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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룡림
작품등록일 :
2019.04.01 11:25
최근연재일 :
2019.05.12 12:10
연재수 :
46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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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44
추천수 :
210
글자수 :
195,883

작성
19.04.27 1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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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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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UMMY

“이제 가지. 한동안은 귀찮게 하지 않을테니.”


“그, 그래.”


마비도 어느 정도 풀렸으므로 유현은 몸을 일으켰다. 둘은 함정에 주의하며 돌아가는 길을 서둘렀다. 비밀통로를 빠져나와 출구로 가까이 가자 이제는 익숙해진 전쟁의 소음이 귓가를 어지럽혔다. 통로의 끝은 난간이 없는 발코니처럼 구멍이 뚫려있는 게 다였다. 그 아래로 카타콤 저층부의 너른 전장이 한 눈에 들어왔다.


이전의 전투와는 다르게 상층부의 묘지 곳곳에 구멍이 뚫리고 거기서부터 떨어지는 물로 땅이 뻘처럼 변해있었다. 그 속에서 백(白)과 흑(黑)의 군세가 어지럽게 뒤엉켜 싸우고 있었다. 백(白)의 군세가 더 많았지만 많은 수가 무력하게 부서져나가고 빠른 속도로 전열이 붕괴되고 있었다.


“밀리고 있어?”


“백(白)님은 어디 계시지? 아, 저기로군.”


말세스는 불리한 상황을 개의치 않는 듯 차분하게 전황을 파악했다. 둘은 상공을 나는 본드래곤과 그 위에 올라탄 흑(黑)을 발견했다. 흑(黑)은 자신의 마법을 사용해 지상을 폭격하고 있었다. 그 폭격이 집중되는 곳에 백(白)과 그녀의 친위 용아병들이 있었다.


얼음덩어리로 이루어진 운석이 대지를 휩쓸며 모든 것을 얼어붙게 했다. 지면에 떨어진 얼음덩어리가 부서지면서 알을 깨고 나오듯 얼음으로 된 악마들이 튀어나왔다. 백(白)은 주변에 보호마법을 펼쳐 냉기 데미지를 막아내고 있었지만 오랜 시간에 걸쳐 키워냈던 친위대는 악마들에 습격당해 서서히 와해되고 있었다.


“가자, 유현. 백(白)님을 지켜야 해.”


말세스는 전장으로 뛰어내리며 자신의 해골마를 소환했다. 육중한 뼈들로 이루어진 군마는 짓무른 땅을 박차고 백(白)이 있는 곳으로 일직선으로 돌파해 들어갔다. 미늘창을 든 흑(黑)의 군대가 군마의 앞길을 막으려다 말세스가 휘두른 검 앞에 산산조각으로 부서졌다.


“젠장, 나도 가야되겠지?”


유현은 출구에 매달렸다가 조심스럽게 아래로 뛰어내렸다. 땅을 딛자 진흙 속으로 발목까지 푹 들어갔다. 그와 동시에 가벼운 전류가 몸속을 흘렀다.


“큭! 이건 뭐야.”


유현은 진흙탕 위를 어그적거리며 상태창을 살폈다. 전격 데미지 자체는 보잘 것 없었지만 끊임없이 지속적인 피해를 줬다. 흑(黑)이 무슨 수를 썼는지 알 수 없었지만 전장으로 공급되는 지하수에 전류가 흐르고 있었다. 흑(黑)의 스켈레톤들은 비교적 마른 땅을 선점하고 대형을 갖춰 백(白)의 군대를 뻘 쪽으로 밀어냈다.


“이야아아앗!”


유현은 마른 땅으로 가는 길을 막는 스켈레톤을 향해 철퇴를 휘둘렀다. 흑(黑)의 스켈레톤은 방패로 능숙하게 유현의 공격을 막고 쥐고 있던 도끼를 휘둘렀다. 녹슨 도끼가 얄팍한 갑옷을 뚫자 피가 솟구쳤다.


“아오, 제기랄!”


유현도 만렙이 가까워져 스켈레톤 한 둘 정도는 무리 없이 해치울 수준은 됐다. 하지만 뻘 속에서 자꾸만 발이 미끄러져 무기를 제대로 휘두를 수가 없었다. 스켈레톤을 향해 상처치료 마법을 쓰자 상대는 맥없이 부서졌다. 조금 틈이 났나 싶었지만 후열에 있던 스켈레톤이 금방 자리를 메웠다.


유현은 뒤로 물러나 바닥을 향해 돌벽생성 주문을 외웠다. 불안정한 토대 위에 비스듬히 돌로 된 벽이 쌓아올려졌다. 유현이 있는 힘껏 벽을 밀자 벽이 쓰러져 가로로 누웠다. 유현은 누운 벽 위로 올라탔다. 타일처럼 뻘 속에 박힌 벽은 더 이상 전류도 흐르지 않고 미끄러지지도 않았다.


“너희도 이쪽으로 올라와!”


유현은 반파된 아군들을 단단한 바닥 위로 끌어올렸다. 지형적인 불이익을 극복하자 백(白)의 해골들도 비로소 원래의 실력을 내기 시작했다.


한편, 말세스는 빠른 속도로 백(白)에게 가까워지고 있었다. 그는 온몸에 공포의 오라를 두르고 칼이 닿는 범위에 있는 모든 것을 부수며 전진했다. 언데드들은 정신공격에 면역이어서 공포의 오라에 영향을 받지 않았지만 악마들은 아니었다. 얼음 악마들은 바다가 갈라지듯 말세스를 사이에 두고 양쪽으로 흩어졌다.


사선이 확보되자 말세스는 망설이지 않고 흑(黑)을 향해 데스볼트를 날렸다. 녹색의 검광이 날아가 본드래곤의 배 밑 부분에 닿았다. 검광은 단단한 뼈에 막혀 사라지는가 싶더니 그대로 밀고 들어가 갈빗대를 서너 개 꺾어놓았다.


“아아아, 오오오오오----!”


본드래곤이 고통에 가득 찬 소리를 내질렀다. 흑(黑)은 다급하게 검지손가락을 들어 말세스를 가리켰다. 말세스는 해골마의 고삐를 틀어 광선을 피했다. 빗맞은 광선이 주변의 공간을 빨아들였다. 다섯 기의 스켈레톤과 얼음 악마 하나가 한 점으로 우그러들면서 사라졌다.


“나를 앞에 두고 딴 짓이라니, 좋은 배짱이구나!”


백(白)이 흑(黑)을 향해 손을 뻗었다. 그녀의 왼손에는 약지의 흰색 의체와 더불어 중지에 황색 의수가 끼워져 있었다. 중지의 끝부분에서 뻗어나간 광선이 본드래곤에 닿았다. 본드래곤의 몸이 급격하게 부풀더니 사방으로 쪼개졌다.


“이, 이건······.”


위기대비로 뒤로 물러난 흑(黑)은 지면으로 천천히 가라앉으며 흩어져 내리는 본드래곤의 파편을 바라보았다.


“해석해 낸 것인가. 두 번째 의수를······.”


“아하하하하하하!”


백(白)의 웃음소리가 전장에 울려퍼졌다. 흑(黑)은 백(白)을 향해 검지를 겨누고 광선을 쏘아보냈다. 백(白)도 흑(黑)을 향해 마주 쏘았다. 두 줄기의 광선이 서로 부딪치며 허공에서 소멸했다.


“흑(黑)이여. 넌 이제 아무 것도 아니다. 이 전쟁은 내가 이겼어.”


“크······.”


흑(黑)은 주변을 돌아보았다. 본드래곤은 박살나고 악마들은 지리멸렬, 전선을 유지하던 스켈레톤들도 유현이 있는 곳부터 서서히 돌파당하고 있었다. 땅에 착지한 흑(黑)은 정면에서 자신을 향해 돌격해 들어오는 말세스를 보며 힘없이 중얼거렸다.


“모두 후퇴한다.”


“도망치지 마라!”


말세스는 흑(黑)을 향해 칼을 휘둘렀다. 칼날이 목에 닿기 직전, 흑(黑)의 주문이 완성되고 모습이 사라졌다.


“이겼다······.”


유현은 조금 전 차지한 야트막한 언덕의 정상에서 전장을 살폈다. 지휘자를 잃은 흑(黑)의 군대는 금새 지리멸렬해져 각개격파 당했다. 학살에 가까운 전투가 두어시간 이어졌다. 전선을 정리한 말세스는 유현과 함께 백(白)의 앞에 나아갔다.


“상한 곳은 없으십니까?”


“내가 그런 걸 걱정하는 임무를 맡겼더냐?”


백(白)이 말했다. 말세스는 무릎을 꿇으며 품속에서 푸른 사파이어 손가락을 꺼내 내밀었다.


“요청하셨던 것입니다.”


“아······그래, 말세스. 아주 좋구나. 아주 좋아.”


백(白)은 의체를 집어 자신의 새끼손가락에 끼웠다. 사파이어 의체는 백(白)의 손가락 길이에 맞춰 늘어나 원래부터 거기 있었던 것처럼 달라붙었다. 백(白)은 장착이 완료된 푸른색 손가락을 불빛에 비추고 거기서 갈라져나온 빛을 감상했다.


“세 개째군. 아름다워. 그렇지 않으냐?”


“잘 어울리십니다.”


“이제 남은 봉인은 하나······.”


백(白)은 말끝을 흐리면서 고개를 돌려 유현을 보았다.


“네게도 일단 감사를 표하지, 계정자. 지상으로 올라가면 섭섭지 않게 대우해주지.”


“하하. 저는 그냥 원래 있던 능력만 돌려주시면 됩니다.”


유현은 두 손을 공손히 모으고 억지미소를 띄며 굽실거렸다. 백(白)이 고개를 갸웃했다.


“돌려줘? 뭐를?”


“에······.”


유현은 백(白)의 헬조선 좆소 사장 메소드연기 뺨치는 뻔뻔스러운 낯짝을 보고 말문을 잃었다. 말세스가 끼어들었다.


“백(白)님이 이자에게서 가져간 크리스탈 임플랜트를 말하는 것 같습니다.”


“아, 그래. 그런 게 있었지. 너무 하찮아서 깜빡 잊고 있었군. 걱정하지 마라, 계정자. 약속은 지킨다. 어차피 모든 힘을 수복하면 그런 잡기는 아무 짝에도 쓸모가 없어.”


“아, 네. 하하. 감사합니다.”


“그래서 말인데······.”


백(白)은 유현의 손을 의심스러운 눈초리로 쳐다보았다.


“정말 잃어버린 건가? 불의 정령에게서 나온 의체는?”


“흑(黑)이 가져간 것 아니었습니까?”


말세스가 물었다. 백(白)은 고개를 저었다.


“놈이 쓰던 권능은 하나뿐이었어. 의도적으로 감추고 있을 거란 생각도 했지만 본드래곤을 잃고 패배할 상황에서까지 쓰지 않는다?”


“아직 해석을 못했을 수도 있겠지요.”


“나는 놈을 잘 알아, 말세스. 흑(黑)이 나보다 똑똑하진 않지만 나만큼은 똑똑해. 진짜로 가져간 게 맞다면 이미 해석은 끝났을 터.”


“그렇다면······.”


말세스도 유현을 돌아보았다. 유현은 자신을 노려보는 두 해골바가지를 번갈아보며 기어가는 목소리로 대답했다.


“그, 저는 진짜 몰라서······.”


“흥.”


백(白)이 손짓하자 근처의 부서진 뼈들이 합쳐져 거대한 옥좌를 만들어냈다. 백(白)이 옥좌에 걸터앉자 용아병 친위대가 다가와 옥좌 사방을 둘러쌌다. 백(白)은 몸을 기울여 팔걸이에 걸친 팔에 턱을 괴었다.


“무의미한 질문이었나. 흑(黑)이 죽으면 이런 의문도 해결되겠지.”


“그럼요, 하하······.”


“말세스, 계정자를 데리고 가 마지막 봉인을 풀어라. 지금 당장.”


“에?”


유현은 날라가려는 정신줄을 붙잡고 안 되는 이유를 열심히 설명했다.


“고, 곤란합니다. HP랑 MP도 많이 달아서 재정비를 하려면 하루, 아니 최소한 8시간은 쉬어야 하는데······.”


“흑(黑)도 그렇겠지.”


“백(白)님은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나는 군대를 이끌고 흑(黑)의 본거지로 간다. 놈이 힘을 회복하기 전에 결판을 내겠다.”


“알겠습니다. 무운을.”


말세스는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고 몸을 돌렸다.


“아니, 잠깐만요. 진짜로?” 유현은 자신을 놔두고 멀어지는 말세스를 보며 되물었다.


“가라, 계정자. 두 번 말하지 않는다.”


“하아, 미치겠네.”


유현은 몸을 돌려 말세스를 따라가려다가 걸음을 멈추고 백(白) 앞으로 되돌아왔다. 백(白)의 눈구멍 속 불꽃이 주변을 태워버릴 것처럼 밝게 타올랐다. 유현은 눈치를 보며 옥좌 곁을 지나쳤다.


“그, 저기······이거 하나만 실례할게요.”


유현은 본드래곤의 뼈무더기에서 굵은 뼈 하나를 집어들고 딴 마음을 먹은 게 아니라고 증명하듯 백(白)이 잘 볼 수 있게 천천히 흔들었다. 백(白)은 의자에 걸친 손에 힘을 주었다. 팔걸이 앞의 튀어나온 곳이 손아귀 속에서 요란한 소리를 내며 가루로 변했다.


“가, 가요. 간다고!”


유현은 몸을 돌리고 멀어져가는 말세스를 쫓아 부리나케 뛰었다. 백(白)은 멀어져가는 유현의 뒷모습을 유심히 바라보았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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