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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룡림
작품등록일 :
2019.04.01 1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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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5.12 1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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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4.25 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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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lay W&W online(27)

DUMMY

“아직 하나잖아.”


예상한 바지만 죽을 고생을 하고도 아직 퀘스트 완료까지 멀었다고 생각하니 유현은 맥이 풀렸다.


“이곳에 갇혀있던 이천 년 동안 봉인을 풀긴 커녕 도달한 자도 없었다. 넌 대단한 업적을 세웠다, 계정자.”


“하하, 이 게임의 출시일은 2년 전이지만.”


“뭐라고?”


말세스가 고개를 갸웃했다.


“계정자가 거짓된 육체에 빙의하는 방법을 찾아낸 시점을 말하는 거다. 이 자들은 우리 세계가 그들의 유흥거리로 창조되었다고 생각하는 것 같군.”


또각거리는 굽 소리가 말세스가 이끌던 용아병의 뒤쪽에서 들려왔다. 용아병들은 절도있게 양쪽으로 늘어서 그들의 지배자가 지나갈 수 있는 길을 만들었다. 리치 백(白)이 검은 모피로 뼈를 감싸고 말세스와 유현을 향해 걸어왔다. 말세스는 재빨리 무릎을 굽히고 머리를 숙였다. 유현도 눈치를 보다가 미적거리며 몸을 숙였다. 백(白)은 그들을 무시하고 지나갔다. 그녀는 그을린 땅 위에 흩어져있는 루비 파편들을 유심이 지켜보았다. 백(白)이 허공에 대고 손을 떨치자 바닥에 있던 불 정령의 잔해가 먼지 한톨 남기지 않고 모두 공중으로 떠올랐다.


“어디 있지?”


백(白)은 뒤도 돌아보지 않고 눈으로 파편들을 훑으며 물었다. 유현은 옆에 같이 무릎을 꿇고 있는 말세스를 흘끔거렸지만 말세스는 미동도 하지 않았다.


“저, 저요?” 유현은 손으로 자신을 가리키며 어색하게 웃음지었다.


“혹시 이 부근에서 광물로 만든 의체를 보지 못했나?”


“의체요? 아, 그거-.”


유현은 엄지손가락에 끼웠던 의수를 기억해내고 손으로 더듬었다. 손끝에 만져지는 맨 살의 감촉에 등 뒤로 소름이 올라왔다. 유현은 손을 들어 자세히 바라보았다. 의수를 끼웠던 자리에는 아무 것도 없었다.


“이럴리가 없는데.”


유현은 인벤토리를 열어보았지만 없는 것은 없는 것이었다.


“뭘 꾸미는 거냐? 이럴 리가 없다니.”


백(白)이 신경질적인 목소리로 뒤를 돌아보았다. 유현은 상황을 모면하기 위해 필사적으로 머리를 굴렸다.


“그게, 분명 가지고 있었는데 아무래도 싸우던 도중 잃어버린 것 같아서, 커흑!”


유현은 말을 다 하지 못했다. 백(白)이 돌아서서 유현을 향해 손을 뻗자 땅 밑에서 검푸른 촉수가 하나 올라와 유현의 목을 휘감았다. 촉수는 낙지 다리마냥 축축하고 빨판이 가득했고, 헬스장의 붙박이 트레이너의 팔뚝마냥 굵고 힘이 넘쳤다. 유현은 촉수에 목이 졸려 바닥에 처박혔다.


“잃어버렸다고? 그걸?”


“큭, 커억! 싸우던 도중에 근처에 떨어졌을 거예요. 찾아보면 나올······컥.”


유현은 두 손으로 촉수를 붙잡고 풀어내려 했지만 목을 조르는 힘만 점점 더 강해졌다. 유현은 상황을 모면하기 위해 되는대로 아무렇게나 지껄였다.


“백(白)님. 제가 찾아보겠습니다.” 말세스가 고개를 들고 입을 열었다. 리치가 손을 휘젓자 새로 나타난 촉수가 말세스를 휘감았다. 촉수는 공포의 기사가 몸에 두른 판금 갑옷을 우그러트리며 안으로 조여 갔다. 안쪽에서 갈비뼈들이 부러지는 소리가 났지만 말세스는 미동도 않고 백(白)을 마주보았다.


“이렇게 된 것은 모두 네 탓이다, 말세스. 네 위험한 도박이 일을 망쳐놨어.”


“아직 그렇다고 결정난 것은 아닙니다. 부디 노여움을 푸시고 상황을 수습할 기회를 주십시오.”


“흥.”


백(白)이 손을 내리자 말세스와 유현을 조르던 촉수에 힘이 풀렸다. 유현이 기침을 하며 숨을 고르는 동안, 말세스는 아무렇지도 않게 몸을 감싸고 있는 촉수를 풀어내고 용아병을 향해 명령을 내렸다.


“전부 흩어져 공동을 수색해라. 아주 작은 부스러기라도 좋다. 눈에 띄는 것이 있으면 모두 다 가지고 오도록.”


용아병들은 흩어져 공동을 수색했다. 수색은 금방 끝이 났다. 용아병들은 유현이 있었던 비밀의 방을 찾아 그곳으로 백(白)과 말세스를 안내했다. 유현은 목줄이 채워진 뒤, 창을 든 용아병에 떠밀려 그 뒤를 따랐다.


방 안은 난장판이 되어있었다. 말세스는 기반밖에 남지 않은 제단을 가리켜보였다.


“기만자deceiver의 제단입니다.”


백(白)은 촉수를 소환해 남은 잔해까지 부숴버렸다.


“무슨 말이 하고 싶은 거냐, 말세스. 이런 쓰레기를 보여주려고 자비를 구걸한 거냐?”


“드릴 말씀이 없습니다.”


백(白)은 분에 못 이겨 벤시처럼 소리를 내질렀다. 좁은 방 안이 울리며 균열이 심해졌다. 유현은 귀를 막으며 몰래 스텟창을 열어보았다. 힘들게 채워놓은 HP가 다시 깎였다.


“계정자를 내 눈 앞에 데려놔. 그 놈을 죽여서 분풀이라도 해야겠어.”


용아병이 들고있던 창으로 유현의 등을 쿡 찔렀다. 유현이 마지못해 앞으로 나가는데 말세스가 백(白)과 유현의 사이에 끼어들었다.


“고정하십시오. 계정자는 맡겨진 임무를 완수했습니다. 간신히 손에 넣은 해방의 열쇠를 헛되이 소모해선 안됩니다.”


“해방의 열쇠라고? 기만자의 유산이 흑(黑)에게 넘어갔다면 봉인 따위가 무슨 소용이냐. 넌 평생 이곳을 벗어날 수 없어, 말세스. 너도, 너도, 그리고 너도!” 백(白)은 눈에 보이는 용아병들을 하나하나 지목하며 소리쳤다.


“너희 모두 이곳에서 벗어날 수 없어. 평생 여기서 가망이 없는 싸움이나 하게 되겠지. 영겁의 시간동안! 망자의 안식 따위 엿 먹으라지. 나는 포기하지 않아. 기만자의 힘을 얻을 가망이 없다면 너희가 괴로워하는 꼴이라도 낙으로 삼겠어.”


“······모든 것을 얻게 될 겁니다. 나의 주군. 힘도, 자유도.”


말세스가 답했다.


“오, 나의 말세스. 공치사는 천 오백년 동안 충분히 들었어.”


백(白)은 공포의 기사를 옆으로 밀치고 유현의 앞으로 다가갔다. 말세스가 뒤따르며 사정했다.


“백(白)님. 제발.”


“끈질기구나, 말세스. 죽이진 않는다. 마법으로 정신을 들여다볼 뿐이야. 당시 상황이 어땠는지를 알아야 하니까.”


그러자 말세스도 더 이상 말리지 않았다. 백(白)은 유현을 내려다보며 정수리에 손을 얹었다.


“눈을 크게 떠라, 계정자. 저항하면 네 놈의 목을 뽑아버리겠다.”


백(白)은 뼈만 있는 두 손으로 유현의 머리를 움켜쥐고 주문을 외웠다. 두통과 함께 송곳 같은 날카로운 것이 머리속을 쑤시는 느낌이 들었다. 본능적으로 유현의 몸에 힘이 들어갔다. 유현의 내면에 정신적인 벽 같은 것이 세워져 주문이 더 깊은 곳으로 파고드는 것을 막는 느낌이 들었다.


리치는 아무 말 없이 머리를 움켜쥔 양 손에 힘을 주었다. 머리가 호두까기 기계 속에 끼인 호두처럼 조여서 삐그덕 거렸다. 고통은 두부처럼 약해진 방어를 뚫고 정신의 깊은 곳까지 내려갔다.


유현은 마주보는 리치의 눈 속 창백한 빛에 자신의 지난 시간 기억들이 파노라마처럼 스쳐지나가는 것을 보았다. 그녀는 유현의 주관이 섞일 수 없도록, 무의식에 남은 기억들을 긁어내어 표면으로 끌어내고 있었다. 유현도 리치의 눈을 통해 그것을 볼 수 있었다.


하지만 뭔가 달랐다. 유현은 머릿속으로 필사적으로 변명을 생각했다. 숨소리가 거칠어지고 불규칙적으로 변했다. 유현은 리치의 손목을 잡고 벗어나려 몸을 비틀었다. 그럴수록 리치의 손은 더 강하게 죄어왔다.


“백(白)님!”


말세스가 외쳤다. 그가 백(白)의 어깨를 붙들자 백(白)의 눈에 타올랐던 창백한 빛도 사그라들었다.


“시시하군.”


백(白)은 힘을 풀었다. 유현의 머리가 아래로 빠져나갔다. 그는 온몸에 힘이 빠진 채로 백(白)의 발밑을 기었다.


“크헉. 쿨럭쿨럭······.”


“돌아가겠다.”


백(白)은 연신 기침을 하는 유현을 버려두고 몸을 돌렸다. 말세스가 뒤를 쫒았다.


“뭔가 발견해내셨습니까?”


“저 자는 운이 좋았어. 정령을 향해 쏜 석궁이 우연히 불의 심장을 관통했다.”


“그게 가능합니까?”


“이론적으로 불가능하진 않지. 일단 석궁이 용아병의 것이었으니 일반 스켈레톤 것과는 위력이 달라. 그런 무기에 치명타가 중첩되면 고대의 정령도 한 방에 죽일 수는 있다. 희박한 확률이지만.”


“하지만, 그게 전부 운이었다면-.”


“그러니 너도 근거 없는 기대는 접는 것이 좋아. 고기방패로 쓰는 것은 말리지 않겠다만.”


백(白)의 모습은 늘어선 용아병의 무리를 지나 빠르게 사라졌다. 말세스는 더 쫓아가지 않고 뒤를 돌아보았다. 유현이 흙에 처박힌 얼굴을 힘겹게 들어 올리고 있었다.


“괜찮나?”


말세스가 유현에게 물었다. 유현은 말없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팔에 힘을 줘 상체를 들어올렸다. 몸에 깔려있던 왼손을 빼내는데 엄지가 빨갛게 달아올라있었다. 유현은 잽싸게 손가락을 접어 안으로 감췄다. 그는 슬쩍 말세스의 눈치를 보았다.


다행히 그는 아무 반응도 없었다. 유현은 지친 척 뭉기적거리며 차가운 돌바닥에 달아오른 손가락을 문질렀다.


“스스로 걸을 수 있다면 얼른 일어서라. 역습 가능성이 있으니 휴식은 돌아가서 한다.”


말세스는 용아병을 정렬시켜 귀로를 밟았다. 유현은 일어나 해골군대의 뒤를 따랐다. 유현은 잠시 대열을 이탈해 부서진 잔해들 속에서 모퉁이가 깨져나간 모트의 두개골을 집어들었다.


“그건 뭐지?” 해골마에 올라탄 말세스가 물었다.


“내 동료.”


“핫.” 말세스가 비웃었다. “쓰레기더미 위에서 꽃을 피우려는군.”


유현은 대답하지 않았다. 그는 해골을 쥐고 왼쪽어깨에 짊어졌다. 그러자 해골이 엄지손가락을 덮어버려 자연스럽게 달궈진 것을 감춰줬다. 말세스는 출발하지 않고 대열을 따라가는 유현의 뒤통수를 가만히 바라보았다. 걸릴 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심장이 맹렬이 뛰었지만 유현은 최대한 티를 내지 않으려 노력했다.


말세스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습격은 없었다. 병사들은 백(白)이 다스리는 무덤으로 무사히 돌아왔다. 스켈레톤들은 다음 공격을 대비해 무기와 갑주 손질에 한창이었다. 유현은 너무 피곤해 그런 짓을 할 기분이 아니었다.


“나는 어디에서 쉬어야 하지?”


“음?”


“사람 굴려먹는 건 좋은 데, 잘 곳은 줘야지.”


“누가 계정자에게 안식처를 제공해라.”


말세스의 명을 받은 스켈레톤 하나가 벽에 붙어있던 뚜껑 없는 관을 하나 떼어내 유현의 눈앞에 내려놓았다.


“여기······들어가서 자라고?”


“일반병에게 휴식 같은 건 주어지지 않는다. 네가 공을 세워서 특별대우를 해주는 거다. 호의에 감사하라, 계정자.”


더 말대꾸 할 힘도 없었다. 유현은 관을 구석으로 끌고 가 얌전히 누웠다. 말세스가 다가와 그를 내려다보았다.


“더 부탁할 건 없나?”


유현은 허리춤에 차고 있던 철퇴를 내밀었다.


“이걸 좀 감정해줬으면 좋겠는데.”


“그 정도는 내가 해주지.”


말세스는 철퇴를 손에 들고 간단한 주문을 외웠다. 손에서 무채색의 빛이 나타났다 사라졌다.


“다른 건?”


“없어. 아니, 잠깐. 혹시 이 근처에 성직자 마법을 배울 수 있는 곳은 없나?”


“그런 곳은 없다. 백(白)님께 부탁해보는 것은 어떤가? 몇 가지 가르쳐주실 지도 모르지.”


“그 쪽하고는 될 수 있으면 엮이고 싶지 않아서.”


말세스는 몸을 숙이고 유현에게 철퇴를 건넸다.


“축하한다. 아주 좋은 마법무기로군. 유적에서 발견한 건가?”


“뭐 그렇지.”


“잘 활용하도록. 어쨌든 네게는 기대하고 있다. ······여러 가지로.”


말세스는 유현이 관 한쪽에 놓아둔 모트의 해골에 흘끗 살피고 몸을 돌렸다. 거리가 충분히 멀어지자 유현은 숨을 돌렸다.


“수상해보이진 않았겠지?”


그는 왼손을 들어 촛불의 빛에 대보았다. 화상자국 같은 건 없었다. 열기로 달아올랐던 흔적도 완전히 사라져 평범한 원래 손가락처럼 보였다.


‘내가 착각했던 걸까, 아니면 뭔가가 있는 건가.’


고민해본다고 뾰족한 수가 나오는 것도 아니었다. 스켈레톤들이 주변을 돌아다녀 자세히 살펴볼 수도 없었다. 유현은 포기하고 관 속에 몸을 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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