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친 드래곤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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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문채이
그림/삽화
문채이
작품등록일 :
2019.04.01 12: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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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8.07 14: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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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7.19 1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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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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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필연

DUMMY

디아스 일행이 무사히 돌아가고 난 뒤, 제국은 한바탕 소란이 일었다.


황실과 제국의 자랑이던 전시관에 있는 모든 드래곤의 뼈가 도둑맞은 것과 정체불명의 괴물이 튀어나온 것 때문이었다.


“이 전투의 흔적은 무엇이지요?”

“황제의 죽음의 진상을 확실히 밝혀주십시오!”


제국에도 정의로운 귀족이 없는 것은 아니었다.


그들은 황제의 죽음이 다가오기 전부터, 황실을 점차 지배해가는 황태자의 세력에 의심을 해오고 있었다.


물론 의심을 더해갈수록 그들의 제국 내에서의 입지는 점점 약화되었다. 하지만 의심을 멈추지 않았다.


그들은 즉위식 당일 황제가 되자마자 타국의 사신에게 무리한 요구를 한 것도 경악스러웠지만, 이후 궁 주위에 생긴 전투의 흔적보고 더 큰 의구심을 품었다.


“설마 다른 나라의 사신을 해한 것은 아니겠지요?”

“게다가 즉위식 전날에 나타났던 키메라는 뭡니까! 그것에 대해 알려준 바가 전혀 없지 않습니까!”


그들은 황제의 최측근이라 할 수 있는 네비로스에게 항의를 했다.


네비로스는 눈 앞의 귀족이 가소로웠다.


‘안 그래도 변수가 많아서 짜증났는데 콱 죽여버려?’


몰렉의 밑에서 일하게 된 것이긴 했지만, 그도 원래 마계에서는 꽤나 성질이 더러운 것으로 이름난 자였다.


네비로스는 발을 달달 떨었다.


아직 조금은 써먹을 데가 있었지만 어차피 치워버릴 놈들이었다.


네비로스는 짧은 고민을 끝냈다.


“하아, 언제 이렇게 저급한 것들도 나한테 말을 붙이게 됐는지.”

“뭐, 뭣이라! 지금 뭐라고 했소!”

“황제 폐하의 보좌관이 되었다고 해서 막 나가는 것이오!”


그 말에 네비로스의 창백한 얼굴에 미소가 걸렸다.


“막 나가긴. 나는 원래부터 이랬다.”


그의 말이 끝남과 동시에 항의를 하던 중년의 귀족 둘은 그 자리에서 쓰러졌다.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도 모르는 듯, 표정이 생생하게 살아있는 채로 숨을 거뒀다.


“시체는 온존해놨으니 쓸 일이 있으면 알아서 지시해주시겠지.”


네비로스는 대충 마나를 시체에 불어넣었다.


중년의 귀족 시체 둘은 약간은 딱딱한 표정으로 일어났다.


“가. 가서 원래 있던 놈들처럼 행동해.”


되살아난 시체는 꾸벅, 인사를 하곤 사라졌다.



***



다음날 되자, 디아스와 프쉬카는 사제 엘프를 찾겠다는 엘프를 데리고 설산으로 왔다.


설산은 여전히 눈으로 가득 덮여있었다.


“너가 없는데도 여전히 눈 밭이네?”

“오랜 기간 머물다 보니 기후가 완전히 변해버린 모양이다.”


눈보라가 없다는 것만 뺀다면 처음 프쉬카를 만났을 때와 별반 다를 게 없었다.


“엘프 마을 어디쯤이야?”

“저쪽입니다. 제가 앞장 서겠습니다!”


엘프는 앞서서 눈을 헤치고 나아갔다.


눈이 소복이 쌓인 평지구간을 넘어 나무가 빽빽이 들어선 곳으로 들어서자 엘프가 멈춰 섰다.


“이 부근입니다!”


엘프가 알려준 곳은 아직 전투의 흔적이 남아있었다.


디아스는 옆으로 쓰러진 나무를 보며 프쉬카에게 말했다.


“이렇게 큰 전투가 났는데도 레어 밖으로 안 나와봤어?”

“나는 기본적으로 나 외에는 관심이 없다.”


시끄러운 소리가 나도 바깥에서 일어난 일은 무시했다는 소리였다.


하기야, 조금 시끄러워도 소리 차단 마법을 사용하면 불편하지 않았겠지만.


“라라야! 어디 있니!”

“그 사제 이름이 라라야?”

“네! 그렇습니다!”


이름을 외치는 엘프를 도와 디아스도 함께 부르기 시작했다.


“라라야!”

“라라야! 있으면 대답하렴!”


프쉬카는 그 모습을 한심한 듯이 바라봤다.


“도와주지도 않으면서 왜 그렇게 쳐다봐?”

“하아. 내가 이런 것까지 알려줘야 되는 건가.”


한숨을 내쉬는 프쉬카를 디아스는 째릿, 흘겨봤다.


그 모습에 다시 한 번 한숨을 쉰 프쉬카는 입을 열었다.


“허, 디아스. 드래곤이라면 탐지는 숨쉬듯이 할 수 있어야 한다. 이쪽이다. 따라와라.”

“아.”


디아스는 멍청한 소리를 내자 프쉬카는 혀를 차며 앞섰다.


민망해진 디아스는 머리를 긁으며 따라갔다.



프쉬카가 도착한 곳은 작은 동굴 앞이었다.


“여기에 라라가 있는 건가요?”

“그건 모르지. 난 그 사제를 만나본 적이 없으니. 하지만 이 근방에 생물의 반응은 이곳 뿐이다.”


그 대답에 엘프는 동굴로 뛰어들어갔다. 아니, 들어가려 했다.


동굴 안으로 들어가려는 엘프를 가로막는 존재가 있었다.


“도도!”


도도라고 외친 생물은 버섯이었다.


엘프는 갑자기 출현한 버섯 몬스터에 당황하다, 이내 얼굴 표정을 굳히고 프쉬카를 바라봤다.


“혹시 드래곤님이 말씀하신 생물이 이 녀석인가요?”

“아니. 동굴에 하나 더 있다.”


그 말에 엘프의 얼굴이 다시 환해졌다.


“나는 그 동굴로 들어가야만 한다. 비켜다오.”

“도도!”


버섯은 고개를 지으며 단호하게 외쳤다.


명백한 거절이었다.


엘프는 한숨을 내쉬며 자세를 고쳐 잡았다.


“그렇다면 억지로 들어가는 수 밖엔 없겠군!”

“도도!”


버섯은 지지 않겠다는 듯, 비장한 표정이었다.


“풋!”


디아스는 저도 모르게 튀어나온 웃음에 손으로 입을 가렸다.


동글동글 귀여운 버섯이 저런 표정을 지으니 웃기지 않을 수 없었다.


하지만 버섯과 엘프는 진지했다.


“길을 열어라!”


엘프는 버섯에게 달려나갔다.


그의 손이 버섯에게 닿기 직전, 그를 막아서는 한 존재가 있었다.


“도도를 다치게 하면 안돼요!”


작은 소녀였다.


일반적인 소녀와는 다르게 귀가 길었다.


“라라?”

“...그 목소리는 미레?”


엘프가 찾던 사제였다.



라라는 동굴로 모두를 안내했다.


버섯은 오해해서 미안하다며 연신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괜찮아. 나도 덤벼들어서 미안해.”

“도도!”


미레와 도도는 화해를 했다.


“정말 다행이에요! 저와 도도 둘이서 설산을 나가보려 했지만 상황이 여의치가 않아서...”


소녀는 엘프 마을이 공격 받고 난 이후의 일들을 설명했다.


우연히 만난 도도 덕에 지금까지 버틸 수 있었다며, 라라는 도도를 꼭 껴안았다.


“도도도 많이 도와줬지만, 서리도 많이 도와줬어요!”

“서리?”

“네! 서리는 과일 채집도 정말 잘 했거든요. 덕분에 굶지 않았어요! 그런데 이상한 소리가 나서 살펴보러 간 이후로 사라져버렸어요.”


라라와 도도는 침울한 표정이었다.


“이름을 아니까 수소문해서 찾을 수 있을 거야.”

“서리라는 이름은 제가 붙여준 건데 찾을 수 있을까요?”

“이름을 붙여줬다고?”

“네! 얼굴에 얼음이 잔뜩 붙은 걸보고 서리가 연상돼서 붙여주었어요!”


‘이름을 붙여줬다고? 사람한테?’


지나가던 개도 아니고. 이상했다.


“그런데 왜 이름을 붙여준 거야?”


결국 디아스는 궁금증을 참지 못하고 물었다.


“아! 서리는 아무것도 기억하지 못했거든요. 서리는 눈 속에 파묻혀 있었어요! 도도와 제가 구했죠!”


눈 속에 파묻힌 기억을 잃은 사람. 디아스는 뭔가 이상한 기시감이 들었다.


“혹시 그 서리라는 사람이 어떻게 생겼는지 알려줄 수 있어?”


라라는 신이 나서 자세히 알려주었다.


인상착의와 얼굴 묘사를 다 듣고 난 디아스는 얼굴이 굳어졌다.


‘이거 아무래도 제국 용사 같은데?’


디아스는 프쉬카를 바라봤다.


그도 찜찜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


라라는 아! 하며 생각났다는 듯이 동굴의 구석에서 뭔가를 들고 왔다.


“이건 서리가 맨 처음에 입고 있던 갑옷이에요! 여기에 벗어두고 가버렸어요...”


라라가 가져온 갑옷은 제국 용사가 입었던 칠흑의 갑옷이었다.


군데군데 상처가 많이 났지만 알아보기엔 충분했다.


“그 사람, 헤어질 때도 여전히 기억을 잃은 채였어?”

“네. 마지막에 봤을 때도 이름을 기억하지 못했어요.”


아무래도 라라와 함께 있다가 갑자기 사라져버린 것이 신경 쓰였다.


‘황제가 죽은 시기랑 비슷하기도 하고. 일단 찾아만 보자.’


디아스는 전음을 통해 스모라 사막의 엘프들에게 서리라는 남자를 수소문 해달라고 부탁했다.


‘찾아봤는데 기억이 없으면...’


모른 척하자.


디아스는 마음 속으로 결정을 내렸다.



엘프마을로 돌아온 디아스는 라라를 데리고 바로 세계수의 숲으로 향했다.


전 날 세계수의 숲에 묻은 드래곤의 뼈는 하루가 지나자 훌륭한 나무가 되어있었다.


“이곳에서 드래곤의 영혼이 느껴져요.”

“그런 것도 느껴져?”

“네. 슬프면서도 기쁜 것 같아요.”


태어난 지 얼마 안된 엘프이지만, 사제는 사제였다.


‘드래곤의 뼈를 묻은 곳이라고 말도 안 했는데.’


디아스는 드래곤의 뼈를 묻어 생긴 나무라고 설명해주었다.


라라는 잠시 눈을 감아 드래곤에게 기도를 드렸다.


드래곤의 숲을 지나 세계수에게로 도달한 디아스와 라라는 세계수의 가까이에 다가섰다.


디아스는 처음 세계수를 만났을 때처럼, 세계수에 등을 붙이고 앉았다.


라라는 한 손과 이마를 세계수에 마주 대었다.


[세계수님. 제가 가지고 있는 세계수의 가지를 이곳에 심어도 될까요?]

[괜찮단다. 다만 너무 가깝지 않은 곳에 심어주면 고맙겠구나.]


인자한 세계수의 대답을 함께 들은 디아스는 세계수에게 간단히 목례를 한 뒤 일어섰다.


세계수와 마주보는 너무 멀지도 가깝지도 않은 위치에 가지를 꽂았다.


디아스가 마나로 물을 만들어 뿌리자, 가지에서 뿌리가 나와 훍 밑 깊숙하게 파고 들었다.



***



“미천한 신하 시트리가 위대하고 영롱하신 몰렉님을 뵙습니다.”

“미천한 신하 비네가 위대하고 영롱하신 몰렉님을 뵙습니다.”

“미천한 신하 네비로스가 위대하고 영롱하신 몰렉님을 뵙습니다.”


황제의 앞에는 세 신하가 부복을 하고 있었다.


그의 입 꼬리는 비틀려 올라가 있었다.


“그래. 드래곤도 고장 난 엘프들도 전부 빼앗겼다고?”

“네. 송구합니다.”


세 신하는 여전히 고개를 조아린 채 였다.


황제는 그 모습이 꽤나 마음에 들었다.


“제국에겐 중요할 지 몰라도 우리에겐 그닥 중요치 않으니까 됐다. 그나저나 서대륙의 나라는 모두 제안을 거절한 것이겠지?”

“네. 아주 명백한 거절이었습니다.”


네비로스의 말에 황제는 웃는 듯, 찡그린 듯 기묘한 표정을 지었다.


“우리의 목적을 위해서는 많은 영혼이 필요하다는 거. 알고 있겠지?”

“네. 그렇습니다.”

“원래는 말이야, 종교를 이용해보려고 했단 말이지.”


이왕 신이 된 거, 광신도를 늘려 스스로 제물이 되려는 사람들로 영혼을 모으려 했다.


하지만 제국이 생각보다 멍청한 짓을 많이 한 탓에 제국민의 신뢰도가 떨어져 있었다.


제국은 종교국가가 아니었지만, 국교가 나라에 미치는 영향이 컸다.


덕분에 제국민들은 여전히 몰렉교를 신봉하긴 했지만, 몰렉이 원하는 만큼 광적인 믿음은 보여주지 않았다.


그래서 황제가 택한 것은 전쟁이었다.


“드래곤의 보주도, 무구한 영혼도 많이 먹었다. 이제는 목적을 위해 영혼 사냥을 해야 하지 않겠느냐.”


황제의 말에 부복한 세 신하가 고개를 들었다.


그들의 눈에는 욕망이 가득했다.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성전이다.”


황제는 새빨간 혀를 내밀며 입술을 적셨다.


“조만간 몰렉교 행사를 하는 게 좋겠지. 행사 때, 약을 풀어라.”


성전.

황제는 약으로 제국민을 부추겨 성전을 일으킬 요량이었다.


“그리고 행사 전에 나에게 충성을 맹세한 귀족들과 계약을 진행해라.”

“그들이 원하는 바를 이뤄주실 생각입니까?”

“그럴 리가 있나.”


황제는 유쾌한 듯이 웃었다.


인간을 속이는 건 언제든지 즐거웠다.


“내가 원하던 것을 건네줘도, 그들은 얻지 못할 거다. 인간이 얻을 수 있는 게 아니거든.”

“저희에게만 득이겠군요.”

“그렇지.”


창백한 인상의 네비로스가 기대감이 가득한 얼굴로 웃었다.


“루테티아 왕국의 용사는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비네가 무뚝뚝한 표정으로 물었다.


“그 용사는 드래곤의 가호를 받는다고 했지?”

“네. 게다가, 전투의 흔적을 확인해보니 드래곤의 마나로 추정되는 흔적이 나왔습니다.”

“그래?”


남에게 관심이 없는 드래곤이 인간에게 깊게 관여하고 있었다.


황제는 문득, 자신의 그릇이었다가 동굴에서 탈출한 맹랑한 드래곤 알이 생각났다.


드래곤 사냥을 나갔지만 도망간 드래곤의 추적에는 실패했다.


그런데 어느 날 갑자기 나타난 용사가 드래곤의 가호를 받는다?


‘우연이 겹치면 필연이 되지.’


“전쟁 전에 드래곤에 대한 대비책은 미리 세워놓도록.”

“예! 명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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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2 성전 19.07.30 465 9 12쪽
101 성전 19.07.29 463 9 14쪽
100 악연 19.07.26 471 8 13쪽
99 악연 19.07.25 455 11 12쪽
98 악연 19.07.24 482 9 13쪽
97 악연 +1 19.07.23 462 9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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