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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룡림
작품등록일 :
2019.04.01 11:25
최근연재일 :
2019.05.12 12:10
연재수 :
46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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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945
추천수 :
210
글자수 :
195,883

작성
19.04.22 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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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쪽

play W&W online(24)

DUMMY

유현은 정령의 가슴에 달린 보석을 향해 있는 힘껏 철퇴를 휘둘렀다. 사슬 끝에 달린 동그란 추가 불꽃을 가르며 보석을 때렸다.


<SYSTEM> 치명타!


유현은 손아귀에 전해지는 둔탁한 타격감을 느꼈다. 정령은 입을 벌리고 알 수 없는 언어로 북소리같은 비명을 질렀다. 정령의 몸을 구성하고 있던 불꽃들이 힘을 잃고 사방으로 흩어졌다. 금이 간 붉은 루비 하나가 바닥으로 떨어졌다.


“뭐야? 쉽잖아.”


제단 너머에서 눈만 내밀고 지켜보고 있었던 모트가 몸을 일으켰다. 그는 문 앞으로 다가와 허리를 숙이고 금이 간 루비를 집었다.


“오, 상처를 입은 붉은 심장이여. 그대의 갈라진 가슴에 상심치 말지어다. 새벽이슬이 가슴의 균열에 스밀 때 용사의 용기 또한 기억되리.”


모트는 문 밖의 빛에 보석을 비춰보며 이상한 시를 읊었다. 그는 살이 없는 손목뼈를 놀려 보석을 유현에게 던졌다. 보석은 유현의 가슴팍에 맞고 힘없이 바닥에 떨어졌다.


“뭐야? 설마 잡템에는 눈도 주지 않는 부자이신가?”


유현은 대답하지 않았다. 그는 겁먹은 얼굴로 모트를 바라보았다.


“하하, 뭐야. 그 짧은 사이에 뒷치기라도 당할 거라 생각한 거야? 걱정이 지나치······.”


모트는 문 밖의 빛이 점점 더 강해지는 것을 느꼈다. 방 안도 점점 더워지고 있었다. 모트는 이상을 느끼고 문밖을 향해 해골을 돌렸다. 문에도 다 들어가지 않을 것 같은 거대한 검은 눈동자가 안쪽을 들여다보며 불꽃으로 된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우오오오오······아이. 내 사랑스런 아이를 잘도······. 용서 못한다.


정령의 거대한 손을 뻗어 문 안으로 쑤셔 넣었다. 모트는 곡괭이를 뽑아들고 거대 정령의 손아귀를 내리찍었지만 별다른 타격을 주지 못했다. 정령은 모트를 손 안에 움켜쥐고 문 밖으로 끌어냈다.


“으아아아, 주인. 도움!”


모트는 정령의 손 안에서 지속적으로 화염 피해를 받으며 애처롭게 울부짖었다. 정령은 모트를 으스러트릴 듯이 움켜쥐었다가 벽으로 던져버렸다. 등부터 벽에 부딪친 모트는 허리가 동강난 채로 두 덩이가 되어 땅으로 추락했다.


“그럼 그렇지. 122레벨짜리 퀘스트가 그렇게 쉽게 끝날 리 없지.”


유현은 모트를 처리하고 다시 구멍을 들여다보는 정령의 모습을 보며 혼잣말하듯 중얼거렸다. 정령은 다시 손을 집어넣어 유현을 끌어내려 했다. 유현은 재단 뒤로 후퇴하며 정령의 손가락이 닿을 때마다 필사적으로 철퇴를 휘둘렀다. 고통스러운 포효가 벽 너머에서 울려 퍼졌다. 정령의 손은 잠시 멈췄다가 맹렬히 방 안을 휘저었다. 유현은 비밀통로 쪽으로 물러나려 했지만 정령의 손이 먼저였다. 정령의 손가락이 벽을 긁어내자 부서진 돌더미가 쏟아져 비밀문을 막았다.


“이런 젠장.”


유현은 구석으로 몰려 주문을 외웠다. 5클래스 주문 돌벽생성 주문으로 천장에 돌덩이를 만들어 뒤집어놓은 ‘모’자처럼 매달아놓았다. 가느다란 기둥이 거대한 돌덩이의 하중을 지탱하고 있었다.


정령의 손이 방을 휘저으면서 돌을 건드리자 천장과 벽을 연결해놓고 있었던 얇은 기둥이 부러지며 돌덩이가 정령의 손 위로 떨어졌다. 정령의 엄지와 검지가 뭉개지며 불꽃이 흩어졌다. 정령은 비명을 지르며 손을 빼냈다. 유현은 반쯤 쪼개진 돌덩이의 잔해를 헤치며 방에서 뛰쳐나갔다.


암벽의 일부분을 파내어 만든 것 같은 문을 지나치자 앞에 거대한 공동이 드러났다. 5층짜리 건물은 들어갈 것 같은 높이의 천장에 축구장 하나는 들어가고도 남을 넓이의 동굴이었다. 조명 같은 것은 기대할 수 없는 다듬어지지 않은 천연의 공간이었지만 유현은 모든 것을 분명히 파악할 수 있었다. 바로 눈앞에 4층짜리빌딩 덩치의 살아있는 불덩어리 인간이 이글거리며 사방으로 빛을 내뿜고 있었으니까.

우오-. 오오오-.


불의 정령이 울부짖을 때마다 진동으로 동굴 벽이 울렸다.


내 아이로 모자라 나까지······. 죽인다, 반드시 죽인다. 인간.


손바닥에 있던 불꽃이 뭉개진 손가락방향으로 솟아올라 새로운 손가락을 만들어냈다. 정령은 멀쩡해진 손을 크게 휘둘러 파리를 잡듯이 유현이 서있는 곳을 내리쳤다. 동작이 커서 느릿해 보였지만 정령의 손바닥은 놀랄만큼 빠르게 유현을 향해 다가왔다.


유현은 필사적으로 뛰어 자리를 벗어났다. 정령의 손바닥 밑 부분이 아슬아슬하게 유현의 머리 위를 스치고 지나갔다. 정령의 손바닥이 땅에 닿자 지면이 울리며 사방으로 불꽃이 튀었다. 유현의 등에도 하나가 튀었다. 유현은 통증을 느끼며 휘청거렸다. 그 부스러기 불꽃 하나에 HP의 1/3이 날아갔다.


“크윽!”


통증으로 등이 뒤로 젖혀지며 시선이 하늘로 향했다. 유현을 내리치느라 허리를 숙인 정령의 가슴팍에 루비가 번뜩이는 것이 보였다. 못해도 사람 하나 크기는 될 법한 커다란 놈이었다. 정령의 몸속에서 펄떡거리며 불꽃을 사방으로 내뿜고 식은 공기를 빨아들였다.


“이 자식은 왜 이렇게 몸집이 큰 거야?”


누가 봐도 약점일 게 분명한 부위였지만 유현에게는 공격할만한 수단이 없었다. 팔을 뻗어봤자 무릎꿇고 있는 정령의 정강이만큼도 닿지 않았다. 유현은 되는대로 정령의 발가락에 철퇴를 휘둘렀다. 정령은 발가락에 상처를 입고 휘청거렸지만 결과적으로 안 하느니만 못 한 공격이 되었다. 유현은 갈라진 상처에서 튀어나온 화염을 맞고 다시 HP의 1/3을 잃었다.


“엄청 아프네.”


유현은 정령의 가랑이 사이를 가로질러 뛰어가며 6클래스 완치 마법을 사용했다. 유일하게 있는 공격마법의 사용횟수를 갉아먹는 셈이라 속이 쓰렸지만 피해가 너무 심해 어쩔 수 없었다. 손에서 퍼져 나온 따듯한 노란색의 빛이 온 몸을 훑고 지나가자 고통이 사라지고 몸에 활력이 돌아왔다.


“원거리 무기를 찾아야 해.”


“주인, 여기야! 나를 도와줘!”


유현은 익숙한 목소리가 난 쪽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그림자가 진 동굴의 어두운 구석에 모트가 엎드려있었다. 유현은 필사적으로 발을 놀려 모트를 향해 뛰었다.


“아, 다행이야. 아직은 네크로맨서의 윤리강령이 살아있군. 요즘은 지키지 않는 놈이 많아 살짝 걱정했는데.”


모트는 허리 아래쪽이 완전히 부서져 흔적도 찾아볼 수 없었다. 곡괭이는 어디다 팔아먹었는지 들려준 석궁만 등에 매달고 있었다.


“날 좀 치료해주겠어? 그리고 둘이서 이 지옥 같은 곳을 빠져나가자고.”


“미안.”


“잠깐, 뭐 하는 거야. 이봐!”


유현은 허우적거리는 모트를 뒤집고 등에 매달린 석궁을 끄집어냈다. 정령은 분노에 찬 얼굴로 유현을 향해 몸을 돌리고 있었다. 석궁은 한 번도 쏴본 적 없어 잠시 망설여졌지만, 유현은 K2를 겨누듯 석궁의 동체를 조준선 삼아 정령의 보석을 겨눴다.


“야, 이 자식아! 지금 나 무시하냐!”


루비를 겨누고 석궁을 쏘는 순간 모트가 손을 들어 유현의 발목을 잡아당겼다. 엎드린 상태에서 팔 힘만을 사용한 거라 살짝 휘청하는 게 전부였지만 조준이 빗나갔다. 날아간 볼트는 정령의 옆구리를 파고들었다. 정령은 얼굴을 찡그리고 유현을 향해 뛰기 시작했다.


“이, 이 새끼······.”


유현은 석궁을 내리고 모트를 노려보았다. 모트는 눈치를 보며 붙잡고 있던 발목을 놓았다.


“엄······미안. 하지만 애초 원인은 니가 나한테 신경써주지 않아서였다고.”


유현은 대답 대신 몸을 날렸다. 정령은 그대로 달려와 축구선수라도 되는 것처럼 둘이 있던 곳을 걷어찼다. 땅이 울리며 돌가루가 천장에서 떨어졌다. 유현은 한손으로 머리를 감싸며 근처의 돌가루든 검댕이든 닥치는 대로 쥐어 얼굴에 펴 발랐다. 머리만 남은 모트가 알 수 없는 비명을 지르며 멀리 날아가는 것이 보였다.


“아직이야. 아직 한 발 더 남아있어.”


유현은 그림자 밑으로 기어가 누웠다. 석궁의 등자를 발로 밟고 활줄을 양손으로 잡아당겨 방아쇠에 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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