477 576 14쪽
43 로얄로더로 가는 길 +19 19.05.10 19,477 549 12쪽
42 토마토계란국 +28 19.05.09 19,105 614 12쪽
41 제일 낫군 +39 19.05.08 19,955 652 13쪽
40 어서와, 공중파는 처음이지? +23 19.05.07 20,420 654 13쪽
39 마 내가 전국구다! +15 19.05.06 21,836 614 12쪽
38 뭐 이런놈이 다있지? +21 19.05.05 22,472 63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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