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산별곡(不山別曲)

웹소설 > 자유연재 > 무협

중팔(中捌)
그림/삽화
대갈 파치노
작품등록일 :
2019.04.01 13:47
최근연재일 :
2019.11.27 03: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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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8.22 2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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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4쪽

사람 1

DUMMY

“어...어르신.

바위의 형상이 누군지 물어도 되겠습니까?”


“그냥 마음속에 있던 여자아이야.

늘 나를 힘들게 하는...”


아! 어느 정도 극복했구나.


호야의 어감.

세철은 다른 것은 몰라도 호야가 이제 마음속에 있는 여자 아이 만큼은 극복했다고 느꼈다.

여자아이 때문 더 이상 힘들어 할 것 같지는 않았다.


호야에게 극복할 게 얼마나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호야는 계속 극복해나가고 있었고, 결국은 다 극복하고 말 것이라 세철은 굳게 믿었다.


“암! 극복해내고 말고, 어르신이 못할 게 뭐가 있다고...”


세철에게 호야는 신앙이 되어 버린 지 이미 오래.


그 때부터 말 그대로 유람이 시작되었고 호야가 확연하게 변하기 시작했다.

뒷골목 잡배들이나 하는 시시껄렁한 농담들도 먼저 했고, 자신이 아직 모르는 음담패설을 가르쳐 달라고 했다.

기루 출입도 예사로 했고.


“오늘은 여기 들어가서 좀 놀아보자고.”


“...”


이게 호야 같은 존재가 날릴 수 있는 대사인가.

환장할 밖에.


하물며 기녀들과 같이 술 먹고, 손이 들어오든 말든.


“뭐해, 마시지들 않고!”


마셔지겠냐고.

술이 넘어가겠느냐고.


도무지 적응이 되지 않았다.


그러나 분명한 점은 호야는 계속하여 노력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세철과 덕배 눈에 안쓰러울 정도로.


“아~어르신...”


호야의 행동들이 슬프게 보이기 시작한 건 아마 그때 부터였는지 모른다.

동팔이 그랬던 것처럼.


그랬다.

사람에 따라 극복이라는 건 어쩌면 슬픈 것이었다.

저렇게 발버둥 치고, 발악해도 쉽지 않은 걸 보면.....




리장 고성의 중심지인 사방가(四方街),

저녁이 되면서 형형색색이 등(燈)이 내걸리며 화려함의 극치가 무언지를 보여주고 있었다.

등(燈)의 천국.


홍등(紅燈)은 기루를 상징하는 등만은 아니었다.

익숙한 사람에겐 별거 아니지만 초행인 사람에겐 충분히 혼을 빼 놓을 만 했다.

호야의 입에서 ‘세상에...’ 소리가 나올 정도로.


등만 그런가.

조경은 또 어떻고.


아무리 마을 하나를 인공적으로 꾸몄다 한들 정도가 있는 법인데 골목길조차도 한마디로 예술이다.


길 좌우로 내가 흐르고, 물고기가 보이니.


“이게...”


내 옆으로 돌을 쌓아올려 집을 지었다는 사실도 놀라웠지만, 골목길 바닥에 깔린 돌들마다 제각각 예사롭지 않은 문양.


냇물 위로 반원형의 돌다리를 만들어 집으로 들어갈 수 있게 한 구조.


이층 바깥으로 길게 튀어나와 마주 보고 있는 집이 서로 연결될 수 있도록 한 건축양식은 또 어떤가.


혀를 내두를 수밖에 없었다.

바깥으로 튀어나온 부분은 지탱하는 기둥조차 없으니 무너지지 않는 게 너무 신기해 보일 지경이었고.


“덕배의 말을 들어 어느 정도 상상은 했지만 이건 정말이지...

정말 대단해!

이러니 시야 이야기를 할 수밖에.

이것 참!”


호야의 감탄에 세철은 “어르신이 원하신다면 나시족 기술자들을 불러 불산이나 일원장에도 지어드릴 수 있습니다.”라고 진담 반 농담 반으로 분위기를 띄웠다.


“아니야, 세철이가 뭘 모르는 것 같아.

이건 하루아침에 이루어진 것이 아니야.

수천 년 세월이 담긴 것 일게야.

흉내를 낼 수야 있겠지?

근데 이건 달라도 뭐가 달라 보여.

그리고 내걸린 등불들도 조잡한 것들도 많지만, 드문드문 예사롭지 않은 것들 역시 많아.


내 오늘 화려함이란 단어를 다시 생각하게 되었어.

화려함의 속성 말이야.

한편으론 유치해 보이지만, 다른 한편으로 대단함이 보여.

내 눈에는 막연하게 세월이 보여.

정말 대단해!

역시 세상은 넓어...”


호야의 말에 세철은 겸연쩍은 듯 입을 다물었다.

발상도, 보는 시각도 다른 사람인데 무슨 말을 할까.


그러나 세철과 덕배는 오랜만의 편안함이 너무 좋았다.

호야가 기분좋아하는데 싫을 수가 없었고, 사소한 편안함이라도 충분히 만끽하고 싶었다.


말없이 이곳저곳을 둘러보기에 정신이 없는 호야.

세철과 덕배는 천천히 호야를 따르며 편안한 심사를 주고받았다.


가만두면 하루 종일이라도 구경할 것 같던 호야.

고풍스런 객잔 앞에 잠시 멈추어서더니 천천히 돌 다리를 건너기 시작했다.

반대쪽에서는 여자아이가 다가왔고.


예쁘다, 라는 말로는 설명이 되지 않을 외모가 특출한 여자아이.


서로 어깨가 닿을 듯 스치고 지나간다 싶었는데, 아야! 하는 소리가 들렸다.

여자아이의 손목은 호야의 손에 잡혀 있었고.


“!!!”


당황하는 표정의 여자아이를 잠시 바라보던 호야.


손을 놓아 주기가 무섭게 아이는 황급히 달아났다.


“무슨 일입니까?”


호야는 세철의 물음에 “별일 아니야.”라는 말만 하고 돌다리를 건너 객점으로 들어갔다.


어르신의 품속을 뒤지려 한 거란 말인가?


“허 참! 사람을 골라도.”


“그러게 말입니다.”


번화한 곳 어느 객점이나 그렇듯 객점 안은 왁자지껄했고, 생기가 넘쳐흘렀다.

얼마 지나지 않아 오리고기를 포함하여 주문한 음식들이 나오자 호야가 객점 입구를 보며 손짓을 했다.

알고 있으니 나와라, 하는 표정으로.


입구 기둥 뒤에서 고개를 내민 아이.

잠시 머뭇거리다가 당찬 걸음으로 호야에게 다가왔다.


“허, 참...”


배짱도 좋은 아이네. 여태 도망도 안 가고.


아이를 묘한 눈으로 바라보는 세철과 덕배.


그런데 아이는 세철과 덕배를 투명인간 취급해버렸다.

시선은 호야에게 향해 있었으니.


지긋이 이어지는 눈싸움.


팽팽했다.

대단하긴 대단한 꼬맹이였다.


“...”


점소이를 불러 수저와 접시를 가져오게 한 호야는 “일단 먹고 이야기하자.”라고 말했지만, 세철과 덕배가 볼 때 꼬맹이의 승리였다.

눈싸움 만큼은.


승리에 취한 것일까.


여자아이는 눈치 따윈 보지도 않고 허겁지겁 음식을 먹기 시작하더니 빠르게 그릇을 비워갔다.

그릇을 비울 때마다 호야는 오리고기며 만두, 볶은 야채와 잡채를 아이의 그릇에 집어 주었고.


모르는 사람이 보면 아버지가 딸을 챙겨주는 것이라 오해할 정도였다.

음식물을 넘기는 속도를 보면 며칠은 굶은 아이.


“허!”


세철과 덕배는 저도 모르게 탄성을 쏟아냈다.

저 자그마한 몸 어느 곳으로 저 많은 음식물이 다 들어가는지 의아할 정도였으니 말이다.


보면 볼수록 외모 만큼은 정말 대단한 아이.

옷차림은 누추했지만 부잣집 딸이나 대갓집 딸이라고 해도 전혀 이상할 것이 없는 아이였다.

이런 아이가 왜?


“아! 잘 먹었다.”


포만감을 느끼는지 아이는 수저를 놓고 물을 들이켰다.

호야가 더 시켜주느냐고 묻자 고개를 저으며 씩 웃었고.


움찔하며 신음을 흘린 호야.


놀랐다.

놀라도 너무 놀랐다.

아이의 미소 한방에 흔들려버린 자신.

도무지 안 믿길 수밖에.


“음...”


사람을 뒤흔들 정도를 넘어, 나라를 뒤흔들 정도의 아이.


경국지색이 아마 이런 말이리라.

호야는 순간 그렇게 생각했다


아이의 미소는 정말 뇌쇄적이었고, 뭐라 설명할 수 없는 특별함이 아이에게는 있었다.


이 소연도 대단했지만, 소연과는 차원이 다른 아이.


호야만이 아니라 세철과 덕배도 순간 멍해졌고, 정말 이런 상태로 크게 되면 남자 꽤나 홀릴만한 아이라고 생각했다.


당연히 궁금했다.

도대체 어떤 사연이 있기에 다른 사람도 아닌 호야의 품속을 뒤진 것인지도 궁금했고. 왜 도망가지도 않고 따라온 건지도 궁금했고.


또한 저 치명적인 미소 뒤에 어떤 암수가 숨어있는지도 정말 궁금했고...


녹차를 마시면서 창밖만 내다보는 호야.


목마른 사람이 먼저 우물을 찾게 되는 법인 것처럼 아이가 입을 열었다.

속셈을 드러낸 것이다.


“아저씨! 저 좀 도와주세요?”


“???”


세철과 덕배는 서로 얼굴을 쳐다보았다.

전혀 예상 밖 전개.


품속을 뒤질 땐 언제고 밑도 끝도 없이 도와달라고.


호야는 잠시 뜸을 들였다가 “뭘 도와주면 되느냐?”하고 물었다.


막상 입을 떼기는 했지만 조금은 주저하던 아이.

잠시 고민하나 싶더니 결심한 듯 호야와 눈의 초점을 맞추고는 빤히 쳐다보았다.


내 눈을 이렇게 오래 쳐다보는 사람이 있었나.

내 기운이 많이 바뀌어서 그런가.


“아저씨 힘이 세요?”


“음, 힘이라... 힘이 쎈 편이지.”


“구체적으로 어느 정도?”


“네가 생각하는 것보다는 많이 셀걸.”


아이는 잠시 고심하는가 싶더니 황당한 이야기를 꺼냈다.


“부탁할 게 하나가 아닌데.”


이 막무가내 맹랑함은 도대체.


“내가 무엇을 해주면 되는 것인데?”


눈싸움에서도 밀렸지만 아이에게 완전 휘말려버린 호야.


목소리도 평상시 호야가 아니었다.

아이와 거의 동급 수준이랄까.


“한 백 명쯤 되는 아주 나쁜 놈들이 있는데 팔다리를 다 부러뜨려주세요.

두 번 다시 나쁜 짓을 못할 정도로!”


세철과 덕배의 입이 순간 벌어졌지만 호야는 바로 다시 물었다.


“그리고는 또?”


“땅굴 좀 팔 수 있어요?”


“!!! ???”


세철과 덕배는 머리를 감싸며 거의 포기하는 표정을 지었지만 호야는 잠시 생각하다가 “그럼 팔 수 있지.”라고 대답했다.

정이 철철 넘치는 목소리로.


아이는 두리번거리더니 조용한 곳으로 가서 이야기 하자 했고, 호야는 아이를 객실로 데려왔다.

아이의 말을 잘도 따라주는 호야를 보며 이게 무슨 어린아이 장난에 홀린 것이냐 싶은 표정의 세철과 덕배.


그러나 아이가 싫지는 않았다.

누가 보아도 천부적인 매력이 있는 아이였으니.


참 유치한 생각이었지만 여자들은 일단 예쁘고 볼일이라는 생각이 들긴 했다.


자리에 앉기가 무섭게 아이가 입을 열려고 하자 호야가 손으로 제지했다.


“조급해 하지 마라.

마음이 급하면 말의 앞뒤가 막히는 법이다.

먼저 이름과 나이부터 말하고 차근차근 이야기해라.”


“제 이름은 정 진영이고 열 세 살이에요!”


이걸로 끝?


더도 말도, 덜도 말고 물은 것만 대답하는 아이.

딴에는 최소한의 신상내력을 물은 것인데...


“그럼 내가 묻는 말에 먼저 대답하여라.

왜 나인 것이냐?”


“그...게 돌아가신 아버지의 말도 있었고... 아저씨를 보는 순간 찌르르 하고 느낌이 왔어요.”


아버지는 또 뭐고 찌르르는 또 뭔가.

이게 도대체 무슨 소리인지.


꼬리 백 개 달린 여우에게 홀린 기분.


호야도 잠시 멍한 표정으로 있다가 혼잣말 하듯 중얼거렸다.


“찌르르 하고 느꼈다고...”


독백 같은 말이었는데 아이는 다시 “예!”라고 똑 부러지게 대답했다.


“좋다! 나쁜 놈들 백 명은 어떤 놈들이냐?

왜 팔다리를 다 부러뜨려야 하는 것이냐?”


“동방파라는 아주 나쁜 놈들인데요.

나쁜 짓이란 나쁜 짓은 다 하는 놈들이에요.

대장은 작두라고 하는 애꾸눈 놈인데 칼 두개와 비도를 잘 써요.

내가 다른 것은 다 참을 수 있는데 아이들까지 잡아다가 약 먹이고, 때리고 팔아먹고 하는 꼴은 정말 못 보겠어요.

제가 알고 지내던 친구들까지 다 잡아갔어요.”


“어디로?”


“여기서 길을 따라 동쪽으로 좀 가면 동방회라고 적힌 곳이 있는데, 거기에 가두어 두었다가 여지 저기 돈 받고 팔아먹어요.”


“아니 바로 코앞에 관청이 있고,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에 무림맹 지부도 있는데 그들은 뭐를 하고?”


놀란 눈을 한 호야의 반문에 아이가 바로 대답한 말.


“아저씨! 바보에요?”였다.


“헉!”

“켁!”


세철과 덕배는 하도 놀라 뒤로 자빠질 뻔 했다.

제대로 한방 얻어맞은 호야의 표정도 정말 가관이었다.


“물어볼 말을 물어봐야지...

관청과 무림맹 지부가 제대로 하면 그런 나쁜 놈들이 함부로 설칠 수나 있겠어요?

위소에 있는 군인들까지 다 한통속들이나 다름없는 나쁜 놈들인데!”


!!!


거기서 말이 뚝하고 끊겼다.

호야는 상당한 충격을 받았는지 꽤 오래 말이 없었다.


사도맹 일이 벌어진 지 얼마나 되었다고.

무림맹 지부가 정말 이런 일을 한다고...


도무지 믿어지지 않았다.


호야의 눈치를 보느라 잔뜩 긴장한 세철과 덕배.


한참의 시간이 흐르고 호야가 한숨을 내쉬더니 말했다.


“땅굴은 또 뭐냐?”


“제 아버지가 열 살 때 할아버지가 땅 속에 갇혔는데 삼십 년 넘어가요.

아저씨가 좀 꺼내주세요.”


“...... !!!??”


도무지 쉽게 해석이 되지 않았다.


땅속은 뭐고, 삼십 년은 또 뭔가.


호야도 세철도 덕배도 한참을 멍 때렸다.

아이의 눈을 보면 거짓을 아닌 것 같고.


“아까 너의 아버지는 죽었다고 했는데 아버지는 뭐 하던 사람이냐?”


아이의 얼굴에 처음으로 곤혹스런 빛이 어렸다.


“의...의적이셨는데...

억울하게 돌아가셨어요.”


의적?


호야의 표정이 변화가 생기더니 아이의 말에 빠르게 반응했다.


“왜? 누구에게?”


“도둑놈이라고 무림맹 지부장이 사람들을 이끌고 와서 아버지를 죽였고, 아버지가 가졌던 모든 것을 빼앗아갔어요!


“도둑질 한 걸 말이냐?”


“그...게 도둑질한 건 맞는데, 아버지는 도둑놈이 아니라 의적(義賊)이에요!

착한 사람들 것은 단 하나도 안 훔쳤고, 나쁜 놈들 것만 훔쳤어요!”


점입가경.


도둑이면 도둑인거지 의적은 무슨.


하지만 아이의 얼굴을 보면, 억지를 쓰는 것 만은 분명 아니었다.

그건 알 수 있었다.


“너는 말하는 것으로 보아 그 자리에 있었던 것 같은데, 어떻게 살아났느냐?”


“전 도망가는 거와 숨는 건 정말 잘해요.

마루 밑에 있는 땅속에 숨어 있었어요.

제가 미리 만들어 놓은 비밀 창고 같은 곳인데, 이젠 무서워서 거길 가지 못하겠어요.”


“음...”


다시 놀랐다.

놀라도 좀 많이 놀랐다.


자기 아버지 죽음을 눈앞에서 본 아이.

그건 당하지 않은 사람은 상상할 영역이 아니다.

충격이나 상처란 말로 설명될 그런 부분이 절대 아니다.


그런데 아버지의 죽음을 보고도 저렇게 말을 할 수 있는 이 아이는.

저 외모를 가지고 보호자도 없이 지금까지 견딘 이 아이는.


달라도 보통 아이들과는 많이 다른 아이임은 분명했다.


아이가 토끼라면 호야는 거북이였다.

아이의 대답은 항상 빨랐고, 호야의 질문과 반응은 항상 느렸으니까.


“그럼 너희 할아버지는 누구냐.

왜 땅속에 갇혔느냐?”


“천리비마(千里飛馬)라고 하는 제법 유명한 이름이었다고 해요.

가문의 보물을 찾으려 들어갔다 땅속에 갇혔어요.”


“!!!!!!”


즉각 반응하는 세철과 덕배.

세철이 빠르게 끼어들며 말했다.


“천리비마가 할아버지라고?


진영은 눈을 동그랗게 뜨고 대답했다.


“예! 제 할아버지에요.”


“허!”


“아는 사람인가?”


“그...게, 아주 유명한 이름입니다.”


개인적으로는 모르지만 흑도에서는 모르는 사람이 없는 유명한 이름, 천리비마.


아이의 말처럼 도둑은 맞지만 훔친 돈과 물건으로 어려운 사람을 돕는

의적으로 평가받는 사람은 분명했다.


덕배도 옆에서 고개만 끄덕이며 동조했고.


“나에게 도움을 청한 이유가 아까 너의 느낌하고, 돌아가시기 전에 아버지가 한 말이 있었다고 했는데.”


“아버지가 돌아가시기 전부터 만에 하나 자신에게 무슨 일이 생기면 내가 품속을 뒤지는 걸 알아채는 사람에게 도움을 받으라고 했어요.”


“......”


대화가 다시 잠시 멈췄다.

호야의 표정도 처음과는 많이 달라져 있었고.


“너는 너의 아버지를 의적이라고 하면서 왜 품속에 돈도 없는 나를 선택했느냐?

차라리 돈이 있는 저 사람들 품을 뒤졌어야지.

보는 눈이 너무 형편없는 것 아니냐?”


“그......게...”


아이가 버티기에는 워낙 강력한 한방.


잔영은 처음으로 말문이 막힌 듯 눈만 껌뻑거렸다.

기죽은 목소리로 입을 연 것은 한참 후였고.


“제가 조금 제정신이 아니긴 했어요.

사흘을 굶어서 너무 배가 고팠고... 다른 아저씨들은 좀 무서워 보였는데... 아저씨는 만만해서...

겉보기에는 돈도 제법 있게 생겼고요.”


만만하다고, 내가.


“!!!”


“큭, 흐흡...”


호야는 순간 멍해졌고, 빠르게 말뜻을 파악한 세철과 덕배는 웃음을 참으려 애를 써야만 했다.


“내가 만만해 보였다, 라...

너한테는 내가 이 중에 제일 호구라고...”



다음날

동방회 작두 앞으로 날아온 전서 한 장.

동방회가 발칵 뒤집혔다.


“거래를 원함.

품목은 금괴 열 상자.

출처가 밝혀져서는 절대 안 되는 장물임.

비밀이 보장된다는 확실한 믿음이 있으면 헐값에 넘기겠음.

거래대금은 세탁이 된 전표와 그리고 금전, 은전까지.


거래를 하고 싶은 마음이 있으면 건물 앞에 청색깃발을 매달아 놓을 것.

술시 초에 직접 동방회로 가겠음.

얼굴을 붉힐 일이 없었으면 함.

서로 장난을 치는 일은 없기를 바라고, 이번 거래를 보고 다음 거래의 일정을 잡았으면 좋겠음.

될 수 있으면 오래 거래하길 원함.

내 일행은 나와 아이를 포함하여 네 명임.”


“비상!! 비상!!”


호떡집에 불이 난 격이랄까.

남들 할 건 다 한다.

고민하는 폼들도 거대문파 저리가라였으니.


난상토론.

결론은 뻔한 것이었다.


물건만 빼앗고 쥐도 새도 모르게 묻어버리면 되는 것.

간단하다.


무림맹지부하고 나눠 먹는 게 어떻겠냐는 의견도 나왔지만 그 의견을 낸 촉새라는 놈은 황천길 갈 뻔했다.

작두에게.


“나눠 먹는 것도 상황이란 게 있는 건데 멍청한 놈!

그러니 무식하고 겁만 많은 촉새란 소리나 듣지!”


작두에게 드디어 기회가 온 것이었다.

하늘로 날아오를 절호의 기회가.


음지에서 아무리 발버둥 쳐봐야 절대 큰 돈을 못 만진다.

하는 일 만큼의 실속이 전혀 없다.

삥 뜯고, 약 만지고, 장물 만지고, 자리세 받고, 여자 조달하고, 또 관리하고...


밀거래 무기와 밀수품 만져봐야 큰돈을 못 만진다.

위험을 감수하며 하는 일에 비하면 말 그대로 푼 돈.

뒷 배를 많이 가진 하부 조직일수록 특히 그렇다.


크게 먹는 놈들은 다 양지에 있는 힘 센 놈들.

자기들은 더러운 꼴 안보고, 직접 더러운 일을 안 하면서도 음지를 손아귀에 쥐고 흔드는 놈들.


이젠 좆 같은 놈들과 안녕이다.


바람에 나부끼는 청색깃발!

자신의 미래를 상징하는 것만 같았다.

왜 그리 색감이 아름답게 보이는지...


참으로 아름다운 세상.

인생 한방.


뱃속이 똥으로 가득 찬 관료 놈들이나 무림맹 지부 놈들 엉덩이는 이젠 안녕이었다.

부하들 있겠다, 돈 있겠다, 그간 살아온 세월과 이력이 있겠다, 세상에 안 될 일이 어디 있겠는가.


지겨운 음지를 벗어나 제대로 폼 나게 사는 일만 남은 것이다.


“여기로 직접 온다 이거지.”


분명 한가락 하는 놈이겠지만, 네 명이 아니라 마흔 명인들 어떤가.


대단한 놈들이면 우리를 상대할 일 자체가 없는 것.

우리를 골랐다는 것 자체가 다 고만 고만 한 놈이란 소리.


이건 무조건 답이 나오는 일인 것이다.

창고 안에 몰아넣고, 밖에서 문을 걸어 잠궈 조져 버리면 끝인 것.


금궤를 직접 가져 올리는 만무하니 한 놈만 살려 놓고 손톱 발톱 뽑아버리면 그것도 상황 끝.

고문에 버티는 장사가 어디 있어.


말이 새어나가는 일을 막는 게 문제이긴 하지만, 부하들 관리하는 거야 하루 이틀 해 온 것도 아니니 미리 겁먹을 필요가 없었다.


부하들 전원집합.

그리고 그 부하에 연관된 믿을만한 졸들까지 싹 다 끌어 모았다.

자연스럽게 한두 명 씩 모이는 것이야 기본 중의 기본인 것이고, 이제 술시까지 기다리는 일만 남은 것이다.


피가 마르는 기다림도 있지만, 구름 위를 둥둥 날아다니는 기다림도 있는 것이다.

작두는 미래에 대한 계획을 짜느라 여념이 없었다.


술시가 가까워지면서 심적으로 잠시 긴장했지만, 이상 무였다.

무림맹도, 관청도, 위소도, 다 이상 무.

작두는 자리에서 일어나면서 신호를 보냈다.

계획대로 진행하라는 신호를.


“뻐꾹 뻐꾹!”


“둥지위로 날아가는 뻐꾸기냐?

지랄을 하세요, 지랄을...”


세철의 마음이었다.


‘한 놈도 빠짐없이 동방회에 다 모이게 하라.’는 호야의 명.


작업치고 말고도 없었다.

전서 한 장 날려 보낸 거로 상황 끝이었다.

덕배 실전 훈련만 남은 상황인데.


“그놈들 처리는 내가 직접 할 것이야.”


세철과 덕배는 정말 기절할 뻔 했다.


“예엣!”


무슨 말도 안 되는.

병아리 잡는 일인데.


시정잡배들을 처리하는 데 호야가 직접 나선다는 것은 사실 좀 그렇지 않은가.


“,,,”


아무리 생각해도 이건 아니다 싶었다.


자신들이 알아서 처리하겠다고 만류했지만 호야 역시 완강했다.

자기가 알아서 할 테니 문밖에서 진영이와 함께 기다리라고.


도저히 납득하지 못한 세철과 덕배가 곤혹스러워 하자 호야가 한 말.


“진영이에게 내가 힘이 세다고 말했으니, 직접 검증을 받아야 할 것 아닌가?”였다.


아이한테 직접 검증을 받겠다는 호야.

뭐라 하겠는가.

진영이의 표정으로 보아 어느 정도는 믿는 듯 했다.

어느 정도까지만.


아이는 어쩔 수 없는 아이.


동방회가 가까워지자 긴장하는 빛이 역력해지나 싶더니, 걸음을 멈추고는 호야를 쳐다보았다.


“이건 아니다. 이건 아냐.

아...저씨.. 우리 돌아가요.

아무리 생각해도 이건 너무 위험한 것 같아요.

지금 제 느낌이... 아무튼, 너무 좋지 않아요.

아저씨가 힘이 세다는 건, 절대 의심하지 않을게요.

물러날 때는 물러날 줄 아는 사람이 현명한 사람이라 했어요.

지금 돌아가는 것은 절대 비겁한 것이 아니에요!

이보전진을 위한 일보후퇴랄까...

제가 곰곰이 생각해보니까, 저 사람들만 처리한다고 될 일도 아니고, 우리 돌아가서 조금만 더 생각해요.

사람도 조금만 더 모으고.”


“끄응.”


호야의 신음.

그리고 표정.

웃겼다.


오는 동안 내내 못마땅했던 세철과 덕배가 웃음이 나올 정도로.


이래서 어르신께서 직접 검증 받으려 한 것인가.

아닌 게 아니라 검증을 받긴 받아야 하겠구나.

힘이 세다고 함부로 말한 죄 값으로.


“진영아. 넌 아저씨가 거짓말쟁이가 되면 좋겠느냐?”


진지해도 너무 진지한 호야.


“그건 아닌데... 백 명도 훨씬 넘을 것 같은데 실수로라도 쬐끔 다칠 수도 있잖아요?

그 다음도 문제고...”


“실수 안 하마! 됐냐!

그러니 그냥 문 앞에서 기다려라.

난 어린 아이에게 거짓말 하는 그런 사람 아니다!”


“......”


진영이 머뭇거리는 사이 호야는 조금은 화가 난 것 같은 표정으로 빠르게 건물 안으로 들어갔다.

놀랄 겨를도 없이 두 명의 사내가 나타나더니 밖에서 문을 걸어 잠궜고.


!!! ???


씨이! 내말이 맞잖아.

함정인데...


“참, 열심히 산다!”


긴장감이 전무한 세철의 말에 진영의 가슴속에서 화가 치밀어 올랐다.

당장 달려가 도와도 모자랄 판에 열심히 산다고.


뭐 이딴 졸개들이 있어, 라고 생각했을까.


꽝! 하는 소리와 함께 마법의 세계가 펼쳐지기 시작했다.

진영의 눈앞에.

저 문이 저렇게 쉽게 터져서는 말이 안 되는 것 아닌가, 하는 보편적 생각을 할 때까지는 그래도 제 정신이었다.

그런데.


정말 장난처럼 문밖으로 날아오는 사람들.

그것도 휙휙휙.


“아악!!”


너무 놀라 자리에 주저앉은 진영.

덕배가 혀를 차더니 무릎을 구부렸고.


그때야 확실하게 들리는 처절한 비명 소리들!


“으아악!!! 크악!!!”

“헉!”


“네가 말만 번지르르하게 하면서 속으로는 의심이나 하고 믿어 주질 않으니 어르신께서 화가 많이 나신 모양이다.

팔 다리 부러뜨리는 것으로도 모자라 저렇게 다 날려버리는 것은 다 너 때문이다.

오래 걸리지는 않을 것이니 어르신이 나오시면 나중에 죄송하다고 꼭 말해라.”


“......말도 안 돼, 이거 실화야? 저 아저씨 뭐야!”


덕배가 말하는 와중에도 뭐라 설명하기도 힘든 비명 소리와 함께 사람들이 쉬지 않고 문밖으로 날아왔다.


우당탕!! 꽝꽝!!


“크아악!!!~~”


정말 귀신에 홀린 기분이었다.

사람이 뒤로 떠밀리는 거와 붕 떠서 날아오는 것은 정말 다르다.

다른 걸 다 떠나 날아오는 속도를 보면 그 충격의 정도가 어느 정도인지 그냥 다 알게 된다.


털썩 털썩!


쌀 가마니나 짐짝도 저 정도면 문제가 생긴다.

터지거나 깨지거나.


정말 무식하게 곤두박질쳐지고도 꿈틀거리는 사람들.

무서운 생명력.


한눈에 보아도 팔다리가 성해 보이는 사람은 단 한 명 없었다.


“......”


믿기고 안 믿기고 떠나, 말문이 막혀 말이 나오지 않았다.


집기를 정신없이 집어던진다 해도 정말 이 정도의 속도로 집어던지지는 못할 것이다.

하물며 어른들 무게가 어디 장난인가.


이게 말이 돼!


일각이나 조금 지났을까?


“으으, 아으...”

“크으윽!”


여기도 신음,

저기도 신음

말 그대로 신음 천국이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마법은 마법이었다.


언제 사라졌던 것인가.


한 손에 한 명 씩 두 사람을 질질질 끌고 오는 세철.


휙휙.


던지는 것도 참 쉽다.

신음 천국으로.


“나오실 때가 되셨는데...”


“뭘 좀 알아보시느라 조금 늦으시는 거겠죠.”


이 사람들은 도무지 긴장감 자체가 없다.


덕배의 대답이 끝나기 무섭게 작두로 짐작되는 사람 목덜미를 끌며 호야가 나타났다.

그리고 하는 말.


“팔다리들은 다 부러뜨려 놓았는데 아직 사람이 되려면 아주 먼 것 같아.

입들도 너무 가벼운 것 같고 말이야.

그러니 세철이와 덕배가 알아서 단단히 교육시켜!

난 진영이와 객점에 가 있을게.”


거기까지는 그런가 보다 했다.

그런데 애써 끌고 온 작두를 다시 건물 안으로 집어던지는 것은 또 뭔가.

다시 던질 거면 끌고 오질 말던가.


시체 흉내를 내던 작두의 처절한 비명.


“으, 으악!!!”


작두는 정말 몰랐으리라.

어떤 미친 여자아이 때문 덤탱이 쓴 거라는 사실을.

한 대 맞고 끝날 것을 열 대를 맞는다는 것을.


사람인 이상, 당하는 사람인 경우, 이 정도면 정신이 붕괴되기 시작한다.


그냥 안으로 들어와서는 단 한마디 말도 없이 손에 잡히는 데로 팔다리 한 쪽 씩 부러뜨리고, 그런 다음 삼 장 넘는 건물 밖으로 집어 던지면 누가 견디겠는가.


그런데 이젠 거꾸로 건물 안으로 집어 던져 놓고 교육을 시키겠다고?

강시를 만들겠다는 것도 아니고.


덜덜덜.


이 사람들이 정말 사람인가.

사람이면 어떻게 이런 황당하고 잔인한 생각을.


이미 떠나버린 정신 세계.

너 나할 것 없이 머나먼 곳으로 다시 떠나야만 했다.

달 나라보다 더욱 먼 곳으로....



호야의 손을 잡고 가면서도 정신을 못 차리는 진영.


몽롱했다.

꿈을 꾸는 기분이었다.

그 와중에도 이 아저씨 도대체 뭐야. 하는 생각 뿐.


머릿속은 혼란의 극을 향해 치 달리고 있었고, 사람들이 제법 붐비는 사방지 시내에 들어 와서야 진영은 어느 정도 정신을 차릴 수가 있었다.

그제야 퍼뜩 떠오른 덕배의 말.


“,,,”


진영은 호야의 팔을 끌어안고, 몸을 바싹 붙이며 말했다.


“내가 직접 보니까 아저씨 힘 정말 죽여.

인정!”


“네 생각보다는 훨씬 세다고, 내가 분명 말했다.”


호야의 퉁명스런 대답에 진영은 끌어안은 팔에 힘을 주었다.


“우와! 뒷일은 나중 문제고 이제 땅굴만 파면 되겠네!

너무 좋다!”


심하게 흔들리는 호야.

이번엔 가슴까지 흔들렸다.


이놈, 요물이야, 요물...


도무지 대답할 말을 찾지 못했다.


***



천리비마(千里飛馬) 정 현태는 전설적인 도둑이었다.

천리를 날아다니는 말(馬)이라는 별호처럼 도둑질을 하면서 한 번도 잡힌 적도 없었고, 마음먹은 것을 못 훔쳐낸 적도 없었다.

단 한 사람 죽인 적도 없었다.


사회적인 통념상 도둑놈인 것은 분명했지만 일반적은 도둑은 아니었다.

일인전승으로 내려오는 ‘비마문’이라는 문파의 엄연한 문주였고, 훔친 돈과 물건을 치부하지 않는다는 비마문의 절대 문규를 어겨본 적도 없었다.

항상 은밀함을 유지해야 하는 생활.

큰 씀씀이로 가난한 사람들을 도와주지는 못했어도, 눈에 보이는 사람들을 외면한 적도 없었다.


하루아침에 표가 나는 것은 아니었지만 당한 사람들이 불어나는 것만큼 정 현태의 기행과 선행이 알려지기 시작했고, 잡으려고 기를 쓰는 모든 포위망을 유린하며 다녔기에 천리비마라는 별호와 함께 대도(大盜)라는 명성을 얻게 되었다.


큰 도둑!

큰 뜻을 가진 도둑.


행보는 신비한 데 비해 얼굴도, 나이도, 내력도 드러나지 않은 인물.


가늠하기 힘든 무공을 소유한 절대고수가 심심풀이로 못된 무리들을 손 봐 주는 것이라는 그럴 듯한 소문까지 퍼졌고, 실제로 많은 사람들이 그렇게 믿고 있었다.


그러나 정 현태는 흔히 말하는 무림고수하고는 거리가 먼 사람이었다.

사람을 살상하는 공격을 위한 무공은 ‘비마문’에 없었다.


비마라는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경공술과 잠입술, 은닉술, 기관 해체술, 손기술 등이 비마문의 모든 무공.

대단한 절기들인 것은 분명했지만, 엄밀하게 말하면 숨고, 잠입하고 도망 다니는 기술들이었지 싸움을 위한, 살상을 위한, 무공과는 아주 거리가 있었다.


평소에는 보따리 장사치들보다 조금 규모가 있는 지역 보부상들을 쫓아다니며 일을 하였고, 평범한 가정을 꾸렸는지라 사람들 의심을 받아본 적도 없었다.

지도를 발견하기 전까지는 말이다.


오래된 가문의 문서들과 기록들을 정리하던 중 발견한 지도.

그 지도가 보통 지도가 아님을 정 현태는 한 눈에 알아보았다.


“헉! 세상에...”


600년 이상 역사를 가진 비마문의 모든 것을 모아 놓은 비밀창고.

앞뒤 가릴 겨를이 없었다.


평시와는 달리 허둥거린 건 사실이었다.

지도의 비밀을 알았을 때 조금 더 냉철했어야 했는지도.

어린 아들 때문이라도 만에 하나를 생각했어야 했다.


일이 벌어지고 나서야 후회 되는 법,,,


바람이 난 건지 뭔지는 모르지만 삼년 전 야반도주(夜半逃走) 해버린 집사람을 찾을 생각도 하지 않았다.

찾으려고 하면 못 찾을 바 아니었지만, 믿음이 깨져 버려서 그런지 찾으려는 의지 자체가 없었다.


술도 팔고 음식도 파는 객잔에서 잔 일을 하던 아내.


어찌어찌 정 붙여 살게 되었지만 어쩌면 애초부터 아내에 대한 믿음이 없었는지도 모른다.

꼭 정조의 문제 그런 것 때문 만은 아니었다.

늘 뭔가 불안했다고 할까...


그러니 자신의 정체를 철저하게 감춘 것인지도 몰랐다.

그렇다고 풍족한 씀씀이로 호강을 시켜주진 못했지만 남들보다 못 입혀 준 것도 아니고, 단 한 끼라도 밥을 굶긴 적도 없었다.

억지로 다시 끌어와 봐야 더 이상 인연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어린 아이가 엄마를 찾을 때마다 마음이 흔들리기는 했지만.


그 때가 아들이 일곱 살 이었다.

하나 뿐인 아들을 돌봐야 했기에 먼 거리를 쫓아가야 하는 보부상 일에는 손을 떼었다.

문파의 일도 그렇지만 일을 쉴 수는 없는 것.

물건을 도매로 떼다가 시장 이곳저곳에 파는 일을 했다.


다른 건 몰라도 아들에 대해서 만큼은 정말 끔찍했다.

의식주에부터 교육, 그리고 사랑까지 어미 없는 자식이라는 소릴 듣지 않게 하기 위해 정말 최선을 다 했다.

아이는 머리가 좋아서 그런지 글공부도 남들보다 떨어지진 않았다.

집사람이 떠난 후 문파의 손 기술도 장난삼아 하나 둘 씩 가르치기 시작했다.

아버지여서 그런지, 아니면 자신의 혈육이어서 그랬는지, 정 현태가 보기에 아들은 비마문 후예로서 천부적인 소질을 갖고 있었다.


그렇게 소소한 것들부터 아들 가르치는 재미에 푹 빠져 살았고, 그렇게 일 년 정도 지나자 어린 나이였지만 아들은 정식으로 비마문의 후계자가 되었다.

촛불을 켜 놓고 의식을 치름으로서....


마음이 급하긴 했지만 그래도 혹시나 싶어 열 살 난 아들에게 자초지종을 말했다.

자신도 몰랐던 문파의 비밀 창고였다는 사실도 알려주고, 그 위치도 아들에게 대충은 알려주었다.

그때라도 침착했어야 했다.

하루 이틀 정도만 차분하게 대처했어야 했고, 아들에게 충분히 지도를 이해 시켰어야 했다.


그건 일이 벌어지고 난 후의 무기력한 회한 같은 거였는지도.


최대치로 잡은 게 한 달 정도.


사소한 것에서 시작하여 어떻게 할 것인지 일일이 다 챙겨주고는 아들이 보는 앞에서 폭포 뒤의 수로에 나 있는 동굴 속으로 정 현태는 들어갔다.


폭포로 가려진 동굴에 들어선다 하더라도 다시 물속으로 잠수해 들어간 다음 위로 올라갔다 다시 내려가는 형태의 동굴.


인공적인 기관들도 깔려 있는지라 아무나 쉽게 들어갈 수 있는 곳이 아니었다.

지도가 없는 사람들이 잘못 들어왔다가는 딱 죽기 좋은 곳이었다.


“허 참!”


왜 이런 복잡한 곳에 비마문의 비밀창고를 만들었지만 선뜻 이해가 가지 않았지만, 선조들이 그래야만 했던 다 그만한 이유가 있을 것이라 여기며 길을 찾아 들어갔다.


“천무미로진에 오행 현무진까지?

왜 이렇게 복잡하게!”


비마문의 모든 절기를 알고 있는 정 현태 인지라 큰 어려움이 없이 목적지에 도달했다.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은 철문.

별 생각 없이 그냥 열었다.

비마문 암호로.


“으헉!”


철문을 여는 순간, 정 현태는 너무 놀라 뒤로 주저앉는 실수를 하고 말았다.

초보 도둑들도 하지 않는 정말 어처구니없는 실수를.


위이잉.

끼익 킥.


???


“어, 어.”


어떻게 반응할 사이도 없이 작동하는 기관.

문이 먼저 닫히더니 들어왔던 동굴 입구가 와르르 무너져 버렸다.


“우릉 꽝!! 꽈앙!!”


“안 돼!!”


기겁하며 소리를 질렀지만 한 번 작동된 기관이 멈출 까닭은 없었다.


당대의 대도로 소문이 자자했던 천리비마가 다른 곳도 아닌 비마문의 창고에 갇혀버리는 순간이었다.


“어떻게......”


기가 막힌 노릇이었지만 600년 이상 역사를 가진 비마문의 창고가 아무나 들락거릴 수 있다면 그게 말이 안 되는 거긴 했다.


“허! 내가 귀신에 홀려도 정말 단단히 홀렸어!”


실수였든, 뭐였든 간에 부주의로 벌어진 일인 것 만은 분명했다.


창고 안에는 비마문 선대 때부터 모아온 모든 것들이 있었고, 조금 과장해서 말하면 세상을 뒤집고도 남을 만 했다.


세상 모든 것들을 사고도 남을 금은 보화에 온갖 영약들과 약재들, 시기를 짐작할 수도 없는 골동품에 각종 무기들하며, 그리고 천하제일이라 이름 붙은 모든 무공들의 원본과 필사본들까지 벌린 입을 다물지 못할 정도였다.


“내가 지금 뭐 하는 거야?

지금 이게 다 무슨 소용이야.

정말 돌겠네!”


동굴에서 나가지 못하는 한, 아무 쓸모가 없는 것들에 정신을 빼앗기고 있었으니 자신이 한심하다는 생각이 들 수밖에.


금은보화에 사심이 있어 놀랐던 것은 분명 아니다.

치부를 않는다는 문규가 있는 문파.

엄청난 금은 보화에 그냥 놀랐을 뿐이다.


“침착해야 돼.

차분히 생각해야 돼.

방법이 분명 있을 거야.

분명 있을 거야!”


비마문의 비밀창고.

비마문의 모든 절기를 알고 있는 자신.


자신이 빠져나가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은 결코 하지 않았다.

일이 약간 꼬여버렸구나 하는 생각 정도를 처음에는 했었다.


“이익! 뭐야?

도대체 이게 뭐냐고!!!”


그 생각이 오산이었다는 것을 깨우치는 데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어떤 수단과 방법으로도 안 된다는 걸 깨달은 것은 한 달 정도.

비마문의 창고가 요새이자 감옥이었으니.


밖에서 눈 빠지게 기다리고 있을 아들 생각을 하니 기가 막히다 못해 거품을 물고 쓰러지기를 반복했다.


“어떻게 이럴 수가?

이럴 수는 없어!

이건 말도 안 돼!”


도무지 믿기지 않았지만 한 번 닫힌 문은 어떤 발악에도 불구하고 요지부동이었다.


“......”


그래도 포기하지 않았고 포기할 수도 없었다.

아버지를 눈 빠지게 기다리며 밥조차 제대로 못 먹을 아들은 생각하면 일각도 쉴 시간이 없었고, 잠시 앉아 있다가 미친 사람처럼 벌떡벌떡 일어나곤 했다.


“무언가를 찾아야 해.

지금 내 힘으로는 안 돼!

할 수 있는 건 뭐든지 다 해야 해!”


빠져 나가기 위한 처절한 사투.


한 달, 두 달 , 석 달...


동굴을 다 부수는 한이 있어도 빠져나가겠다는 일념으로 천하의 이름이 붙은 무공들을 막무가내로 익히기 시작했고, 죽지 않겠다 싶을 범위에서 영약들도 먹기 시작했다.

세상 무인들이 알면 기절할만한 이름들이 붙은 영약들을.


소림의 그 유명한 ‘대환단’에, 만년은 안 되더라도 천년은 족히 넘어 보이는 ‘하수오’,


몇 방울에도 무림인들 눈이 뒤집히는 ‘공청석유’를 비롯하여 출처와 공능이 불분명한 ‘내단’들까지, 정 현태는 죽지 않을 정도의 범위에서 계속 먹어 댔다.

어떻게든 내공을 끌어올려야 문을 부숴버릴 수 있다고 생각한 것이었지만 그러나 그게 얼마나 잘못된 생각이었는지 깨닫는 것도 금방이었다.

과유불급.

영약이라 이름 붙은 약들을 마구잡이로 복용한 대가는 참으로 혹독했다.


“으윽! 컥! 으아악!!”


입에서부터 피를 뱉어내기 시작하면서 데굴데굴 굴렀다.

창자에 불이 붙은 듯 했고, 눈알은 당장이라도 튀어나올 듯 했다.


구멍이란 구멍으로 다 피가 나오기 시작했다.


얼마나 바닥을 긁어 댔는지 손톱이 다 뽑혀버렸고 온몸이 온통 다 피로 덮였다.

구멍에서 나온 피 인지 발광하다 다친 상처인지도 알 수가 없었다.


날짜를 헤아릴 정신도 없었지만 느낌 상으로는 한 달 이상을 고통에 몸부림 친 것 같았고, 그러다 정신을 완전히 놓아버렸다.


“으...”


한꺼번에 양기든, 음기든 쏟아져 들어가면 몸이 버틸 리가 없었고, 하물며 대책 없이 이 약 저 약 같이 복용했으니 부작용은 필연이었다.

상식을 어긴 톡톡한 대가는 혹독했지만 죽지는 않을 운명이었는지, 절대 놓을 수 없는 끈 하나를 악착같이 붙잡고 살아남았다.


“민국아.”


얼마나 정신을 놓았는지, 어느 정도 시간이 흘러 간지도 몰랐지만 결국 살아남았다.


동굴 안에는 수심이 깊은 물웅덩이도 있었고, 평생을 먹어도 남을 정도의 ‘벽곡단’들도 있었다.

동굴 안은 항상 일정한 기온이 유지되었기에 벽곡단이 썩을 일도 없어 보였다.

어디서 들어오는지는 몰라도, 공기도 충분했고 밤낮을 구분할 수 있을 정도의 빛도 들어왔다.

수중동굴이란 사실이 도저히 실감 나지도 않았지만 최소한 굶어 죽을 일은 없어 보였다.


혹시나 싶어 선대들이 남긴 글을 하나도 빠지지 않고 꼼꼼히 읽어보았지만 문을 여는 방법과는 아무런 상관도 없는, 대다수 비마문에 관련된 무공과 비마문의 역사 그리고 선조들이 행적과 후인들에게 남기는 글들 뿐이었다.


정신을 차린 이후 처음 몇 달 간은 날짜를 헤아려보려 표시도 해가며 노력했지만 헤아리는 것도 한계가 있었다.


“에이!!”


일 년 정도가 지났는가 싶은 어느 순간부터 이게 무슨 의미가 있나 싶어 손을 놓아버렸다.


그 시점부터는 포기와 의지의 충돌이었고 의식과 무의식의 난립이었다.

혹시나? 하는 두려움과 만약에? 하는 공포가 시도 때도 없이 물밀 듯 밀려 들었고, 발악과 자포자기를 매번 반복했다.


엄밀하게 말하면 무공도 처음에는 탈출하기 위하여 익히기 시작했지만 어느 시점부터는 죽지 않기 위해! 시간을 때우기 위해! 기계적으로 익히게 되었다.


“이건 여기도 무형보(無形步)!

이것도 무형보! 도대체 뭐가 진짜야?”


“색마 조 진아 이 새끼는 도대체 정체가 뭐야?

이 새낀 책이 바뀔 때마다 최소한의 개념 자체가 도무지 없어.

말 거시기 보다 크게 키우면 그게 사람이냐?

조 진아 비술은 얼어 죽을!”


“오늘은 철혈장이나 해볼까!”


“아니지!

장법을 잘못 썼다가는 동굴이 무너질 수도 있으니 일도류(一刀流)로.

음~ 이것도 섬나라에서 물 건너 온 거라서 좀 그런가?”


“패혈도(覇血刀)는 좀 살벌한데.

내공이 될라나?”


동굴 안에서 할 짓이 없게 되면 그건 곧 죽는 것이나 다를 바 없다는 두려움이 항상 정 현태를 짓눌렀다.


검법, 도법, 장법, 심법, 지법, 기관지학 등 모든 무공들을 익히며 동굴을 빠져나가려고 부단히도 노력했지만 어떤 방법에도 닫힌 문은 열리지 않았고, 처음부터 닫혀 있던 문이었던 것처럼 요지부동이었다.

어느 무공이든 일이년에 완성될 무공이 있을 리도 만무했지만 이성적으로 이것저것 생각할 형편도 아니었다.


동굴 벽면을 파볼까 생각도 물론 했다.


수중동굴임을 감안한다면 한 치의 오차만 생겨도 죽겠다는 소리와 똑같기에 그러한 방법은 어쩔 수 없이 포기하고 말았다.

공간은 한정되어 있는데 물이 새어 들면 어디로 피한단 말인가?


결과적으로는 죽을 각오로 팠어야 했는지도.


한 달, 두 달, 일 년, 이년도 아니었고, 가만히 있으면 미쳐버릴 것만 같은 시간들.


견디느라 몸부림쳤고 자신의 할 수 있는 모든 짓을 다했다.

혼자 대화도 했고, 노래도 했고, 춤도 추고 살아있음을 느껴보려고 자위도 했다.

별의별 온갖 상상도 다 했다.

왕에서부터 거지까지 자신의 기억에 있는 모든 사람이 다 되어보았다.


“네 이년 이리 오지 못하겠느냐!”

“폐하! 부르셨사옵니까.”


“그래 불렀다. 당장 옷을 벗어라!”

“폐하! 부끄럽사옵니다.”


“에잉! 이건 아니야!

너무 진부해!”


“내가 옷을 벗겠다!

네가 왕 해라!”

“알았다!”


“네 이놈 옷을 벗어라!!”


“에이 좆도!!

과정이라는 게 있는데 그냥 벗어라 이건 아니지!

최소한 자극적인 요소가 있어야 말이지!

생각해 보니 여자 왕도 좀 그렇긴 하네. 너무 진부해.

그래 사대부 마님과 머슴으로 하자!

불륜으로 가자!”


“네 이놈 돌쇠야!”

“넷! 마님!”


“오늘 너무 덥지 않으냐?”


“덥습니다. 아주 덥네요.

벗을까요? 아니, 벗어도 되겠습니까요?”


정 현태는 혼자 놀기의 달인이 되어갔지만, 어쩌면 그게 미쳐가는 시초였는지도 모른다.


더도 말고 이 삼 년 아무도 없는 곳에 혼자 갇혀보라.


그럼 알게 된다.

사람이 왜 미치는지를.

정상적 사고?

절대 못한다!


모든 일이 다 혼자의 머릿속에서만 이루어지니 정상적일 수가 절대 없다.

그게 단절의 무서움이다.

할 짓이 없다 보니 천장에도 박쥐처럼 거꾸로 매달려도 보았고, 오로지 시간을 보내기 위하여, 날아가는 벌레를 손으로 잡아 먹어보기도 했다.


“조금 찝찝하지만 이것도 먹을 만은 하네...”


미치지 않기 위한 미친 몸부림이었다.


“민국아! 밥이라도 제때에 먹고 있느냐...”


시간도 잊어갔고 세월도 잊어갔지만 아들의 얼굴만은 잊지 않으려 노력했다.


그러나 어느 순간부터 아들의 얼굴조차 떠오르지 않아 떠올리기 위해 발버둥을 쳤다.

발버둥을 칠수록 오히려 아들의 얼굴이 떠오르지 않았다.

그래서 처음엔 짧은 칼로 동굴벽면에 아들의 이름을 파기 시작했고, 파는 게 익숙해지자 손으로 파기 시작했다.


“민국아! 나는 나간다.

꼭 나갈 것이다.

어디 가지 말고 기다려야 한다!”


아들 얼굴이 떠오르지 않을 때마다 두려움을 극복하기 위해 벽면 가득 이름을 새겼고, 그럴 때마다 민국이라는 이름이라도 붙잡으려 했다.

그런 과정의 반복이었다.


한정된 공간 안에서 사람이 할 수 있는 일은 당연히 공간에 국한될 수밖에 없었고, 모든 게 동굴이라는 공간 안에서 이루어 질 뿐이었다.

정 현태의 세상은 동굴이었다.

아주 작은 세상.

혼자만 사는 세상!


개 한 마리만 있어도 좋겠다는 생각을 수백 번도 더 했다.

단절이 얼마나 무서운 것 인가를 스스로 실감하면서 소통과 교감이 얼마나 중요한 것 인가 동굴에 갇혀야 깨달을 수 있었다.


어느 순간부터는 현실에서 사는 게 아니라 환상 속에 살게 되는 것이었고, 그것도 다시 시간이 가다 보면 현실과 상상의 구분조차 무의미해졌다.

모든 것이 다 모호해졌다.


물속에 반사되는 모습은 언제나 수염이 덥수룩한 모습 그대로.


정 현태의 생각은 늘 십 년 안팎에 머물러 있었다.

의도적으로 그렇게 한 것이 아니라 저절로 그렇게 되었다.

혼자 수련하고, 혼자 말하고, 혼자 답하고, 혼자 상상하고...


“십 년 되었나?”

“아마 좀 안되었지.”

“아냐! 십 년이 가까워 졌을 걸.”

“벌써 그렇게 되었나?”

“에이! 그래도 십 년 씩이나?”

“아니야!

최소한 칠 팔 년은 분명 넘었어!”


마음으로는 무공을 포기한 적도 없었고, 빠져나가겠다는 생각을 포기한 적도 없었다.

그러나 현실은 늘 포기를 강요하고 있었다.


“난 포기하지 않아!

죽어도 포기하지 않아!!”

“네 깟 놈이 뭘 할 수 있다고?

그냥 다 내려놔.”

“한다고! 나간다고!”

“네 놈이 나가서 뭘 한다고?

나가서 뭘 하겠다고 이 난리야?

여기는 걱정거리도 없고 좋잖아?

그냥 다 놓아버리면 편해지는 거야!”

“웃기지 마! 난 죽어도 나갈 거야!”


불구대천 원수를 보는 것처럼 매번 닫힌 문 앞에서 소리쳤지만 공허한 메아리만 동굴을 울려 댈 뿐이었다.


숱한 반복과 반복.

혼자만의 대화.

그리고 상상.


최악의 밑바닥 끝까지 몰려서도 다 포기하지는 않았다.

하나 만큼은 죽더라도 붙잡으려 했다.

민국이라는 이름,

희망이라는 이름.



잠자리에 든 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계속해서 사각사각 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이게 뭐지? 하면서도 꿈을 꾸는 것인지 현실인지 분간할 수 없었다.

이게 뭔 소리야? 하고 반응하기에 너무 오랫동안 인공적인 소리를 잊고 살았고, 멍하니 자리에서 일어나 앉았지만 도무지 현실 같지 않았다.

머리도 흔들어 보고 볼과 몸 여기저기를 꼬집어보았지만 소리는 분명 현실 세계에서 나는 소리.


“대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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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산별곡(不山別曲) 연재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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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5 기억의 조각들 8. +4 19.11.08 2,089 18 43쪽
114 기억의 조각들 7. +4 19.11.06 2,108 19 4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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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 기억의 조각들 4. +4 19.10.30 2,130 22 34쪽
110 기억의 조각들 3. +4 19.10.28 2,134 23 3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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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8 기억의 조각들 1. +6 19.10.23 2,236 16 47쪽
107 또 다른 나 10. +6 19.10.21 2,200 20 36쪽
106 또 다른 나 9. +7 19.10.18 2,210 21 34쪽
105 또 다른 나 8. +5 19.10.16 2,239 21 35쪽
104 또 다른 나 7. +5 19.10.14 2,225 21 38쪽
103 또 다른 나 6. +5 19.10.11 2,264 19 4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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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8 불산별곡 3부, 또 다른 나 1. +5 19.09.30 2,565 21 36쪽
97 불산별곡 2부 마지막 회 - 사람 6 +11 19.09.04 3,182 28 50쪽
96 사람 5 +5 19.09.02 2,970 28 4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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