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자여, 왕이 되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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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bok2705
작품등록일 :
2019.04.01 1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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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1.04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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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7.19 22: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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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41화: 뜻밖의 손님 (1)

*본작은 역사적 고증보다는 상상의 비중이 더 큰 작품입니다. 참고해주시기 바랍니다. 이미 지난 시대를 배경으로 나올 수 있는 수많은 픽션 중 하나라고 생각해주시면 될 것 같습니다. 감사합니다.




DUMMY

<망자여, 왕이 되어라!>

41화: 뜻밖의 손님 (1)


-쾅!-


“분대장님! 급히 보고 드릴 게 있습니다!”


모처럼 찾아오나 싶었던 평화는 젊은 전투 요원의 다급한 목소리와 함께 세상 저편으로 사라져버렸다.


“무슨 일인데?”


“백산 마을에서 사람이 찾아왔습니다.”


“백산 마을에서? 오늘?”


“네. 일단 나가 보셔야 할 것 같습니다.”


정착민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던 대성은 무슨 일인가 싶은 생각으로 옛 마적단 본부를 나섰다.


그리고 밖으로 나오기 무섭게 뭔가 심상치 않은 일이 벌어졌음을 직감했다.


“철인아? 네가 여긴 어쩐 일로?”


“헉헉··· 하··· 왔구나. 태준아, 정말 큰일 나부렸다.”


“뭐?”


“큰일이 나부렸다고···!”


오랜만에 만난 철인은 평소와 다르게 유난히 불안해 보였다. 꼭 누군가에게 쫓기는 것 마냥, 그는 시선을 한곳에 두지 못하고 목책 바깥쪽으로 끊임없이 고개를 돌렸다.


하는 행동만 보면, 마치 마적단 이야기만 들어도 겁먹던 시절로 돌아간 듯한, 혹은 마적단의 칼날을 피해 간신히 탈출한 것 같은 모습이었다.


오랫동안 본 적 없던, 아니, 앞으로 더 이상 볼 일 없다고 생각했던 친구의 반응에 대성은 심각한 표정으로 철인을 찬찬히 살폈다.


그러나 대성은 어떠한 단서도 찾을 수 없었다. 눈에 띌 만한 상처도, 빗발치는 총알을 피해 몸을 구른 흔적도 보이지 않았다.


그렇다고 마적단의 추격을 받은 것도 아니었다.


아무런 답을 얻을 수 없었던 대성은 안절부절못하는 철인을 바로 세우고 재차 질문을 던졌다.


“철인아, 일단 진정부터 좀 하고. 말해 봐. 마적단이야?”


“어?”


“마적단이 나타났냐고?”


“마, 맞아··· 아, 아니여···! 그, 그냥 마적이 아니여··· 천리군, 천리군이 다시 찾아왔어.”


“천리군?”


“그려, 천리군. 그놈들이 다시 찾아왔당께. 이걸 우짠다냐···”


철인의 목소리는 그의 얼굴에 흐르는 식은땀 줄기를 따라 가늘게 떨렸다.


천리군과 총부리를 맞댄 경험이 아예 없던 게 아니었는데도, 철인은 좀처럼 마음을 가라앉히지 못했다.


대성은 그런 친구의 반응을 쉽게 이해할 수 없었다.


그때였다.


“태준아.”


“아저씨.”


“마을 회관에 있는 줄 알았는데, 거기 있었구나. 소식은 들었느냐?”


만식이 물었다. 이에 대성은 슬며시 고개를 저었다.


“천리군이 왔다는 소식만요.”


대성이 말했다.


그는 곧 다른 전령에게 소식을 접한 만식으로부터 보다 자세한 상황을 전해 들을 수 있었다.


“대규모 병력이 왔다고 하더구나. 별동대 수준으로 돌아다닐 때와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말이다.”


“대규모 병력이요?”


“그래. 무장도 규모에 걸맞은 수준이고. 아무래도 최대한 빨리 가보는 게 좋을 것 같아.”


철인처럼 겉으로 대놓고 드러내지는 않았지만, 만식 역시 현 상황을 예사롭지 않게 받아들이는 듯했다.


물론 상황을 제대로 접한 대성도 그와 별반 다르지 않았다.


철인과 같이 온 주민에게서 나머지 보고를 받는 동안, 대성의 얼굴은 미간과 눈썹을 중심으로 서서히 일그러졌다.


그리고 보고가 끝나기 무섭게 곧장 마구간으로 달려갔다.


“태준아, 지금 바로 가는 게냐?”


“예. 아저씨는 이곳을 맡아주세요. 주기적으로 소식을 주고받도록 해요.”


“알았다. 태준아, 이번에는 절대로 먼저 공격하려고 하지 마라. 저번과 같은 상황이 아니야.”


“저도 알고 있어요. 대비 잘 해주세요.”


대성은 돌발상황에 대처할 수 있는 최소한의 예비 인원만 정착촌에 남겨둔 채, 모든 전투 요원을 이끌고 귀향길에 올랐다.


‘아무리 훈련을 잘 받았다고 한들, 야포까지 동원한 놈들을 상대로 정면 대결을 벌이는 건 무리야.


그의 머릿속은 백산 마을로 돌아가는 내내 만주 벌판을 전속력으로 달리는 말들 이상으로 바쁘게 돌아갔다.


전력 비교부터 시작해서 방어 및 대피, 그리고 이주 계획까지, 최상의 시나리오부터 최악의 시나리오까지, 몇 사람의 머리를 합쳐도 모자랄 지경이었다.


‘게다가 그 정도 규모면 당장 머릿수로 밀어붙여도 이상하지 않을 수준인데··· 훼방 놓을 세력이 있는 것도 아니고··· 망할.’


그렇게 얼마나 내달렸을까, 한동안 보지 못했던 백산 마을의 전경이 조금씩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그 너머 천리군이 있었다.


“그새 저기까지 와부렸네. 그동안 코빼기도 비추지 않던 놈들이 언제 저렇게 사람을 많이 모은 것이여.”


“······”


“진짜 볼수록 미치겄네. 태준아, 이거 싸움이 되겄냐?”


대성은 철인에게 확답을 줄 수 없었다.


불 보듯 뻔한 싸움이 될 게 분명했기 때문이었다.


그만큼 천리군의 전력은 한눈에 봐도 탄탄해 보였다.


지평선을 가득 메운 병사들의 수는 조선인 공동체 인구를 모두 합친 것보다 많았고, 그들이 갖춘 무장 역시 거대한 군세에 걸맞은 수준이었다.


보병은 보병대로, 기병은 기병대로 마을 앞에 도열한 인원 모두 제대로 만들어진 총기와 교전 수행에 충분한 탄약을 지니고 있었다.


그것도 모자라 딱히 볼 일이 없을 줄 알았던 야포까지 동원한 상태였다.


말 그대로 머릿수는 물론이요, 물자와 장비까지 어느 하나 부족한 게 없었다.


지금까지 만났던 어중이떠중이 무장집단과는, 심지어 이전에 만났던 천리군과도 차원이 다른 모습이었다.


“철인아, 사람들 대피 시켰어?”


“보고를 받자마자 바로 너한테 가서··· 아마 시켰을 것이여. 네가 맨날 그리하라고 알려줬잖여.”


“너는 일단 파견대원하고 같이 마을 돌면서 사람들 제대로 대피했는지 확인해줘.”


“아, 알았어··· 태준이, 저 자식들 상대로 진짜 싸울 생각인 건 아니제···?”


“······”


대성은 이번에도 확답을 줄 수 없었다.


그가 해줄 수 있는 말은 한 가지뿐이었다.


“지금 당장 싸우고 말고는 우리가 결정할 사안이 아니야. 저들이 결정할 사안이지. 객관적으로 우리가 밀려.”


“아··· 그 말은 곧···”


“어쨌든 주민들 대피부터 확실히 시켜. 비상식량도 충분히 챙기고. 그리고 만식이 아저씨와 계속 연락을 주고받도록 해. 상황 알려줄 테니까.”


대성은 철인에게 후방을 맡긴 뒤, 곧장 전방 진지로 올라갔다.


공동체를 지키기 위해 전방 진지에 모인 주민들 역시 심각한 표정으로 천리군을 주시하고 있었다.


주민 모두 첫 조우 때와 많이 달라진 천리군의 상태에 심히 당황한 듯했다.


게다가 어찌나 긴장했는지, 온몸이 식은땀으로 뒤덮인 것도 모자라 대성이 왔는지도 모를 정도였다.


“촌장님, 저 왔습니다.”


“아이고머니나···! 휴··· 간 떨어지는 줄 알았네. 금방 왔구나.”


“예. 소식 듣자마자 바로 달려왔습니다.”


“만식이 형님은?”


“정착촌에 계십니다. 만약을 대비해 남아달라고 부탁했어요.”


“그래, 지금으로선 만약을 대비하는 게 현명할지도 모르지. 잘했다.”


상기가 말했다. 그는 대성과 대화를 나누는 와중에도 천리군에게서 시선을 떼지 않았다.


하지만 그 역시 뚜렷한 대책을 내놓지 못했다. 천리군이 거느린 거대한 군세의 실체가 드러날수록, 그의 한숨과 주름살만 점점 늘어갔다.


“하··· 촌장으로서 이렇게 말하면 안 되지만, 도저히 답이 안 나오는구나.”


“설레발보다는 객관적인 전력 파악이 더 나은 법이지요.”


“태준아, 넌 어떻게 생각하느냐? 힘들겠지?”


“일단 정면대결은 무리일 것 같습니다. 병력 규모도 그렇거니와, 중화기가 너무 많아요. 화력에서 차이가 너무 크게 납니다.”


“그래, 나도 놈들이 저 정도일 줄 몰랐다. 그냥 무늬만 군벌인 줄 알았건만, 대포를 가지고 올 줄이야···”


상기는 망원경을 내려놓고 두 손으로 머리를 감쌌다.


대성도 딱히 할 말이 떠오르지 않았다.


전황을 뒤집을 만한 묘책이나 변수가 없었던 까닭이었다.


오히려 묘책은 천리군이 갖고 있었다.


그리고 언제라도 묘책을 사용할 준비가 되어있었다. 천리군 병사들은 측량하는 이들의 지시를 받으며 야포를 조금씩 이동시켰다.


그마저도 좀 더 괜찮은 포격위치를 잡기 위한 조정작업일 뿐이었다.


“태준아, 저기 보이느냐?”


“네. 기병이 움직이지 않는 이유가 있었어요. 저놈들 여차하면 포격부터 할 생각인 겁니다.”


“아니면 포를 앞세워서 다 뜯어갈 참이거나. 휴··· 대포 주변에 병력이 다 몰려 있으니, 기습할 수도 없는 노릇이고.”


“설사 기습에 성공하더라도, 보복만 배로 당할 겁니다.”


“나도 같은 생각이다. 총알이 어디서 날아오든 간에 놈들은 여기부터 쑥대밭으로 만들 거야.”


“놈들을 막는 게 가장 중요하지만, 그렇다고 힘들게 이룩한 터전을 또다시 잃을 순 없죠. 일단···”


대성은 하려던 말을 멈추고 천리군이 있는 쪽에 시선을 집중했다. 상기 역시 대성을 따라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 둘 다 말없이 전방을 주시했다.


누군가 오고 있었다.


“저기, 촌장님?”


“보고 있다. 손에 뭘 들고 있는 거 같은데···? 저거 어디서 봤는데··· 아라사놈들이 들고 있던 물건···”


“확성기요.”


“그래, 확성기! 잠깐, 저 물건 이름이 확성기였느냐?”


“네. 아무래도 천리군에서 보낸 전령 같군요.”


“또 무슨 헛소리를 지껄이려고.”


“일단 뭘 요구하는지 들어봐야겠습니다. 지시 전달 좀 해주세요.”


각자 위치에 배치된 백산 마을 주민들은 방아쇠에서 손을 뗀 채, 천리군 전령을 바라보았다.


케피 형상의 군모를 쓴 전령은 동료 한 명만 데리고 마을 방어선에 살짝 미치지 못하는 곳까지 다가와 말을 세웠다.


그리고는 확성기를 들어 올렸다.


[흙더미 위에서 고생하는 조선인들, 잘 들어라! 나는 천리군 총사령 ‘한세걸’이다!]


“흙더미 위에서 고생하는 조선인들, 잘 들어라! 이분은 천리군 총사령 ‘한세걸’ 장군님이시다!”


전령의 동료가 조선말을 꺼내기 무섭게 전령을 매섭게 노려보고 있던 모든 사람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천리군의 예상 요구사항과 대비책을 짜내느라 바빴던 대성과 상기도 고개를 번쩍 들고 전령을 쳐다보았다.


“태준아, 저놈 방금 뭐라고 한 거야? 천리군 총사령?”


“본인이 천리군 총사령이라 말했습니다. 이름은 한세걸이라고 했고요.”


“대체 뭐가 어떻게 된 거야··· 저놈들은 또 언제 갈아엎었대? 소문이 사실이었나··· 아니, 그보다도 우리가 여기 있다는 사실은 어떻게 안 거야?”


“일단 더 들어봐야 할 것 같습니다. 어쨌든 후계구도가 꼬인 것 맞았으니까요. 단순히 참칭하는 걸 수도 있고요.”


대성이 말했다.


스스로를 총사령이라 일컬은 남자는 이미 다 알고 있다는 듯, 각종 천연 위장으로 가려진 진지를 쓱 둘러보았다.


그리고는 다시 한 번 목소리를 높였다.


[시간 끌어봐야 서로 손해만 볼 테니, 본론부터 말하겠다! 밖으로 나와라!]




잘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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