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이 된 달 - 인(因)과 연(緣)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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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니엘윤
작품등록일 :
2019.04.01 1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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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5.10 1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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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4.25 14: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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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5화 : 풍운(風雲)을 만난 용(上)

DUMMY

【 태양이 된 달 - 인(因)과 연(緣) 】


제25화 : 풍운(風雲)을 만난 용(上)


나는 승정원(承政院) 동부승지(同副承旨) 조강호이다.


그는 용의 후예... 세자 이 현!

과연 아버지의 뒤를 이어 왕좌에 오르게 될 것인가?


그는 자신의 사람들을 찾고 있다고 했다. 자신의 사람들을 모아서 태양이 될 것이라고 말이다. 그리고 내가 자신의 첫 번째 사람이 될 거라 말하였다.


“인재를 얻는 자가 천하를 얻는다지?

나는 나의 사람들을 찾고 있네!

마치 물고기가 물을 얻는 것처럼...

나는 그대를 나의 제갈공명으로 정했는데...

그대의 생각은 어떠한가?

나의 제갈공명이 되어주지 않겠는가?“


“세자저하... 제갈공명은 그리 쉽게 얻어지는 사람이 아닙니다.”


“물론이지. 내 그대의 마음을 얻기 위해서라면 어떠한 수고도 마다하지 않으리라 다짐했는데... 천하의 제갈공명(諸葛孔明)을 얻으려면 삼고초려(三顧草廬) 정도는 기본 각오 아니겠는가?“


“제갈공명을 찾기에 앞서 짚고 넘어갈 문제가 있다고 사료되옵니다."


"문제? 그것이 무엇인가? 말해보시게..."


"먼저 저하께서 유비의 심장에 조조의 열정을 가지셨는지 생각해 보십시오. 그것이제갈공명을 찾기 전에 선행되어야 할 문제가 아니겠습니까?"


“유비의 심장에 조조의 열정!이라~

그렇군. 내 명심하겠네.”


그는 웃으며 다시 물었다.


“왕이 될 사람을 용에 비유하지... 용은 홀로 승천할 수 없는 법?

풍운(風雲)을 만나야 용이 비로소 하늘로 날아오르지 않겠는가?”


“그래서 그 풍운(風雲)을 만나셨습니까?”


“바로 지금 마주하고 있지 않은가?”


그가 온 얼굴에 웃음을 머금고 말했다.


“하~ 지금 마주하고 있다 하셨습니까?”


“그래... 바로 자네!

나는 자네야말로 구름을 모으는 풍운이라 확신하네

용을 날아오르게 할... 풍운 말일세”


그의 확신에 찬 눈빛이 아름다웠다.

타오르는 태양처럼 빛나는 그의 눈빛!


“어찌 그리 확신하십니까?”


“집궁제8원칙 중 후찰풍세(後察風勢)라고 아시는가?

나는 바람의 흐름을 끊임없이 살피고 있었다네!"


"후찰풍세(後察風勢)요?"


"그래... 조강호... 그대는 분명 구름을 모으는 바람이군.“


풍운(風雲)...

내가 구름을 모으는 바람이었던가?


태양이 내게 손을 내밀었다.

자...

이제 나는 그 손을 잡아야 할 것인가? 말아야 할 것인가?

.

.

.


------------------------------------------------------------


••• 세자 이 현 : "내가 이 구하기도 힘든 귀한 서책을 그대에게 선물로 주는 이유를 알아내서 동궁전으로 오시게! 즐거이 기다리고 있겠네."


강호는 자신을 바라보던 세자의 빛나는 눈빛을 떠올렸다.


‘거 참, 묘하게 사람의 마음을 잡아끄는 매력이 있단 말이지...

여리여리한 몸에 소년같은 얼굴. 허나 단정하고 명확한 저음의 목소리

그리고 무엇보다 분위기를 압도하는 서늘한 눈빛!

그 눈빛이 좋아... 나이에 맞지 않게 깊고 서늘하여 짜릿한 눈빛!'


"선물은 개뿔? 뭐냐고? 이 서책 두 권만 달랑 주고 가면서 내가 이 책을 그대에게 선물로 주는 이유를 알아오라고?

그거야 당연히 자신의 제갈공명이 되어달라고 주는 뇌물 아니냐고?“


강호는 입을 삐죽거리며 투덜거렸다.


‘아니야... 그런 단순한 이유가 아니야... 세자는 보통분이 아니야...‘


강호는 고개를 절래절래 흔들었다.


“문제는 알려 주지도 않고 정답을 내어 놓으라 이말이지?

그리고 답을 알아내지 못한다면 제갈공명이 될 자격도 없다라고?

이놈의 세자저하! 나를 호구로 보신건가?“


강호의 얼굴이 울그락 불그락하였다.


••• 세자 이 현 : “그대가 제갈공명인지를 알아보는 일종의 관문이지. 이 정도의 문제도 풀지 못하는 제갈공명은 나도 필요가 없어서 말이야. 이유를 알아 내지 못한다면 나의 제갈공명이 되어 달라는 부탁은 자동 취소일세.“


그 말을 하던 세자 현의 냉정한 얼굴...

강호는 주먹을 불끈 쥐며 아무도 없는 방에서 큰 소리로 외쳤다.


제갈공명이 되고 싶은 마음도 없지만, 천하의 조강호가 제갈공명이 될 자격이 없다고 하는 건 다른 문제지!


"이것 보세요. 세자 저하님. 당신께선 지금 내 자존심을 아주 심하게 건들었다구요!”


••• 세자 이 현 : "물론 나 또한 그대같은 천재가 이 정도의 수수께끼도 풀지 못하리라 생각하지 않네... 나도 혜안이 없는 무식한 제갈공명은 사양하는 바이네...."


"뭐? 무식한 제갈공명?"


계속 떠오르는 세자 현의 얼굴...

정말이지 기묘하게 사람의 마음을 잡아끄는 분이란 말이지...

몇 번 만나 본 적도 없는 분이거늘...

단지 세자라서가 아니다.

무엇인지 모르게 계속 생각나는 분이다.

마치 내 머리속의 어디 한 부분을 차지한 사람처럼...


“좋아! 찾아내지! 나는 천재 조강호라구!!!

수수께끼는 천재 조강호의 전문분야란 말이오!“


강호는 우렁찬 목소리로 다시한번 소리를 질렀다.


조강호는 [농사직설과 임원경제지]가 뚫어지도록 매의 눈으로 서책을 읽어내려 갔다.

밤이 깊어져 달이 뜨고 아침이 밝아와 다시 달이 질 때까지...


등불을 밝힌 사랑채 창문 뒤로 부드러운 바람이 불어오고 있었다.


그리고 사랑채 마루에서 강호가 책 읽는 모습을 조용히 지켜보며 생각에 잠긴 이가 있었다.


다홍색 치마에 노랑 저고리를 단아하게 차려 입은 볼이 발그레한 처녀.

얌전하게 땋은 머리에 묶인 분홍빛 댕기가 바람에 나풀거렸다.

아직은 젖살이 빠지지 않은 앳된 모습이었지만 입술을 굳게 다문 옆얼굴에서 강인함이 느껴지는 여인이었다.

그녀는 바로 예조판서 기성룡의 무남독녀 외동딸!

기은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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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조의 계비 세경왕후, 그리고 그 세경왕후의 하나뿐인 아들.

성현대군 이 윤(贇:빛날 윤)!


성현대군 이 윤의 나이는 이제 겨우 열 한살이지만 그는 왕비 태생의 유일한 적자였다.

그리고 중전 세경왕후의 뒤를 받쳐주고 있는 영의정 윤 판.

영의정 윤판은 중전 세경왕후의 아버지이자 성현대군의 외조부였다.


현시점에서 세자 이 현이 용상에 오르려면 영의정 윤 판과의 한 판 승부는 피할수 없을 터였다.


'윤 판 대감... 그 능구렁이가 보통 상대가 아닐텐데...? 과연 세자가 상대할 수 있을지...'


강호는 조정에서 몇 번이나 부딪힌 적 있는 영의정 윤 판을 떠올렸다.

마치 자신이 왕 위에 있다고 생각하는 듯한 지나친 오만함이 가득한 얼굴.

그도 그럴것이 윤 판은 영의정만 십년이 넘게 집권해 오고 있는 조정의 강력한 실세였다.


'지금은 나는 새도 떨어뜨릴 정도의 권세라지?‘


무수리 출신의 힘없던 후궁의 소생이었던 이 현을 세자로 앉힌 왕...

왕께서는 영의정 윤 판에게서 세자 이 현을 보호하려 그렇게 꼭꼭 감추어 두셨던 걸까?

지금에 와서야 보자면 세자 쪽 사람들이라곤 그 세자의 그림자 같은 무사 무영밖에는 없는건가?'


세자익위사 자익위 최무영.

세자가 친형제처럼 대하며 아낀다는 무영에 대해서도 알려진 것은 거의 없었다.

듣기로는 이 현이 어렸을 때, 자객의 습격으로 거의 죽을 뻔 했다던 세자의 목숨을 극적으로 구한 것이 어린 무영이었다고 했었다.

그 공로로 어린 나이부터 세자익위사가 되어 세자의 곁에 머물며 함께 공부하고 무예를 익히며 세자를 지키게 되었다는 무영은 이름도 잘 알려지지 않은 한미한 집안 출신이라는 소문이 돌았을 뿐이었다.


'내가 세자의 제갈공명이 될 적임자라고? 훗~

역관의 아들인 내가 말인가?'


강호는 조금 허망한 미소를 지었다.

유교이념이 지배적인 조선에서 역관의 아들인 조강호가 느끼는 신분의 한계는 너무도 명백하였다.


조선시대의 {경국대전}에는 양인이 과거에 응시하지 못한다는 규정은 없었다. 그러나 또한 응시할 수 있다는 명문(明文) 규정도 없었다.

그러니 응시자격은 있는 것으로 보아야 한다.

그러나 관직에는 양반만이 할 수 있는 관직과 중인․양인․천인이 할 수 있는 관직이 따로 있었다. 이들 관직은 관계(官階)도 달랐다.

양인은 자유민이기 때문에 문․무과를 통해 양반으로, 잡과를 통해 중인으로 올라갈 수 있었다.

그러나 그렇게 수월한 것은 아니었다. 그것은 마치 낙타가 바늘귀를 통과하기 만큼이나 어려운 것이었다.


그래서 조강호는 조정에서 번번히 자괴감을 느끼고 있었다.

이 열패감을 세자도 꿰뚫어 보았을까?

탁월한 능력을 가지고도 역관의 아들이라는 신분 때문에 매번 한계에 부딪힐 수 밖에 없는 강호의 좌절감과 안타까움을 과연 세자는 이해하는 것일까?


부친 조명용은 역관이었지만 청나라 수도 연경(燕京)을 오가며 막강한 부를 쌓아 '국중거부'(國中巨富)로 불릴 정도로 대단한 부자였다.

그 부를 바탕으로 사재를 털어 청나라의 기밀을 탐지하고 몰래 무기를 들여 왔는가 하면 청의 비밀문서를 입수하는 등 조정에 큰 공을 세웠다.


왕께서 부친 조명용이 청의 기밀문서를 입수한 공로로 원하는 바를 무엇이든지 한 가지는 들어준다고 했을 때 조명용은 주상전하께 간청을 올렸다.


“제 둘째 아들 조강호를 승정원 동부승지에 제수하여 주십시오...”


“승정원 동부승지에 말인가?”


“네... 전하! 전하께서 아실지 모르겠지만 제 둘째아들 조강호는 과거에 장원급제를 한 바 있습니다."


"자네 아들이 과거에 장원급제를 하였다고?"


"네... 전하! 또한 조강호는 손재주가 좋고 공방의 일에 관심이 많습니다. 허나 역관의 아들이라서 관직에 한계가 있으니 이런 기회가 아니면 어찌 조정의 중책을 맡겠습니까? 전하께서 윤허하여 주신다면 제 아들놈에게도 능력을 펼칠 기회를 마련하여 주고 싶습니다.”


“그것이 그대의 소원인가?”


“네... 전하!”


“그렇게 하여 주마!

조명용의 아들 조강호를 승정원 동부승지에 제수한다.”


“성은이 망극하옵니다. 전하!”


조명용은 왕께 엎드려 거듭 감사하다고 말했다.


“허나 그 기간이 길지는 않을 터이다.”


“여부가 있겠습니까? 소중한 기회를 주신 것 만으로도 감읍할 따름입니다.

성은이 망극하옵니다. 전하~”


그렇게 강호는 승정원 동부승지가 된 것이었다.

부친 조명용의 공로가 아니었다면 조강호는 과거에 장원급제를 했어도 승정원 근처에도 가지 못했을 것이었다.


강호는 세자가 한 말을 다시 떠올렸다.


--- "그대가 나의 제갈공명이 될 적임자 같소!“

--- “우리는 다시 만나게 될 걸세... 동부승지 조 강 호”

--- “나 또한 그대같은 천재가 이 정도의 수수께끼도 풀지 못 할 것이라 생각하지 않네..."


"천재라... 이 조강호를 제대로 알아보시는 것도 한데...? 훗 한번 제대로 승부를 걸어볼까?“


강호는 엷은 미소를 지었다. 강호의 왼쪽 눈꼬리 아래쪽에 난 눈물점도 같이 웃는 듯 보였다.


내가 나의 주군을 선택해야 하는 시기가 온다면...............

세자 이 현(李 晛)과

성현대군 이 윤(李 昀) 중에

나는 누구를 선택해야 할 것인가?


강호의 고민이 깊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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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 제32화 : 은혜로운 은빛 비 - 은우(恩雨) 19.05.10 46 0 14쪽
32 제31화 : 그대는 나의 첫 번째 스승님! 19.05.08 38 0 16쪽
31 제30화 : 지금 중요한 건 뭐? 바로 절대미모! 19.05.07 46 0 12쪽
30 제29화 : 민심(民心)은 밥심에서 나오는 법~ 19.05.06 47 0 14쪽
29 제28화 : 모두가 꿈 꿀 수 있는 조선! 19.05.03 58 0 14쪽
28 제27화 : 구반문촉(毆槃捫燭) - 보이는 것이 전부는 아니다. 19.05.01 59 0 13쪽
27 제26화 : 시은우(時恩雨 - 때맞춰 내리는 은혜로운 비) 19.04.30 49 0 13쪽
» 제25화 : 풍운(風雲)을 만난 용(上) 19.04.25 65 0 11쪽
25 제24화 : 제갈공명(諸葛孔明)을 얻는 법 – 수수께끼 19.04.24 66 0 13쪽
24 제23화 : 제갈공명(諸葛孔明)을 얻는 법 - 이고초려(二顧草廬) 19.04.23 83 0 14쪽
23 제22화 : 후찰풍세(後察風勢) - 후에 바람의 흐름을 살피라! 19.04.22 66 0 12쪽
22 제21화 : 조강호 – 제갈공명이 될 자! 19.04.19 68 0 14쪽
21 제20화 : 군계일학(群鷄一鶴) 19.04.18 67 0 12쪽
20 제19화 : I remember everything... 19.04.16 62 0 14쪽
19 제18화 : 박재수? 재수없는 놈! 19.04.15 75 0 11쪽
18 제17화 : 동궁전의 멍멍이 19.04.13 90 1 15쪽
17 제16화 : 군자의 덕(德) 19.04.11 104 0 11쪽
16 제15화 : 청출어람(靑出於藍) 19.04.10 61 1 12쪽
15 제14화 : 선관지형(先觀地形) - 먼저 주변의 지형을 관찰하라! 19.04.09 67 0 13쪽
14 제13화 : 왕의 활(The bow of a King) 19.04.08 60 0 14쪽
13 제12화 : 영실(영~ 싫은 자) 19.04.07 82 0 14쪽
12 제11화 : 역린(逆鱗) 19.04.05 54 0 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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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제4화 : 왕녀의 귀환(歸還) 19.04.01 85 1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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