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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점  공모전참가작 이단의 성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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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등록일 :
2019.04.01 13:03
최근연재일 :
2019.05.10 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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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4.16 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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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인사(2)

DUMMY

“넌! 그냥!”


퍽! 퍼억! 연달아 갈긴 주먹이 랄프의 얼굴을 완전히 걸레짝으로 만들었다.


고작해야 두 방만으로 이 만큼의 효과를 보일 수 있다는 건, 사람 한두 명 걸레로 만드는 것 정도로는 안 된다.


최소 수백은 맨손으로 두들긴 숙련자만이 사용할 수 있는 전문적인 기술이었다.


“으어...으.”


1초 남짓한 시간에 의도치 않은 성형을 끝마친 랄프가 이빨을 툭툭 떨어뜨리며 신음을 흘렸다.


“지금 뭐하는 짓인가!”


그때쯤 폭력사건을 눈치 챈 제이른이 제지에 들어갔다.


이단은 마지막으로 팦르의 손목을 다시 꺾어주면서 제이른에게 돌아섰다. 그리고 품안에 고이 간직해두었던 팬던트를 꺼내들었다.


“저 개자식이 제 팬던트에 더러운 흙을 뿌렸습니다. 이것은 루인님의 상징이기도 한 바, 저는 루인님의 신도로서, 그리고 같은 수련생으로서 그에게 심판과 깨달음을 주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허어...”


제이른의 얼굴이 순식간에 뭐라도 십은 것처럼 변했다. 일단 수련생을 폭행했으니 뭔가 처벌을 내리긴 해야 하는데 그렇게 되면 자신은 루인님을 모독한 자를 처벌하기 위해 나선 어린 신도의 앞길을 막아선 게 된다.


즉, 이유는 타당한데 그로 인한 행동이 너무나 과격하다는 게 문제였다.


‘아이고, 머리야...’


제이른이 속으로 욕설을 삼켰다. 여기까지 와서 광신도의 싹을 마주해야 하다니.


그는 한숨을 쉬면서 이단의 팔을 끌어당겼다.


“루인님의 상징물을 더럽힌 것은 문제가 되지만, 나는 아직까지 그 상황의 전말을 완벽하게 알지 못한다. 또한, 저 수련생이 의도적으로 그런 짓을 저질렀다 하더라도 그를 처벌해야 하는 것은 네가 아니야.”

“예. 새겨듣겠습니다.”


이단은 순순히 그의 말을 따랐다. 예상 외로 갑자기 태도를 돌변시킨 이단을 본 제이른이 잠시 떨떠름한 표정을 지었다.


좀 더 교리를 따지고 들며 문제를 복잡하게 만들 것이라 생각했는데, 자신의 설교에 곧바로 따라주었다.


‘뭐. 잘 된 거겠지.’


아직 어린 새싹이지 않은가. 자신이 보아온 광신도와는 또 아직까진 차이가 있을 것이다.


이렇게 적절한 교육을 해준다면야 앞으로 자신의 광기와 신앙심을 적절히 조절할 수 있겠지.


마치 삿된 길로 가려는 어린 양을 다시금 빛으로 인도한 기분이 든 제이른이 왠지 모르게 뿌듯한 기분이 들어 미소를 지었다.


“그럼. 너는 일단 나와 같은 말에 타고 간다. 또 이런 사건이 생기면 곤란하니까.”

“알겠습니다.”


당연한 말이지만, 이단은 제이른의 말을 귓등으로도 들을 생각이 없었다. 그냥 이 상황에서 가장 빠르게 벗어나는 방법을 선택해줬을 뿐이다.


‘어차피 기회는 많아.’


제이른의 역할은 자신들을 수련원에 데려다주는 것으로 끝이다. 그 뒤엔 다시 랄프와 함께 할 수 있다.


‘멍청하긴.’


이단은 표정을 풀고 안심한 얼굴을 하고 있는 랄프를 속으로 비웃어주었다.


이전에 본인이 즐겨 쓰던 방법을 그대로 당하는 중인데도 저런 얼굴을 할 수 있다니.


생각 외로 단순한 놈인 것 같았다. 랄프도, 제이른도.


곧 타고 갈 마차가 도착했고, 이단은 제이른의 등 뒤에 안착해 몸을 고정시켰다.


발굽을 구른 말이 달리기 시작했고, 그 뒤로 길게 흙먼지가 일었다.


수련원의 꼭대기가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그리운 건물이군.’


이단은 현생이 아닌 전생의 기억을 떠올리며 수련원의 모습을 눈에 담았다.


같은 건물이어도 어떤 시점으로 보느냐에 따라 그것에서부터 느낄 수 있는 것은 천차만별로 달라진다.


‘내가 남긴 흔적도 남아있으려나? 아니...보수했겠군.’


순간적으로 떠로은 의문에 이단의 기억이 대답해주었다.


‘그땐 나도 참 젊었지.’


수련원을 습격해서 통째로 불태워버리겠다는 생각을 했던 적도 있었다. 미래의 인재들을 한꺼번에 쓸어버린다면 그보다 좋은 것은 없ㅇ르 테니까.


‘반밖에 못 부쉈지만.’


생각 외로 수련생들의 저항이 거셌기에 철저히 준비를 하고 갔음에도 반밖에 못 부쉈다.


시간만 더 있었다면 완전히 부수는 것도 가능했겠지만, 안타깝게도 자신의 출현을 보고받은 루인교의 영웅들이 머리끝까지 화가 난 채로 자신을 죽이려 들었기에 하지 못했다.


‘아, 딱 1초만 더 있었으면 낫으로 머리통 하나 더 쪼갤 수 있었는데.’


아련한 과거의 기억을 떠올리고 있자, 점차 고막을 때리는 강렬한 소리도 함께 들려왔다.


자신들과 비슷한 속도, 같은 목적지를 가지고 도로를 질주하는 말들.


각기 다른 방향에서부터 수련원을 향해 일직선으로 달려가고 있었다.


마차를 호위하듯 둘러싼 성기사들의 갑옷이 햇빛을 받아 번뜩였다.


그 장관을 본 수련생들이 작게 탄성을 질렀다.


그러나 이단은 그 모습을 보고서 작게 중얼거렸다.


“뭐야. 낚였잖아?”


*


성기사수련원에서 가장 직권이 높은 인물이 사용하는 공간, 원장실에서 비밀스러운 대화가 오가고 있었다.


학자처럼 긴 수염을 기른 노인이 흔들의자에 앉아 자신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노인의 머리는 완전히 벗겨졌지만, 전투에서 입었던 흉터만은 여전히 남아있었다.


특히나 노인의 머리통을 쪼개기 직전까지 갔던 흉터 하나가 오늘따라 더욱 욱신거렸다.


“그래. 오는 길은 즐거우셨나?”


노인이 흔들의자에 앉은 채 가는 눈을 굴려 상대를 바라보며 말했다.


“몇몇 성기사들에게 제 정보를 흘리셨더군요.”


대답하는 것은 차가운 어투의 여성이었다.


노인은 그녀를 보며 끌끌 웃음을 흘렸다.


“혹시나 자네에게 실례라도 하면 안 되지 않은가. 믿을 만한 이들이니 걱정하지 말게.”


여성은 웃지 않았다. 그저 무표정하게 노인을 내려다보았다.


“그래서. 내가 기획한 일은 잘 끝난 것 같던가?”

“수련생들의 긴장감을 높여주었다는 점에선 높이 평가할 만 했지만, 동시에 수련생들의 질이 얼마나 떨어졌는지도 자연스럽게 알게 되더군요.”


여성의 머릿속에 오늘 일어났던 습격사건이 떠올랐다. 동시에 그 당시 수련생들이 보여주었던 수준미달의 모습 또한 다시금 그려졌다.


“전쟁은 끝났어. 우리의 주적인 암흑신교가 사라진 이상, 굳이 수련생들이 예전처럼 목숨 걸고 단련할 필요는 없지.”

“용병들에게 의뢰를 해 마차를 습격하게 한 분이 하실 말씀은 아닌 것 같습니다만.”


가볍게 쏘아붙이는 여성의 말에 노인은 그저 웃기만 했다.


“또한 성기사수련생들의 질이 떨어졌다는 건 그만큼 루인님에게의 신앙 또한 떨어졌다는 것과도 일맥상통합니다.”

“그건 성급한 일반화라고 생각하네만. 그저 단련을 게을리 했을 뿐이야.”


노인은 마치 수련생들을 옹호하는 듯이 말했지만, 여성은 조금도 노인이 수련생들을 봐준다는 생각은 하지 않았다.


게으른 것은 성실하게, 부족한 부분은 단련시키는 것이 바로 노인의 역할이었다.


수련생들의 단점을 그가 알고 있다는 건, 이미 그것들을 채울 생각 또한 진행 중이라는 뜻이다.


용병에게 의뢰한 것도, 교단에 요청해 자신을 부른 것도 전부 다 그가 한 일이었다. 수련생들의 수련은 이미 시작되고 있었다.


“그래서. 어떤가?”

“무엇이 말입니까?”

“둔재가 있으며 인재도 있는 법이지. 자네의 눈에 찰 만한 생도가 있었느냔 말이야.”

“음...”

“고민하는 걸 보니 있긴 있나 보구만.”


노인이 슬쩍 입 꼬리를 올렸다. 그녀는 수련원을 향하는 대부분의 마차에 올라타 수많은 생도를 살필 기회가 있었다.


마차가 운행되는 시간대가 다르기도 하고, 중간에 내려서 다른 마차로 갈아탈 수도 있었기에 그녀는 오늘이 오기까지 실로 많은 수련생들을 관찰했다.


그리고 그 수많은 수련생들 중에서도 그녀의 눈에 들었던 것은 독보적인 한 명 뿐이었다.


노인도 그녀의 입에서 나올 이름이 궁금했다.


노인은 수련원의 원장으로서 수련원의 인재들을 어느 정도 파악하고 있었다. 그는 조심스레 그녀가 말할 수련생의 이름을 예측했다.


“이단...입니다.”

“수련생 중에 이단이 있었다는 말인가? 그럴 수가...이 수련원에 다니는 수련생으로서 어찌 다른 신을...”


노인이 놀란 표정으로 되물었다. 그러자 여성은 자신의 말실수를 깨닫고서 급히 정정했다.


“그 이단 말고. 이단 샤나크를 말하는 겁니다.”

“아, 그 이단을 말하는 거였군.”


노인은 그제야 얼굴을 풀고서 한숨을 쉬었다. 하지만 이내, 이단의 신상을 떠올리고서 다시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내가 알기로 그는...그리 뛰어난 인재가 아닌데.”


성기사로서의 무력은 물론이고, 성격부분에서도 그리 후한 평가를 내리기 힘든 수련생이었다.


이미 반쯤 의절당한 가문의 후광이 없었다면 진즉에 퇴학을 권고했을 정도로.


도저히 갱생의 여지가, 성기사로서 성공할 가능성이 없는 수련생이었다.


그런데 어찌 그녀의 입에서 이단 샤나크의 이름이 떠오른단 말인가.


“원장님께서 고용하신 용벙단의 대장이 일방적으로 밀렸습니다.”


여성은 확실한 근거를 제시했고, 노인은 더욱 납득할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내가 고용한 용병단의 대장은 전부 다 오러를 쓸 수 있는 상급용병들이었네.”

“하지만 사실은 사실입니다.”


자신이 마지막에 마무리를 하긴 했지만, 굳이 자신이 없었더라도 이단은 무난히 용병을 때려잡았을 것이다.


“허허...이것 참 놀랄 일이구만. 수련원에 나오지 않은 기간 동안 무슨 일이 있었던 건가?”


노인의 머릿속에 샤나크 가문의 가주가 떠올랐다. 이단 샤나크의 아버지이기도 한 그.


그가 자신의 아들을 도와준 것일까? 무슨 방법인지는 모르겠지만, 방학 동안 자신의 무능한 아들을 폭발적으로 성장시킬 만한.


“그럴 친구가 아닌데?”


자신이 기억하는 그의 성격이라면 차라리 무능한 아들을 버리고 새 아이를 가지거나, 입양하는 게 더 현실성이 있었다.


실제로도 그렇게 하고 있고.


“기묘한 일이로다.”


노인이 자신의 수염을 쓰다듬으며 중얼거렸다.


“하지만 믿을 수밖에 없겠군. 다른 누구도 아닌 자네가 말한 것이니 말이야.”

“당연합니다.”


여성은 망설임 없이 대꾸했고, 노인은 속으로 웃음을 흘렸다.


“그럼 앞으로 잘 부탁하겠네, 베로니카 심문관.”

“그러지요.”


여성은 짧게 대답하면서 자신의 품속에서 팬던트를 꺼내들었다. 루인을 상징하는 팬던트가 강렬한 빛을 발했다.


봉인되어있던 신성력이 다시금 여성의 홀로 들어와 이어지기 시작했다.


빛이 사그라든 자리엔 어느새 눈이 부실 정도로 밝은 신성력을 휘감은 채, 어엿한 신관의 차림을 한 심문관이 서있었다.


“아, 궁금한 게 있는데 말이야. 그렇게 옷을 바꾸면 방금까지 입고 있던 승무원 복장은 어떻게 되는 건가?”

“사라집니다.”

“그, 그렇군. 수련원의 재산 중 하나가 눈 깜짝할 사이에 날아가 버렸어. 나름 비싼 재질로 만든 건데.”


노인이 허허 웃었다. 심문관, 베로니카는 그런 노인을 쳐다보면서도 조금의 변화도 보이지 않았다.


“그럼 슬슬 나가봐야겠구만. 지금쯤이면 수련생들도 도착했을 테니.”

“꽤나 일을 크게 벌이셨는데 어떻게 수습하실 예정입니까?”

“그거야 다 방법이 있지.”


노인이 자신의 흉터를 쓰다듬으며 말을 이었다.


“마침 루카스, 그 개자식이 뒈진 지도 딱 50년째이지 않은가.”


작가의말

심문관 이름이 수정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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