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림혈승(小林血僧), 헌터가 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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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문(鬼門)
그림/삽화
귀문(鬼門)
작품등록일 :
2019.04.01 11:28
최근연재일 :
2019.05.10 20:47
연재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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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2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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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179,454

작성
19.04.19 1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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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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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쪽

16. 김우도, 남이호에게서 의뢰를 받다 (1)

DUMMY

헌터 상점 <루트>.


남이호는 전시장 내 고객용 소파에 몸을 기댄 채 피곤한 듯 눈가를 문지르고 있었다.

아직 낮이라 헌터들이 몰리는 저녁에 비해 상대적으로 한가한 시간이지만 평소의 남이호답지 않은 모습이었다.

그러나 어젯밤에 일어난 사건에 대해 알게 된 이후 지금까지 밤새도록 쉬지 않고 인터넷과 뉴스를 검색했더니 온몸이 피곤했다.

이제 나이도 육십이 넘었더니 하루가 다르게 몸이 예전 같지 않은 게 느껴졌다.

허나 그의 정신은 말짱했고, 그 머릿속은 기름칠한 기계처럼 팽팽 돌아가고 있었다.


‘누굴까? 현재 헌터 협회에 소속된 헌터 중에 그게 가능한 인물이 있나? S급을 제외하면 불가능할 것 같은데.’


남이호는 잠시 내려놓았던 스마트폰을 들고 언론사들이 올린 헤드라인을 다시 한번 슬쩍 보았다.


『중아(中亞)일보』 : 『숨겨진 히어로의 탄생? 사직단에선 무슨 일이 일어났는가?』

『망선(望鮮)일보』 : 『특종 - 목격자 김관종 씨 독점 인터뷰 : 나는 그 헌터의 그림자를 보았다.』

『두계레 일보』 : 『무방비로 뚫린 서울, 헌터 협회 대응에 시민은 불안하다.』

『헌팅 투데이』 : 『베르툼누스의 마정석은 얼마나 할까?』


‘제목 뽑아 놓은 꼬락서니들 하고는. 참 이런 것들도 기자라고.’


그때, 그의 눈에 각 신문마다 일제히 『속보 - 헌터 협회장 소동철 헌터, 오후 2시 대국민담화』 란 기사를 올리는 것이 들어왔다.


현재 시각, 오후 1시 50분.


남이호는 급히 몸을 일으켜 TV를 켰다.

잠시 후 소동철은 카메라 플래시 세례를 받으며 천천히 기자회견장에 들어섰다.


‘뚜벅, 뚜벅.’


일순간 회견장은 침묵에 빠졌다.

모두의 이목이 쏠린 가운데, 그는 전면을 바라보며 가볍게 인사한 후 미리 준비한 담화문을 빠르게 읽기 시작했다.


“친애하는 국민 여러분, 헌터 협회장 소동철입니다. 지난밤에 일어난 불미스러운 사태에 대해 국민 여러분께 먼저 송구스럽다는 말씀부터 올립니다. ···

이에 본 협회는 그동안 준비해 두었던 『특수 임무 헌터 팀』을 출동시켰습니다. 『특수 임무 헌터 팀』은 현재 삼인 1조, 두 개의 팀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그 구성원의 신분을 이 자리에 밝힐 수 없는 점에 대해선 송구스럽게 생각합니다. 그러나 그 신분이 노출될 경우 생길 수도 있는 빌런들에 의한 테러 위협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부득이하게 이런 결정을 하게 되었고, 이에 대해 국민 여러분들의 너그러운 양해를 구합니다. ···

또한 저희 헌터 협회는 앞으로도 국민 여러분들의 안전을 지키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며, 항상 준비되어 있다는 점도 분명히 말씀드립니다. 언론과 기자 여러분들도 팩트에만 근거한 기사를 내 주시기 바라며, 과도한 불안감이 조성되는 일이 없게 해 주셨으면 감사하겠습니다. 이상입니다.”


담화문이 아닌 헌터 협회의 일방적인 선언문을 읽고 회견장을 빠져나가려던 소동철을 향해 기자 한 명이 질문이 있다는 듯 손을 번쩍 들었다.

그러나 몸을 돌린 소동철의 차가운 눈빛이 폐부를 찌르자 그 기자는 슬그머니 손을 내릴 수밖에 없었다.


“더 이상의 질문은 받지 않도록 하겠습니다. 그리고 곧 『특수 임무 헌터 팀』에 대한 자료가 배포될 것이니, 기사는 그걸 기반으로 알아서 써 주길 바랍니다.”


소동철이 회견장을 벗어나자, 기자들의 웅성거리는 소리만이 그 자리를 메웠다.


“지랄들 한다.”


기자회견을 보던 남이호가 혀를 차며 말했다.


‘어디서 듣도 보도 못한 저런 급조된 이상한 조직을 들고나오다니, 헌터 협회도 어지간히 당황스러웠던 모양이군. 그럼 결국 헌터 협회에서도 누가 했는지를 모른다는 이야기군. 이미 알려진 A나 S급 헌터 중에는 없다 라. ··· 설마 그가? 에이, 아닐 거야. 내가 늙어서 판단력이 순간 흐려진 거겠지.’


남이호는 ‘김우도’란 이름 석 자를 머릿속에 떠올렸다.

그러다 자기가 생각해도 우스운지 ‘피식’하고 말았다.

아무리 평소에 그를 높게 평가하고 있었다고는 해도 베르툼누스 세 마리와 그에 딸린 몬스터를 그리 쉽게 잡을 수 있다고 믿었다니 말이 안 되었다.


‘위이잉, 위이잉’


그런 남이호를 방해라도 하듯 때마침 스마트폰이 요란하게 울렸고, 액정에 뜬 이름을 확인한 그는 주변을 조심스럽게 둘러본 후 카운터 뒤에 있는 작은 방으로 들어갔다.

도청을 방지하기 위해 특별히 만든 공간이었다.


“무슨 일이야?”

“···”

“내 찾아보고는 있어. 그게 말처럼 쉽나?”

“···”

“일단 기다려 봐. 최대한 빨리 알아보고 있으니.”


방문을 나선 남이호는 턱에 손을 괴고 가게 안을 이리저리 서성거렸다.


***


어둠이 내리자 평소처럼 김우도 일행이 <루트>를 찾아왔다.

세 사람에게 다가가던 남이호는 순간 걸음을 멈추었다.

뭔가 이상하다는 듯 잠시 멈칫하더니 그들의 손목에 찬 시계를 쳐다보았다.

곧 웃으며 김우도에게 악수를 청했다.


“C등급이라. 어쩐지 신수가 훤해 보이더라니. 이거 축하하네.”


그리고는 남매를 돌아보며 밝은 목소리로 축하 인사를 건넸다.


“두 사람 다 E등급이 되었으니 역시 축하를 해 주어야겠지. 이거 며칠 전과는 너무 몰라보게 달라져서 못 알아볼 뿐 했구나. 괄목상대(刮目相對)가 따로 없네. 하하하. 그냥 D등급이라고 해도 믿을 정도야. 아니 금방 진짜로 D등급이 될 지도 모르겠는걸.”


“사장님도 참.”


어찌할 바를 모르고 난감해 하는 남매를 구해 준 사람은 김우도였다.


“거 쓸데없는 소리는 그만하시고.”


남이호의 말을 끊은 김우도는 지혁과 지하에게 말했다.


“너희 둘은 이제 새로운 스킬을 익혀야 할 때가 되었으니, 한번 찬찬히 둘러 봐.”


그 광경을 남이호는 확신에 찬 눈빛으로 지켜보고 있었다.

이 바닥에서 구른 게 몇 년인데 자신의 촉이 틀릴 리가 없었다.


‘내가 잘못 볼 리가 없지. 남매의 눈빛과 걸음걸이가 완전히 다른데 멀. 몸에서 풍기는 기운도 그렇고. 저건 분명히 최근에 영약을 복용했거나 마정석의 힘을 빌린 거야. 김우도란 친구, 아무리 봐도 평범하지 않단 말이야. 하 고민되네. 그냥 눈 딱 감고 그냥 저 친구한테 그 일을 한번 부탁해 봐.’


사실 김우도는 어젯밤 베르툼누스를 사냥한 후 얻었던 마정석 중 일부를 남매에게 주었다.

B등급 마정석 3개를 제외하고도 꽤 많은 양을 챙겼으니 말이다.

그리고 남매가 그걸 흡수하는 동안 도와주었다.

이제 E등급이 되었으니 두 사람 다 거기에 걸맞은 내공과 서클을 갖출 필요가 있었다.

김우도의 도움을 받은 차지혁은 25년의 내공을, 차지하는 3서클에 육박하는 마나량을 하루 밤 사이에 가질 수 있었다.

더 많은 걸 해 줄 수 있지만, 급하게 먹는 밥은 체하게 마련이었다.

지금 정도가 딱 좋았다.


남매가 시간을 가지고 꼼꼼히 고르는 사이, 김우도는 TV 쪽으로 눈길을 주었다.

그의 눈에 『긴급 대담 - 헌터 특수 임무 팀, 그들은 누구인가?』란 제목이 들어왔다.


‘흠, 저런 식으로 어제 일을 처리하기로 결정했군.’


이미 예상은 하고 있었다.

바보가 아닌 이상 자신이 무슨 일을 했는지, 그 파장이 어떨지는 충분히 알 수 있었다.

그래서 시간이 날 때마다 뉴스를 체크했었고, 남매에게도 주의를 단단히 주고 입막음을 시켰다.

그렇다곤 해도 한편으론 입맛이 썼다.


‘역시 권력을 가지면 어쩔 수 없는 건가?’


본래 나무가 높고 클수록 그 그늘은 넓고 짙은 법이었다.

소림이라고 크게 다를 것은 없었다.

눈만 돌리면 ‘해탈(解脫)’이건만 속세에서 벗어나는 게 그게 어디 말처럼 쉬운 일이겠는가?

특히 무림에 발을 담근 순간, 생겨난 그 무수한 은(恩)과 원(怨)의 실타래를 소림이라고 공평한 잣대로 그때그때 적절히 맺고 끊을 수 있었겠는가?

소림이라고 치부(恥部)가 없었을 리 없고, 그걸 감추고 싶지 않았겠는가?

그러다 가끔은 호미로 막을 일을 가래로 막기도 했었다.


저 정도 수준이라면 그냥 애교 정도로 봐 줄 만 하다고 김우도는 생각하고 있었다.

‘저기서 멈춘다면’ 말이다.

그게 가능할지 안할지는 앞으로 두고 보면 될 일이었다.


김우도는 일단 아공간 배낭에 숨겨둔 B등급 마정석 3개를 당분간 팔지 않기로 결정했다.


‘괜히 이걸 판다고 내 놓아서 다른 사람의 이목을 끌 필요는 없겠군. 지금처럼 민감한 시기에 말이야. 보아하니 누군지 감도 못 잡고 있는 것 같은데. 시간이 지나 좀 잠잠해지면 팔아야겠어.’


그런 김우도에게 남이호가 다가왔다.


“오늘은 뭐 팔 거가 없는 모양이지?”

“그동안 등급 심사 준비하느라 바쁘다 보니. 이제 다 끝났으니 내일부터는 다시 사냥을 해야겠지요.”


그러자 남이호가 다 안다는 눈빛을 띠며 슬쩍 운을 뗐다.


“그럼, 자네 혹시 내가 부탁하는 일 한번 해 보지 않겠나?”

“···”

“아니 특별히 위험하거나 이상한 일은 아냐. 자네가 하기 싫으면 그냥 안 해도 되네.”

“일단 이야기나 한번 들어 봅시다.”


작가의말

월요일에 뵙겠습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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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 22. 교만(驕慢)한 마후라가 19.05.07 534 14 10쪽
37 21. 여름 바캉스는 역시 바다!!! (2) 19.05.06 586 16 10쪽
36 21. 여름 바캉스는 역시 바다!!! (1) +1 19.05.03 630 19 8쪽
35 20. 모난 돌이 정에 맞지 않는 방법 (2) 19.05.02 676 18 8쪽
34 20. 모난 돌이 정에 맞지 않는 방법 (1) 19.05.01 651 14 13쪽
33 19. 사촌이 땅을 사면 배가 아픈 법 (2) 19.04.30 716 14 12쪽
32 19. 사촌이 땅을 사면 배가 아픈 법 (1) 19.04.29 732 15 10쪽
31 18. 김우도, 한 자리 차지하다 +2 19.04.26 823 18 10쪽
30 17. 작별인사는 직접 (3) +1 19.04.25 818 18 12쪽
29 17. 작별인사는 직접 (2)(수정) 19.04.24 815 16 9쪽
28 17. 작별인사는 직접 (1) +1 19.04.23 866 15 9쪽
27 16. 김우도, 남이호에게서 의뢰를 받다 (2) 19.04.22 840 13 10쪽
» 16. 김우도, 남이호에게서 의뢰를 받다 (1) 19.04.19 871 14 9쪽
25 15. 헌터 협회는 공을 가로채기로 결정하다 19.04.18 939 17 9쪽
24 14. 김우도, 그 신위를 세상에 잠깐이나마 드러내다 (3) 19.04.17 957 18 13쪽
23 14. 김우도, 그 신위를 세상에 잠깐이나마 드러내다 (2) +1 19.04.16 946 18 9쪽
22 14. 김우도, 그 신위를 세상에 잠깐이나마 드러내다 (1) 19.04.16 908 16 9쪽
21 13. 김우도, 남매와 함께 승급 축하 파티를 하다 +1 19.04.15 913 17 9쪽
20 12. 김우도, 길드 가입 제안을 거절하다 19.04.12 958 18 8쪽
19 11. 김우도, 남매와 함께 승급 심사를 받다. (2) 19.04.11 981 20 9쪽
18 11. 김우도, 남매와 함께 승급 심사를 받다. (1) 19.04.11 965 16 8쪽
17 10. 김우도, 남매를 가볍게 훈련시키다 19.04.10 993 16 8쪽
16 9. 상태창, 나만 없다 (2) 19.04.09 985 19 9쪽
15 9. 상태창, 나만 없다 (1) 19.04.09 1,024 15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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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7. 새로운 인연? (2) 19.04.07 1,065 22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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