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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룡림
작품등록일 :
2019.04.01 1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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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5.12 1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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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4.28 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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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lay W&W online(30)

DUMMY

“이딴 퀘스트 만드는 놈은 대단히 애미 없음에 틀림이 없다. 인공지능이라 원래 애미가 없나? 때는 바야흐로 21세기. 인간의 온기를 지닌 인공지능이 대단히 요구되는 바인데.”


유현은 자기도 이해 못 할 말을 중얼거리며 줄창 뛰었다. 그래봐야 사람 뜀박질 수준. 해골마를 탄 말세스와의 거리는 벌어지기만 했다. 유현은 말세스를 소리쳐 불렀다. 말세스는 고삐를 당겨 말을 멈추고 유현을 기다렸다. 유현은 기진맥진한 채로 말 앞에 쓰러지듯 주저앉았다.


“말 타고 갈 거면 나도 태워줄 것이지, 누가 사악하지 않달까봐 정도 없네.”


유현은 입을 크게 벌리고 심호흡하며 숨을 가라앉혔다. 바닥까지 떨어졌던 스태미나 바가 천천히 차오르면서 터질 것 같던 심장도 정상으로 되돌아왔다.


“언데드에게 인간의 감정을 바라는 건가?”


“그렇지, 뭐. 교화의 의미랄까. 모든 것은 변하기 마련이니.”


유현의 말에 말세스는 시선을 돌렸다. 그는 바람의 봉인으로 이어지는 통로를 바라보았다. 전장에서 모든 전력을 소진한 것인지 요충지를 지키는 흑(黑)의 군세가 보이지 않았다. 통제에서 벗어난 주인 없는 스켈레톤 몇 마리만 주변을 떠돌고 있었다. 말세스는 해골마를 몰아 놈들을 덮쳤다. 돌격 한 번에 스켈레톤들은 가루가 되었다. 유현은 작게 욕을 주억거리며 일어나 말세스의 뒤를 따랐다.


“내가 변할 수 있다고 보나?”


말세스는 유현을 먼저 봉인구역에 들어가게 하고 해골마의 속도를 줄였다. 태워주지는 않았다.


“에······너무 진지하게 받아들이는 것 같은데. 내 말은, 두 번쯤 같이 던전 돌았으면 서로 조금씩 맞출 때도 되지 않았냐 이거야. 그렇다고 내가 AI에 넘 큰 기대를 하는 건 아니고. 메타적으로 말하면 빠른 이동 같은 편의적인 부분은 좀 개선 해달라는 거지. 자랑인 빅데이터가 쌓였으면 말이야. 너한테 하는 말은 아니고 루글한테 하는 건데. 미안, 나도 모르겠다. 왜 이런 말을 너한테 하는 건지. 관리자가 이 채팅을 듣고 있을 리도 없는데.”


“너도 변했군. 이상한 말이 많아졌어.”


“하하. 사람이야 변하기 마련이지. 이런 시체박물관 같은 곳에서 살아있는 시체들이랑 뒹굴며 일주일 보내면 누구라도 바뀔걸?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로 루글에 손해배상이라도 청구하고 싶은 마음인데. 혼잣말만 쓸 데 없이 많아지고. 아, 미안. 또 혼자서 중얼거리네.”


“12일.”


“응?”


“열이틀이다. 네가 여기에 있었던 기간.”


“그래? 태양이 안 떠서 잘못 셌나. 가족들이 실종신고 내고 장례까지 치러도 남을 시간이네, 젠장.”


“난 천오백년을 있었다.”


“푸하하. 그러시겠지.”


“왜 웃지?”


“이 게임은 출시된 지 2년밖에 안됐거든. 클베 고려해도 3년이겠네.”


“네가 말하는 게임이란 게 뭐지? 백(白)님께서 말씀하셨던 계정자들이 이 세계로 넘어오는 방법인건가?”


“어······뭐, 그렇지.”


“그렇다면 그 세계와 이 세계는 시간이 흘러가는 방식이 다른 것 같군. 특이한 일은 아니야. 요정의 세계에 건너갔다 돌아와 보니 아는 사람이 모두 늙어죽었다는 전설은 흔하지.”


“좀 다른데. 옛날에 러셀이란 철학자가 있었는데 이런 말을 한 적이 있지. 「세계는 모든 기억을 가지고 5분 전에 창조되었다.」라고. 내 생각엔 네 기억이 그런 거야.”


“내 기억이 5분 전에 창조되었다고?”


“정확히는 3년 전에 생긴 거지. 기획단계를 고려하면 더 오래될 수도 있지만.”


“누가 내 기억을 창조했다는 건가?”


“당연히 우리지.”


“계정자가? 넌 너희 동료와 고향세계에 대해 대단한 의미부여를 하는 것 같군.”


“사실이 그런걸.”


“너희가 신이라면 묻고 싶군. 왜 이 세상을 투쟁만이 가득한 전장으로 만들었지? 좀 더 평화롭고 고통이 없는 곳으로 만들 수도 있지 않았나?”


“글쎄, 그래야 재미가 있으니까. 도전할 맛도 있고.”


“재미? 도전? 고작 그런 것 때문에 세상에 악마와 괴물들을 창조하고 약한 자들을 괴롭히는 건가?”


“어, 그게······그렇게 되나?”


“그렇다면 계정자들은 모두 본질적으로 사악한 존재인 거로군. 그들이 이 세계에서 아무리 선한 가치를 추구한다 해도 말이야.”


“이걸······설명하기가 좀 어려운데. 그러니까 게임은 본질적으로 현실에 대한 모방이고, 우리 현실도 똑같이 어렵고 거지같거든. 근데 극복하긴 힘들고. 그래서 현실 극복에 대한 염원이 게임 속에서나마 좀 좋은 꼴 보려는 소망으로 나타나는 거 아닌가 하는데.”


“그걸 위해 또 다른 고통으로 가득 찬 세계를 만들어낸다고?”


유현은 말세스의 말에 세차게 머리를 헝클었다.


“젠장. 내가 왜 너랑 이런 이야길 해야 되나 모르겠네. 애초에 너도 분류를 하자면 언데드잖아. 몬스터라고. 니가 왜 약한 사람들을 신경 써. 갑자기 고결한 척 하지 말라고.”


말세스는 잠시 고개를 돌려 유현을 바라보았다. 그는 한참동안 생각에 잠긴 듯 말이 없다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


“나도 살아생전에는 아이톤의 성기사였다.”


“엑, 그런 설정이?”


말세스의 눈에 불꽃이 맹렬하게 타올랐다. 유현은 어깨를 움츠리고 눈을 깔았다.


“알겠어. 닥치고 있을게. 입이 웬수구만.”


“너도 잘 알아두는 게 좋을 거야. 난 강해지면 소중한 사람들을 지킬 수 있을 줄 알았다. 하지만 그 반대였지. 내가 강해질수록 내 적들은 내 약한 부분을 노렸어. 절대 단련이 안 되는 부분을. 소중한 사람들을 말이다.”


“가족이 있었나?”


“아내와 딸이 있었다. 어느 날, 절망의 악마 조패로스의 집회를 급습했는데 성직자 둘을 놓쳤지. 그들이 내 딸에게 저주를 걸었다.”


“털을 숭배하는 놈들 치곤 근성이 있군.”


“······그건 처음 보는 종류의 저주였어. 우리 교단의 사제들은 모두 고개를 저었지. 난 무력하게 딸이 죽어가는 모습을 지켜볼 수밖에 없었어. 아니, 지켜보지도 않았군. 놈들을 추적하느라 바빠서 집에 가지도 않았으니.


나와 내 동료들은 비밀스러운 함정이 가득한 조패로스의 유적에서 두 사교도와 싸웠다. 내 짐작대로 놈들의 몸에는 저주를 풀 수 있는 의식이 있었어. 하지만 죽어가던 놈 중 하나가 나를 비웃으며 알려줬지. 저주를 푸는 것은 가능하다. 하지만 해주의 의식을 위해선 이 일과 전혀 상관없는 무고한 자 하나를 조패로스에게 제물로 바쳐야 한다고.


내가 어떻게 했을 것 같나? 아내나 동료에게 알렸다면 딸이 죽게 내버려뒀을 거야. 하지만 난 그럴 수 없었지. 나는 죽어도 아무도 찾지 않을 거지를 제물로 해서 의식을 행했다. 악마의 사제는 진실을 말했어. 저주의 힘은 딸을 놓아주었지만, 죄책감에 약해진 성기사에게 파고들 틈이 있는 것을 보았지. 나는 저주의 힘과 융합했고, 그렇게 저주받은 공포의 기사가 된 것이다.


나는 저주받은 모습을 보이기 싫어 가족들 곁을 떠났다. 지금은 그 때 느꼈던 안타까움이나 슬픔도 모두 닳아 없어졌어. 하지만 이 곳에 천오백년을 갇혀있으면서 문득 가족 생각이 나더군. 난 그냥······궁금해. 딸과 아내의 흔적 같은 걸 기대하는 건 아니야. 그 자리가 어떻게 변했는지 보고 싶어. 가족의 보금자리였던 곳이.”


“백(白)이 범인이네.” 유현이 말세스의 말을 자르고 끼어들었다.


“뭐?”


“이럴 땐 가장 가까운 곳에 있는 신뢰받는 사람이 범인이야. 빼박이여 빼박. 그 클리셰 가지고 사골국을 끓여도 열 사발은 나오겠네. 웹소설 구독 수 500편인 내가 보증한다.”


말세스는 손을 들어 유현의 뺨을 내려쳤다. 유현은 맞은 방향으로 스핀이 걸려서 돌바닥 위를 서너 바퀴 데굴데굴 굴렀다.


“다시 한 번 말해봐라. 백(白)님이 뭐라고?”


유현은 퉁퉁 부은 뺨을 양 손으로 싸매고 고개를 조아렸다.


“재, 재성합미다. 아프로는 새가글 하고 마라는 습가늘 드리겠······쿨럭.”


“계정자여, 그대는 불가능한 일을 해냈다. 내가 너에 대한 존중을 거두지 않을 수 있게 해주게.”


유현은 손짓으로 잠깐 기다리라고 한 뒤 회복마법으로 뺨을 치료했다.


“솔직히 그게 그렇게까지 반응할 일인가 싶은데. 네가 싫으면 안 해야지. 난 그냥 너무 한가해서 그랬어. 걍, 그게 다야.”


“한가하다고?”


“그렇잖아. 솔직히 모든 봉인이 이러면 한 번 더 깰 수도 있겠다. 통로를 몇 개 뒤졌는데 몬스터도 없고 함정도 없잖아.”


“계정자여, 속도를 올리는 게 좋겠군.”


“왜? 내 생각엔 이럴 때일수록 신중함이 필요하다고 봐. 다년간의 게임경험상 이런 경우에 보스가 무지막지 강한 경우가 많았어.”


그 때 빛나는 퀘스트 창이 유현의 눈앞에 떠올랐다.


*퀘스트 「순백의 해방(권장레벨 : 122)」

목표 : 리치를 속박하는 봉인을 해제하라.

1/1 불의 봉인 해제

1/1 물의 봉인 해제

1/1 바람의 봉인 해제

1/1 땅의 봉인 해제


<퀘스트가 완료되었습니다. 백(白)에게 돌아가 보상을 받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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