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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점  공모전참가작 포션 메이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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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가도즈
그림/삽화
피포
작품등록일 :
2019.04.01 12:43
최근연재일 :
2019.05.04 00:24
연재수 :
34 회
조회수 :
18,565
추천수 :
344
글자수 :
171,630

작성
19.04.18 00:08
조회
422
추천
6
글자
11쪽

19화 소녀들 (4)

DUMMY

***


일라인 포션상점은 영업정지를 당한지 2주만에, 랄프상점 2호점으로 이름을 바꿔 새로이 오픈을 했다.

그동안 나름 단골들을 확보했었던 일라인 상점이었고, 오픈기념 전 품목 10% 세일의 홍보효과도 있었는지 아침부터 모든 직원이 동원되어 포션을 팔았지만 몰리는 손님을 커버하기 어려웠다.


그렇게 많은 직원들과 손님으로 가득 찬 아래층과는 다르게 지금 내가 무릎을 꿇고 앉아있는 사무실은 무거운 침묵만이 흘렀다.



넓은 사무실 안에 세 사람.


탁자에는 레이아와 다인씨가 앉아있고, 나는 내 공식 ‘첫째’ 애인이 되어버린 레이아 앞에서 무릎을 꿇고 있었다.


오른쪽 발에서부터 장딴지까지 저려왔지만, 자세를 바꾸기도 민망할 만큼 레이아가 지켜보는 시선은 따가웠다.

다행히 내가 다리에 쥐가 난 것을 눈치챘는지 침묵을 먼저 깨준 것은 다인씨였다.


“레이아. 내가 설명 할게여. 카인은 잘못이 없어여. 다 내가 부탁해서...”


레이아는 나를 쳐다본 채 다인씨 쪽으로 손바닥을 올려 말을 막으며 말했다.


“저는 카인에게 직접 얘기를 듣고 싶은데요.”


평소 레이아의 목소리와 다른 낮게 깔린 소리는 다인씨를 겁을 먹게 만들었고, 바로 그녀의 시선이 바닥을 향하도록 만들었다.



나는 어디서부터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감이 잡히지 않았다.

아무리 눈치 없는 사람이라도 이 상황에서는 잘못한 걸 말해야 하는 분위기 라는 것을 알텐데, 사실 툭 까놓고 말해서 내가 잘못한 건 아무것도 없다.


아니.

만약 내가 죄가 있다고 한다면 다인씨의 어머니를 속이고 있는 건 죄가 되겠지.

그렇다고 내가 레이아에게 죄를 지은 건 아니다.


어쩌면 레이아는 화가 난 게 아니라, 그냥 상황이 궁금했던 게 아닐까?

그래 그럴거야.


최대한 행복회로를 돌리며 그녀의 안색을 살피던 중 레이아가 입을 열었다.


“그래서 카인씨? 어떻게 된 일인지 설명해 주실까요?”


존대를 하며 거리를 두는 레이아.


이건 정말 좋지 않다.

레이아가 나에게 존대를 하며 거리를 두는 이유는 한가지 뿐.


정말 자신이 컨트롤 할 수 없을 정도로 화가 났을 때.

레이아가 존대를 하는 것은 화가났을때 자신의 이성을 잡기 위한 마지막 방법이라고 했었다.


내 기억으로는 레이아가 저렇게 존대를 쓰며 화내는 건 지금까지 딱 세 번 뿐이다.


첫 번째는 가게 단골인 여자 손님이 나에게 관심을 표하며 만나보자고 했을 때.

비밀로 하고 몰래 만나려다, 레이아에게 들켰었다.

그때 그 여자는 결혼 사기로 유명한 수배자였고, 내가 가게 주인이라 생각해서 접근했었던 것.

그녀는 레이아에게 잡혀 반죽음을 당했다고 했다.


두 번째는 내가 정신을 차린 1주년 기념으로, 레이아가 직접 요리를 해주겠다고 해서 만든 요리를 보고 비웃으며 ‘이래서 시집이나 가겠냐’라고 했을 때.

그때는 내가 반 죽도록 얻어 맞았었다.


그리고 지금이 세 번째.

이번에도 분위기를 보면 한 두대 맞아서 끝난다면 다행이라고 생각 될 정도로 상황이 좋지 않아 보였다.


일단 내가 다시 한번 복기해봐도 내가 크게 잘못한 것은 없었기 때문에 솔직하게 다 얘기하기로 마음먹었다.


“다인씨 어머니가 지난주에 다인씨를 마을로 끌고 가려고 했어.”

”그래서요?“

”나는 그때 막 일라인 포션가게를 사고 난 뒤라 직원이 필요해서 다인씨를 가게로 스카우트하려고 갔어. 그리고 거기서 다인씨가 어머님께 끌려가는 걸 봤고.“

”그거랑 남자친구가 된 거랑 무슨 상관이죠?“

”다인씨가 결혼을 못 한 거라 잡혀가는 중에 다인씨가 나를 남자친구로 소개했어.“


레이아는 손으로 관자놀이를 누르며 크게 한숨을 쉬었다.


”그럼 결혼 얘기는 왜 나온 건가요?“

”지금 나랑 다인씨가 그... 같이 잔 사이라고 해서 결혼할 거라고 알고 계셔.“

”잠까지 같이 잤다구요?“


”잠은 잤지만 오해야!“

”술은 마셨지만 음주비행은 하지 않았습니다. 그런 거 비슷한 건가요.“

”자긴 했지만 하진 않았어!“

"뭐 그랬겠죠. 여자한테 손가락 하나 못대는 겁쟁이니까요."


레이아의 반응은 생각보다 미지근했다.

뭐 그랬겠지 라는 느낌으로 표정 하나 변하지 않은 레이아를 보니 살짝 당황했다.

결국 화를 내는 이유는 지금 까지 레이아에게 했던 말이 원인은 아니라는 거다.

내가 다인씨랑 애인흉내를 내고, 결혼 할 사이인 척 하고, 같이 자고.


이런 게 문제가 아니면 대체 뭐가 문제인지 모르겠다.

평범하게 질투를 한다거나 남을 속이는게 문제라고 말해줬으면 속이 편했을 텐데.



”그냥 내가 남자친구 행새를 하는 거야. 다인씨가 진짜 좋아하는 남자친구가 생길 때 까지. 올해 안까지 어떻게든 구해야 다인씨도 마음이 편할 텐데 말이야.“


말이 끝나기도 전에 레이아는 온 몸을 부들부들 떨며 말했다.


”역시 안되겠다. 한 대 맞고 시작하자.“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레이아는 일어선 뒤 나에게 달려왔다.

한 번에 도약으로 탁자를 뛰어 넘어 정확히 내 가슴 쪽을 노린 발차기.

나는 그 빠른 발차기를 막을 생각도 하지 못한 채, 그저 날라오는 레이아를 쳐다볼 수 밖에 없었다.


퍽-


갑자기 느껴지는 내 가슴팍부터 퍼지는 충격에 심장의 혈액이 멈춰진 듯 했고

눈을 떠보니 등에 차가운 기운을 느끼며, 나는 사무실 바닥에 대자로 쓰러져 있었다.


어떻게 내가 누워있는지 기억이 나지 않는 것을 보니, 사람의 의식이라는 것은 물리적 폭력에 의해서도 잘려질 수 있는 것이구나.


”카인 이리 와.“


눈을 뜨자마자 옆에서 들려오는 레이아의 목소리에 정신을 차리고 다시 레이아 앞에 무릎 꿇고 앉았다.


”다인씨는 좋은 여자야. 그런 여자랑 사귀고 결혼한다고 해서 내가 뭐라고 할 것 같아?“

”나도 알지. 다인씨가 좋은 여자라는 거. 그런 여자가 왜 나랑 사귀려고 하겠어? 마을로 돌아가기 싫어서 그런 거잖아.“


퍽-!



눈을 떠보니 등에 차가운 기운을 느끼며, 나는 사무실 바닥에 대자로 쓰러져 있었다.

그리고 내 가슴팍에 남은 두 개의 발자국.


아... 한대 더 맞았었구나.


정신을 차리고 일어서니 레이아는 내 멱살을 끌고 다인씨에게 다가갔다.


“내가 어디까지 밀어줘야 알아먹냐? 이 눈치가 벼룩 눈알만큼도 없는 놈아! 눈치가 없는거야 뇌가 없는거야?”


존대를 하며 감정을 참아보려 했던 레이아는 결국 감정을 드러내며 나에게 소리쳤다.


“왜 자꾸 사람의 애정에 도망치기만 하려는 건데? 여자가 마을로 돌아가기 싫다는 이유로 마음에도 없는 남자에게 사귀자느니 결혼하자느니 말할 것 같아? 다인씨도 그렇고 나도 그렇고 예전부터 너 좋아하는 거 다 알고 있으면서. 그런데 혼자 남의 마음 파악했다는 소리 장난으로라도 그런 소리 하지마!”


“그게...무슨...”


“맨날 할 줄 아는 말이 ’그건 Love가 아니야. Like 야‘ ’나 같은 남자 말고 더 좋은 남자 만나야죠.‘ ’나보다는 더 잘생긴 남자가 어울려‘ 이딴거 밖에 없고."


후우...


"니가 무슨 기억상실이라고 해서 소설속의 비련의 여주인공 같냐? 니가 그런 식으로 어줍잖게 우리에게 거리를 두면 우리가 ’아~ 그러신가보다 그럼 다른남자 만날게요.‘ 이딴 식으로 말할 줄 알았어?”


레이아는 나를 만나고부터 2년의 감정을 한 번에 토해내듯이 외쳤다.

감정의 폭발.

터지는 감정에 심장 숨이 가빠 보였다.

호흡에 맞춰 위아래로 빠르게 움직이는 어깨.

그 움직임이 잦아들고.

레이아는 입을 열었다.


“근데 젤 짜증 나는 건, 니가 그딴 소릴 해도 나랑 다인씨는 너를 계속 좋아 할거라는 게 젤 짜증나”


둘이 애정을 부딪혀와도 항상 피하기만 했다.

무서워서.

나부터가 불안한데 이들에게 그 감정을 주고 싶지 않아서.


후우-


레이아의 옆에서 갑자기 심호흡을 하는 다인씨.

그녀는 심호흡하고 입을 열었다.


“레이아의 말이 맞아여. 마을로 돌아가는 건 상관 없어여. 사람의 마을이 좋은 게 아니라 카인이 좋아서 여기 남고 싶은 걸여...“


처음으로 입에 담은 그녀의 진짜 고백.

어머니 핑계를 대지 않은 그녀의 진짜 말.

그동안 말하지 않았던 감정을, 이제야 세상에 탄생시키는 것처럼 다인씨는 조심스럽게 말했다.



내 눈앞에서 터질듯한 감정으로 소리치는 사람과 조심스레 속마음을 말하는 사람들에게 어떤 말을 해 줘야 하는지 생각이 나지 않았다.

그저 이렇게 순수한 감정을 표현하는 그녀들이 사랑스러웠고 아름다웠다.


”두 명 다 좋은 여자야. 내가 만나기엔 과분한“


갑자기 레이아가 주먹을 들어 올렸고 나는 급하게 입을 막았다.


”과분하다는 소리 하지 말랬지. 사람은 남을 사랑할 자유가 있는 거야! 누굴 좋아하고 말고는 내가 정해!“


혼란스럽지만 누군가에게 관심과 사랑을 받는다는 기분은 좋았다.


”조금만 더 기다려줘. 내가 너희들에게 어울리는 남자인가에 대한 확신이 필요해.“

”기억 얘기야?“


고개를 가볍게 끄덕였다.


”이제 그런 과거는 상관없잖아. 2년간 알고 지냈는데. 그 정도로는 안돼?“

”맞아여. 카인 2년 동안 그렇게 유혹했는데도 기억을 핑계로 도망만 치구...“


아무리 그녀들이 이해한다 하더라도 바로 대답하기 곤란했다.

두 명 다 좋은 사람이지만 이렇게 떠밀리듯 결정하고 싶지 않았다.


큰 한숨소리와 함께 레이아는 말했다.


”휴우~ 그래 알았어. 그래도 너무 우리를 오래 기다리게 하지 마. 할머니가 될 때까지 연애 한번 못해보고 늙고 싶지는 않으니까.“

”그렇게까지 오래 기다려 주는거야?“


레이아는 웃으며 말했다.

”기다릴거야. 그런데 카인이 우리랑 결혼하기 전에 우리 말고 다른 여자 만나면 죽일 거야.“


레이아는 눈빛에 순간적으로 빛이 사라진 것처럼 보이며 말을 이어갔다.


”카인이 죽으면 나도 죽을 거야. 카인 없이는 난 살 수 없으니까.“


레이아의 거친 사랑 고백.

그 말 속에서 위험한 무언가를 느꼈다.

나는 첫 단추를 잘못 끼었을지도 모르겠다.

아니면 위험에서 벗어날 수 있는 마지막 선택지를 고르지 못했거나.


하지만 그런 분위기도 잠시 레이아는 평상시의 모습으로 돌아와 있었다.


”그런데 레이아. 레이아가 왜 첫 번째 애인이에여? 내가 첫 번째 애인 맞져? 내가 먼저 사귀기로 했는걸여“

”어머? 이미 다인씨 어머니께 첫 번째 애인이라고 소개했는데~“

”그건 레이아가 말한 거니까여.“

”내가 없었으면 제대로 고백도 못했을거면서?“


아까 순간 느꼈던 위화감은 눈 녹은 듯 사라졌다.

그리고 이때부터 나는 두 사람에게 두던 거리감을 없애기로 마음먹었다.

정말 좋아하는 사람들을 더이상 피하지 않을것이다.

이걸로 된 거겠지?


***


"누굴 좋아하고 말고는 내가 정해. 그래. 이건 내 감정이야. 어디에도 묶이지 않은 내 감정."


작가의말

잘 부탁 드립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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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 21화 동업자 (1) 19.04.20 381 5 11쪽
20 20화 변태같아여! (11화 외전) +7 19.04.19 421 6 14쪽
» 19화 소녀들 (4) 19.04.18 423 6 11쪽
18 18화 소녀들 (3) 19.04.17 448 6 10쪽
17 17화 소녀들 (2) +4 19.04.16 483 8 10쪽
16 16화 소녀들 (1) +4 19.04.15 510 11 11쪽
15 15화 칼라마타의 나무 다람쥐 (5) 19.04.14 511 8 11쪽
14 14화 칼라마타의 나무 다람쥐 (4) 19.04.14 527 7 7쪽
13 13화 칼라마타의 나무 다람쥐 (3) 19.04.13 571 9 11쪽
12 12화 칼라마타의 나무 다람쥐 (2) +3 19.04.12 588 11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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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8화 상태이상해제포션 (2) +2 19.04.08 763 13 14쪽
7 7화 상태이상해제포션 (1) +8 19.04.07 843 15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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