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나온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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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4.01 1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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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4.17 0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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Ⅱ 사진 찍은 자 (11)

DUMMY

web-판타지-대체역사


잘 나온 사진



제17회



소리글



Ⅱ 사진 찍은 자 (11)



만복상회 여자들- 6


그 남자의 냄새를 만복상회 여자들 모두가 맡았다.

그 남자에게서 신문의 잉크 냄새가 났다.

늠이도 킁킁, 남이도 킁킁, 눈치 채지 않게 그 냄새를 맡고 음미했다. 박소사도 맡고는 싫지 않게 여겼다.


“방 도배만 하면 다 되니까, 그 때 짐 싸들고 와요.”


박소사는 시원스럽게 김정우를 받아들였다.


“우리집도 제국신문 기자 한 사람쯤은 세 놔서 나쁠 거 없지 뭐.”


제국신문 기자 김정우가 개동 씨 집 뒤안의 새로 이어낸 방에 세를 들어왔다.

만복상회 여자들은 모두 김정우의 신문 잉크 냄새를 좋아했고 그가 일할 때 팔에 차는 토시도 보기 좋아 했다.

만복상회 여자들은 겨울에 방한용으로 팔에 끼는 토시나 보았지 김정우처럼 책상에 앉아 기사 쓸 때 팔에 끼는 토시는 처음 보았다. 그게 더 멋있어 보였다.

그러나 그보다 더 좋은 것은 신선한 정보의 섭취였다.


“신문 기자가 한 집에 살고부터는 우리 모두가 문명개화되었다는 생각이 들어서 좋아. 무조건 좋아.”

“다른 기자 또 누구 없어? 새로 두 칸 이어내서 한 방은 김기자 줬고 나머지 하나는 남아 있는데 제국신문사 기자 누구 세 들어올 사람 없는가?”

“저같이 준수한 기자가 또 있을라구요.”

“그래요, 기자는 한 사람이면 돼. 남은 방에는 다른 멋진 사람을 넣어야죠.”

“녹주가 마음에 둔 사람이 있나 보네?”

“고르는 중이예요. 세 들어올 사람은 많으니까요.”


만복상회 식구들은 김정우 기자가 들어온 뒤로 새로운 정보를 많이 얻어 듣게 되었다.


“황제는 일신의 안위에 허겁지겁해서 민초의 삶이나 백성의 안위까지 살필 여유가 없어요.”


그런 망극한 정보도 김정우 기자의 입에서 나왔다.


“덕이 복이 어머니는 아실 거예요. 기차를 타게 되면 막 흔들리죠? 중심 잡고 서 있기 어렵잖아요, 기차가 덜컹거리고 흔들려서.”

“승객들은 앉아 있어서 덜하지만 나같은 승무원은 늘 서 있거나 걸어다녀야 해서 더 힘들지, 몸 바로 지탱하기가.”

“우리 대한국의 위정자들 자세가 꼭 그래요. 바로 서 있지를 못 해요. 대세가 자꾸 흔들리고 지축이 자꾸 흔들리니까요. 나라 사정이, 국내외 사정이 그와 같이 흔들리니까요. 중심 잡고 서 있는 사람이 없어요. 다들 기차 탄 사람들 같아요. 좌석 없이 입석으로 탄 사람들. 중심 잡기가 힘들어요.”


이런 유식한 얘기 듣는 재미 때문에도 만복상회 여자들은 평상에 모여 앉는 저녁시간을 가장 좋아했다.


“새 식구를 모시고 왔습니다.”


녹주가 그렇게 외쳤다.


“어떤 사람인데? 멋쟁이야? 신사야?”

“아니요.”

“멋쟁이도 아니고 신사도 아니고...”

“광대.”

“뭐, 광대?”

“만담 잘하는 광대.”


소개받은 광대가 입장했다.


“고달봉이어유.”


생김새부터가 만복상회 여자들을 실망시켰다.


“충청도 최고 만담꾼 고달봉이가 칭경예식에 불려 왔다가 오도가도 못허구 한성에 남었시유. 집세는 돈 흔한 한성에서 허벌나게 좀 벌어서 후불로 디려야 겄구만유.”


뒤안에 이어낸 방 두 칸의 세입자가 모두 들고 만복상회에는 빈 방이 없게 되었다.


-----


모모야마 쇼샤쿠가 송병준의 한성 집을 방문했다. 굳이 한성 집이라고 한 것은 홋카이도와 도쿄와 시모노세키 등 일본의 여러 곳에 그의 집이 있기 때문이다.


-송병준

일본명: 노다 헤이지로(野田平治郞) 혹은 노다 타로오(野田太郞)

1858년(철종 9) 함경도 장진 출생.

조선 말기에 사헌부 감찰, 중추부 도사, 흥해군수 양지현감 등을 지냈고, 장차 농상공부대신, 내부대신, 일진회 총재, 중추원 고문 등을 역임하게 된다.

일제로부터 백작 작위를 받게 된다.

1876년 강화도조약 체결 당시 조선에 온 일본 특명전권대사 구로다 기요타카(黑田淸隆) 일행의 수행원을 맡았고, 그 인연으로 일본 상공업계의 간판이라 할 수 있는 오쿠라 기하치로(大倉喜八郞)와 알게 된다.

오쿠라와 함께 부산에 본인 명의의 상관(商館)을 개설한다.

1882년 임오군란 때 조선 구(舊) 군인에 의해 집이 불타고

1884년 갑신정변 때 집과 재산을 모두 잃고 일본으로 간다.

1885년 귀국하여 일본의 김옥균을 암살하라는 밀명을 받고

1886년 초 일본으로 간다.

그 해 봄, 김옥균을 암살하지 못하고 오히려 동지가 되어 귀국한다.

귀국 즉시 김옥균과 비밀모의한 혐의로 투옥되나 민영환의 주선으로 석방된다.

같은 해 7월, 중추부 도사가 되고, 사헌부 감찰, 흥해군수, 양지현감 등의 벼슬살이를 한다.

1891년 친군장위영영관(親軍壯衛營領官)을 역임한다.

1895년 개성인삼 밀매로 제법 많은 돈을 모은다. 그 돈을 가지고 일본으로 간다.

노다 헤이지로라는 일본 이름으로 일본 각지를 돌아다니며 일본의 유명인사들과 교류한다.

야마구치현에서 양잠(養蠶) 제사(製絲) 직물염색 연습소를 차리고 학생들을 가르친다.


송병준, 이완용과 더불어 친일 매국의 양대 거두가 되는 그는 이번에 일본군 병참감 오다니 기쿠조 소장을 제물포항으로 마중 나가서 맞이했다. 일본에 가 있는 양녀 노다 도요(이은옥)를 오다니 소장을 따라 귀국하게 조치했다.


“모모야마 상, 어서 오시오.”

“제물포는 잘 다녀왔스무니까.”

“내가 제물포에 갔다 온 건 어떻게 알았소.”

“모모야마가 모르는 일이 한국에 있을 것 같스무니까? 일본군 병참감 소장 오다니 각하를 마중하러 갔었다구요.”

“내가 일본말을 좀 하고 오다니 장군이 한국 말을 모르니 통역을 해야겠기에 나갔었소. 그런 거지 뭐 다른 일이야 있겠어요.”

“그렇스무니까.”

“그렇습니다. 내 집에 오셨으니 도요의 인사부터 받아야죠. 일본에서 도요가 왔어요. 오다니 장군께 한국 오는 길에 도요 좀 데려와 달라고 부탁했더니 고맙게도 그렇게 해 준 것이오.”


송병준이 문 밖을 향해, 도요야, 하고 부르자 은옥이 들어왔다.

모모야마 쇼샤쿠가 감탄의 소리를 냈다.


“오오, 도요! 한 떨기 부용 같구나, 한 송이 연꽃 같아!”

“하루가 다르게 피어나고 있소이다.”

“내가 뭐라고 했스무니까.”


그 에미가 워낙 미인이었다는 말을 할 뻔 했다.


“도요는 모모야마상이 나한테 양녀로 준 아이요. 나는 고맙게 받았고, 이렇듯 예쁘게 키웠소.”


송병준은 은옥을 자랑스럽게 돌아보았다.


“그래서 말인데...”


모모야마가 솔깃한 표정으로 송병준의 입에서 나올 말을 기다렸다.


“도요한테 쌍둥이 오빠가 있다고 했지요?”

“그랬스무니다.”

“우리 도요가 저렇듯 아름다운데 얼굴 어딘가에 항상 그늘이 있소.”

“호오, 무슨 일로 그늘이 있스무니까...”

“왜 그렇겠소. 오빠 생각이겠지요.”


모모야마를 바라보는 은옥의 표정에 간절한 기운이 서렸다. 우리 오빠는 어디에 있나요?


“은석이는... 지금 한국에 없스무니다.”


은옥의 고운 얼굴에 실망의 그림자가 드리워졌다.


“없다니?”

“중국 상해로 가고 없스무니다.”

“왜, 어째서?”

“내가 남매를 같이 맡아서 데리고 있다가 쌍둥이오빠 은석을 먼저 보냈스무니다. 그 이야기는 송(宋)사마께 도요를 보낼 때 했을 텐데요, 기억하지 못하겠스무니까.”

“아, 그랬지요. 청관 상인에게 양자로 주었다고.”

“예. 청관 상인에게 양자로 주었는데, 청관 상권이 우리 일본 상권에 밀려서 장사가 안 되자 가게 문을 닫고 중국 상해로 가버렸스무니다. 아이는 양자니까 당연히 데리고 갔스무니다.”


송병준이 은옥을 보았다.


“도요야.”

“예. 아...버지...”

“들었지? 니 오래비는 여기 없단다.”

“예. 알겠습니다.”

“알았으면 됐다. 모모야마상한테 인사하고 물러가거라.”


은옥이 물러가자 송병준이 모모야마에게 가까이 다가앉으라는 손짓을 했다.


“모모야마상.”

“하이, 송(宋)사마.”

“경부(警部) 대신 이대감을 잘 알지요?”

“이지용(李址鎔) 대감 말이무니까? 한국 황제의 5촌조카가 아니무니까.”

“흥선대원군의 형님의 손자이니까 황제의 5촌조카가 되지요.”

“경부대신에서 법부대신으로 자리를 옮긴 것으로 알고 있스무니다. 그런데 그 어른은 어떻게...?”

“내가 우리 도요를 경부대신, 아니 법부대신 이지용 씨의 첩실로 들이도록 할 작정이오.”

“하아, 그렇스무니까. 도요의 의향은 어떠하무니까?”

“여식의 의향을 묻고 시집 보내는 아비를 봤습니까. 아비가 어련히 좋은 혼처를 정했을라구.”


은옥을 장차 을사오적(乙巳五賊)의 한 사람이 될 이지용의 첩으로 보내겠다는 얘기였다.

한편 이 때의 이지용은 친일파가 아니었다. 황제의 지친으로서 내각에 입각한 유일한 인물이었고, 그런 이유로 일본의 주목을 받고 있었다.


----


만복상회 여인들은 갑작스레 들어온 일꺼리를 받고 심란한 마음을 다스릴 수 없었다. 친일 인사 송병준 씨의 집에서 혼수 준비를 만복상회에 의뢰해 왔는데 그 신부 될 아가씨의 정체를 알게 된 것이다.


“분명 그 전에 모가사진관에, 아니지 모모야마 전당포에 잡혀 있던 쌍둥이 남매 중의 계집아이란 말이지?”


늠이의 말을 들은 박소사가 안쓰러워 어쩔 줄을 몰라 했다. 법부대신인 황족 이지용 씨의 첩으로 시집 갈 아가씨의 정체를 늠이가 가족에게 밝혔기 때문이다.


“경인선 기차 귀빈칸에서 그 전에 모가사진관에 있던 쌍둥이남매 중의 여자아이 은옥이를 봤어요. 그런데 기모노를 입었고, 송병준 씨의 양녀였어요.”


송병준의 집 고자(庫子:고직)가 와서 송씨댁 양녀를 황실 이지용 대감 첩실로 시집 보내니 그에 맞는 혼수를 마련해 달라는 주문을 하고 간 것이 어제였다.


“안 보인다 했더니 송병준이라는 사람의 양녀로 갔고, 송병준이 양녀를 이지용의 첩으로 들여보낸다는 얘기 아니냐.”


개동 씨도 은옥의 처지를 안타까워 했다.


“우린 그저 정성이나 보태주는 수 밖에. 그 진짜 부모의 마음으로 정성껏 혼수를 마련해주고 잘 살기나 빌어주자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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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 Ⅲ 사진 속의 남자, 사진 밖의 여자 (13) 19.05.01 101 2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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