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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점  공모전참가작 이단의 성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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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등록일 :
2019.04.01 1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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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4.20 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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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생의 인연

DUMMY

수련생들의 걱정과는 무관하게 이단은 모든 수업시간동안 정갈하게 앉은 채 수업을 경청했다.


당연한 말이지만, 대부분의 수업은 대충 걸러들었다. 대부분 아는 내용이었기에 크게 신경 쓸 필요는 없었다.


중간에 티벳과 랄프에 관련해서 잠깐 소동이 있긴 했지만, 어디까지나 ‘자발적’으로 일어난 일이었기에 이단은 맘 편히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이단은 그 시간을 이용해 자신 무력을 철저하게 되짚어갔다.


‘전생에 쓰던 기술은 대부분 쓸 수 없겠지. 신성력을 부여해주던 신이 다르니까. 그럼 결국 이쪽이 쓸 수 있는 건 아예 신성력을 쓰지 않는 연금술 쪽이나 간단한 주술 같은 건데.’


이걸 통해서 자신을 강화할 수는 없을까? 결론은 금방 나왔다.


충분히 가능한 일이다.


이미 트롤의 영약으로 효과를 보았다. 전생의 지식을 쓰면 간접적으로 도움이 될 수 있다.


‘재료가 더 필요해.’


연금술과 주술은 일단 재료가 핵심이었다.


‘그런데 그걸 어디서, 어떻게 구해야할까?’


이단의 고민은 여기서 끝이 나버렸다. 수업이 전부 끝났기 때문이다.


‘시간 한 번 잘 가는군.’


시간은 상대적이라는 명언을 다시금 떠올린 이단이 다음 할 일을 하기 위해 자리에서 일어났다.


*


마침내 기다리던 식사시간이 찾아왔다.


왜 식사시간가지고 이렇게 방정을 떠냐, 말할 수도 있겠지만, 이곳에서 당분간 지내야하는 이단에게 있어서 식사는 검의 상태만큼이나 중요한 일이었다.


만약 도저히 먹을 게 못 되면 다음날부턴 밖에서 싸와야했으니까.


“음. 이 정도면 괜찮네. 맛있어.”


그리고 다행히도 수련원의 식사는 꽤나 맛있는 편에 속했다. 풍족한 시대가 계속되다보니 자연스럽게 음식의 질도 올라간 것 같았다.


이단이 햄과 야채가 함께 들어간 샌드위치를 함께 깨물자 안에 있던 소스가 약간 흘러나왔다.


야외 테이블에 앉아서 따끈한 햇볕을 쬐는 분위기가 식사의 질은 한 계단 더 높였다.


행복한 표정으로 이단이 입 안에서 음식을 오물거리고 있을 때, 그의 주위에서 따가운 시선이 빗발쳤다.


‘저 놈이...’

‘대체 뭔 배짱으로 온 거야?’

‘그런 말을 해놓고도 빵이 넘어가나?’

‘아오. 재수 없어.’


대부분의 수련생들이 눈살을 찌푸리며 속으로 한 마디씩 욕을 했다. 물론 속이 아니라 밖으로 욕을 끄집어내는 수련생도 심심치 않게 있었다.


이단의 청각에 그 모든 웅성거림이 잡혔지만, 그는 신경 쓰지 않았다. 저런 잔챙이들이 뭐라고 하든 알 바 아니다. 자신과 직접적인 원한관계 있는 것도 아니고.


“랄프. 넌 안 먹어?”

“어..어? 머, 먹을 게.”


랄프가 살며시 음식을 입으로 가져갔다. 입 속에서 그것을 한 입 깨물기까지는 약 30초란 시간이 흘렀다.


혹여나 이단의 심기를 거스르지 않을까 조심조심해서 먹었기 때문이다.


‘티벳. 빨리 돌아와주라. 나 너무 힘들다.’


하루 종일 하체를 단련하느라 쓰러진 자신의 친구가 그리워졌다. 이번엔 덜 고생한 랄프가 다시 고통을 받을 차례였다.


‘염병. 먹을 땐 개도 안 건드린다는데 먹을 거면 혼자 처먹을 것이지 왜 나까지 끌어들여선.’


랄프는 입 속에서 음식물과 이단을 함께 씹어댔다.


한편, 그런 랄프와 이단을 신기한 눈으로 보는 남자가 있었다.


‘이단. 저 새끼가 왜 랄프랑 밥을 먹고 있는 거지?’


이단의 반에선 랄프와 티벳이 주로 이단을 괴롭혔다. 하지만 그렇다고 다른 반에선 그를 괴롭히는 사람이 없다는 뜻은 아니었다.


원래 이단은 이런 밝고 사람들이 많은 곳, 떠들썩한 시간대에 식사를 하지 않았다.


어둡고 음침한 곳, 사람들이 잘 다니지 않는 장소를 골라 혼자 숨죽여 먹었다. 식사를 받을 때도 최대한 앞에 서거나 사람들이 다 빠진 제일 뒤에 서야만 했다.


바로 지금 이단을 보고 있는 베리올이란 남자 때문이었다.


‘오랜만에 재밌겠네.’


베리올은 오랜 시간 동안 맛보지 못한 별미를 눈앞에 둔 맹수처럼 눈을 흉흉하게 빛내며 음식을 푸짐하게 담고서 천천히 걸어왔다.


‘오전엔 무슨 배짱으로 그딴 말을 내뱉은 건진 모르겠지만, 훈장 하나 늘어봤자 이단은 결국 이단이지.’


베리올이 비릿한 웃음을 지었다. 그는 이단의 바뀐 모습을 직접 본 적이 없다. 그렇기에 오늘 오전에 있었던 일조차 단순히 운이 좋았던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의 기억 속에서 이단은 철저한 약자였고 먹잇감이었다. 한 번 정립된 가치관은 쉽게 바뀌지 않는다.


그것을 통째로 뒤집을 만한 충격을 직접 겪어보지 않는 이상은.


‘가만 보니 로미안이 오늘 기분이 좀 안 좋던데. 여기서 창피를 주면 점수 좀 딸 수 있겠는 걸?’


베리올은 자신의 감정과 실질적인 이득. 둘 다를 잡을 계획을 이미 완성시켰다.


그가 이단의 옆자리로 다가와 입을 열었다.


“오랜만이다, 이단. 오전엔 좀 재밌었어.”

“너는...”


이단이 식사를 하다 말고 힐긋 고개를 돌려 베리올을 올려다보았다. 그리고 잊고 있었던 기억을 떠올렸다.


‘아, 뭐야. 얘도 밟아줘야 하잖아.’


곧바로 얼굴이 찌푸려졌다. 식사하기만도 빠듯한 시간인데 웬 날파리까지 꼬였다. 기분이 좋을 리가 없었다.


“같이 먹자고. 랄프. 너도 같은 생각이지?”

“응?”


랄프는 순간 말문이 막혔다. 랄프 또한 베리올이 이단을 괴롭히는 놈들 중 하나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특히나 식사시간대엔 그가 이단을 독점하다시피 괴롭혔다.


하지만 만약 지금의 이단에게도 같은 짓을 한다면...


‘말려야...하나?’


아주 잠깐 몸에 힘이 들어갔지만, 랄프는 도리어 자신을 책망하며 곧장 몸에서 힘을 풀었다.


‘내가 미쳤다고.’


베리올과는 그저 이단을 괴롭히다가 저절로 관계가 가까워진 사이에 불과하다. 그런 놈을 위해 자신의 몸을 바칠 생각은 추호도 없었다.


‘너도 당해봐라.’


오히려 새롭게 고통을 나눌 친구가 생겨서 기쁘지 그지없었다. 루인께서도 말씀하셨다. 고통은 나누면 반이 되는 법이라고.


“뭐야. 표정이 왜 그래?”


베리올은 잠시 고개를 갸웃거렸지만, 이내 랄프의 침묵을 수긍의 뜻으로 알아들고서 행동을 개시했다.


“이단. 이렇게 본 것도 오랜만인데 ‘그거’. 해야겠지?”

“그거라면?”


아직까지 완전히 기억이 떠오르지 않아 되물어본 이단을 향해 베리올이 비웃음을 흘리며 말을 이었다.


“뭐긴 뭐야. 너 같은 놈한테 가장 어울리는 식사법이지.”


베리올은 자신이 가져온 그릇을 수직으로 기울였다. 동시에 그릇에 푸짐히 담겨있던 음식물이 바닥으로 쏟아졌다.


“내가 다시 가져올 동안, 다 치워놔라.”


시원하게 쏟아지는 음식물을 보며 스트레스도 함께 흘려버린 베리올이 한 결 나아진 얼굴로 말했다.


이단은 바닥에 쏟아진 음식물과 베리올을 번갈아 바라보았다. 그리고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랄프의 얼굴이 순식간에 창백해졌다. 예상은 했지만, 막상 상황이 닥치니 자신이 생명 하나를 방금 막 지옥으로 떨어뜨린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시발. 지금이라도 말려야하나?’


지금의 이단이라면 베리올을 죽여도 이상하지 않을 것 같았다.


“내 기억엔 분명히...함부로 음식을 낭비하지 말라는 교리가 있었던 것 같은데 말이야.”

“하하! 넌 이게 낭비로 보이니? 다 너한테 베푼 거잖아. 왜 이래? 아마추어처럼.”


낄낄 웃던 베리올이 표정을 차갑게 만들며 툭 내뱉었다.


“뒤지게 맞기 싫으면 빨리 처먹기나 해.”


이단은 더 이상 말하지 않았다. 한 걸음으로 완전히 거리를 지운 이단의 주먹이 사정없이 베리올의 복부에 박혔다.


“크허억!”


배에서 느껴지는 무지막지한 충격에 저절로 몸이 굽혀진 베리올의 턱 아래를 이단의 발끝이 차올렸다.


쩌억! 윗니와 아랫니가 강렬하게 부딪히며 작게 부서졌다.


단 두 번의 공격으로 베리올을 무력화시킨 이단이 그의 목을 움켜쥐며 차갑게 내뱉었다.


“랄프. 당장 튀어 와서 이 새끼 팔 묶어.”

“어?”

“싫어? 너도 같이 맞을래?”

“아, 아니!”


가만히 싸움구경을 하고 있던 랄프가 자시에게 튄 불똥을 처리하기 위해 황급히 일어났다.


그는 능숙한 동작으로 베리올의 뒤로 돌아가 그의 어깨 아래로 자신의 양 손을 돌려 넣었다.


이단을 통해 숙달된 자세였다.


“켁. 케헥! 이 미친 새끼가...지금 뭐하는 짓이야?!”


호흡을 가다듬은 베리올이 악을 썼다. 그의 전신에서 신성력이 흘러나왔다. 답례로 이단은 더 큰 신성력을 담은 발로 그의 무릎을 휘둘러 찼다.


우드드득! 별로 좋지 못한 소리가 났다. 이단은 즉시 베리올의 입을 틀어막았다.


소리와 고통이 손바닥에 막혀 되돌아갔다. 이단은 그를 냉정히 내려다보며 그의 상처에 치유법술을 걸어주었다.


제법 많은 양을 쏟아 부었기에 베리올의 상태는 눈에 띄게 좋아지기 시작했다.


‘이대로 기절하면 곤란하지.’


아직 갚아줄 것이 많았다. 이단은 베리올의 머리를 한 손으로 움켜쥐고서 다른 손으론 그의 턱을 붙잡았다.


“으어...어.”


치유법술 때문에 기절하지 못한 베리올이 한계까지 벌려진 자신의 턱에 힘을 주어 닫으려 했다. 하찮은 반항이었다.


“맛있게 먹어라.”


이단은 그의 머리통을 끌어당겨 바닥에 처박았다. 이곳은 야외였고, 그렇기에 바닥은 흙과 풀로 덮여있었다.


베리올의 치아가 흙의 표면을 긁으며 파고들었다. 이단은 장난감처럼 그의 머리통과 턱을 이리저리 움직이며 더 많은 흙을 중앙으로 옮겼다.


그 다음. 이번엔 반대로 입을 벌리려고 하는 베리올의 입을 강제로 닫았다. 안쪽에 수북이 쌓여있던 흙과 풀떼기가 치아의 벽에 갇혀 입 안으로 들어갔다.


베리올의 혓바닥 위에서 흙과 침이 뒤섞였다.


“으읍...으으읍!”

“어? 부족해? 더 먹고 싶다고?”


그럼 더 줘야지. 이단은 다시 베리올의 머리통을 바닥과 붙여주었다. 베리올은 맛있게 입 안에서 흙 맛을 음미했다.


혹여나 그가 아까운 음식을 낭비하지 않도록 이번엔 친절하게 턱까지 닫아주었다. 그리고 숨을 쉬느라 음식을 못 먹을 수도 있었기에 친히 그의 콧구멍까지 막아주었다.


“아이고 잘 먹는다. 좋은 성기사가 되겠어.”


원래 앞에서 싸우는 놈은 뭐든 잘 먹어야 하는 법이다. 굶으면 사람은 기력이 빠르게 저하되니까.


이윽고 입 안에 든 무언가를 위장으로 삼켜버린 베리올이 빨갛게 변한 얼굴을 부들거리며 이단을 바라보았다.


이단도 깔끔하게 음식을 먹어치운 베리올에게 상을 주었다. 숨을 쉬지 못하게 막아두었던 콧구멍을 다시 풀었다.


“크흥. 킁!”


그래봤자 콧구멍만 개방된지라 베리올은 거칠게 콧김을 내쉬는 것밖에 할 수 없었다.


“룰루루~”


이단은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스프에 잠겨있던 스푼을 가져왔다. 그것을 이번엔 그의 치아 사이에 끼워 넣었다.


“크흥! 크흐흐흥!”


베리올이 고개를 도리질 치며 거부했지만, 이단이 알 바는 아니었다.


“뭐, 치료 열심히 받으면 다시 생겨나겠지.”


자신의 기억으로는 팔 다리가 잘려나가도 재생하는 놈들이 있었다. 치유에 특화된 신성력의 힘은 굉장하니까.


뭐, 자신이 아는 범주의 성기사들은 하나같이 교국에서 한 가락 하는 놈들이라 정확한 비교는 무리겠지만, 어차피 거기서 거기 아니겠는가.


아님 말고.


“앞으론 먹을 때마다 내 생각해.”


이단이 숟가락을 거칠게 뽑아냈다. 하얀 것들도 함께 딸려 나왔다.


수련생들의 부름을 받고 교수들이 오기 까지는 많은 시간이 걸렸다. 그동안 충분히 베리올의 옥수수들을 모조리 수확할 수 있을 정도로.


“아~옥수수가 풍년이구나.”


*


“그러니까...음식을 소중하게 여기지 않아서 같은 수련생을 폭행했다는 말인가?”

“루인님의 자비로운 말씀에 반하는 행동이었기에 저도 그만. 하하!”


이단이 머쓱하게 웃으며 자신의 머리를 긁적였다. 그 죄책감이라곤 눈 씻고 찾아봐도 볼 수 없는 모습에 치료사제가 머리를 지끈 눌렀다.


“아무리 그래도 행동이 너무 과했어.”

“다음부턴 조심하겠습니다.”


과연 고민은 해본 것인지 의심될 정도로 신속하게 답이 돌아왔다.


“부디 명문가의 이름에 먹칠은 하지 않았으면 하는구나.”

“아버지는 오히려 이 사실을 더 좋아하실 겁니다.”


이단이 기억하는 아버지란 남자는 유약하고 여린 마음씨를 지닌 아들을 싫어하는 작자였다.


그러니 이렇게 호쾌하고 화끈한 일을 벌이면 더 좋아하지 않겠는가. 아니어도 별 상관은 없었다.


어차피 수련원에서 퇴학당할 확률은 극히 적었다. 이단, 바로 자신의 과거가 그것을 증명하지 않는가.


그동안 괴롭혀온 것도 베리올, 이번에 먼저 시비를 건 것도 베리올이다. 꿀릴 것은 없었다.


이단은 약간의 주의를 받은 뒤에 치료실에서 나올 수 있었다.


“안녕? 이제 나오네. 기다리고 있었어.”


처음 보는 여자가 이단을 향해 손을 흔들며 인사했다.


작가의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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