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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점  공모전참가작 이단의 성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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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등록일 :
2019.04.01 1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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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5.10 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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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4.22 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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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UMMY

미셸 하이랜더. 이 수련원에서 그녀의 이름을 모르는 사람은 거의 없다고 봐야한다.


일단 외모부터가 시각적인부분에서부터 차별을 주고, 그 안에 숨겨진 실력과 인품, 그리고 혈통이 절대로 넘을 수 없는 벽을 만들어버린다.


오랜 옛날부터 교국에 몸을 담고 신의 말씀을 실천한 명문가의 후계자. 높디높은 수련원의 최상위권을 차지하는 유망주. 아무나와 서슴없이 어울릴 수 있는 인품까지.


그 누가 그녀를 모를 수가 있겠는가.


이단을 빼면 말이다.


“누구?”


자신보다 늙어 보이는 얼굴은 아니었기에 반말로 말문을 텄다.


이단은 고개를 갸웃거리며 솔직하게 물었다. 기억을 뒤져보면 떠오를 수도 있겠지만, 굳이 그런 수고를 들이고 싶지 않았다.


딱 봐도 용건이 있는 것은 저쪽 아닌가. 그럼 본인에게서 정보를 제공받는 편이 더 편하다.


‘일단 별로 불쾌함이 없는 걸로 봐서는...날 괴롭히던 놈은 아닌 듯한데.’


그래도 일단 최소한의 경계는 해두었다. 그저 그런 찌꺼기로 판단하기엔 눈앞의 여자에게서 느껴지는 기운이 상당했다.


‘저 정도면. 지금 당장 성기사라고 해도 이상하지 않을 양의 신성력인데.’


손끝이 살짝 검자루로 다가갔다. 미셸은 그 희미한 반응마저 놓치지 않았다.


“하하. 그렇게 경계하면 너무 섭섭한 걸.”

“누구야?”

“어...반말까지. 정말로 날 모르는 것 같네.”


미셸이 어색하게 웃었다. 그래 뭐, 모를 수도 있는 거 아니겠어? 설마, 알면 서 모른 척 하는 건 아니겠지?


작게 중얼거리듯 말한 미셸이 목소리를 가다듬으며 자신을 소개했다.


“난 여기 3년차 수련생인 미셸 하이랜더라고 해. 네 선배이기도 하지.”


그녀는 자신의 가문명을 숨기지 않았다. 누군가는 운 좋게 타고난 가문을 들먹이고 싶지 않다고 하지만, 미셸이 보기엔 그건 배가 부르다 못해 터져버린 놈이나 할 말이었다.


쥐고 있는 걸 온전히 활용하는 게 뭐가 나쁘단 말인가. 미셸은 필요하다면 가문의 후광을 적극적으로 사용할 의지가 충만한 사람이었다.


“소개가 조금 어색해도 이해해줘. 날 모르는 사람한테 직접 소개하는 건 오랜만이어서.”


한 번 유명세를 타게 된 이후로 더 이상 이 수련원에서 자신의 이름을 모르는 사람은 없다고 생각했건만.


‘정말 어지간히도 수련원생활에 관심이 없었나보군.’


미셸은 이단을 그렇게 평가했다. 그것은 정답이기도 했다.


맨날 괴롭힘 받고 핍박받느라 바쁜 이단에게 있어서 그녀와 같이 찬란한 인물의 이야기를 듣는 건 너무나 사치스러운 일이었으니까.


지금의 이단에겐 아니었다. 이깟 수련원에서의 유명세 같은 건 그냥 허울 좋은 감투에 불과했다.


애들 사이에서 인기가 많아봐야 어디에 써먹겠는가.


하지만 미셸이 한 소개 중에서 도저히 무시할 수 없는 단어가 섞여있었다.


“하이랜더?”

“응. 맞아. 가문이름은 알고 있나보네?”


역시 이 맛에 가문 이름을 댄다. 태어난 가문이 유명하면 굳이 자신의 이름을 두 번 들먹일 필요가 없었다.


“흐흐흐흐.”


갑자기 이단이 기분 나쁜 웃음을 흘리기 시작했다. 하지만 여전히 시선만큼은 미셸에게 고정되어 있었다.


‘뭐야, 이 녀석? 뭐 잘못 먹었나?’


단순히 성적인 시선이나, 동경, 경외 같은 것과는 완전히 다른 느낌을 받았다.


“하이랜더. 알지. 알고말고.”


이단은 먼 과거. 자신에게 있어선 찰나의 시간대였던 순간을 기억해냈다.


대지를 질타하는 군마와, 날카롭게 울리는 금속음과, 따가운 모래를 동반한 거친 폭풍.


그리고 그 모든 것의 앞에서 모두를 이끌던 누군가.


펄럭이는 깃발. 열기에 달구어진 은백색의 갑옷. 그 안에서 형형하게 번뜩이던 눈동자.


“마리안 하이랜더...”


이단이 그 이름을 중얼거렸다. 자신이 인정한, 몇 안 되는 영웅 중 한 명이었다.


“내 할머니 이름이지.”


미셸이 환하게 웃으며 말했다. 그녀는 여차하면 가문의 이름뿐만이 아니라, 가문을 빛낸 위인들의 이름마저 거침없이 팔아치울 수 있는 용기를 지니고 있었다.


‘웃으며 말하는 걸 보니 아직 살아있는 것 같군.’


그리고 눈앞에 있는 여자는 그놈의 손녀였다.


“내 소개를 했으니 이젠 네 소개를 했으면 하는데. 그래야 공평하잖아?”

“그렇긴 하군.”


시간을 뛰어넘은 이 기묘한 상황에 이단은 웃어야 할지 잠깐 고민했으나, 이내 상념을 털어버리고 현재에 집중했다.


‘내 이름은 루카스 베놈. 네 할머니의 팔을 자른 사람이란다. 멋지지?’


마음 같아선 이렇게 말해주고 싶었지만.


“이단 샤나크. 당신 가문에 비해 별로 꿀리는 가문은 아니고. 일단은 당신 후배이긴 한데, 선배 대접받고 싶으면 그만한 뭔가를 보여줬으면 하는군.”


나오는 건 이 말 뿐이었다.


이단의 말을 들은 미셸이 그만 웃음을 터트렸다.


“후후후! 2년차 얘들 조례 때도 살짝 봤는데. 진짜 너 말 재밌게 한다. 자각하고 있어?”

“내가 잘났다는 건 충분히 자각하고 있지.”


실로 건방진 태도였지만, 미셸에겐 오히려 이단의 그런 반응이 더 신선하게 다가왔다.


마치 옛날에 남몰래 수입한 어른들의 책을 읽은 뒤로 유독 그쪽 이야기가 나오면 절로 심장박동이 빨라지는 것과 비슷하다고나할까.


이단異端을 보는 듯한 짜릿함이 이단에게서 느껴졌다.


“내가 듣던 것과는 완전히 다른 사람인 걸? 방금 전엔 베리올이랑 있었던 일도 그렇고.”

“사람 뒷조사를 하다니. 상당히 기분이 나쁜 걸?”

“만남 이전에 그 사람의 성향을 알아가는 건 기본예의야. 아니면. 내가 아무 것도 모른 채 너랑 대화하다가 네 역린이라도 건들면 좋겠어?”


미셸은 능수능란하게 이단의 말을 맞받아쳤다. 실로 그녀의 인관관계가 얼마나 깊고 두터운지 알게 되는 부분이었다.


“그래서. 무슨 용건이지? 여기까지 따라왔으면 뭔가 원하는 게 있는 거 아닌가?”


원래 있던 기억 속에서 미셸에 관한 것은 없었다. 직접 만나본 적도 없다는 뜻이다.


그런 놈이 이제 와서 접근해온 다는 건 그만한 이유가 있다는 뜻이었다.


“반응이 너무 차가운데.”

“그쪽 용건은 좀 따뜻한가보지?”

“같이 밥이나 먹자...는 안 되겠네. 이미 먹는 걸 봤으니까.”


미셸은 손가락을 한 번 빙글 돌리더니 곧 입을 열었다.


“혹시 이 뒤에 계획 있어?”

“수련장으로 갈 예정이지.”

“잘 됐네. 그럼 같이 가자. 가면서 얘기하자고.”


그렇게 말한 미셸이 먼저 앞장을 섰다.


이단은 잠깐 눈앞의 인물을 따라가면 안 될 이유에 대해 생각하다가, 5초 뒤에 그냥 집어치우고 걸어가기로 했다.


‘본인도 아니고, 그냥 손녀인데 뭐.’


큰 걱정은 하지 않았다.


*


염병. 걱정을 했어야 했는데.


“그래서 말이야...”


미셸은 수련장으로 가는 동안 끊임없이 조잘거렸다. 대체 뭔 이야깃거리가 많은지 폐활량이 걱정될 정도였다.


거기다 자연스럽게 얻게 되는 주목까지.


“뭐야. 쟤 누구야?”

“저거 그놈 같은데. 그 싸가지.”

“그 개새끼?”

“어. 그 쓰레기.”


신을 섬긴다는 것들의 말투가 참 공격적이기 그지없다.


‘뭔가 내 칭호가 점점 내려가는 거 같은데.’


나쁜 것만은 아니었다. 그만큼 강렬한 관심을 받고 있다는 뜻이니까. 관심은 곧 주목으로 이어진다.


아이들끼리의 장난 같은 관심은 필요 없다. 하지만, 혈통으로 이어지는 권력과의 유착관계마저 부정하는 것은 아니었다.


자신에게 필요하고, 득이 되는 놈들과의 인맥은 나중에 큰 도움이 된다.


그리고 그런 놈들을 끌어 모으기 위해선, 우선 나부터가 그만한 가치가 있음을 직접 뽐내야만 한다.


그런 의미에서 자신의 발언, 자신의 행동은 지금 실시간으로 백지수표를 남발하고 있는 중이었다. 이게 대박이 터질지 쪽박이 터질지는 전적으로 자신에게 달렸다.


“지금 내 말 안 듣고 있지? 무슨 생각을 그렇게 하는 거야?”

“내 생각.”


이단에게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자기 자신이었기에 그는 하루의 대부분을 자신에 대한 생각으로 꽉꽉 채워 넣는다.


현재의 외모, 명성, 실력, 육체, 관계, 사용할 수 있는 끈과 최후의 수단 같은 것들이 주를 이룬다.


“내 생각도 좀 해주지? 내가 이렇게 옆에서 말하고 있는데.”

“내 생각하기에도 벅차다.”


그래도 일단 미셸의 친화력만은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 쉴 새 없는 조잘거림 안에 언령이라도 깃든 것인지, 그저 듣기만 했는데도 점차 말하는 데에 거리낌이 없어지고 있었다.


만약 자신의 내면이 전장에서 구르고 구른 악귀가 아니라, 풋풋한 10대 소년이었다면 지금쯤 그녀의 언사에 넘어가 그녀의 친구가 되고 싶다고 생각하거나, 그 이상을 바랬을지도 모른다.


“이제 수련장에 거의 다와 가는 것 같은데. 슬슬 본론을 꺼내보지?”

“본론이라면 거의 다 꺼냈는데?”


미셸은 한 걸음 크게 뻗으며 이단의 앞으로 치고나갔다.


“현재 가장 뜨거운 2년차 수련생이랑 안면트기. 그리고 환심 사기는 아직 진행 중이지.”

“너무 노골적인 말이군. 원래 말투가 그런가?”


이단은 오늘 두 번째로 그녀 자신에 대해 관심을 보였다. 미셸은 이 좋은 징조를 그냥 놓치지 않았다.


“설마. 원래는 더 정숙해. 그냥 네 앞에선 괜한 가식을 떠는 게 무의미하다고 생각했을 뿐이지.”

“처음 보는 사이에 너무 아는 채 하는 거 아닌가?”

“빙빙 돌려 말하던 베리올이 어떤 꼴이 됐는지 보고, 그 뒤에 네가 랄프와 주변사람들에게 하던 언동을 토대로 네 성격을 추정했어. 내가 혹시 잘못 짚었나?”


한정된 시간동안 미셸이 관찰한 이단의 모습은 그랬다. 직접적으로, 빠르게. 괜히 이상한 포장 같은 거 없이.


‘관찰력이 상당하군. 할머니를 닮은 건가.’


이단은 미셸의 얼굴에서 익숙하지만 짜증나는 누군가의 얼굴을 겹쳐보았다.


“대충 맞아. 대충.”


미셸에 맞춰 한 걸음 더 뻗어나간 이단이 그녀에게 자신의 표정을 숨기며 말했다.


그리고 둘은 드디어 수련장에 도착하게 되었다.


수련장으로 들어간 이단이 슬쩍 뒤를 돌아보았다.


“왜 계속 따라오는 거지? 분명 가는 동안만 말하는 거 아니었나?”

“말하는 건 아니고. 그냥 보러 온 거야.”


미셸이 옆에 있던 의자에 앉으며 눈을 반짝였다.


“그만큼이나 수련생들을 도발해주셨잖아? 그럼 그럴 만한 실력이 되는지 확인해봐야지.”

“베리올이랑 투닥거릴 때 본 거 아닌가?”

“그건 말 그대로 투닥거린 거잖아. 보아하니 랄프랑 티벳도 손봐준 거 같긴 한데. 그런 찌꺼기들로 판단할 수 있는 거면 내가 굳이 찾아올 필요도 없지.”


미셸의 기세가 바뀌었다. 지금까진 그저 사심 없이 다가온 가까운 옆집 친구였다면, 지금은 냉철하게 상대를 밑바닥에서부터 훑는 면접관의 눈이었다.


이단은 미셸의 달라진 기세가 오히려 그녀와 더 어울린다고 생각했다.


그는 곧바로 대답하지 않고서 천천히 수련장의 중심으로 걸어갔다. 자연스럽게 시선이 따라붙었다.


미셸의 것만이 아니다. 같은 수련장에서 신체를 갈고닦던 다른 수련생들까지 이단을 바라보고 있었다.


누군가는 슬쩍 시선을 주고 말았다. 또 누군가는 건방진 놈의 실력이나 한 번 보겠다는 듯 눈을 이글거렸다.


이단은 그 모든 시선을 가볍게 물리치며 검을 뽑았다.


“하나 묻겠는데 말이야.”


신성력이 가볍게 몸을 돌았다.


“내가 보여주면...”


검이 천천히 들어 올려졌다. 검을 뽑을 때보다도, 지금의 동작이 더 무겁고 진중해보였다.


그의 시선이 미셸을 향했다.


“그걸 알아볼 실력은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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