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림혈승(小林血僧), 헌터가 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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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문(鬼門)
그림/삽화
귀문(鬼門)
작품등록일 :
2019.04.01 11:28
최근연재일 :
2019.05.10 2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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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4.01 1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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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9쪽

1. 김우도, 각성 검사를 받다.

DUMMY

20년 전인 20XX년.


그날은 갑자기 찾아왔다.

전 세계에 걸쳐 갑자기 나타난 수많은 던전들과 그 속에서 쏟아져 나온 동ㆍ서양의 상상 속에서만 존재하던 몬스터들의 출몰과 공격은 인간을 멸종의 위기로까지 몰아갔다.

몬스터는 당시 인류가 자랑하던 현대 무기에 거의 타격을 받지 않았기에 인류는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었다.

일명 ‘던전의 시대’라 불리는 대격변의 시작이었다.

셀 수 없이 많은 숫자의 사람들이 죽어 나갔고, 지구상의 존재했던 대부분의 나라가 지도에서 사라졌다. 그 결과 현재는 과거의 몇몇 대도시와 그 주변 지역을 제외하곤 사람의 그림자를 찾아볼 수 없게 되었다. 지금까지도 말이다.


파괴와 살육의 시대가 진행된 지 1년 후 인류 전체에게 구원의 목소리가 들렸다.


『신성한 하늘의 뜻에 따라 전 지구 차원에서 던전과 몬스터에 맞서기 위한 각성 시스템, 가이아가 실시됩니다.』


절망에 빠져 있던 인류에겐 희망의 메시지였다.

그날 이후 각성을 통해 새로운 힘을 얻게 된 생존자들은 그 힘을 바탕으로 몬스터를 사냥하기 시작하였다.


초기에 모든 인류는 각성자였고 헌터였다. 첫 각성이 일어났을 때 모든 인류는 동등한 출발선에 서 있었고, 인류의 생존을 위해 누구나 몬스터와의 전쟁에 뛰어들었다.

시간이 지나면서 각성한 능력이 다르고 그것에 따라 차이가 있음이 밝혀지게 되자 상황이 변하였다.


초기 각성자 중 절대다수는 강해진 육체의 힘을 바탕으로 몬스터를 사냥하였다. 그러나 그 중 일부는 다른 힘을 이용해 몬스터를 사냥했고 크게 세 가지 부류로 성장하였다. 즉 내공이나 오러를 바탕으로 칼, 창, 활과 같은 냉병기(冷兵器)를 활용하는 무인과 기사, 마나 서클을 활성화해 형성된 마법의 힘을 이용하는 마법사가 그것이었다.

이 세 부류는 육체계에 비해 훨씬 효율적으로 몬스터를 사냥할 수 있었고 성장을 거듭할수록 육체계와의 격차가 더 크게 벌어졌다.


각성자도 시간에 따라 자연스럽게 네 가지 계열로 분화되었고 고정되었다. 즉 각성자의 70% 이상을 차지하는 ‘육체 강화계’와 나머지 30% 미만인 특수계열, ‘내외공 특화계’, ‘마법 서클계’, ‘기사 오러계’가 그 네 가지였다.


이러한 계열의 분화와 고정 과정은 육체 강화계를 몬스터 사냥에서 자연스럽게 소외시키는 결과를 초래하였다. 다른 계열에 비해 몬스터와 던전의 등급이 올라갈수록 굳이 필요하지 않기 때문이었다.

현재에 이르러서는 육체 강화계의 경우 각성만 한 채 일반인으로 살아가거나 던전에서 짐꾼(포터, Porter)이 되어 일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실제 헌터로서 활동하는 경우는 이젠 거의 찾아볼 수 없게 되었다.


그러므로 오늘날 ‘헌터’라고 하면 일반적으로 특수계열 각성자만을 가리키는 말이 되었다.


***


『서울 헌터 협회 산하 성산 각성 검사소』


김우도는 3층짜리 콘크리트 건물 입구에 커다랗게 붙어 있는 글씨를 잠시 쳐다본 후 안으로 들어갔다.

로비에 들어서 번호표를 뽑은 후 대기하는 장소에 들어서자, 각성 검사를 받으러 단체로 온 학생들이 보였다. ‘서부중학교’란 명찰을 붙이고 있는 것을 보니, 15세가 되면 받는 정기 각성 검사를 받으러 온 모양이었다.

오늘의 결과에 따라 앞으로의 삶이 결정된다고 생각해서인지 학생들의 얼굴엔 긴장한 표정이 역력했고, 접수처에서 받은 번호표를 손에 꼭 쥔 채 조용히 자신의 차례가 오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두 손을 모으고 기도를 하고 있는 일부 학생들의 모습도 보였다.


김우도 역시 구석 자리에 앉았고, 주변을 둘러보니 20대 이상의 성인은 몇 명 되지 않았다. 중학생 중 일부가 김우도 쪽을 힐끗힐끗 훔쳐보며 수군거렸다.


“야, 저기 보이는 꼰대들은 뭐냐?”

“머 나이 먹고 할 일 없는가 보지.”

“중학교 땐 뭐하고?”

“모르지. 졸라 놀다가 못 받았나 보지.”

“크크크.”

“크크크.”


그러자, 20대 이상 대기자들은 여기에 발끈해 자기도 모르게 목소리가 올라갔다.


“하, 저 개 싸가지들, 내가 각성 검사만 받아봐라. 확 그냥.”

“머 중삐리들 싸가지 없는 건 얘나 지금이나 똑같으니 그냥 그러려니 해야죠. 안 맞으면 다행이니.”


그러나 이런 소란은 곧 잠잠해졌다.


대기소에 달린 스크린 위로 번호가 뜨면서 이름을 불렀기 때문이었다.


‘001 양송, 1번 검사실’

‘002 유선, 2번 검사실’

‘003 황호, 3번 검사실’

‘004 하후무, 4번 검사실’

···


한 사람씩 차례차례 검사실로 들어갔고, 곧 희비가 교차한 얼굴을 한 채 밖으로 나왔다.


한쪽은 환호가,


“아자! 마법계 ^^”

“난 내외공계 ㅎㅎㅎ"

“엄마, 나 오러계로 각성했어.”

“고등학교를 어디로 갈까?”

“3대 특목고가 좋긴 한데. ㅎ 돈이 ㅠㅠ"


다른 한쪽은 실망과 분노가 터져 나왔다.

“아, 시발. 이게 뭐야. 뭐냐고!!!”

“이럴 리가 없어. 다시 받아 볼 거야. 잡지 좀 말라고.”

“하, 집에 가기 싫다. 울 엄마, 아빠 얼굴 어떻게 봐. 엉 엉 엉.”


특화계열로 각성한 학생들은 기쁨의 하이파이브를 나누고 가족들에게 전화하기 바빴다.

그에 반해 육체 강화계로 판정 난 학생들은 검사소의 벽을 치거나 괜히 아무것도 없는 바닥에 화풀이하다 어깨를 축 늘어뜨린 채 터벅터벅 건물을 빠져나갔다.


김우도의 차례가 왔다.


“김우도씨, 여기 잠시 앉으세요.”


‘이수민’란 명찰을 붙인 검사소 직원이 자기 책상에 놓인 컴퓨터로 김우도의 정보를 조회하면서 말했다.


“나이가 26살인데 처음으로 검사를 받으시네요.‘

“절에만 있다 보니까.”

“예, 그렇게 적혀있네요. 고아로 화각사에서 쭉 지내셨군요.

검사 진행 방법은 아시죠? 저기 보이는 공에 손을 대고 있으면 검사가 진행됩니다. 시간은 1분 정도 걸리고, 그 결과는 바로 알 수 있을 겁니다.

그럼 안으로 들어가 주세요.”


김우도는 이수민의 안내에 따라 한쪽 면이 강화 유리로 되어 있는 방으로 들어갔다.

그곳엔 좁고 기다란 탁자 위에 흑백청홍(黑白靑紅) 4개의 색이 나선형 무늬로 새겨진 공 모양의 돌이 놓여있었다.

각성석이었다.

그 원리가 무엇인지는 아직 규명되진 않았지만, 저 돌에 손을 대면 해당 계열에 해당하는 무늬가 자동으로 빛나면서 본인이 어떤 계열로 각성했는지를 가르쳐 준다.


‘육체 강화계’는 검은색.

‘내외공 특화계’는 흰색.

‘마법 서클계’는 푸른색.

‘기사 오러계’는 붉은색.


김우도가 각성석에 손을 대자 흰색의 무늬가 밝게 빛났다.


‘절에서 내려와 먹고살려고 헌터라도 돼 볼까 하는가 보네. 체격이 건장한 걸 보니 딱 봐도 힘은 좀 쓰겠네. ······ 어라 내외공 특화계야? 육체 강화계가 아니었어?

호오 그렇단 말이지.’


그걸 본 이수민의 눈빛이 탐욕스럽게 변하면서 자신의 책상 서랍에서 인쇄물 한 장을 슬쩍 꺼냈다. 평소에 친하게 지내던 사설 헌터 학원의 홍보 유인물이었다. 그리고 그걸 프린터 된 ‘검사 결과서’ 바로 밑에 겹쳐 놓았다.


“김우도씨, 내외공 특화계로 각성하신 걸 축하드립니다.”

“감사합니다. 헌터 등급 심사일은 언제죠?”

“1주일 뒤 오전 9시부터 있습니다. 장소는 길 건너편 상암 헌터 등급 심사소고요. 한데 바로 심사를 받으실 건가요?”

“예. 혹시 무슨 문제라도?”

“아니요. 아무 문제도 없습니다. 다만 특수계열로 각성한다고 다가 아닌 게 문제죠.

보통 15살에 각성을 하면 말이죠. 육체 강화계를 제외한 다른 세 계열의 각성자의 경우, 5년 정도 헌터 양성 학교에서 교육을 받은 후 헌터 심사를 받는 게 일반적인 케이스에요.”


김우도는 눈앞에 앉아 있는 이수민이란 여자가 무슨 수작을 부릴지 궁금해 계속 들어 보기로 했다.


“··· 음 냉정히 말해 김우도 씨처럼 늦은 나이에 각성한 사람들의 경우, 심사를 바로 받으면 하나같이 예외 없이 F등급이 나오는 게 현실이에요.

그래서 제가 괜찮은 학원 하나를 소개해 드릴까 해서요. 여기 소개된 ‘청라’ 헌터 학원은 우수한 강사진이 갖추고 있어서 1년 만에 속성으로 못 해도 E등급은 확실히 보장해 주는 ······”


이제 그만 말을 끊고 검사실을 나서야 할 때라 생각한 김우도가 담담하지만 비웃듯이 말했다.


“저기 혹시 삐끼세요?”

“예에. 이봐요, 삐끼라뇨? 감히 사람을 어떻게 보고?”

“잘, 있는 그대로.”


김우도는 검사 결과서만 챙겨 나왔다.

뒤에서 이수민이 시뻘겋게 달아오른 얼굴로 씩씩거리며 소리를 치던 간에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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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 14. 김우도, 그 신위를 세상에 잠깐이나마 드러내다 (2) +1 19.04.16 946 18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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