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나온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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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4.01 1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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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5.08 0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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Ⅳ 기념사진 (5)

DUMMY

web-판타지-대체역사


잘 나온 사진



제38회



소리글



Ⅳ 기념사진 (5)



먼 트럼펫 소리- 2


“양탕국 맛이 매우 쓰다.”

“가배차다, 아부지야.”


봉상시 재실 고자의 방에서 김개동 씨와 그 작은딸 남이가 커피 맛을 보고 있었다.


“몹시 쓰다.”

“쓰고 시고 달고 떫다.”


커피를 받쳐들고 온 재실 고자가 잘난 척 했다.


“황제 폐하께서 즐기시는 가배찹니다.”


김개동 씨는 황제를 전혀 뵌 적이 없는 사람 행세를 했다.


“황상께서 즐기신다니 아주 못 먹을 맛은 아니다.”


고자가 나가고 방에 부녀만 남았다.


“아부지야.”

“왜?”

“가마를 보낸 사람이 누구인지 아부지는 아직 짐작도 안 되나?”


오늘 만복상회 앞에 한 채의 가마가 와서 섰다.

물건 사러 온 손님의 가마이겠거니 했다.

그런데 빈 가마였고,


“이 댁 따님 중 아무나 가마를 타시오.”


가마를 호위하고 온 사내가 박소사에게 지시하듯 말했다.


“우리 집에 딸 있는 건 어떻게 알았대요?”

“경인철도 다니는 딸 있고 점방에 나와서 장사하는 딸 있는 걸 모를 사람이 어디 있겠소. 바깥에 내놓은 딸들인데.”

“말을 해도 참 듣는 사람 기분 좋게 하네?”

“미안하오. 워낙 대단하신 분을 모시는 입장이고, 지금 수행하는 일이 워낙 막중한 거라서 내가 좀 과하고 격한 말을 한 것 같소.”


남이가 나섰다.


“사죄의 말이지요?”

“사과하는 말이오.”

“엄마, 내 좀 갔다 올게.”

“안된다. 어디서 나온 사람인지, 어디로 가는 건지 알아본 뒤에 가든지 말든지 해야지. 안된다. 가만 있거라, 이 천둥벌거숭이야.”

“아따, 나이도 먹을만큼 먹은 딸을 그렇게 말 함부로 해요? 시집 가서 아들딸 다 있겠구만.”

“뭐여?”


이때 김개동 씨가 안에서 나왔다.


“아니, 자네 누군가.”

“봉상시 납품하는 장객주지.”

“응, 장객주, 왠 일인가, 내 집엔?”

“심부름 왔네.”

“봉상시 제조어른 심부름?”

“아니고, 저어기...”


목소리를 뚝 낮췄다.


“내...장...원...”


김개동 씨는 그 한마디에 사건의 내막을 대충 알았다.


“가세.”

“저 딸내미도.”

“남이야, 가자.”

“응, 아부지. 엄마, 갔다 올게.”


집채만한 덩치의 남이를 태운 가마꾼이 고생을 좀 했다.


“아부지는 전혀 짐작도 안 되나?”

“모르겠다.”

“누가 나를 가마로 모셔 오게 했을꼬?”


재실 고자가 방문을 열자 그 문으로 들어오는 사람이 있었다.

김개동 씨가 벌떡 일어섰다.


“나으리”


이용익이었다.


“놀랐지요?”

“아닙니다. 어쩐 일로 이렇게...”

“타고 온 가마에 손님을 태웠소.”


이용익이 남이를 힐끗 거터 보면서 말했다.


“평소에 가마 타고 다닌 일이 없지요?”


남이는 머쓱해서 할 말이 없었다.


“타고 온 가마에 다른 사람을 좀 태웠으니, 아무 일 없은 듯이 그냥 그 가마와 함께 집으로 돌아가시오.”

“그럼 나는...”


김개동 씨가 입만 벙긋 ‘나’를 ‘저’로 수정해주면서


“넌 가마 모시고 걸어야지!”


사태를 정리했다.


“아니, 이게 누구야? 이게 누구냐!”


가마에서 들려 내리는 사람을 본 만복상회 식구 모두 소리를 질렀다.


“은옥아!”


가마꾼이 부축해 내린 사람은 지쳐서 쓰러진 은옥이었다.


“국화가 쓰던 방에 눕혀라, 어서!”


은옥은 국화가 쓰던 빈 방에 눕혀졌다.


---


남대문통에서 일본정(日本町:본정) 입구로 꺽어 도는 위치의 청공관(淸公館).

황색방형유룡기(黃色方形遊龍旗) 휘날리는 이곳 중국공사관을 사람들은 ‘원대인진(袁大人鎭:위안따런쩐:위안스카이진)이라고 불렀다. 중국 북양대신 위안스카이(원세개)의 성(城)이라는 뜻이었다. 오늘날의 서울 충무로 입구 중국대사관 바로 그곳인데 당시는 지금보다 면적이 좀 더 넓었다.


“위안따런쩐에 들어온 중궈런(중국인)이다. 안 내준다. 못 준다.”

“자기 발로 들어온 것이 아니라 청관 사람한테 잡혀 온 것이오.”

“잡혀 안 왔다. 본인이 걸어서 왔다.”


중국공사관에 사람이 잡혀 들어갔는데 내놓으라는 한국 정부 관리와, 중국인이 중국공사관에 자기 발로 들어왔으니 못 내놓겠다는 중국공사관 관리의 대치상태였다.


“많이 시끄럽다!”


중국공사 쉬서우펑(徐壽朋:서수붕)이었다.


“무슨 일이냐!”


중국공사관 관리는 ‘사업차 한성에 온 중국 상인이 영사 업무 관계로 공사관에 들어왔다’고 했고 한국 정부 관리는 ‘모종의 사건과 관련 된 중국인이 한국 정부의 조사를 피해서 이곳으로 들어가버렸다’고 주장했다.


“간단하다!”


쉬서우펑 공사가 한국 관리에게 말했다.


“한국 외부대신이 이리로 오면 된다.”


한국 관리도 쉽게 물러서지 않았다.


“중국인이 이리로 들어간 것도 자기 발로 스스로 들어간 것이 아니오. 분명 신원미상의 중국인 몇 명이 그 자를 보호해서 들어갔소.”


간단하게 해결될 문제가 아니었다.


“좋다. 피차 생각 필요한 일이다. 니먼(你們:너희들) 돌아가라. 워먼(我們:우리) 의논해서 연락한다.”

“아니 되오. 사건의 피의자를 이 안에 두고 그냥 돌아갈 수는 없소.”

“나는 위안따런쩐의 총책임자 청국 공사이다. 한국 외부대신하고 의논할 것이니 그냥 지금 당장 썩 가거라!”


한국 관리들을 위압적으로 돌려보낸 쉬서우펑 공사는 즉시 한성총영사 우쾅페이(吳廣霈:오광패)와 인천정영사(仁川正領事) 탕롱하오(唐榮浩:당영호)를 청공관으로 호출했다.


---


어제 동소문 밖에서 두 개의 사건이 있었다.

하나의 사건은 삼선교에서 이은옥이 가마와 함께 납치 된 것이었고, 다른 하나는 중국청년 루이가 흥천사 가는 길에서 괴한에게 납치된 사건이었다.


-미행...?


동소문을 나온 은석은 일부러 다리를 피해 성북천 상류의 개울을 건너고 있었다.


-저건 왜인이다.


징검다리를 건너다가 개울물에 손을 적시는 척하고 허리를 굽히면서 한 눈에 뒤를 일별했다. 국적을 분간하기 어려운 양복차림이었지만 걸음걸이가 어김없는 일본인이었다. 미행자였다.


-야쿠자!


중국 상해에는 청방(靑幇) 홍방(紅帮) 녹방(綠幇)이 있었다. 패거리의 본고장에서 온 은석이 일본의 야쿠자를 몰라볼 리 없었다.


-앗, 표창!


야쿠자의 손에서 순간적인 빛을 받아 반짝이는 무엇이 있었다. 막 뽑아든 표창의 날카로운 날이 성북골 솔숲 사이로 스며든 햇살을 받아 순간적으로 반짝 단발마의 빛을 발했던 것이다.


쌔앵!


예리한 것이 날아오는 소리였고 은석은 그보다 빠르게 몸을 날렸다.

표창이 개울가 바위에 떨어져 쨍그랑 소리를 낸 것과 은석이 그 바위 기슭으로 몸을 숨긴 것은 거의 동시의 일이었다.


-웬놈이냐!


은석이 벌떡 일어난 때였다.


-누구냐!


표창 날린 자가 어이 없게도 숲을 향해 외치는 소리였다. 그 자는 은석에게 표창을 날린 바로 그 순간에 숲에서 날아온 돌멩이에 뒤통수를 맞았던 것이었다.

숲에서 서너 명의 장정이 뛰쳐나왔고, 은석은 다시 몸을 숨겼고, 은석에게 표창을 날렸던 왜인은 숲에서 뛰어나온 장정들에게 붙잡혀 끌려갔다.


“은옥이는...”


은석은 흥천사를 향해 달렸다.


“은옥이가...”


정신없이 달리던 은석이 어느 순간 고꾸라졌다.

돌부리에 걸려 넘어졌다는 느낌이었는데 그것이 아니었다.

일어서려는데 양팔을 잡고 어깨를 찍어 누르는 무지막지한 악력이 있었다.

은석은 스스로 일어설 수가 없었다.


바로 어제 동소문 밖에서 일어난 사건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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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 Ⅳ 기념사진 (2) 19.05.05 105 3 8쪽
34 Ⅳ 기념사진 (1) 19.05.04 107 3 13쪽
33 Ⅲ 사진 속의 남자, 사진 밖의 여자 (15) 19.05.03 96 2 13쪽
32 Ⅲ 사진 속의 남자, 사진 밖의 여자 (14) 19.05.02 103 2 9쪽
31 Ⅲ 사진 속의 남자, 사진 밖의 여자 (13) 19.05.01 101 2 10쪽
30 Ⅲ 사진 속의 남자, 사진 밖의 여자 (12) 19.04.30 98 2 9쪽
29 Ⅲ 사진 속의 남자, 사진 밖의 여자 (11) 19.04.29 127 3 11쪽
28 Ⅲ 사진 속의 남자, 사진 밖의 여자 (10) 19.04.28 115 4 9쪽
27 Ⅲ 사진 속의 남자, 사진 밖의 여자 (9) 19.04.27 116 4 9쪽
26 Ⅲ 사진 속의 남자, 사진 밖의 여자 (8) 19.04.26 125 3 9쪽
25 Ⅲ 사진 속의 남자, 사진 밖의 여자 (7) 19.04.25 110 4 8쪽
24 Ⅲ 사진 속의 남자, 사진 밖의 여자 (6) 19.04.24 124 5 10쪽
23 Ⅲ 사진 속의 남자, 사진 밖의 여자 (5) 19.04.23 115 7 9쪽
22 Ⅲ 사진 속의 남자, 사진 밖의 여자 (4) 19.04.22 131 5 11쪽
21 Ⅲ 사진 속의 남자, 사진 밖의 여자 (3) 19.04.21 144 5 10쪽
20 Ⅲ 사진 속의 남자, 사진 밖의 여자 (2) 19.04.20 122 6 9쪽
19 Ⅲ 사진 속의 남자, 사진 밖의 여자 (1) 19.04.19 161 6 12쪽
18 Ⅱ 사진 찍은 자 (12) 19.04.18 112 5 12쪽
17 Ⅱ 사진 찍은 자 (11) 19.04.17 112 6 11쪽
16 Ⅱ 사진 찍은 자 (10) 19.04.16 128 7 8쪽
15 Ⅱ 사진 찍은 자 (9) 19.04.15 115 5 8쪽
14 Ⅱ 사진 찍은 자 (8) 19.04.14 106 5 8쪽
13 Ⅱ 사진 찍은 자 (7) +2 19.04.13 136 5 8쪽
12 Ⅱ 사진 찍은 자 (6) 19.04.12 147 7 9쪽
11 Ⅱ 사진 찍은 자 (5) 19.04.11 134 6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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