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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가도즈
그림/삽화
피포
작품등록일 :
2019.04.01 12:43
최근연재일 :
2019.05.04 00:24
연재수 :
34 회
조회수 :
17,854
추천수 :
339
글자수 :
171,630

작성
19.04.26 16:02
조회
2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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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글자
10쪽

27화 전조 (1)

DUMMY

***


”하아... 역시 이렇게 놀아줘야 즐겁지.“


사방은 붉은 핏빛으로 물들고 주변엔 시체들이 넘쳐났지만 지금 내 감정만큼이나 나의 후각도 무감각해진 것인지 코를 찌를듯한 악취는 느껴지지 않았다.


“카인! 대체 네놈. 무슨 짓을 한 거냐! 왜 마을 모든 유저가 죽어가는 거냐고!”


내가 범인이라는 걸 어떻게 알고 여기까지 찾아왔는지 모르겠지만

아니... 세인트 라미아에서는 이런 짓을 할 사람이 나밖에 없나?


“뭐 여기까지 왔으니 특별히 알려줄까?”


나는 장갑을 낀 손으로 바닥에 쓰러져 있는 시체의 피를 묻혀 남자의 눈 앞에 가져다 댔다.


“혹시 말이야. 오염된 피라고 들어본 적 있어?”

“오염된 피? 뭐냐 그건?”


모를 수밖에 없지.

오염된 피는 신규 던전에서 발견된 보스 몬스터 카르학의 스킬로 생성되는 물질인데, 직접 피부에 닿을 경우 큰 피해는 아니지만 지속적으로 체력이 깎여 나간다.


이 스킬은 체력은 크게 떨어지지 않지만, 진짜 무서운 것은 일반적인 치유 스킬로는 상태이상이 풀리지 않는다는 점.

상태이상이 풀리는 방법은 딱 두 가지 방법 뿐.


카르학이 죽거나.

체력이 다해 내가 죽거나.


솔로플레이를 하던 중, 이 오염된 피라는 게 재미있어 보여 카르학 주변에 뿌려져 있는 피를 가져와 마을 곳곳의 동물들에게 오염된 피를 발랐다.

체력이 서서히 깎이던 동물들이 죽어가자 사람들은 동물들의 시체를 치우기 위해 사체를 만졌고 결국 주변 사람들마저 감염되었다.


감염은 감염을 낳아 결국 마을 전체 사람과 동물 할 것 없이 모두 감염되었고 마을에는 시체들이 쌓이기 시작했다.


“정말 재미있었어. 마치 군상극을 보는 것 같이 즐겁더라고. 병을 퍼트릴 수 없다면서 혼자 구석으로 가서 죽는 녀석, 사람들을 힐 해주며 조금이라도 더 버티게 해주려는 녀석도 있었고, 일개 유저 주제에 다른 마을로 확산시킬 수 없다고 도시를 통제하던 녀석같이 좋은 녀석들도 있고.”

“카인 이새끼...”

“나만 걸릴 수 없다고 병을 뿌리는 녀석, 가짜약을 팔아서 한몫 챙기는 녀석.

진짜 나보다 더 쓰레기 같은 놈들도 있던데?”


사실 이런 비슷한 사건은 예전에 다른 게임에서도 있었던 일이다.

그래서 나는 이 오염된 피라는 것을 보자마자 따라 해봤는데, 글로만 봤던 그런 일을 실시간 생중계로 보다니 정말이지...


즐거운 지옥이였다.


“네놈의 인성은 왜 이렇게 못 돼 쳐먹은 거냐! 쓰레기 새끼!”

“아! 그중 너 같이 용사 코스프레 하며 나를 죽이려는 녀석도 있었구나. 너도 참 특이한 녀석이야.”


“왜 넌 항상 그런식이냐! 왜 평범하게 살지 않고 남들을 괴롭히는 것에만 몰두하는 거냐고!”

“괴롭히다니. 원래 그런거잖아? 나는 룰 안에서 플레이 하고 있을 뿐이야.”


나는 웃으며 말했다.


“게임은 원래 룰 안에서 남을 빡치게 만드는 게 목적이라고. 그러려고 하는 거 아니야?”


내 말이 다 끝나기도 전에 남자는 나에게 돌진해왔다.

그리고 남자는 크게 검을 휘둘렀지만 나에게는 닿지 않았다.


이프리트가 그의 검을 손으로 막았기 때문에.


“하아. 지금 이 상황에서 돌진밖에 할 줄 모르다니. 멧돼지냐? 황소야? 이미 떨어진 체력과 너에게 걸어둔 이속둔화까지. 그 상태로 나의 이프리트를 넘어서 나를 벨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거야? 진짜 제정신이 아닌가 본데? 하긴 용사 코스프레 하는것부터 제정신은 아니지.”

“망할새끼. 죽여라! 카인! 내가 네놈에게 몇 번이나 죽어라도, 네놈은 언젠가 꼭 죽여버리겠다!”

“얼마든지. 할 수 있다면 해봐라. 자칭 용사님.”


나를 잡겠다고 덤벼드는 녀석들을 보면 가끔씩은 나에게 활력이 되긴 하지만, 너무 놀아주는 것도 피곤하다.

특히 지금 이 녀석처럼 구질구질한 근육질 남자는 취향도 아니고.


“이프리트.”


내 앞에서 남자의 칼을 막고 있던 이프리트는 자신의 검을 꺼냈다.

이프리트의 검은 남자의 심장을 정확하게 관통했고.

남자는 피틑 뿌리며 쓰러졌다.


***


“허억...헉....허억....”


꿈-


내가 사람들에게 전염병을 뿌리고 농락하고.

이프리트와 함께 사람들을 죽이는 꿈.


“내가 용사를 죽였다고...?”


꿈속에서 본 그 남자가 진짜 용사가 아니라고 하더라도 분명 ‘선’에 가까운 인물일 텐데.

아니 그 녀석이 선이 아니라고 하더라도, 내 꿈에서 나는 ‘악’ 그 자체였다.


숨이 막힐 것 같아 창문을 열었을 때 바람이 불어와 나의 몸에 닿자 차가운 느낌이 들었다.

그제서야 나는 온몸이 식은땀으로 젖어있다는 것을 알았다.


“후... 대체 뭐지.”


어젯밤 늦게 아르기루폴리에 도착하여 잡은 숙소

침대가 안 좋았기 때문인걸까.

이런 악몽을 꾸다니...


아니.


이건 꿈이라기보다 ‘기억’

이프리트를 소환했을 때의 기억의 연장.


꿈에서 그런 기억을 봤어도 특별히 죄악감 같은 건 들지 않았다.

죄악감은커녕 그 기억 속에서 나는 오히려 즐거웠던 것 같은 기분이 들어 더 섬뜩했다.


이런 밀려오는 기억 속에 지금 나에게 드는 감정은 과거에 대한 속죄나 후회가 아니었다.

그렇게 나에게 죽어간 많은 사람 보다도, 나를 좋아해 주는 두 사람의 얼굴만 떠올랐다.


난 얼마나 이기적인 인간인가.


사람들을 죽였다는 죄악감은 없지만

과거 이렇게 많은 사람들을 웃으면서 죽였던 학살자인 나의 예전 모습을 안다면 그녀들에게 미움받지 않을까 하는 불안감은 너무나도 컸다.


이런 과거를 가지고 두 사람을 만나 좋아해도 되는 걸까.

내가 이런 사람이라는 걸 알았는데 말을 하지 않는 건 두 사람을 속이는 것이 아닐까...


“카인 무슨 일 있어? 뭐야 이 땀은?”


내 옆 침대에서 자고 있던 레이아는 급하게 수건을 가져와 나의 얼굴을 닦아 주었다.

그리고는 찬찬히 내 얼굴을 살피며 말했다.


“카인 왜 그래?”

“별일 아니야.


지금은 레이아의 얼굴을 보기 힘들다.

잘못한 일을 가장 들키고 싶지 않은 사람에게 들킨 기분.

그런 씁쓸함에 그녀로부터 도망치고 싶었다.


”괜찮아. 카인.“


나를 끌어 안으며 토닥이는 레이아.

그런 순간에도 내 생각은 하나뿐이었다.


내가 이런 사람이었다는 것을 알아도.

너는 지금처럼 행복하고 즐겁게 지낼 수 있을까?


***


많은 생각을 했던 밤이 지나가고 어느덧 아침이 왔다.


내가 사람을 죽이고 도시를 파괴했다는 기억을 본 것은 예전부터 내가 걱정했던 최악의 상황이었다.

이럴 것 같아서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과 더 깊은 관계를 가지지 않으려 했었지만, 아무것도 없던 일로 하기엔 늦은 것 같다.


그래도 결과가 나왔으니 해야 할 일이 눈에 보여 오히려 아무것도 모를 때 보다 마음은 편했다.


철컥.


”아아아아! 여기 왜 차가운 물밖에 안 나와! 으으 추워.“

”어? 얘기하지. 그럼 내가 물 좀 덥혀줬을 텐데.“

”괜찮아. 그 정도로 카인을 귀찮게 할 수 없지. 그런데 여기 얼마나 머무를 거야?“

”음... 아직 잘 모르겠어. 일이 잘 풀린다면 하루 만에 끝나겠지만. 계약이라는 게 그렇게 단순한 건 아니니까.“


일단 마피르 길드부터 그렇게 신용이 가는 상대는 아니다.

계약서로 장난친 것부터 애초에 그런 거대길드가 우리에게 연락을 해 온다는 것부터가 의심이 갈 수 밖에 없으니 거기부터 확인해봐야겠지.


”마피르엔 언제 갈 거야?“

”오후쯤 가려고. 지금은 정보 좀 얻을 겸 나갈 생각이고.“

”그럼 같이 나가자.“

”레이아. 너 무투대회 신청한다고 안 했어? 오전에 따로 행동하고 오후에 길드에 갈 때 같이 가는 건 어때?“


여기 아르기루폴리에 거점을 두고 있는 심부름센터 ‘바실’부터 갈 생각이라 여차하면 불법적인 부분까지 이야기해야 해서 레이아는 두고 가고 싶었다.


”에? 싫어. 카인이랑 같이 다닐 건데?“

”오늘까지 등록이잖아. 등록하고 와.“

”싫어! 카인이랑 같이 다닐 거야!“


얜 갑자기 왜 이리 어린애 같은...


”카인. 어제부터 힘들어 보이니까. 혼자 둘 수가 없어.“


아...


레이아의 말 한마디에 몸이 굳었다.

이것은 미안함인지, 고마움인지.

아니면 죄책감인지.


그래 이 녀석은 항상 나를 중심으로 생각했지.

그러니 이 먼 곳까지 투정 한번 없이 따라와 준 거고.


”이제 괜찮아. 레이아가 무투대회 나가면 꼭 가서 볼게. 레이아의 멋진 모습이 보고 싶다.“

”흐음... 괜찮은거야?“

”괜찮아. 그냥 꿈자리가 안 좋아서 그런거니까.“


레이아는 한참을 지긋이 내 얼굴을 쳐다본 후 말했다.


”그럼 카인 말대로 할게. 그럼 점심 같이 먹게 정오에 여기서 모이자.“

”머리 말리고 천천히 나와. 나 먼저 나간다.“


나는 탁자 위에 놓인 두 개의 방 열쇠 중 하나를 집어 들며 문밖으로 나왔다.


내 생각만 해주는 레이아를 보며 나도 결심이 필요할 것 같다.


모든 기억이 돌아오고 난 후.

과거엔 내가 아무리 나쁜 놈이었다고 해도 그걸 다 밝히고 두 녀석의 행복을 위해 최선을 다하는 것이 내가 할 일이라고 생각한다.


과거의 나는 어떤 사람인지는 모르지만, 지금의 나는 내 편, 나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행복한 모습만 보고 싶다.


”정말이지 두 명 다 좋은 여자야. 내가 만나기엔 과분한.“


최악의 기억이 떠올랐지만 오히려 마음이 정리되었다.

이런 나라도 계속 좋아해 준다면.


어떤 일이 있어도 난 두 사람의 행복을 선택할 것이다.

이제 나는 그런 과거에 휘둘리지 않는다.


지금 내가 나니까.


”그래도 일단 지금 할 수 있는 것부터 하자.“


그렇게 마음을 먹고 지나가던 사람을 붙잡고 말했다.


”저기 죄송한데요. ‘바실’ 이라는 곳 아시나요?“


작가의말

잘 부탁 드립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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