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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룡림
작품등록일 :
2019.04.01 11:25
최근연재일 :
2019.05.12 12:10
연재수 :
46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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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수 :
218
글자수 :
195,8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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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5.09 1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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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쪽

Daydreamer(4)

DUMMY

남자는 면도칼을 쥐었다. 거울 속에서 날카롭게 잘 갈린 날이 주광색의 빛을 반사하며 반짝였다. 남자는 그것을 쉐이빙크림이 발라진 머리 위로 미끄러트렸다. 거품이 걷히자 깔끔하게 정돈된 민머리가 드러났다.


남자는 면도칼에 묻은 거품을 세면기에 털어냈다. 그는 온수를 적신 수건으로 머리를 닦으며 거울 속의 자신의 모습을 바라보았다. 털이 없이 매끈한 얼굴을 확인한 뒤 옷걸이에 걸려있던 하얀색 목욕가운을 몸에 걸쳤다.


그는 화장실의 문을 열었다. 피칠갑 된 호텔 스위트룸이 그를 맞았다.


여자 셋에 남자 하나. 모두 젊고, 매력적이었다. 이제는 전부 죽어있었다.


남자는 신고 있는 슬리퍼에 피가 묻지 않게 주의하며 냉장고로 향했다. 냉장고의 문을 열고 캔맥주를 하나 꺼냈다. 뚜껑을 따자 청량한 소리와 함께 흰 거품이 올라왔다. 남자는 맥주를 유리잔에 따라 TV가 있는 곳으로 되돌아왔다.


105인치짜리 플렉서블 TV 앞에는 커다란 베이지 색 소파가 있었다. 남자는 소파에 묻은 피를 수건으로 대충 닦아내고 자리에 앉았다. TV를 틀자 개그맨들의 클로즈업된 커다란 얼굴이 화면을 가득 채웠다. 그들은 밝은 세트장에서 의미도 없는 이야기를 하며 자기들끼리 웃어댔다. 남자는 웃지 않았다. 그는 그저 맥주를 두어 모금 마시며 옆자리로 시선을 두었다.


창백한 낯빛의 젊은 남자가 거기 앉아있었다. 의미 없이 벌려진 입을 타고 핏줄기가 흘렀다. 링거액이 떨어지듯, 방울진 피가 일정한 리듬으로 소파 가죽을 두드렸다.


남자는 자신을 닮은 젊은이의 얼굴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그는 영혼이 없는 앳된 얼굴에 묘한 흥분을 느끼며 잠깐 가운 아래로 손을 집어넣었다. 그는 발기된 자신의 물건을 애무하듯 두어 차례 훑었다. 하지만 이내 인상을 찌푸리고 고개를 흔들며 손을 뗐다.


객실 문 앞에서 인기척이 들렸다. 남자는 유리잔을 입으로 가져가며 문을 응시했다. 한 무리의 거한이 객실의 잠금장치가 부서진 것을 발견하고 방 안으로 뛰쳐들었다.


“대체 이게 무슨······도련님!”


앞장선 장정은 키가 2미터는 돼 보였다. 그는 소파에 앉은 남성과 눈을 마주치자 짐승 같은 괴성을 내며 달려들었다.


남자는 소파에서 일어났다. 그는 오른다리를 내뻗어 장정의 복부를 걷어찼다. 목욕가운 너머로 드러난 남자의 다리는 근육을 숭배하기 위해 만들어진 신전의 기둥처럼 완벽했다. 발차기가 정확히 배에 꽂혔다. 남자는 장정의 입에서 피가 흘러나오는 것을 보며 천천히 발을 거뒀다.


장정은 몸을 떨며 그 자리에 무너졌다. 그는 다리가 풀려 남자 앞에 무릎을 꿇었다.


남자는 경련중인 장정 앞으로 다가가 그의 머리 위에 손을 올렸다. 그의 손이 장정의 머리를 천천히 훑었다. 정수리서부터 내려오던 손은 만두처럼 뭉개진 귀 위에 도착했다. 남자는 그것을 엄지와 검지로 잡고 빠르게 찢어냈다.


“유키오, 유키오!”


높은 연배로 보이는 뚱뚱한 남자가 공포로 굳어있는 거한들을 제치고 방 안으로 밀고 들어왔다. 그는 무릎 꿇은 아들과 그 앞에 서있는 남자를 보았다. 두터운 두 다리가 사시나무처럼 흔들렸다.


“오랜만이군, 요코즈나.”


남자는 찢어낸 귀를 가지고 종이학을 접었다. 그는 살로 만든 조잡한 공작물을 무릎 꿇린 청년의 머리 위에 올려놓았다.


“죽은······아니, 돌아가신 줄 알았습니다. 대령.”


“모자란 후손을 남겨두니 눈을 감을 수가 있어야지.”


남자는 잠깐 소파 위의 시신에 눈을 돌렸다. 요코즈나는 굳어서 아무 것도 못하는 깡패들을 향해 소리 질렀다.


“뭣들 하는 거냐, 너희들! 싸울 건지 무릎을 꿇을 건지 확실하게 해.”


깡패들은 눈치를 보다가 하나 둘 무릎을 꿇었다. 요코즈나는 장정들이 전부 무릎을 꿇은 것을 확인하고 스스로 무릎을 꿇었다. 그는 카페트가 깔린 바닥에 쿵 소리가 날 정도로 크게 머리를 찍으며 남자를 향해 절했다.


“대령, 간곡히 부탁드립니다. 제발 유키오를 살려주십시오.”


“자네도 늙었군, 요코즈나. 옛날이었다면 자식 하나쯤 죽는 건 아무 일도 아니었을 텐데.”


요코즈나는 고개를 들었다. 찢어진 이마에서 피가 흘러나와 코를 타고 흘러내렸다.


“그 말씀대롭니다. 하지만, 대령. 그 아이가 제 마지막 자식입니다.”


“자식이란 미래로 보내는 화살 같은 것이다. 결함품을 미래로 보낼 순 없어.”


“제 머리의 새치를 봐주십시오, 대령. 그 아이가 제 최선입니다.”


“늙었구나, 요코즈나.”


“대령만큼 이겠습니까. 도망치기 전에도 저보다 연세가 있었지요.”


요코즈나는 바닥에 머리를 쳐박고 말했다. 남자의 눈썹이 꿈틀거렸다.


“지금 내가 잘못 들었나? 누가 도망쳤다고?”


“말도 없이 사라지신 건 사실이죠. 그게 벌써 20년 전입니다. 조직이 찢기고 갈라지는 동안 어디 계셨습니까?”


“바보 같은 놈. 그게 중요한가? 세상은 내 예측대로 돌아갔어. 내 말을 충실히 지키지 않았다면 이만한 부를 손에 쥐는 게 가능했을 것 같나?”


“저도 압니다, 대령. 그래서 아무 것도 욕심내지 않았습니다. 조직의 모든 것은 도련님의 소유로 했습니다. 저는 끝까지 도련님을 지켰습니다.”


남자는 경멸이 어린 눈으로 쇼파에 널부러진 청년의 시체를 확인했다.


“흥. 내 새끼가 왜 저런 쓰레기가 됐는지 알 것 같군. 좋다, 요코즈나. 마지막으로 봤을 때 넌 피라미에 불과했다. 네게 모든 책임을 물리는 건 부당한 일이겠지. 네 「소중한」 유키오에게 기회를 주도록 하마.”


“제가 구급차를······.”


“나는 기회를 준다고 말했다, 요코즈나. 살고 죽는 건 운명에 달린 문제다.”


남자는 유리잔을 벽에 부딪쳤다. 잔이 산산조각 났다. 그는 깨진 유리조각 하나를 집어 팔을 그었다. 갈라진 피부 사이에서 검붉은 피가 흘러나왔다. 남자는 자신의 앞에 주저앉아있는 유키오의 고개를 젖히고 그의 입을 벌려 자신의 피를 떨어트렸다.


“크으······으으으······.”


피가 흘러나오던 입이 천천히 진정되었다. 대신 유키오는 눈깔을 뒤집은 채로 하얀 거품을 뱉어냈다. 그는 남자의 손아귀에서 벗어나려 몸부림쳤지만 그럴수록 남자의 손은 바이스처럼 유키오의 턱을 옥죄었다. 유키오의 온 몸 근육이 꿈틀거리며 팽창하기 시작했다.


“우오오오오오!”


짐승을 닮은 울부짖음이 호텔 방을 가득 채웠다. 요코즈나의 비명소리가 연달아 들렸다. 닫혀있던 호텔 문이 열리고 깡패들이 방 밖으로 뛰쳐나왔다. 그들은 계집애처럼 울면서 비상계단 아래로 굴러 떨어지듯 내려갔다.


“크후우······크후······.”


유키오의 근육은 풍선처럼 팽창해 있었다. 그는 짐승처럼 무절제하게 숨을 내뱉으며 요코즈나의 뱃속에 머리를 파묻었다. 고개를 들자 붉게 물든 턱에서 피가 뚝뚝 떨어졌다. 그는 자기 아버지의 뱃속에서 끄집어낸 내장을 불은 우동사리라도 되는 것처럼 정신없이 씹었다.


남자는 천천히 다가와 요코즈나를 내려다보았다. 그는 더 이상 움직이지 않았다. 눈은 뒤집히고 혀는 이완되어 입 밖으로 축 늘어져 있었다.


“축하하네, 친구. 유키오는 성공했군. 내 아들과는 전혀 달라.”


남자는 몸을 굽혀 요코즈나의 눈을 감기려 했다. 유키오가 먹을 것을 뺏긴다고 생각했는지 달려들어 남자의 팔을 물었다. 날카롭게 발달된 이빨들이 살 속으로 파고들었지만 남자는 눈도 깜짝하지 않았다. 유키오는 더 세게 입을 앙다물며 레슬러마냥 발달된 목과 어깨를 미친 듯이 흔들었다.


남자는 조용히 유키오의 머리를 떼어놓고 쇼파 앞에 놓인 테이블의 모서리에 찍었다. 모서리가 부서져나가며 유키오의 머리가 바닥에 쳐박혔다. 유키오는 골이 흔들릴 정도의 충격을 받고 고개를 가누지 못했다. 그는 간신히 몸을 일으키고, 두들겨 맞은 개 마냥 낑낑거리며 남자에게서 멀리 떨어진 구석으로 엉금엉금 기어갔다.


유키오는 그 큰 몸뚱이를 방구석에 구겨 넣고 머리를 숙인 채 공포에 떨었다. 남자는 요코즈나의 눈을 감기고 몸을 돌렸다. 그는 천천히 다가가 유키오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불쌍한 것. 그동안 힘들었겠구나.” 남자의 목소리에는 자상했다.


“내가 새로운 아버지가 되어주마. 난 너희 아버지처럼 네 가능성을 닫아두지 않을 거야. 그건 학대나 다름없어. 네겐 권리가 있다. 네 재능을 맘껏 펼칠 권리가. 내가 도와주마.”


남자는 천천히 쓰다듬는 것을 반복했다. 유키오의 몸에 있던 떨림이 잦아들었다. 그는 강아지처럼 끙끙대면서 남자의 강철처럼 단단한 손가락에 머리를 부볐다. 남자는 피가 묻어있는 유키오의 미끈거리는 볼을 느끼며 눈을 감았다. 유키오의 코끝에서 나오는 숨결이 손을 간지럽혔다. 가운 속에 가려진 남자의 굵은 기둥이 여러 차례 움찔거리더니 그 끝에서 하얀 액체를 토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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