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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점  공모전참가작 이단의 성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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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등록일 :
2019.04.01 1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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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5.10 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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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4.09 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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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쪽

수련원으로

DUMMY

이 검의 이름은 보구, 이시야의 검이다.


오래전에 이시야란 놈이 루인의 축복이 깃든 이 검을 하사받은 것에서부터 유래된 이름이다.


루인교의 보구, 성물 목록은 빠짐없이 외우고 있는 이단이었기에 이 검의 형태와 그 검을 봉인하기 위해 들어간 암흑신교 쪽의 신성력 배합율을 통해 그 정체를 알아낼 수 있었다.


암흑신교의 비술 중엔 루인교의 각 보구와 성물들을 봉인하기 위한 술식이 따로 존재한다.


이른바 대 루인교 술식이랄까?


그리고 이 저주의 형태는 이시야의 검을 봉인하는 용도로 제작된 술식과 판박이였다.


이상의 이유로 이단은 이 검이 이시야의 검이라는 것을 알아낼 수 있었다.


자세한 내막은 모르겠지만 이시야의 검을 이은 어떤 고위성기사는 암흑신교와의 전쟁 도중에 사망했을 것이다.


만약 주인이 멀쩡히 살아있었다면 이 저주를 어떻게든 풀기 위해 신성교국의 수도로 가져갔을 테니까.


루인교의 영웅이 죽자, 암흑신교는 혹시라도 살아남을 가능성이 있는 적대세력의 영웅을 완전히 끝장내기 위해 지역 째로 쓸어버렸을 것이다.


아니면 반대로 루인교 쪽에서 암흑신교의 생존자들을 없애기 위해 쓸어버렸거나.


이 부분은 딱히 어느 쪽이든 간에 상관없는 일이었다.


어쨌든 보구는 그 여파로 땅속에 묻혀 50년 동안 썩고 있다가 어떤 유물학자나 수집가에게 발견된다.


그리고 약간의 관심을 받다가 곧, 쓸모가 없는 검이라고 판명된 후, 그들의 돈벌이를 위해 암시장에 팔리게 되었다.


...라는 것이 이 학계(이단)의 정설이다.


하지만 여기서 갑자기 든 의문.


‘왜 검을 들고 가지 않은 걸까?’


루인교 측은 그렇다 치더라도 암흑신교 쪽의 고위급 인물이라면 충분의 이 검의 내력을 알 수 있었을 것이다.


간단하게 생각하자면 단순히 그럴 만한 여력이 없어서라고 생각할 수 있었다.


저주를 건 신관도 죽고, 전쟁에서 패배해 후퇴를 반복하다가 괴멸했다면 이 보구가 눈앞에 있음에도 눈치 채지 못하고 떠나갔을 것이다.


물론, 이것도 어디까지나 추측일 뿐이었다.


‘북부총단은 전쟁당시에 고립된 상태여서 다른 장소와의 교류가 적어. 누가 한 일인지 모르겠군. 실리아? 오르덴?’


머리를 굴려봤지만 확신할 수 있는 것은 없었다.


“뭐가 됐든 간에 이제 이 검은 내 거지.”


루인교에선 모든 보구, 유물, 성물은 모조리 유일신인 루인의 것이라고 하지만, 이단에겐 신경 쓸 바가 아니었다.


“그나저나 이번엔 너무 눈에 띄도록 아름다운 게 문제군.”


이 넘치는 신성력을 감출 수 있는 방법이 없나 생각했다.


이걸 루인교의 고위직에게 바치고 그 대가로 원하는 것을 얻는 것도 떠올려보지 않은 것은 아니다.


하지만 그 경우에 자신의 신변을 보장할 수 있다는 확신이 없었고, 또 그 대가로 받아낸 것이 과연 이 검의 가치보다 높을 것인가에 대해서도 확신할 수 없었다.


그리고 굳이 지금 당장 이것을 공개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했다. 까짓 거 자신이 좀 쓰다 팔면 안 되겠는가.


어차피 자신이 산 물건인 것을.


“저주를 걸...고 싶어도 이제 난 암흑신교의 힘은 쓰지 못하니까 안 될 거고. 루인교의 신성법술 중에 신성력을 감추는 법술이 있었나?”


신성법술은 마법사들이 쓰는 마법과도 비슷했다. 마력이 아니라 신성력을 쓰고, 마법만큼의 다양성은 없었지만.


그래도 특정분야에 있어서는 마법을 압도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었다. 예를 들면 축복이라던가, 상태이상해제라던가 등등.


원래는 신성마법이었는데 루인교에서 감히 신의 힘을 인간의 마법과 같은 틀에 넣는다는 게 신에 대한 모독이라면서 이름을 신성법술로 바꾸었다.


그냥 암흑신교처럼 편하게 저주, 축복, 권능으로 부르면 될 것을 참 깐깐한 놈들이라고 생각했던 때가 있었다.


아무튼, 중요한 건 지금 이 검의 신성력을 통제하고 이 검을 평범한 검처럼 보이게 하는 거였다.


“형태는 그럭저럭 합격. 신성교국에서 생산하는 검이 조금 더 세련되게 변한 것 정도야.”


형태 자체는 특이하지 않았다. 이단도 처음 본 순간 루인교의 검과 닮았다고 생각했을 정도니까.


“젠장. 모르겠군. 어쩔 수 없지.”


괜한 사건에 말려드는 것이 싫은 이단은 강수를 두기로 결정했다. 그가 검을 보며 입맛을 다셨다.


‘내가 아는 루인교의 법술 중에 이 정도의 보구의 기운을 감출 수 있는 건 없어. 그렇다면...무식하게 간다.’


이단은 한쪽 무릎을 꿇고서 검을 바닥에 내리꽂았다.


눈을 감고 보이지 않는 것을 보기 위해 집중했다.


신관이 휘두르는 신성력의 근간은 신과 연결된 홀이었다.


마찬가지로 신의 축복이 걸린 보구나 성물 또한 신과의 연결이 이어져있었다.


아주 가느다란 끈 같은 거였지만, 이단에게는 확실히 느껴졌다.


지금부터 이 끈을 두 갈래로 쪼갠다. 그러기 위해 이단은 이시야의 보검에 자신의 홀을 통해 흘러나오는 신성력을 모조리 때려 박았다.


저주가 걸려있을 때와는 다르게 보검은 가소롭다는 듯이 신성력을 그대로 흡수해나갔다.


하지만 그것이야말로 이단의 노림수였다. 검으로 흘러들어간 신성력은 같은 신의 힘이었지만 여전히 이단의 통제 하에 있었다.


이단의 통제 하에 들어있는 신성력이 검의 신성력과 뒤죽박죽으로 섞여 ‘끈’을 타고 흘러갔다.


그 순간 이단은 자신의 신성력을 강제로 자신을 향해 끌어당겼다.


끈을 쪼갠다는 것은 신과의 연결이 옅어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무수한 세월 동안 수많은 적을 베고, 수많은 영웅의 손을 거쳐 오며 싹튼 검의 에고가 격렬하게 저항했다.


이건 단순한 힘의 논리가 아닌 정신력과 영혼의 싸움이었다.


그리고 이단은 그 싸움에서 승리할 자신이 있었다.


보구는 결국 축복을 받은 도구일 뿐, 그것들을 직접 휘두르며 적들을 도륙하고 신의 교리를 깨우치기 위해 밤낮을 고민하며 고뇌한 자신을 이길 리가 없으니까.


찌지직! 보이지 않는 끈이 찢어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찢어진 끈 중 하나가 이단에게로 다가왔다.


끈은 이단의 머리와 접촉해 아무런 방해도 없이 그의 머릿속으로 파고들었다.


이단은 저항하지 않았다. 그의 머릿속, 상단전으로 침투해온 끈이 홀을 향해 나아갔다.


마침내 끈이 이단의 홀을 넘어간 순간, 끈은 완전히 이단과 이어진 상태가 되었다.


“끝...났다.”


검의 저항이 끝났다. 검은 언제 움직였나는 듯이 미동조차 하지 않고 얌전히 바닥에 박혀있었다.


비록 끈의 시작은 다를 지언 정 그 끝은 유일한 신과 이어진 것이 틀림없으니 검은 더 이상 반항하지 않았다.


이단은 자신의 홀과 이어진 끈이 다시금 검과 이어져 있는 것을 보며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검과 이어진 끈을 통해 검에 걸린 축복이 쭉쭉 딸려왔다. 당연히 검을 위해 내린 축복이었기에 이단에게는 적용이 되지 않았다.


하지만 이것을 통해 이제부터 이단은 이 보검을 그저 때깔만 고운 합금덩어리로 만들 수도 있었고, 도로 축복을 부여하여 신의 보검으로 만들 수도 있었다.


“이제 진짜로 사용할 수 있겠군.”


진땀을 뺀 이단이 보검을 도로 검집에 넣었다. 도로 살 필요도 없었다.


이전까지 교단의 검을 넣어 보관하고 있던 것을 재활용하면 그만이었으니까.


“피곤해.”


오늘은 딱히 열심히 움직인 기억도 없는데 벌써부터 기력이 쭉 빠졌다.


‘여관에서 밥이나 먹어야겠어.’


아마 오늘이 마지막 식사일 것이기에 이단은 오늘만 자신에게 여유를 허락하기로 했다.


*


“이보게. 그거 들었는가? 알타이른 놈들이 완전 끝장났다는 거.”

“당연히 들었고말고. 본거지가 통째로 불탔는데.”


알타이른의 괴멸소식은 벌써부터 마을에 퍼져있었다. 모두가 그 사실에 우선은 기뻐하고 있었다.


그들을 오래동안 괴롭혀왔음에도 우는 소리 한 번 하지 못했던 알타이른이 하루아침에 불타버렸으니 당연한 결과였다.


“조직원들이 다 승천했다지?”

“에이. 무슨 그런 소리를. 그놈들은 루인님의 품으로 돌아갈 자격이 없어.”


이야기를 듣던 남자가 정색하며 말했다. 그러자 처음 말을 건넸던 남자가 히죽 웃으며 소곤소곤 말했다.


“그럼 악신들한테 가겠구먼?”

“그렇지. 그러니까 건배하세나. 악신들한테 끌려가서 고통 받을 알타이른 놈들을 위하여!”

“위하여!”

“위하여!”


메아리가 있는 산골짜기도 아닌데 식당에선 위하여란 말이 여러 번 반복되었다.


“정말 다행이에요.”

“그래?”


종업원이 곁으로 다가와 중얼거리는 말에 이단이 생선살을 입으로 넣어가며 반문했다.


“물론이죠. 덕분에 사람들이 빚과 폭력에서 해방되었잖아요.”

“글쎄? 내가 알기론 여기 담당이 썩 좋은 놈이 아니던데. 윗물이 썩으면 아랫물은 아무리 치워도 계속 썩기 마련이야.”

“어린 나이에 깊은 생각을 지니고 있으시군요?”


종업원이 흥미로운 눈길로 이단을 바라보았다. 이래 뵈도 마흔 넘은 아저씨인지라 이단은 뭐라 반응해야 할지 잠시 고민에 빠졌다.


“그나저나. 못 보던 검이네요?”


다행히도 종업원이 먼저 화제를 돌려줬다.


이단은 상록수 여관의 짧지만 굵었던 단골이었고, 덕분에 종업원은 이단의 인상착의조차 기억할 만큼 이단을 보았던 시간이 많았다.


“새로 장만했어.”

“검사였던 건가요? 검을 휘두르는 건 못 봤는데.”

“웬만큼은 하지.”


이단은 가볍게 말했다. 그것은 이단이 지닌 실력에 비해 지나치게 겸손한 말이기도 했다.


그가 검으로만 죽였던 성기사와 기사, 전사, 마법사들만 해도 어지간한 언덕 하나는 만들고도 남는다.


“펜타리움의 기사지망생인가요?”

“아니. 신성교국의 성기사지망생이야.”


그것의 이단이 한동안 대외적으로 활동할 직업이었다. 성기사수련원의 성기사지망생. 출세하기엔 적당한 엘리트코스였다.


그는 충분히 이 코스에서 성공할 자신이 있었다. 루인교의 교리와 법술은 알만큼 알고 있었고, 루인교의 검술 또한 상급까진 익히고 있었다.


‘창이였다면 더 나을 수도 있겠지만...그 경우엔 암흑신교 쪽의 색깔이 드러날 수도 있어.’


지나친 의심일지도 모르지만 피할 건 최대한 피해가고 싶었다.


옆의 다른 놈들이 다 똑같은 동작으로 창을 쓰는데 자기 혼자 다른 길을 가려고 하면 눈에 띄기 마련이다.


검보다 창술이 훨씬 높은 경지에 이르렀던 지라 자연스럽게 베여 나오는 것을 일일이 통제할 수가 없었다.


이것을 알게 된 건 알타이른과의 전투에서 얻은 여러 소득 중 하나였다.


그리고 자꾸만 암흑신교의 창술을 내보이게 되면 필연적으로 루인교의 전투방식과 충돌할 수밖에 없다.


같은 신성력이라도 그 특성이 다른 힘이었고, 그것을 다루는 방식도 엄연히 다른 두 집단이었으니까.


차라리 검을 다시 파는 게 나았다. 그래도 17년 동안 잡고 밑바닥부터 다시 배운 경험도 있겠다. 몸에 체화시키는 건 그리 어렵지 않을 것이다.


“우와. 저희 여관의 단골이 성기사지망생이셨다니 놀랍네요.”


신성교국의 땅인 이곳에선 당연히 기사지망생보다 성기사지망생이 압도적으로 인지도가 높았다.


“서명이라도 미리 받아둘래?”


유명인, 고위신관들의 서명은 그것들에 환장한 수집가들에게 많은 수요가 있었다.


반쯤 농담 삼아 던진 말이었지만, 종업원은 꽤나 진지하게 받아들였는지 갑자기 종이와 펜을 들고 내밀었다.


이단은 어쩔 수 없이 머리를 긁적이며 종업원의 손길을 밀어냈다.


“아, 미안. 내가 지금 흔적을 남길 때가 아니라서.”

“그런가요? 그럼 이름 정도는 가르쳐주실 수 있을까요?”


마찬가지로 종업원도 장난삼아 한 번 찔러본 일이었기에 별 말 없이 이단의 이름을 물었다.


생각해보니 아직까지 이 어린 단골의 이름도 모르고 있었다.


‘이단이란 말을 듣긴 했지만...가명이겠지.’


신성교국의 어떤 부모가 아이에게 이단이란 이름을 지어주겠는가.


정말 특수한 이유가 아니고서야 종업원의 자신의 아이에게 이단이란 이름을 붙일 생각은 추호도 없었다.


“어...어제 내 이름 못 들었어? 이단이라고.”

“그거 가명 아니었어요?”


거짓 하나 없는 그 순수한 말에 이단은 입을 꾹 다물었다.


하긴 그럴 만도 했다. 이단이란 단어는 이 나라에서 듣는 것만으로도 털이 곤두서는 살벌한 말이었다.


그런데 설마 본명이 이단인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이 나라의 아이들이 장난삼아, 불량배들이 모욕삼아 상대를 그렇게 부르는 경우는 있어도 진심으로 그것을 이름으로 가지는 사람은 드물었다.


오죽하면 이단조차 이 기묘한 환생열차에서도 그런 이름을 가진 자를 딱 한 명밖에 못보지 않았던가.


그 한 명이 누구인지는 말할 필요도 없었다.


“본명이라서 미안하군.”

“하...하하. 아니에요. 정말 좋은 이름인데요 뭘. 제가 나중에 아이한테 이름을 지을 때가 되면 꼭 그 아이의 이름을...이름을...”


종업원이 글썽한 얼굴이 되어 말을 잇지 못하고 있었다. 아무래도 자신의 아이에게 그런 이름을 붙이는 것이 너무 가혹하다 생각하는 게 아닐까?


“이단으로 몰리기 싫으면 그렇게 짓지 마.”

“휴. 감사합니다.”

“됐어. 서비스나 더 줘.”

“예.”


조금 기분이 상한 이단은 몸을 돌려 창가를 바라보았다. 이번에도 날은 저물어있었다.


‘내일부터인가.’


내일부터 자신은 다시 성기사수련원으로 돌아간다.


이제 이 마을과도 작별할 때가 온 거다. 영원하지는 않겠지만 당분간은 돌아오지 않을 거다.


어느새 정들어버린 공간이 멀어질 거라고 생각하니 그만 씁쓸해졌다.


‘17살 몸에 있으려니까 감성도 17살로 맞춰진 건가? 그래도...이 식당의 음식을 못 먹게 되는 건 좀 아쉽긴 해.’


이단은 이곳에서의 마지막 식사를 정성스럽게 끝냈다.


이제 더 이상 볼일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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