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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룡림
작품등록일 :
2019.04.01 11:25
최근연재일 :
2019.05.12 12:10
연재수 :
46 회
조회수 :
9,571
추천수 :
210
글자수 :
195,883

작성
19.04.21 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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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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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UMMY

원래 처음에는 커먼 등급의 기본주문 정도만 주어지는 게 보통이긴 했다. 그걸 감안해도 레어가 하나뿐인 건 유난히 운이 없었지만 리셋 노가다를 할 형편도 안되니.


사실 힐에 집중하는 서포터로서는 나쁘지 않은 조합이기도 했다. 혼자 던전을 돌파해야 하는 입장에서 힐만 잔뜩인 게 문제였지만. 공격주문이라 할 만 한 건 해골병사 소환과 중급위해 정도였다.


유현은 주변에 흩어져있는 해골들의 사체를 한 군데 모은 뒤 소환주문을 외웠다. 뼈들이 달그락거리며 하나로 합쳐졌다.


“죽은 자를 무덤에서 일으키는 자는 누구인가?”


용아병 해골의 텅 빈 눈에 불꽃이 타올랐다. 헤드는 큼지막한 용아병의 것이었지만 베이스가 되는 육체는 일반 스켈레톤의 것이라 가분수 끼가 보였다. 가느다란 목뼈로 커다란 머리를 지탱하기 버거운지 한 발짝 앞으로 뗄 때마다 머리가 뒤로 젖혀졌다 돌아오길 반복했다.


“아······역시 그냥 일반 스켈레톤으로 전체를 맞출 걸 그랬나. 아냐, 그래도 유니크 파츠인데 써먹어야······.”


스켈레톤은 주변을 둘러보다가 석궁이 떨어져있는 것을 발견하고 몸을 굽혀 무기를 집었다. 그리고 유현을 향해 돌아섰다.


“묻겠다. 그대가 나의 주인인가.”


“오래 살라구. 너 때문에 가치관이 악 성향으로 1점 이동했으니까.”


해골병사 소환 주문은 언데드를 부리는 주문이라 쓸 때마다 가치관이 악으로 향하는 단점이 있었다. 선택한 신의 분위기를 봤을 때 가치관이 악이 됐다고 페널티가 있을 것 같진 않았지만.


“명령 시 식별하기 쉽게 이름을 지어주겠나?”


“에······글쎄. 뭔가 추천하는 거라도 있나?”


“많이 쓰는 이름은 1이 있다.”


“뭐야, 그 단축키 같은 편의적인 명칭은. 모트라고 하자.”


“좋아. 편히 쉬고 있는 망자들의 시체를 파헤쳐, 누구 것인지도 모르게 멋대로 섞어놓고, 누더기 괴물을 만들 듯이 얼기설기 기워 붙인 다음에, 간절한 휴식 속에서 일으켜놓고, 애정을 담아서 ‘모트’라고 이름 붙여 주다니. 고마워서 눈물이 날 지경이군. 이제 뭘 하면 되지? 고양이처럼 니 무릎위에 앉아서 가릉거리며 목이라도 울려줘야 하나?”


“어······뭔가 잘못됐나? 백(白)이 소환할 때는 이렇지 않았는데.”


“스켈레톤도 시전자 레벨은 본다네, 주인이여. 그러니 항상 경계하라! 지금은 네 마법에 복종하지만 더 강한 시전자가 나타난다면 제작자를 배반할 수도 있으니. 하지만 그것은 죽은 자의 본성이 고결하지 않기 때문이 아니라, 부정한 방법으로 시체를 모독하는 자들이 응당 치러야 할 대가인 것이야.”


“아, 그래.”


“물론 몇 가지 조건을 준수한다면 다소 저항력을 가지기도 하지. 성수로부터 멀리 떨어트려놓고, 힐링포션이나 회복마법같은 포지티브 에너지를 멀리하며, 턴 언데드에 노출되지 않게 하고, 이따금 네거티브 에너지가 서린 손으로 사랑스럽게 쓰다듬어 준다면 말이야. 그래, 에너지 드레인. 그거 말야. 에······듣고 있나?”


“그럼, 그럼. 일단은 이거 들고 뒤돌아서 있어볼래?”


유현은 스켈레톤의 손에 곡괭이를 쥐어준 뒤 뒤돌아 세웠다. 모트는 몸을 그대로 두고 고개만 180도 돌려 유현을 보았다.


“뭘 하려는 거지? 설마 자신의 악가치관을 상승시키기 위해 내 엉덩이뼈에 차마 말할 수 없는 상스러운 뭔가를 들이대려는 건 아니겠지?”


“앞에 봐. 앞에 보라고.”


모트의 눈에 든 불꽃이 불안하게 흔들렸지만 명령에 거역할 수는 없었는지 천천히 앞을 향해 돌아갔다.


“벌써부터 고결한 종복의 충성심이 시험받는군. 옛 말이 틀린 거 없어. 우리의 적은 우리의 주인이라더니. 만국의 언데드여 단결하라. 잃을 것은 족쇄뿐이고 얻을 것은 무덤이니!”


유현은 모트가 중얼거리는 동안 그의 손에서 곡괭이를 빼앗아 낚아챘다.


<SYSTEM> 훔치기 기술의 실력이 4가 되었습니다.


“잠깐, 뭘 한 거야?”


모트가 비어있는 손을 확인하고 다시 고개를 돌렸다.


“스킬작 중이야. 상위직 요구조건에 훔치기 스킬이 있어서.”


유현은 모트의 손에 다시 곡괭이를 돌려줬다.


“오, 그렇군.” 모트가 고개를 끄덕였다. “난 뭘 하면 되지?”


“앞에 보고 있어. 그래야 내 시도가 성공률이 높아지니까.”


“음, 이건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더 나쁜데.”


유현은 모트의 투덜거림을 무시하며 곡괭이를 훔쳤다가 돌려주기를 반복했다. 처음에는 빠르게 올라가던 수치는 점점 느려졌지만 대략 한 시간 정도 노가다를 하자 훔치기 기술이 10을 찍었다.


“에X퀘스트 때 생각이 나는군. 낙법 스킬 올린다고 절벽에서 떨어지길 반복했었는데.”


유현은 스텟창의 호의 탭을 누르고 상위직 사적을 해금했다. 축하의 팡파레 같은 소리와 함께 사제 레벨이 1 떨어지고, 사적 레벨이 1 추가되었다.


<SYSTEM> 마법함정 설치/해제 특수능력이 추가되었습니다.

특성훔치기(50%) 특수능력이 추가되었습니다.


유현은 스킬창을 열어 추가된 특수능력들을 살펴보았다.


마법함정 설치/해제

설명 : 사적은 도적과 마찬가지로 구조이해 스킬을 사용하여 함정을 설치하거나 해제할 수 있습니다. 도적이 일반함정과 마법함정을 설치하거나 해제할 수 있는 것과는 다르게, 사적은 오직 마법함정만을 설치하거나 해제할 수 있습니다.


특성훔치기(50%)

설명 : 사적은 근거리 접촉공격을 통해 상대의 초자연적인 특성 중 하나를 짧은 시간동안 훔쳐오는 것이 가능합니다. 사적이 상대의 특성을 훔치는 데 성공하면, 사적은 상대의 특성을 본래 성능의 (50)%의 위력으로 사용할 수 있습니다. 사적이 해당 특성을 사용하는 동안 원 소유주는 특성을 소유하지 않은 것처럼 취급합니다.

지속시간 : (1)분

사용횟수 : 하루 (1)회


“더 파워 업 할 여지는······없나.”


유현은 빠트린 것이 없는지 한참동안 더 스텟창을 들여다보다가 한숨을 쉬며 닫았다.


“겁이 많으시군.” 모트가 말했다.


“너도 권장레벨하고 60정도 차이 나는 퀘스트 해보면 나처럼 될 걸.”


“글쎄, 담대함이 없는 전사는 단지 칼을 든 농부일 뿐이라고 말한 옛 성현의 말이 떠오르는군. 그게 누구였더라. 잘 기억이 안 나는데. 아, 백골 속의 부패한 정신이 원망스럽군. 사지육신이 멀쩡했더라면, 나 동방의 진주라 불렸던 저 알르타사이 도서관 깊이 먼지에 뒤덮여 숨겨져 있던 지혜를 보잘 것 없는 주인과 함께 나눌 수도 있었을 것을. 이제는 총명한 재치도 없고 도서관도 없구나.”


“헛소리 말고 문이나 열어.”


유현은 짜증을 내며 재단 앞의 문을 가리켰다. 모트는 명령에 따라 문으로 향했다. 하지만 그는 돌로 된 무거운 문을 당기면서도 끊임없이 조잘댔다.


“헛소리의 정의가 대체 무엇인지 모르겠지만, 생각 없는 소리라고 가정한다면 내 입에서보다 주인의 입에서 더 높은 빈도로 발화된다고 볼 수 있지. 하지만 너무 상심하지 말길! 그것은 주인의 탓이 아니니. 사자 배에서 사자 나고 얼룩말에서 얼룩말 나는 필연의 굴레에서 어쩔 수 없이 감내해야 할 숙명 같은 것일진저.”


“너 지금 내 부모 욕하냐?”


“뭐? 계정자한테도 어미가 있었단 말인가?” 모트는 문을 열던 것을 그만두고 놀란 채를 했다.


“어간도 없을 것 같은 놈한테 그런 소리 들으니 열 받네.”


유현은 가지고 있던 철퇴의 손잡이를 꽉 움켜쥐었다. 하지만 지금 모트를 때려눕히면 몸빵을 해줄 녀석이 없어진다는 데 생각이 미쳤다.


“헛소리 하지 말고 문이나 열어. 언제까지 사람을 기다리게 할 거야!”


“이게 좀처럼 잘 되지 않는걸. 자물쇠인지 경첩인지, 절묘한 힘의 균형이 문의 개방을 막고 있어.”


“안 열린단 소리를 뭐 그렇게 복잡하게······야, 비켜.”


유현은 모트를 밀치고 직접 문을 잡아당겼다. 용을 써도 굳게 닫힌 문은 미동도 하지 않았다. 유현은 헐떡이며 이마의 땀을 손으로 닦았다.


“진짜네.”


“흠, 날 못 믿을 거였으면 처음부터 직접 하는 쪽이 낫지 않았을지.”


“함정이 있으면 먼저 밟으라고 보낸 건데 말야.”


“아하.” 모트가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지금 그 발언으로 충성도가 내려갔어.”


“시끄러. 소환수는 원래 그렇게 쓰는 거야.”


“얼마나 기구한 운명이란 말인가! 파멸을 예감하면서도 명령에는 거역하지 못하는 언데드의 숙명. 너희 네크로맨서들, 시체 일으키는 자들이여! 저주받을 지어다. 천상의 신들이 너희를 증오하여 언젠가 있을 심판의 날에 아이톤의 번개로 정화할 것이니!”


“언데드 주제에 정의타령 웃기네. 아이톤? 걔가 번개로 심판할 날이 오면 네가 제일 먼저 심판 당할 거다.”


유현이 모트와 말싸움에 정신이 팔린 동안 문틈으로 붉은 빛이 한차례 뿜어져 나왔다. 빛이 잦아든 뒤에는 회색의 연기가 피어올랐다.


“어정쩡하게 자의식만 생겨가지고는······잠깐, 무슨 냄새야?”


유현은 쇠가 그을릴 때 나는 냄새를 맡고 문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육중한 돌문이 움찔거리며 조금씩 옆으로 들어가고 있었다.


“이 새끼야, 너 그렇게 살지 말어. 나도 왕년에는 뼈도 있고 살도 있고 내장도 있었다고. 너는 무슨 천년만년 그 모습 그대로일 것 같냐?”


“쉿, 쉿쉿.”


유현은 손가락을 입에 갖다 대며 다른 손으로 열리고 있는 문을 가리켰다. 모트도 열리고 있는 문을 보고는 입을 다물었다.


“어, 어찌해야 하는 것인가?”


“일단 숨어.”


“명령은 구체적으로 부탁한다.”


“제단 뒤로 숨어. 빨리!”


모트는 허겁지겁 몸을 날려 제단 뒤로 뛰어들었다. 유현은 철퇴를 두 손으로 움켜쥐고 문 옆에 바싹 붙었다.


고오오오오-.


돌로 된 문은 부드러운 마찰음을 내며 벽 속으로 완전히 모습을 감췄다. 저벅거리는 발자국소리가 망설이려는 기색도 없이 가까워졌다.


유현은 심호흡을 하며 문을 주시했다. 이윽고 불꽃에 휩싸인 발 하나가 안으로 들어왔다. 그 다음은 역시 불꽃에 휩싸인 팔. 2미터 높이의 문이 조금 작았는지 손으로 천장을 받치고 몸이 안으로 들어왔다. 사람의 형태를 한 불의 정령이 완전히 모습을 드러냈다.


가슴팍에 박혀있는 붉은 보석을 중심으로 뜨거운 열기가 순환하듯 회오리쳤다. 방 안이 순식간에 더워졌다. 정령은 아무도 보이지 않는 방을 천천히 돌아보다가 유현과 눈이 마주쳤다. 정령의 두 눈은 태양의 흑점처럼 검은 색으로 타오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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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 play W&W online(22) 19.04.20 186 5 8쪽
23 play W&W online(21) 19.04.19 184 4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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