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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룡림
작품등록일 :
2019.04.01 11:25
최근연재일 :
2019.05.12 12:10
연재수 :
46 회
조회수 :
9,314
추천수 :
210
글자수 :
201,449

작성
19.05.01 1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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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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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play W&W online(33)

DUMMY

“어어? 어어어어?”


“잔재주를!”


흑(黑)은 유현에게 날리려던 염산 구체를 방향을 바꿔 모트에게 날려 보냈다. 하지만 구체는 빗나갔다. 떠다니는 타일에 날개가 부딪쳐 모트는 제멋대로 추락하기 시작했다.


“으아---떨어진다!”


“날개 양쪽에 끈이 있어. 그걸로 방향을 조절해!”


모트는 유현의 말에 허우적거리며 두 팔로 끈이라 생각되는 것을 붙잡았다. 그는 이리저리 날개를 휘저어대며 간신히 근처를 지나는 타일에 안착했다.


“아아-. 위험했어. 헉헉.”


그걸로 끝이 아니었다. 펼쳐진 날개가 벽에 닿아 요란하게 긁혔다. 천을 고정하는 역할을 하는 뼈들이 금방이라도 부러질 것처럼 팽팽하게 휘었다.


“갈비뼈를 원래대로 돌려! 그럼 날개가 접혀!”


유현은 다른 타일로 뛰어오르며 소리쳤다. 유현이 떠난 자리에 흑(黑)의 광선이 닿았다. 공간이 우그러들어 타일과 함께 사라졌다.


모트는 잽싸게 갈비뼈를 원래대로 돌렸다. 날개는 세로로 잘 접혀 본드래곤 뼈의 양 옆에 수납됐다.


“오오옹?ㅇ오오오옷······! 스게에에에. 주인쨩군. 굉장하잖아. 스켈레톤 평생 이런 건 듣도보도못했다구.”


“아아···이것은 [양력]이란 것이다. 니 같은 뼈다귀 풍장 할 때 쓰는 것이지.”


“응, 니ME”


“반사. 무지개반사. 블랙홀 반사.”


“싸우다 말고 뭘 하는 거냐!”


흑(黑)이 분개하며 사방으로 마법을 쏘아 보냈다. 유현은 다 맞아가면서 회복에 급급했지만 모트는 몸을 얻은 직후라서인지 쌩쌩하게 전부 피해냈다. 그는 타일을 넘나들며 가장 높은 곳의 타일까지 올라가 날개를 펼치고 뛰어내렸다.


아래서 불어온 바람이 날개를 팽팽하게 잡아당기며 모트의 몸을 위로 끌어올렸다. 모트는 날개를 움직여 마법이 날아왔던 곳을 향해 날아갔다. 모트는 아무 것도 없는 공간에 주먹을 내질렀다. 흑(黑)은 이미 다른 장소로 이동하고 없어서 모트의 주먹은 헛되이 허공을 가로질렀다.


“분명히 여기 있었는데. 어어?”


갑자기 주먹을 내밀은 것 때문에 밸런스를 잃은 날개가 심하게 요동쳤다. 오른쪽 날개에 뭔가가 닿는 느낌이 나더니 날개를 이루는 뼈들이 맥없이 부러졌다. 날개를 이루던 천과 밧줄이 제멋대로 뒤엉키면서 보이지 않는 형체를 붙들었다.


흑(黑)은 주문을 외워 빠져나오려 했지만 밧줄이 그의 손을 후려치면서 수인을 맺는 것이 깨졌다. 흑(黑)은 모트와 뒤엉킨 채로 회전하며 추락했다.


“이런 바보 같은······.”


흑(黑)은 자신의 비행마법을 제어해보려 했지만 잘 되지 않았다. 방향을 잡고 몸을 상승시킬 때마다 하나 남은 모트의 날개가 반작용을 하며 이동을 방해했다. 둘은 벽 이곳저곳에 부딪치다가 잊힌 신의 제단을 향해 날아갔다. 뒤엉킨 형체는 문을 뚫고 방 안으로 들어갔다. 모든 것이 엉망진창으로 부서지는 요란한 소리가 났다.


유현은 화강암 타일을 건너 제단으로 향했다. 안에는 성하게 남은 것이 하나도 없었다. 입구에는 떨어져 나온 모트의 해골이 굴러다녔다. 눈에 맺혔던 불꽃도 사라지고 없었다. 유현은 허리를 굽혀 해골을 주워들었다. 떨어져나간 몸뚱이를 찾아 방을 둘러보자 구석에 엉망으로 뭉쳐진 뼈와 돌들의 덩어리가 보였다. 투명화가 풀리면서 엉망이 된 흑(黑)의 모습이 서서히 드러났다. 사지가 부서져 다 어딘가로 날아가고 오뚝이처럼 상반신만이 모트의 신체부품 사이에 엉켜있었다.


“로브의 모자 안감에 에센스 스톤이 있다. 그걸 부수면 네 승리다. 나는 죽고, 다시는 재생할 수 없겠지.”


“전에도 가지고 다녔나?”


유현의 말에 흑(黑)은 고개를 저었다.


“원래는 내 본진에서 보관했지만 저번 싸움에서 병력 손실이 너무 많아 더 이상 안전한 곳이 못되더군.”


“왜 내게 그런 걸 가르쳐주는 거지?”


“이제······지쳤다. 나는 최선을 다했어. 하지만 아무리 강한 마법과 지식도 예언을 막을 수는 없다는 걸 깨달았다.”


“무슨 예언?”


“너에 대한 것이다, 계정자. 언젠가 신을 모시지 않는 사제가 카타콤에 내려와 잊힌 신을 되살릴 거라고. 처음 그 예언을 들었을 때 웃어넘겼지. 신을 모시지 않는 사제가 존재할 수나 있냐고. 하지만 실제로 네가 나타나고 모든 것이 예언대로 되었다.”


“그건 예언이 아니라 퀘스트 발동조건 같은데. 인공지능이 만들어서 그런지 구질구질하긴 하네.”


일단 이론상으로는 누구나 달성 가능한 조건이긴 했다. 캐릭터 생성 시에 신앙을 고르지 않거나, 골랐다 하더라도 나중에 자신의 신앙을 포기하면 신을 믿지 않는 사제가 될 수 있었다. 사제는 신을 믿어야 주문이나 특수능력을 받고, 신앙을 포기할 때는 기존 신이 앙심품고 저주를 내리는지라 다른 신앙으로 전향할 때 빼면 잘 쓰지 않는 기능이었다. 전향을 해도 한두 주 정도는 저주 뒤끝 때문에 고생해야 했다. 하물며 아무 것도 아닌 상태로 던전을 들어가야 이벤트가 발동된다니. 사람이 만든 퀘스트라 하면 게시판에 단체로 몰려가서 발로 만들었냐고 항의할 수준이었다.


어찌됐든-.


유현은 조심스럽게 다가가 흑(黑)의 로브를 더듬어 에센스 스톤을 꺼냈다. 노란색의 생명에너지가 마법문자가 빼곡하게 적힌 돌 위로 넘쳐흐르고 있었다.


“날 죽이면 의체는 네 거다. 그 머리로 해석이 될 것 같진 않다만.”


흑(黑)이 말했다.


“그냥 백(白)에게 주지 뭐.”


유현의 말에 흑(黑)이 노려보았다.


“왜 너 같은 교활한 놈이 백(白)에게는 고분고분한 거지.”


유현은 얼굴을 찡그렸다.


“걔가 내가 집으로 돌아가는······뭐랄까 열쇠 같은 걸 빼앗았거든. 돌려받으려면 걔가 원하는 대로 해줘야 해.”


“그런가. 하지만 네가 약속을 지켜도 백(白)은 약속을 지키지 않을 것이다.”


“하, 일이 이렇게 되니 이간질 시도냐?”


“내 말을 못 믿겠다면 백(白)이 스스로 증명하게 해.”


흑(黑)은 천천히 주문을 외웠다. 유현이 쥐고 있던 에센스스톤의 형상이 바뀌어 흑(黑)이 끼고 있던 의체처럼 변했다. 주문이 끝나자 흑(黑)은 모든 힘을 소모한 듯 헐떡거렸다.


“그걸······먼저 백(白)에게 던져라. 주변의 마법적인 힘에 반응해 폭발하는 마력폭탄이다. 그년이 약속을 어기고 네게 마법을 쏘면 무슨 일이든 일어나겠지.”


그의 몸은 말단부터 재로 변하기 시작했다.


“먼저 지옥에서 기다리고 있으마. 하지만 너보단 백(白)이 내 길동무가 됐으면 좋겠군. 부디 이 세상을 지켜다오.”


흑(黑)의 눈에 일렁이던 불꽃은 점차 작아들다 완전히 사라졌다.


*****


“키햐아악!”


지저인의 검이 부러졌다. 말세스의 대검이 지저인을 베고 지나갔다. 지저인의 등허리에서 피가 솟구쳤다. 괴물은 추악하게 몸을 비틀며 단말마의 비명을 내지른 뒤 그대로 땅바닥에 엎어졌다. 백(白)이 큰 소리로 손뼉을 쳤다.


“인상적이군. 과거보다 성장했다고 해야 하려나?”


“당신도 잔머리는 전보다 나아진 것 같군.”


말세스는 망토를 들어 칼에 묻은 피를 닦아냈다. 지저인을 쓰러트리긴 했지만 말세스의 피해도 무시할 것은 못됐다. 판금갑옷의 여기저기가 부서졌고, 그 사이로 드러나 보이는 뼈들은 성스러운 힘의 영향을 받아 그을리고 약해져 있었다. 특히 키가 작은 지저인의 집중공격을 받은 하체가 그랬다. 상체의 무게를 견디려면 아주 천천히 움직이는 수밖에 없었다.


“칭찬 고맙군. 나야 언제나 네 머리 위에 있었지.”


“지금은 내 칼 앞에 있소만.”


“아하하. 어디서 굴러먹었는지 모를 지저인 하나 상대하고 상당히 기고만장하시군. 널 위해 준비한 선물이 하나 더 있는데 보고 싶나?”


“얼마든지. 당신이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하시오. 결국은 내 손에 쓰러질 테지만.”


“나야 그럴 수도 있겠지. 하지만 선물들은 어떨까?”


백(白)은 주문을 외웠다. 땅이 미세하게 흔들리더니 시체 두 구가 엉금거리며 백(白)의 발밑에서 기어 나왔다.


“고작 좀비 둘로 뭘 하시려고?”


“그냥 네가 어떻게 반응할지 보고 싶은 것뿐이야. 내가 이 이벤트를 아주 오랫동안 준비해왔다는 걸 알아줬으면 해. 늘 새것처럼 방부처리 하느라 고생했다니까.”


“으······어어어······.”


좀비들은 두 팔을 들고 어그적거리며 말세스를 향해 다가왔다. 말세스도 대검을 붙들고 천천히 전진했다. 대검을 휘둘러 좀비를 베어내려던 말세스의 손이 허공에서 멈췄다.


“이건······.”


아무리 시간이 오래 지났어도 잊히지 않는 얼굴들이 거기 있었다. 아내와 딸이 눈에 핏발을 세운 채로 말세스를 노려보고 있었다.


“큭······.”


말세스의 눈 속에 불꽃들이 바람 앞의 촛불처럼 흔들렸다. 그는 자신을 노려보는 가족의 시선을 외면하고 마음을 다 잡았다. 한 걸음 뒤로 물러나 다시 검을 치켜드는데 백(白)이 품속에서 보란 듯이 작은 약병을 두 개 꺼냈다. 그녀는 그 중 하나를 높이 올려 햇빛에 비췄다. 약병 안에 들은 보라색 액체가 찰랑거리며 사방으로 빛을 뿌렸다.


“나는 햇빛을 싫어하지만······인정하지 않을 수 없군. 모든 병을 치유한다는 엘릭서 만큼은 빛 속에서 더 아름답다는 것을.”


그녀는 약병을 한 손에 잘 모아 쥐고 새삼스럽게 밝은 목소리로 말세스를 불렀다.


“왜 그렇게 서있지, 말세스? 날 쓰러트리면 네 가족을 치료할 수 있어. 네 아내와 딸도 간절히 바라고 있을 거야. 벌써 천 오백년이나 좀비로 변한 채로 영원한 허기에 고통 받으며 살았다고? 네가 구원해줘. 얼마나 멋진 이야기야. 아버지가 가족을 구한다니.”


“우······으······.”


말세스가 주저하는 것을 좀비들은 놓치지 않았다. 두 좀비는 일제히 말세스를 향하여 덤벼들었다. 말세스는 뿌리치려 했지만 몸이 말을 듣지 않았다. 아이 크기의 좀비가 부서진 갑옷 속으로 얼굴을 디밀었다. 그녀가 말세스의 그을린 대퇴골 윗부분을 깨물자 뼈가 맥없이 부러져 입 안으로 들어갔다. 말세스는 균형을 잃고 뒤로 넘어졌다. 좀비들이 그 위로 올라타 뼈밖에 없는 말세스의 여기저기를 닥치는대로 물어뜯었다.


“보기가 좋구나, 말세스. 정말, 정말로 아름다운 광경이야. 아하하하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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