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자여, 왕이 되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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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bok2705
작품등록일 :
2019.04.01 11:28
최근연재일 :
2021.01.04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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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4.10 2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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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9화: 백산 마적단 토벌 (2)

*본작은 역사적 고증보다는 상상의 비중이 더 큰 작품입니다. 참고해주시기 바랍니다. 이미 지난 시대를 배경으로 나올 수 있는 수많은 픽션 중 하나라고 생각해주시면 될 것 같습니다. 감사합니다.




DUMMY

<망자여, 왕이 되어라!>

9화: 백산 마적단 토벌 (2)


“딸꾹! 이 문디자슥이··· 어데서 졸고 있노!”


‘이 목소리는?’


대성은 카운트다운을 멈추고 시선을 돌렸다.


“마, 정신 나갔나? 딸꾹, 내가 망보라 했지, 처자라 했어?”


돌쇠는 밖으로 나오자마자 보초의 뺨을 후려갈겼다. 그리고는 혀가 꼬인 목소리로 갖은 폭언을 퍼부었다.


“나이 든 놈은 이리 고생하는데, 새파랗게 어린놈은 잠까지 편히 자고. 세상 참 잘 돌아간다.”


“······”


“나 때는 마, 경계 중에 졸았다간 바로 황천길 갔대이. 딸꾹, 오래 살고 싶으면 정신 차리라. 알았나?”


얼굴이 시뻘게진 아이는 고개만 연신 끄떡였다.


“기본이 안 되어있어, 기본이. 딸꾹, 그러니까 오랑캐 소리를 듣지.”


“······”


“지 누이처럼 반반하기라도 하든가.”


돌쇠는 반쯤 풀린 눈으로 보초를 흘겨본 뒤, 벌판 쪽으로 비틀거리며 걸어갔다.


“마! 내 오줌 갈기고 올 테니까, 딸꾹, 망 똑바로 보고 있어라!”


대성은 갈지자걸음을 걷는 돌쇠에게 총구를 겨누었다. 그다음, 표적이 멈출 때까지 기다렸다.


“밥만 축내는 새끼. 딸꾹, 갖다 팔아버리든가 해야지.”


그리고 방아쇠를 당겼다.


-타앙!-


결과는 완벽했다.


“으아아아악~!”


돌쇠는 피가 솟구치는 허벅지를 붙잡고 비명을 질렀다.


“으···! 마! 기습이다. 기습!”


대성은 곧장 천막 쪽으로 몸을 돌렸다. 잠시 후, 천막 안에 불이 들어오면서 마적들이 하나둘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밖으로 나온 마적은 총 아홉 명. 술기운이 아직 가시지 않았는지, 모두 붉게 달아올라 있었다.


이는 곧 이성적인 판단을 할 수 없음을 뜻했다.


“마! 뭣들하고 있노! 퍼뜩 무기 갖고 온나!”


마적들은 총을 들고 돌쇠에게 뛰어갔다. 그래도 아예 바보는 아니었는지, 일부는 천막 근처에 남아 몸을 숙이고 주변을 살폈다.


하지만 밤새 술을 마신 자들이 뭘 제대로 살피겠는가? 얼마 지나지 않아 두 번째 총성이 울렸다.


-타앙!-


만식의 총알은 고개를 높게 쳐들고 대성이 있는 쪽을 살펴보던 마적의 관자놀이를 뚫고 지나갔다.


[아아악!]


사람 죽이는데 눈 하나 깜빡하지 않을 것 같았던 마적은 머리 뚜껑이 열린 동료를 보며 비명을 질렀다. 마을 사람들을 공포에 몰아넣었던 마적은 어디에도 없었다.


총만 들고 있는 주정뱅이 오합지졸만이 두려움에 떨고 있을 뿐이었다.


“대가리 숙이라! 대가리 숙이고 오라고!”


돌쇠가 한국어와 중국어를 섞어가며 소리쳤다. 하지만 의미 없는 명령이었다.


적들 코앞이긴 했지만, 대성과 만식은 마적 본거지보다 고도가 높은 곳에 자리 잡고 있었다.


-타앙!-


머리를 숙이든, 허리를 숙이든 죽는 건 매한가지였다. 대성이 쏜 두 번째 총알은 돌쇠에게 가장 먼저 도달한 마적의 심장을 꿰뚫었다.


“헉, 헉··· 어떤 놈이가! 당장 나온나!”


돌쇠는 눈도 감지 못하고 죽은 마적의 소총을 뺏어 들고 사방으로 쏘기 시작했다. 물론 아무 소용없는 짓이었다.


[탕! 탕! 탕! 탕! 탕!]

-타앙!-


“헉··· 헉··· 계집애처럼 숨어있지 말고 당장 튀어나온나!”


[탕! 탕! 탕! 탕! 탕!]

-타앙!-


감정을 다스리지 못한 행동은 부하 두 명의 죽음만 재촉했을 뿐이었다.


무력화된 돌쇠를 제외하고 남은 마적은 다섯 명. 이제 대충 상황 파악이 되었는지, 그들 모두 풀을 엄폐물 삼아 땅바닥에 납작 엎드리고 있었다.


총성이 잠시 멈춘 가운데, 그들은 중국어로 대화를 나누며 자기들 나름대로 대책을 마련했다. 곧 그들의 대표격으로 추정되는 인물이 돌쇠에게 소리쳤다.


“두령! 두령!”


“헉헉··· 으···”


“두령! 듣고 있나! 우리 이러고 있으면 안 된다! 도망쳐야 한다!”


“헉헉, 뭐라카노! 우리 쏜 놈부터 찾아라! 우리 쏜 놈 찾으라고!”


“보이질 않는데 어떻게 찾아! 지금이 기회다. 말 타고 여기서 벗어나야 한다!”


“마, 돌았나? 물건 놔두고 내빼자고? 계집애 같은 놈한테 다 뺏길 생각이가!”


“그럼 어떡할 건데?


돌쇠는 대답하지 못했다.


“······”


나아갈 길을 제시하지 못하는 리더는 무시당하기 마련이었다.


“솔직히 두령도 생각 못 하고 있지 않나! 이번엔 내 말 들어라!”


“헉헉··· 지금 내한테 도전하는기가?”


“다 생각이 있어서 그러는 거야! 지금 사람 하나 보내서 말 끌고 오게 할 테니까 좀만 기다려라!”


“쓸데없는 생각 집어치우고 내한테나 보내도! 마! 듣고 있나! 마!”


마적들은 돌쇠의 말을 더 이상 듣지 않았다. 곧 마적 한 명이 일어나 말이 묶여 있는 곳으로 쏜살같이 달려갔다.


-타앙!-


그렇게 남은 마적은 네 명이 되었고, 돌쇠는 얼마 남지 않은 마적단 대장으로서의 지위와 권위를 지킬 수 있었다.


“헉헉··· 참 잘하는 짓이다···! 내 말했지? 놈 위치부터 찾는 게 먼저라고.”


“어떻게 찾을 생각인데?”


“한심한 놈··· 방금 아 어디서 뒈지는지 못 봤나? 말 있는 쪽이다. 놈은 지금 말들 있는 곳 어딘가에 있다고···!”


“생각해보니 그러네. 저쪽으로 빙 돌아서 가면 되겠군.”


“헉, 헉··· 말만 씨부리지 말고··· 가서 처 잡아라.”


“알았다. 아주 사지를 찢어 놓을 테야.”


“마!”


“왜?”


“내한테 한 놈 좀 보내도··· 피, 피 지금 줄줄 나오고 있대이··· 헉헉···”


이제 남은 마적은 네 명.


무능한 리더를 만난 악인들은 살아서 나갈 마지막 기회마저 놓쳐버린 채, 사지로 들어오고 있었다.


-철컥!-


대성은 탄 클립을 갈아 끼운 뒤, 자신이 있는 곳으로 살금살금 걸어오고 있는 마적들을 겨누었다.


-타앙! 타앙! 타앙!-


“두, 두령···! 안 되겠소. 난 여기서 나가야겠소.”


“헉헉··· 이 망할 오랑캐 자식이···!”


“너, 너무 섭섭하게 생각하지-“


-타앙!-


마지막 총성과 함께 마적단 두령을 버리고 떠나려던 마적이 쓰러졌다.


이제 남은 마적은 한 명.


대성은 돌쇠가 제대로 들을 수 있게끔 또렷한 발음으로 사격중지를 외쳤다.


“모두 다친 데 없습니까?”


“멀쩡하네. 바위만 몇 발 맞았어.”


다행히 청년들도 멀쩡했다.


물론 난생처음 겪어보는 총격전이었던 만큼 나름대로 충격을 받은 듯했다.


“허구한 날 우리 대가리 박살 낸다고 하더니만, 지들 머리통이 먼저 박살 났네. 꼴 좋다.”


그래도 대성이 예상했던 만큼 큰 충격을 받진 않은 것 같았다.


“인자 우리 죽인다는 소리는 못하겠구마잉. 썩을 것들, 느그들은 염라대왕이 가만 놔두지 않을 것이여.”


“대부분 머리에 맞고 즉사한 것 같으니 따로 확인할 필요는 없을 것 같고. 한 놈만 결딴내면 되겠구나. 태준아.”


대성은 일행과 함께 돌쇠에게 다가갔다.


“헉헉···”


이미 피를 흘릴 대로 흘린 돌쇠는 대자로 뻗은 채 마지막 숨을 헐떡이고 있었다. 그래도 정신은 잃지 않은 모양인지, 대성 일행을 보자마자 욕설을 퍼부었다.


“헉헉··· 정태준··· 이 자식 물에 빠져 뒈진 줄 알았더니만··· 계집애처럼 숨어 있었나···?”


“그래, 네가 도저히 답 없는 인간말종이라고 하길래 오금이 저려서 다른 세상에 숨어 있었다. 됐냐?”


“컼··· 사내새끼가··· 정정당당하게 맞설 생각은 안 하고··· 계집애 같은 놈.”


“반성할 생각은 없나 보네. 나도 별 기대 안 했다.”


“컼··· 뭘 반성해야 하는데? 헉헉··· 두고 봐라. 내 반드시 살아남아서 네놈 마을을 박살 내줄 게··· 니 애비, 애미, 분이 년 전부-“


결국, 듣다 듣다 참지 못했는지 만식과 철인, 고담 모두 총을 꺼내 들었다. 그 순간, 대성이 일행을 말리고 나섰다.


“어차피 살아남지 못할 거에요. 철인이랑 고담이도 총 내려. 오래 버티지 못할 거야.”


“그래도 혹시 모르잖아. 이놈도 면상에 아주 구멍을 확!”

“그래, 태준아. 사람 일 어떻게 될지 모른당께. 아니다. 그냥 차라리 태준이 네가 끝내는 게 어떻것냐? 복수혀야제.”


“복수는 이미 하고 있어. 마지막으로 사과를 받고 싶었을 뿐이야.”


“그려···”


“그만 가자. 마무리해야지. 일단 시신부터 한곳에 모아. 그다음에 정리를 해보자고.”


대성은 저승사자와 면담 직전인 돌쇠를 뒤로하고 발걸음을 돌렸다.


돌쇠는 얼마 버티지 못했다.


***


“휴~ 시신은 다 모은 것 같구나. 이제 놈들이 그간 우리를 얼마나 착취했는지만 알아보면 되겠어.”


만식이 말했다. 한때 마을 사람들의 공포로 군림하던 마적들은 한낱 시신이 되어 땅바닥에 널브러져 있었다.


그런데 왠지 모르게 대성의 표정은 그리 좋아 보이지 않았다.


“태준아, 무슨 일 있느냐? 안색이 안 좋아 보이는구나.”


“아저씨. 백산 마적단 말이에요. 지금 여기 있는 인원이 전부인 거 맞죠?”


“그래. 돌쇠 포함해서 열 명. 여기 누워있는 열 명이 전부야. 맞지 않느냐?”


대성이 고개를 끄덕였다. 토벌 전에 들었던 인원 열 명, 토벌하면서 사살한 인원 열 명. 일행이 수습한 마적의 시신도 열 명이 맞았다.


“흠··· 이상하네요.”


“이상하다고?”


“그 처음에 봤던 보초 기억하시죠?”


“꾸벅꾸벅 졸던 놈 말이냐?”


“네. 분명 제 나잇대 내지 더 어려 보이는 녀석이었는데, 저희가 죽인 놈 중에 그 나잇대로 보이는 자가 없네요.”


대성의 말에 만식의 눈매가 다시 날카로워졌다.


“돌쇠가 손찌검도 하고 그랬는데, 제가 헛것을 본 게 아니라면···”


“지금 여기에 있다는 뜻이지. 얘들아, 총 다시 꺼내거라!”


“아저씨, 잠깐만요.”


“왜 그러느냐?”


“굳이 수색할 필요까진 없을 것 같습니다.”


“그게 무슨 말이냐? 기습이라도 당하면 어쩌려고?”


“말씀드렸다시피 그 보초, 저보다 어린아이였습니다. 분명 싸울 의지를 잃었을 것입니다.”


“그래도 찾긴 찾아야 하는 것 아니겠느냐.”


“찾긴 찾아야죠. 하지만 굳이 총을 들이대 가며 찾을 필요는 없다는 뜻입니다. 서로 극도로 긴장한 상태에서 불필요한 희생이 발생할지도 몰라요.”


대성이 말했다.


“일단 자발적으로 나오도록 하는 게 우선일 듯합니다.”


“뭐 네 말도 일리가 있긴 하다만, 어떻게 하겠다는 것이냐? 내가 알기로 이 마적단에서 말이 통했던 사람은 돌쇠뿐이었는데.”


“일단 한 번 지켜보십시오.”


전투 도중, 대성이 깨달은 사실이 하나 있었다.


그저 악덕 기업주의 갑질이라고만 여겼던 행위가 전화위복이 되었다는 사실을.


‘영업 손실 메꾼다는 명분으로 강매 당한 학습지가 이런 식으로 도움될 줄은 몰랐네.’


대성은 천막으로 가까이 다가갔다. 그리고는 중국어로 소리쳤다.


“우리는 악한 마적을 처단하러 온 것이지 어린 소년을 죽이러 온 것이 아니다! 억지로 쥐어진 무기를 버리고 투항하라!”


“······”


“저항하지 않겠다는 뜻만 명확하게 보여준다면 우리도 따로 해를 가하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어떤 반응도 없었다. 잠시 후, 대성은 최후통첩을 날렸다.


“새로운 인생을 살 기회를 주겠다! 지옥에서 탈출하고자 한다면 지금 당장 밖으로 나와라!”


“나가요···! 바로 나갈게요!”




잘 부탁드립니다.


작가의말

기다려주셔서 감사합니다. 

공지한 연재 시간(오전 8시 or 오후 12시)을 준수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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