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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룡림
작품등록일 :
2019.04.01 11:25
최근연재일 :
2019.05.12 12:10
연재수 :
46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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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293
추천수 :
210
글자수 :
201,449

작성
19.04.29 1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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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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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UMMY

“어?”


“왜 그러지?”


“모르겠어. 바람의 봉인이 해제됐다고 나오는데? 버근가?”


“가봐야겠군.”


말세스는 유현을 옆으로 밀치고 뛰기 시작했다. 유현은 벽을 짚으며 간신히 쓰러지지 않고 버텼다. 그는 한 템포 늦게 말세스의 뒤를 쫒았다.


“쟤가 왜 저래, 미쳤나?”


바람의 기호가 새겨진 문은 활짝 열려있었고, 그 아래에는 해체된 자물쇠와 마법의 흔적들이 어지럽게 널려있었다. 방 안은 어두웠다. 말세스는 문 안으로 들어가자마자 그 자리에 멈췄다. 그는 잠시 방을 둘러보고 뒤따라오는 유현을 손으로 막아 세웠다.


“뭐야, 앞에 뭔가 있······.”


유현의 말은 발아래서 불어 올라오는 바람에 막혔다. 유현은 빛 마법을 외워 허공으로 날렸다. 끝을 알 수 없는 거대한 낭떠러지가 둘 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유현은 근처에 있는 돌을 주워 아래로 던졌다. 돌은 한참동안 소리가 없다가 희미하고 둔탁한 메아리를 위로 올려 보냈다.


“이런 데서 떨어지면 시체도 못 찾겠네.”


낭떠러지는 정확하게 방 크기만 했다. 반대편, 잊힌 신의 제단으로 향하는 문 앞에 한 사람이 편히 쉴 만한 너비의 지면이 튀어나와있는 게 전부였다. 양쪽 문 사이의 공간에 땅이라고 부를만한 곳은 없었다. 일정 시간마다 순차적으로 떠오르고 가라앉기를 반복하는 화강암 타일들이 허공에 부유하고 있었다.


“방을 보니 바람 정령 사는 데는 맞는 것 같네.”


바람의 정령이 쓰는 대표적인 기술이라 한다면 바람을 칼날로 만드는 기술 윈드 커터와 자기보다 작은 적들을 바람으로 날려버리는 광역기 토네이도 스핀을 들 수 있다. 이 방은 그 중에서도 토네이도 스핀을 위협적으로 만들어주는 설계였다. 좁은 발판을 사용해 접근하지 않으면 근접공격은 무리고, 건너는 도중에 토네이도 스핀을 맞고 날아가 버리면 낙사하기 십상이다.


물론 간단하게 비행마법을 걸면 해결될 문제지만 하늘이야말로 바람의 정령이 사랑하는 전장. 3클래스 비행 마법 같은 느린 속도로 바람의 정령에게 대항하고자 한다면, 그야말로 헬캣 앞의 제로센 같은 꼴이 되고 마는 것이다.


그리고 바람의 정령이 쏴대는 윈드커터는 지상에 발붙이고 있지 않으면 추가적인 넉백효과를 또 줘서 그야말로 거리 벌리기엔 왕이었다. 알크레오로 게임할 때 보스로 나온 바람정령에 수도 없이 죽어본지라 기억하고 있었다. 그나마 그 때는 성인보다 약간 큰 정도였다. 이전 수호자들로 미루어본다면 이번에 만날 녀석은 엘더급. 크기나 힘에선 정령 중 최고 등급이라 해도 무방했다. 그런 녀석이 쏘아내는 토네이도 스핀이 어떨지는 상상조차 어려웠다.


하지만 말세스와 유현 앞에 모습을 드러낸 것은 바람의 정령이 아니었다.


“왔군.”


낭떠러지 밑의 심연 속에서 흑(黑)의 몸이 천천히 떠올랐다. 그의 왼쪽 손에는 금속성의 손가락 없는 장갑 같은 것이 끼워져 있었다. 그것이 흑요석 손가락 관절과 연결되어 원래부터 하나였던 것처럼 부드럽게 움직였다.


“기다리고 있었다······고 하기엔 너무 빨랐군. 의수의 작동방법을 해독할 시간도 주지 않다니. 백(白)도 성장했어.”


“손수 봉인의 수호자를 죽였나?” 말세스가 물었다.


“그래. 이게 마지막 부품이다.”


“과감하군. 의수를 내놔라. 아니면 시체에서 가져가주지.”


말세스가 대검을 뽑아 흑(黑)을 겨눴다. 검에 데스볼트의 기운이 서렸다. 흑(黑)은 말세스를 보며 고개를 저었다.


“그럴 필요 없다, 말세스. 우린 싸울 필요 없어.”


“무슨 말이냐?”


“봉인 네 개가 모두 풀렸다. 넌 이제 자유야. 지금 내 힘으로는 나가려는 자를 붙잡아 둘 수 없어. 너도, 그리고 백(白)도.”


말세스의 눈 속에 있는 불꽃이 흔들렸다. 그는 책략을 의심했지만 흑(黑)은 처분을 기다리는 사형수처럼 기다리고만 있었다. 말세스는 출구를 향해 몸을 돌렸다. 그리고 고개를 돌려 흑(黑)을 돌아보았다. 흑(黑)이 작게 한숨을 쉬었다.


“지금 우리 둘이 싸운다면 둘 중 하나는 회복될 수 없을 만큼 손상될 거야. 내가 그렇게 될 수도 있고, 네가 그렇게 될 수도 있지. 하지만 시작하지 않으면 그런 가능성은 계산할 필요도 없어.”


“뭔 말을 하는 거야, 해골바가지. 말세스는 악역캐긴 해도 긍지 높은 기사라고. 그런 말에 넘어갈 정도로 물렁할 것 같아? 엇, 얌마! 어디가!”


유현이 말하는 도중 말세스는 몸을 돌려 빠른 걸음으로 문을 나섰다. 유현은 흑(黑)의 눈치를 보며 말세스의 뒤를 따랐다. 흑(黑)이 검지를 뻗어 출구를 가리켰다. 회색 광선이 뻗어 나와 주변의 공간을 수축시켰다. 양 옆의 벽이 구멍 쪽으로 잡아당겨져 말세스와 유현의 사이를 가로막았다. 문이 뚫려있던 공간은 야구공만한 크기로 줄어들어 유현이 간신히 밖을 내다볼 정도밖에 안됐다.


“너는 못 간다.”


흑(黑)의 말에 유현의 얼굴에서 핏기가 사라졌다. 그는 구멍에 얼굴을 디밀고 말세스를 불렀다.


“말세스, 여기에 데스볼트를 쏴! 벽이 잡아당겨져서 얇아졌으니 충분할거야! 돌아와. 그리고 같이 싸우자!”


말세스는 고개를 돌려 유현의 얼굴을 보았다. 그러나 잠시뿐. 그는 유현을 외면하고 돌아가는 걸음을 빨리했다.


“젠장, 배반하다니. 의리도 없는 뼉다구 자식!”


유현은 구멍에서 얼굴을 떼고 손을 들어 땅을 내려쳤다. 흑(黑)이 동정의 눈빛으로 그를 내려보았다.


“결국 넌 이해하지 못한 것이다. 천 오백년 동안 가둬진 삶이 어떤 것인지.”


“삶이 아니라 죽음이겠지. 언데드 주제에.”


유현은 흑(黑)을 노려보며 일어섰다. 흑(黑)은 고개를 끄덕였다.


“네 말이 맞다. 허나 시체도 천오백년 동안 같은 무덤에 있는 건 싫어하거든.”


흑(黑)은 손을 뻗어 광선을 쏘았다. 유현의 발아래 있는 땅이 쪼그라들면서 사라졌다. 유현은 가장 가까운 데 있는 화강암 타일로 뛰어내렸다. 저점에 도달한 화강암타일은 천천히 다시 올라갔다. 유현은 발밑을 바라보았다. 몸 근처를 맴도는 빛 덩어리의 일렁임 말고는 아무 것도 보이지 않았다. 끝없이 펼쳐진 어둠이 입을 벌리고 있었다.


“미꾸라지 같은 놈. 번거롭게 하는군.”


흑(黑)은 연달아 광선을 날렸다. 유현은 다음 타일로 점프하려 했지만 회색 광선이 먼저 타일을 없애버렸다. 두 번째 광선은 발 바로 아래를 맞췄다. 유현이 서 있던 자리의 타일이 사라지면서 발이 허공을 휘저었다.


“떨어져라. 안 좋은 기억과 함께.”


유현은 5클래스 돌벽생성 마법으로 가까운 벽에 수직이 되게 세로로 길게 돌벽을 세웠다. 순식간에 건설현장의 튀어나온 철근기둥마냥 벽이 나타났다. 폭이 좁아서 착지했을 때 몸이 휘청거렸다. 흑(黑)은 다시 광선을 쏘았다. 광선은 휘청이는 유현의 몸에 맞았지만 아무 효과도 나지 않았다. 유현은 벽 옆면을 밀듯이 뛰어 타원경로로 움직이는 화강암 타일에 안착했다.


“화나게 하는군.”


흑(黑)은 주문을 외워 유현을 중심으로 네거티브 스톰을 퍼부었다. 범위공격이라 이것만큼은 피할 수가 없었다. 유현은 피해를 그대로 받아내며 악에 받쳐 소리쳤다.


“젠장, 왜 그렇게 날 못 죽여 안달이야?!”


“네 손을 봐라, 적(赤).”


유현은 왼손을 들어보았다. 엄지손가락 부분이 가열된 것처럼 달아올라 있었다. 유현은 얼굴을 찡그렸다.


“이건······.”


“쉐도우 건틀렛의 의체다. 백(白)은 이미 3개 가지고 있지. 놈과 동등해지려면 나도 세 개는 필요해.”


“이딴 거 주면 되잖아.”


유현은 오른손으로 왼손 엄지를 잡았다. 살이 타는 소리와 함께 뜨거운 감각이 올라왔다. 유현은 자기도 모르게 비명을 지르며 엄지에서 손을 뗐다. 흑(黑)이 그 모습을 보고 웃었다.


“의체를 한 번 끼우면 죽을 때까지 벗겨지지 않지. 저항 없이 죽어주겠다면 말리진 않겠다.”


“웃기지 마!”


화강암 타일이 흑(黑)에게 가까워졌다. 유현은 철퇴를 움켜쥐고 뛰어올라 흑(黑)을 향해 휘둘렀다. 허공을 가르는 느낌과 함께 쇳덩이가 흑(黑)의 몸속을 지나갔다. 영상이 일그러지더니 사방으로 흩어져 없어져버렸다. 유현은 반대편 쪽 타일에 간신히 손가락을 걸치고 대롱대롱 매달렸다.


“환영이었나.”


“액시드 볼!”


허공에서 리치의 목소리가 들렸다. 아무 것도 없던 곳에 갑자기 거대한 염산덩어리가 나타나더니 유현을 향해 날아왔다.


“젠장.”


유현은 몸을 앞뒤로 크게 흔들었다가 손을 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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