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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룡림
작품등록일 :
2019.04.01 11:25
최근연재일 :
2019.05.12 12:10
연재수 :
46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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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
글자수 :
201,449

작성
19.04.17 1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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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play W&W online(19)

DUMMY

통로는 갈수록 좁아지고 빛이라곤 없었다. 천장도 갈수록 낮아져 길게 자란 종유석이 머리에 닿을 듯 했다. 유현은 용아병의 눈에서 나오는 불확실한 빛에 의지하여 전진했다. 당장이라도 되돌아가자고 하고 싶었지만 그랬다간 용아병이 무슨 지랄을 할지 몰라 참았다.


“멀쩡한 사람도 폐소공포증 걸리기 딱 좋겠구만.”


“지금 뭐라고 했나, 인간?”


“아냐, 아무 것도 아냐.”


“흐흐흐······.”


스산한 바람과 함께 기분 나쁜 웃음소리가 들렸다. 유현은 얼굴을 찡그리며 걸음을 멈췄다. 그는 고개를 돌려 뒤따라오는 스켈레톤들을 보았다.


“부탁이니까 이상한 소리 내지 말아줄래? 가뜩이나 기분 이상한데 소름끼치잖아.”


“키엣?”


스켈레톤은 영문을 모르겠다는 듯이 고개를 갸웃했다.


“차라리 그 소리가 낫네. 아깐 대체 뭐였어? 그 매가리 없으면서 소름 끼치던 건. 표현하기도 웃기네.”


“흐흐흐으······.”


“그래. 지금 같은 거. 언제 내 뒤로 간-.”


유현은 고개를 돌리다가 동굴 벽에 일렁이는 자신의 그림자가 자신을 돌아보며 눈을 깜빡이는 것을 보며 혀를 씹었다. 검은 색 반인반수 형체가 유현의 그림자에서 분리되어 나오며 날카롭게 솟은 손톱으로 유현을 노렸다.


“으아아아!”


유현은 손에 든 방패로 공격을 막았다. 하지만 몬스터의 공격은 방패와 갑옷이 존재하지 않는 것 마냥 그대로 투과해서 그대로 몸에 닿았다. 살을 찢는 고통은 없었지만, 형언할 수 없는 냉기가 내장을 훑고 지나갔다. 몸에 힘이 쭉 빠졌다. 유현은 들고 있던 용아병의 머리를 놓칠 뻔하다 있는 힘껏 움켜쥐었다.


<SYSTEM> 사제 정유현의 힘이 4점 감소했습니다.


“심연의 그림자로군. 내 이럴 줄 알았어. 이래서 이리로 내려오기 싫었다고.”


용아병이 중얼거렸다. 괴물은 몸 전체가 유현의 몸을 투과해 불빛이 없는 곳에서 다시 그림자로 된 형상을 갖춰나가고 있었다. 유현은 스탯창을 살폈다. 힘은 6점까지 감소해있었다. 걸치고 있는 갑옷의 무게가 지탱하기 어렵게 느껴졌다.


“젠장.”


유현은 품속에서 힐링포션의 뚜껑을 땄다. 그는 심연의 그림자가 지나간 궤적을 따라 불꽃을 비추며 힐링포션을 뿌렸다. 그림자는 이런 전투가 익숙한지 그림자가 밀려난 곳을 따라 몸을 감췄다. 허공에 흩뿌려진 포션은 목표물을 놓치고 헛되이 굴 벽에 닿았다. 돌에 맞고 튕겨 나온 포션 방울 하나가 스켈레톤의 팔에 떨어졌다. 스켈레톤의 입에서 비명소리가 울려퍼졌다.


“키에에에!”


“침착하라, 제군!”


용아병이 통제를 잃고 유현을 공격하려는 스켈레톤을 제지했다. 스켈레톤은 빠르게 평온을 되찾았다.


“인간, 좀 더 조심해라.”


“조심하라고? 당장 죽을 지경인데 조심?”


심연의 그림자는 직접 보지 못했지만 동영상 공략에서 본 적이 있었다. 그림자에 숨어살면서 기회가 생기면 튀어나와 모험가들을 공격했다. 공격은 HP에 피해를 입히지는 않지만, 대신 힘 능력치에 손상을 입혔다.


하급 그림자 괴물의 공격은 능력치 복구가 가능했지만 상급으로 갈수록 복구가 어려워서 충분히 물리칠 능력이 되는 모험자들도 웬만하면 피해가는 녀석이었다. 흘끗 본 게 정확하다면 방금 공격했던 괴물은 ‘수호자’라는 추가 칭호도 있었다. 동종 몬스터 중에서는 최상급이란 소리고 능력치 손상도 영구적이란 이야기였다.


하지만 힘을 잃은 것을 불평하는 것도 배부른 투정이었다. 그림자들을 물리치려면 그림자가 안 생길 정도의 강렬한 광원과, 유령체를 때릴 수 있는 마법무기, 혹은 강력한 마법이 필요했다. 유현에게는 셋 다 없었다.


“흐으으······ 누구도 제단에 발을 들일 수 없다.”


“아, GG네. 심지어 지능까지 있어. 혀 깨물 힘이 남아있을 때 죽는 게 나을까?”


능력치 손상이 중첩되어 힘이 0이 되면 캐릭터는 죽는다. 설정 상 심장 근육이 뛸 힘도 사라지기 때문에. 무덤에서 부활하면 임시로 능력치가 1점 부여되지만 당연히 유현에게는 해당사항이 없었다.


“침착해, 인간. 녀석은 빛의 반대쪽. 즉, 너의 등 뒤를 노릴 거다. 스켈레톤을 활용해. 우리는 언데드다. 그림자의 공격은 우리에게 해를 줄 수 없어.”


“그래? 한 가지 더 알려줄까? 우리 공격도 쟤한테 면역일걸?”


“인간, 돌아보지 말고 포션을 던져!”


유현은 용아병의 말을 따라 벨트에 고정하고 있던 포션을 풀러 손목의 스냅만으로 뒤로 던졌다. 스켈레톤이 삽으로 포션병을 후려쳤다. 병이 깨지며 안에 들어있던 액체와 유리가 허공에 비산했다. 유현의 등 뒤에 나타나 2타를 준비하던 심연의 그림자가 내용물을 뒤집어썼다.


“흐으우오오오. 감히······.”


유현은 그림자가 고통으로 경직된 틈을 타 계단을 내려갔다. 무릎에 힘이 없어 거의 굴러 내려가는 기세였다. 얼마 안 있어 계단이 사라지고 반 평도 안 될 것 같은 평탄한 공간이 유현을 맞았다. 앞은 막다른 길이었다.


“막혔군.”


용아병이 중얼거렸다. 뒤에서는 그림자가 쫓아오고 있었다. 스켈레톤들은 연장으로 그림자를 공격했지만 마법도 없는 연장은 아무런 피해도 입히지 못했다. 유현은 벽에 달라붙어 여기저기를 더듬었다.


“그 동안 수고했다, 인간. 잘 가도록. 네 유지는 우리가 이어받아 임무를 끝까지 성공시키겠다.”


“모든 비밀통로 뒤에는 비밀문이 있어! 들어올 때 비밀문이면 나갈 때도 비밀문이겠지.”


“흐으으······아무도 나가지······못한다.”


그림자는 스켈레톤들을 통과해 유현을 향해 다가왔다. 그림자에 닿은 스켈레톤들은 몸에 붉은 기운이 돌며 더 기운이 넘치는 듯 했다. 유현은 그 모습을 보며 잊고 있었던 게임의 규칙을 깨달았다.


"그렇군. 언데드의 능력치 깎는 기술은 반대로 언데드에게는 버프가 되는 거구나. 치유 주문이 언데드에게는 피해를 입힐 수 있는 것처럼."


유현은 벽을 등지고 그림자를 바라보며 섰다. 그는 그림자가 돌진해오는 순간 몸을 숙이고 바닥에 납작 엎드렸다. 그림자는 유현을 놓치고 벽 속으로 사라졌다. 유현은 몸을 일으키고 벽에서 멀어졌다. 힘이 빠져서 몸을 일으키는 것만 해도 팔다리가 후들거렸다.


“해골들은 그림자를 공격해 줘!”


“어, 그래. 전군. 전진하라. 두려움 없이 수호자를 상대하라!”


스켈레톤들은 용아병의 명령에 맞춰 그림자가 사라진 벽을 연장으로 후려쳤다. 힘이 늘어난 것이 제법 효과가 있는지 벽을 이루고 있던 바위가 떨어져 나오며 움푹한 공간이 생겼다. 그러나 그 곳에 그림자는 없었다.


“어디? 밑인가?”


유현이 발 밑에서 솟아오르는 그림자의 손아귀를 발견한 것은 기적에 가까웠다. 그는 몸을 피하며 손이 닿는 모든 곳을 닥치는 대로 더듬었다.


“제발, 나와라. 빨리 나와. 제발!”


“흐으으으으, 흐으우우으아!”


연달아 목표를 놓친 그림자가 특유의 한숨소리 같은 비명을 지르며 유현의 뒤를 쫓았다. 유현은 벽 한 귀퉁이가 텅 빈 것 같은 소리를 내는 것을 들었다.


“스켈레톤, 여기다. 여길 공격해!”


“전군, 공격!”


“키아아아!”


옆에 있었던 스켈레톤이 용아병의 구령에 맞춰 곡괭이를 휘둘렀다. 뾰족한 곡괭이 날이 유현의 얼굴을 뭉갤 기세로 빠르게 다가왔다.


“날 공격하라는 게 아니······.”


유현은 발밑의 물기를 밟고 미끄러졌다. 중심을 잃고 넘어지는 유현의 머리카락을 스치며 곡괭이가 벽을 때렸다. 요란한 소리와 함께 커다란 구멍이 생겨났다. 구멍 뒤로 뻥 뚫린 어두운 공간이 드러났다. 유현은 기다시피 해서 구멍 안쪽으로 넘어갔다.


“흐으으으······놓치지 않는다.”


그림자는 벽을 통과해 유현을 뒤쫓았다. 유현은 용아병의 머리로 어둠 속을 비췄다. 그는 희미한 빛에 의지한 채로 단지 그림자에서 멀어지기 위해 필사적으로 뛰었다.


하지만 이곳은 게임 속 세상. 시스템적으로 보면 유현과 그림자의 이동속도는 같았다. 유현은 필사적으로 뛰었지만 지형지물의 영향을 받지 않는 그림자는 거리를 좁혀왔다.


“헛수고다, 인간. 죽을 거라면 싸우다 죽어라. 너의 의지는 우리가 이어받겠다.”


“의지는 무슨 놈의 의지······아악!”


유현은 허벅지에 통증을 느끼며 넘어졌다. 쥐고 있었던 용아병의 머리가 손아귀를 벗어나 바닥을 데굴데굴 굴렀다. 구르는 것이 멈추자 용아병은 턱을 벌리고 입 안에 있던 유현의 허벅지 살을 뱉어냈다.


“무슨······무슨 짓을.”


“얌전히 죽는 게 좋다, 인간. 네가 소란을 피울수록 힘들게 확보한 통로가 적에게 발각될 위험이 커진다.”


“그러고도 동료냐!”


“병사는 소모품이다. 얌전히 죽어라.”


“웃기지 마. 나는 살거야. 아버지 고쳐드릴 때까진 죽을 수 없어.”


유현은 다리의 상처를 살폈다. 허벅지 살이 통째로 떨어져나가 뼈가 보이려 했다. 고통이 심했지만 게임적으로는 이동속도에 절반 페널티와 HP 피해 이외에 다른 불이익은 없었다. 유현은 땅에 손을 짚고 몸을 일으켰다. 그는 절룩거리며 앞을 향해 몇 걸음 더 걸었다. 등 뒤에서 손에 잡힐 듯이 그림자의 흐느끼는 소리가 들려왔다. 유현은 그 자리에 고정된 것처럼 걸음을 멈췄다.


“흐으으으. 도망칠 수······없다······.”


빠르게 거리를 좁힌 그림자가 유현을 덮쳤다. 유현은 전신에 힘이 빠지는 것을 느끼면서도 이를 악물고 앞으로 한 걸음 내딛었다. 바닥에는 마법문자로 이루어진 함정이 있었다. 희미하게 빛나던 함정은 유현이 닿자마자 맹렬하게 빛나며 사방으로 전광을 쏘아 보냈다. 굵은 번개의 화살 하나가 유현의 가슴을 관통했다.


“흐으으으아아아!”


번개는 유현과 겹쳐져있던 그림자도 꿰뚫었다. 그림자는 비명을 지르며 유현에게서 떨어져 나갔다.


유현이 함정에서 발을 떼자 사방으로 퍼져나가던 전격도 끊어졌다. 쇼크로 머리가 어질어질했고 살이 탄 냄새가 코를 간지럽혔다. 유현은 비틀거리며 인벤토리를 열고 품속을 더듬었다. 얼마 남지 않은 회복포션이 손 안에 잡혔다.


그 사이 그림자가 몸을 추슬렀다. 그림자의 몸이 불꽃처럼 어둠으로 타올랐다. 희미하게만 존재했던 빛이 더욱 쪼그라들고 주변의 암흑이 짙어졌다.


“으으으으으.”


그림자는 맹렬한 기세로 돌진했다. 유현은 회복포션을 마시 들이키며 다시 함정을 밟았다. 번개의 창이 이번에도 유현과 그림자를 꿰뚫었다. 그림자의 육신을 이루고 있는 어둠이 너덜거렸지만 유현도 한계에 다다랐다. 그는 발을 떼고 바닥에 주저앉았다.


그림자는 피투성이가 된 유현을 내려다보며 비웃는 것처럼 어깨를 들썩였다. 그는 천천히 흩어져가는 어두운 육신을 부여잡으며, 항구적인 적의를 가진 채 유현에게 다가왔다.


“······결국 마지막에 남는 건 이 정도인가.”


유현은 인벤토리에서 마지막 남은 금괴를 꺼냈다. 그는 그것을 그림자를 향해 던졌다. 조그맣고 누런 직육면체는 포물선을 그리며 비실비실 그림자의 머리를 향해 날아갔다. 그림자는 피하려고 하지도 않았다. 물리적인 공격은 영체인 그림자의 육신에 아무런 피해를 줄 수 없었고 그림자도 그것을 잘 알고 있었다.


금괴가 그림자의 어둠 속에 삼켜지는 것을 보며 유현은 타이밍을 맞춰 함정에 발을 올려놓았다. 금은 마법적인 물건은 아니었지만 뛰어난 전도체니까. 함정에서 날아온 번개가 유현과 그림자를 동시에 꿰뚫었다. 하지만 이번에 그림자를 향해 날아간 번개는 정확하게 놈의 머리를 관통했다.


유현은 흐려져가는 의식 속에서 그림자의 머리를 이루고 있던 어둠이 수박처럼 터져서 흩어지는 것을 보았다. 그림자의 커다란 몸이 무릎이 꺾여 바닥에 주저앉았다. 태양을 받은 안개가 흩어지듯이 몬스터의 몸을 이루고 있던 어둠이 흩어졌다.


“꼴좋다······.”


유현은 중얼거리며 쓰러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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