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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점  공모전참가작 이단의 성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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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등록일 :
2019.04.01 1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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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5.10 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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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4.01 1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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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롤로그

DUMMY

비가 추적추적 내려 대지를 질퍽하게 두들긴다. 사람들의 비명소리가 그 빗방울 사이를 뚫고 울려 퍼졌다.


드높은 첨탑이 불길을 두르고 빨갛게 일렁인다.


숲의 한가운데에서 그 모든 것을 배경으로 하여 멋있게 서있는 남자가 있었다.


나였다.


“음~스멜.”


시체 썩는 냄새, 피 냄새가 아주 일품이다.


나는 암흑신교의 암흑신관이다.


이렇게만 말하니 내가 무슨 음침한 악당인 것처럼 들리겠지만, 사실 교단 자체가 검은색을 좋아해서 다들 저렇게 부를 뿐이다.


현재 내가 입고 있는 로브도 검은색이고, 들고 있는 창도 검은색으로 도배를 했다.


그런데 세상은 그런 우리들이 조금, 아니 많이 아니꼽게 보였나보다. 지들끼리 연합해서 전쟁을 벌였을 정도이니.


“염병. 지들도 하얀색 잘만 입으면서.”


우리들의 경쟁교단인 루인교에서는 흰 색과 황금색을 즐겨 입는다.


패션엔 죄가 없다. 없는 죄도 만드는 게 이 빌어먹을 세상이었지만 말이다.


뭐, 어쨌든 패션에 대한 이야기는 여기까지만 하고, 다시 본론으로 넘어가보자.


이 이야기의 주제는 간단하다.


전쟁이 터졌다. 루인교가 세운 나라인 신성교국. 그 신성교국이 왕국과 연합하여 암흑신교의 멸망을 외치며 전쟁을 걸었다.


암흑신교도 시원하게 그 도발을 받아들이며 전쟁을 준비했다.


결과는?


패배. 졌다. 내가 지금 북부에만 있어서 다른 곳은 잘 모르겠지만, 다른 곳이라고 해서 딱히 다르지는 않을 거라고 본다.


“젠장. 다굴엔 장사 없다더니.”


울컥거리며 올라오는 피를 씹어 삼킨다.


와아아아! 우렁찬 함성이 대지를 울린다. 칼과 창이 부딪히는 소리, 갑옷을 입은 기사가 바닥을 쿵쿵 짓밟는 소리가 점차 가까이 들려온다.


“죽겠군.”


나는 그 사실을 담담하게 인정했다. 지금까지 수많은 전장을 이겨낸 나였지만 그건 이길 만해서 이긴 거고, 이건 답이 안 보였다.


그럼 별 수 있나. 깔끔하게 죽는 수밖에.


“자살할까?”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어차피 죽을 거라면 그 죽음을 자신이 선택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했다.


“지랄.”


그래. 지랄이었다. 개소리다. 1초라도 더 살아도 모자랄 판에 내 목을 내가 따버리겠다니. 목숨 소중한 줄 모르는 놈이었다.


“오냐 와라. 한 놈이라도 더 데리고 가주마.”


나는 창을 단단히 쥐었다.


어느새 발소리는 지척까지 다가왔고, 어둠을 밝히는 불빛이 눈앞을 가득 메우기 시작했다.


갑옷을 입은 기사들과 지팡이를 든 사제들이 보인다.


그들 또한 나를 보았다.


촤앙! 기사들의 검이 일제히 나에게로 향한다. 기사들의 보호 아래에 들어간 사제가 느끼한 미소를 지으며 나를 보았다.


세 겹으로 접힌 턱살과 툭 튀어나온 배는 절대로 그가 신관으로 변장한 기사 같은 것이 아님을 증명해주었다.


“하하! 이곳에도 더러운 이단이 있었구나!”


살벌한 기운이 오가는 가운데 오직 사제만이 미소를 짓는다.


“내가 친히 네놈의 더러운 본성을 정화해주마!”


죽음을 앞에 둔 이 교단지부의 마지막 신관으로서 경건한 최후를 맞이하리라.


“더럽고 추악한 악마의 자식아. 순순히 정화를...”

“아니. 썅. 보자보자 하니까 이 뚱땡이가 진짜?!”


기껏 무게 잡으려고 하는데 멀쩡한 사람보고 자꾸 더럽다, 더럽다고 하면 기분이 어떻겠는가?


당연히 경건이고, 침착이고, 나발이고. 없는 거다.


“뭐, 뭣? 감히 이단의 더러운 개가 이 나에게!”

“하! 참! 어이가 없어서. 내가 얼마나 깨끗하게 씻는지 알아? 네 목에 낀 기름기보다 내 피부가 더 매끄러울걸?”


뚱땡이 사제의 얼굴이 그대로 굳어졌다. 그러더니 갑자기 근엄한 척을 하며 입을 연다.


“내 친히 네놈의 시체를 찢어 불길에 태워 주리라.”

“오냐 돼지야. 내가 오늘 네 목 따고 간다. 기다려라.”


돼지라는 말에 다시금 사제의 얼굴이 우락부락해졌다.


창을 쥔 손에 힘이 들어갔다. 여태껏 침묵을 고수하고 있던 기사들이 검을 겨눈 채 살기를 발산했다.


피부를 아릿하게 저려오는 살기에 절로 심장박동이 빨라졌다. 반도 안 남은 심장이었지만 저 돼지를 상대하기엔 충분했다.


“이단을 척결하라!”

“돼지. 넌 네 목이나 내밀고 있어!”


땅을 박차고 앞으로 튀어나갔다. 기사들의 검이 앞으로 쑥 하고 커져온다. 수백의 기사를 찌르고 도륙했던 창날이 다시금 피를 탐한다.


콰아앙! 강렬한 격돌의 충격파가 사방으로 퍼져나갔다. 쏟아지던 빗물이 그대로 증발했다.


고막을 찢어발기는 굉음이 공기를 터트렸다. 공간을 가르며 날아간 창날은 기사들의 머리통을 무참히 깨부쉈다.


빛의 사제들이 축복을 걸고, 기사들을 치유했다.


“끈질긴 것들!”


내가 저 조합만 몇 번을 상대했는지 모른다. 전신을 휘감은 검붉은 색의 기운이 일렁거리며 주문을 연성했다.


“쿠웩!”

“켁!”


다른 사람한테 축복을 거느라 정작 자신에게 소홀해진 사제들이 피를 토하며 쓰러졌다.


“놈이 저주를 쓴다!”

“막아라!”

“막는다고 해서 막아지면, 난 진작 네들 선배한테 뒤졌어 이것들아!”


거칠게 포효하며 기사들의 사이로 파고들었다. 창의 끄트머리를 잡고 크게 휘두른다.


쉬이익! 공기를 가르며 휘둘러진 창이 한 개의 원을 그렸다. 그 원에 걸린 기사들의 상체가 절단면을 타고 미끄러졌다.


“히. 힉!”


돼지사제가 꼴사납게 비명을 지르며 뒤로 물러났다. 나는 그를 향해 싱긋 미소를 지어주었다.


*


“컥. 웩. 우욱. 나 죽는다. 죽어...”


거짓말이 아니라 진짜로 죽을 것 같았다. 피를 벌써 한바가지나 토했다.


아직도 이 몸뚱이에 이만큼이나 피가 남아있었다는 게 놀랍기 그지없다.


“돼지 새끼가 왜 이렇게 도망을 잘 쳐? 달리면서 기도하는 훈련이라도 했나?”


돼지는 모습에 맞지 않게 요리조리 잘 피하는 재주를 지니고 있었다.


하지만 이제 그것도 끝이다. 돼지는 필사적이었지만 나는 그 이상으로 끈질겼다.


“내가 말했지? 목 따러 간다고. 맴매 맞을 시간이다. 빨리 목 내밀어.”

“사, 살려줘.”

“그건 네 신한테 빌어야지.”


나는 어깨를 힘껏 열며 뒤로 당긴 창을 번개처럼 쏘아냈다. 자신의 손아귀에서 벗어난 창날이 일직선으로 뻗어가며 돼지의 머리통을 깨부쉈다.


“후우...”


이제 모든 일이 끝났다. 남아있던 힘을 모조리 소진했다. 더 이상 움직일 힘이 없었다.


남은 건 죽음뿐이다.


“나도 신한테나 빌어볼까?”


피식. 웃음이 나온다. 살고 싶다고 빌어서 살려준다면 신관들이 왜 죽겠는가.


“씁쓸하구만.”


최후는 비참하진 않았지만, 외로웠다. 남은 암흑신관들은 하나도 없었고, 있는 건 숲 밖에서 조금씩 포위망을 좁혀오는 연합군뿐이다.


이런 형태의 죽음을 생각해보지 않은 것은 아니다. 다만, 이것보단 좀 더 평온하고, 지금보단 좀 더 격렬한 죽음을 원했다.


뻥 뚫린 가슴구멍으로 바람이 숭숭 불어온다. 과다출혈을 넘어서 더 이상 흐를 피가 없었다.


나는 담담히 최후를 받아들이며 마지막으로 신께 빌었다.


‘부디 다음 생엔 귀족가의 꽃미남으로 태어나길. 기억도 좀 남겨주시면 고맙고. 천재소리나 듣게.’


꾸우우웅! 교단의 지부로 사용했던 첨탑이 괴성을 토해냈다.


“이제 너와도 작별이군.”


오래도록 생활해온 첨탑과도 이젠 마지막이었다. 자신의 죽음과 함께 저 탑 또한 사라지리라.


패배자인 자신들의 유산을 저들이 남겨줄 리가 없으니까.


꾸우우우! 첨탑에서부터 다시금 불길한 음성이 들려왔다.


어? 탑이 좀 커지지 않았나?


아니. 좀 가까워진 것 같은데?


“어. 어어어?”


탑이 쓰러지고 있었다. 내 쪽으로.


바람이 미친 듯이 휘몰아치면서 머리칼을 산발시켰다.


가속력이 붙은 탑이 빠르게 넘어가고 있었다.


“미친 이거 실화냐?”


마치 피가 없어서 죽는 꼴사나운 죽음 따위는 인정하지 않겠다는 듯, 탑은 무지막지한 기세로 나를 덮쳐왔다.


“오. 신이시여.”


꼭 이래야만 속이 시원했냐?


“이런 개...”


콰아아아아앙! 거대한 탑이 완전히 쓰러지면서 지금까지 없었던 거대한 폭음과 함께 대지를 뒤흔들었다.


그리고 그 밑에 깔린 작은 생명 또한 찌부러졌다.


암흑신교에서도 가장 악명이 높은 북부총단의 지부장이자, 끊임없이 밀려오는 연합군에 맞서서 아무런 지원 없이 한 달을 버틴 전쟁의 악귀, 루카스 베놈이 생을 마감했다.


수백의 기사와 신관들을 도륙 낸 그의 사인은 압사壓死였다.


*


루인을 신으로 숭배하는 신성교국과 왕국의 연합이 암흑신교를 상대로 한 전쟁에서 승리한지도 어언 50년이 지났다.


세상은 약간 평화로워졌고, 귀족들의 뱃살엔 기름기가 가득 들어갔다.


하지만 그런 세상에서도 언제나 어둠은 존재하는 법이다.


“오. 사나운 운명의 싸움꾼이시여. 비나이다.”


한 어두컴컴한 지하실에서 마찬가지로 까만색 로브를 뒤집어 쓴 남자가 불길한 기도문을 중얼거렸다.


“제게 힘을! 절 무시한 그놈들에게 복수할 힘을 주소서!”


요즘시대에 이 따위 짓거리를 하다가 들키면 빼도 박도 못하고 이단으로 몰리게 되지만 남자는 신경 쓰지 않았다.


정말 트롤이 똥 싸는 것만큼이나 상관없었다.


그에겐 그런 것보다 중요한 목표가 있었다. 자신을 괴롭히고 무시한 것들에게 복수할 힘을 원했다.


청년, 이단 샤나크는 성기사인 아버지를 둔 명문가 출신의 인간이었다.


그런 그가 지금 이교도에 심취해 악신惡神의 부름을 기도하고 있었다.


그가 세상물정모르는 바보라서가 아니다. 그는 사람들을 못 살게 괴롭히는 망나니도 아니었다.


오히려 그는 평범했다. 적당히 배려할 줄 알고, 적당히 노력할 줄 알았다.


하지만 그게 문제였다.


자신의 지위와 능력에 자부심이 높은 아버지는 아들을 정말 혹독하게 훈련시켰고, 평범한 재능을 지니고 있던 이단은 도저히 아버지의 지도를 따라가지 못했다.


삐뚤어진 교육열은 멀쩡한 인간 하나를 제대로 버려 놨다.


결국 이단은 아버지의 기대에 못 미쳐, 관계도 틀어지고 자존감도 사라졌다.


그것은 또 다른 폭력을 불러왔다. 그의 음침하고 소심한 모습을 본 또래의 같은 성기사 수련생들이 그를 괴롭히기 시작했다.


가정폭력에 학교폭력까지. 돌아버릴 것 같았다.


타고난 성격이 유약했던 그는 속으로는 검게 타들어가면서도 참고 또 참아냈다.


참다못해 신을 부르짖었지만, 신은 대답해주지 않았다.


그렇기에 비뚤어질 대로 비뚤어진 청년의 사고는 다른 길을 찾아내고야 만다.


“신이 답해주지 않는다면 다른 신을 찾으면 된다.”


지금의 그는 신이 아니라 악마라고 해도 손을 잡을 자신이 있었다. 그들에게 복수할 수만 있다면!


그는 부글부글 끓는 거대한 솥에 미지의 가루를 뿌리며 다시금 외쳤다.


“오소서!”


동시에 그의 뒤편에 있던 책장이 크게 덜컹거렸다. 책자에 꽂혀있던 책들이 함께 출렁였다.


그는 그 사실을 모른 채 여전히 기도를 올리고 있었다.


그런 그의 정수리로 두꺼운 책 한권이 떨어졌다.


빠악!


“큭!”


그는 정수리를 강타한 고통에 인상을 찌푸렸으나 이내 정신을 다잡고 의식에 집중했다.


빠악! 한 권 더 떨어졌다.


목이 크게 꺾였다. 쓰러지려는 마음을 다잡고 의식에 집중했다.


빠악! 빠악! 두 권이 연달아 정수리로 내리꽂혔다.


머리가 두 쪽 나는 환상이 아른거린다.


“의식에 집중..”.


빠바바바박! 무슨 귀신이라도 들린 것처럼 수십 권의 책들이 차례대로 그의 정수리를 찍었다.


“집중을...”


콰앙! 책장이 그대로 넘어가며 이단을 덮쳤다.


“집...중.”


털썩. 마침내 그의 의식意識이 끊어졌다.


더 이상 그의 정수리를 괴롭히는 것은 없었다. 지하실은 고요했으며, 평소에 깨끗이 관리했기에 쥐 한 마리 돌아다니지 않았다.


그리고 정확히 3초가 흘렀다.


“으아아악! 시발. 죽어! 죽는다고! 탑! 미친, 탑!”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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