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마록(狂魔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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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aram107
작품등록일 :
2019.04.01 14: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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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11.06 2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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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9.25 2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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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마재현

DUMMY

무적이 살짝 눈살을 찌푸린다.

간이 차탁을 사이에 두고 무릎을 꿇고 엎드린 막 오생의 모습.

점심 경 상단으로 돌아왔을 때만 해도 공손하기는 해도 저 정도는 아니었다,

그런데....

짐꾼들에게 무슨 소리를 들은 것인가?

"막 공자.... 내게 왜 이러시는 것이요?"

"채 대.... 아니.... 반 대협, 제가 왜 이러는지 몰라서 물어보시는 것입니까?"

"내가 어떻게 알겠소?"

막 오생이 고개를 든다.

타는 듯 이글거리는 두 눈이 가슴 속의 뜨거운 열망을 보여주는 것 같다.


"서안에서 저 무도한 장가의 표사들을 응징했다고 들었습니다."

응징....?

"그래서요....?"

"도와주십시요!"

고개를 조아리며 나오는 말에서 막 오생의 절박함이 느껴진다.

"도와달라니요?"

"우리를 핍박하는 장가를 응징하도록 도와주십시오."

무적이 말없이 막 오생을 본다.

그리고....

기대에 가득 찬 막 오생의 얼굴.

"제가 그래야 합니까?"

"네....?"


무적이 손가락 하나를 펴 보인다.

"우선 저는.... 객점에서 신세진 은 두 냥의 빚을 마차를 몰아주면서 다 갚은 것 같습니다."

아....!

막 오생이 말도 못하고 멍해진다.

무적이 다시 손가락 하나를 더 펴보이며....

"두 번째로 막 공자는 제게 분명히 약속했습니다. 살인이나 타인의 것을 뺏는 일은 시키지 않겠다고....."

무적의 말에 막 오생의 얼굴이 실룩거린다.

하지만....


"하지만.... 서안에서...."

"내 개인적인 일까지 막 공자의 허락을 받아야하는 것입니까?"

빠르게 자르는 무적의 말에 막 오생이 당황한다.

"대협.... 죄송합니다...."

정말로 죄송한 듯이 머리를 조아리는 막 오생.

잠시의 침묵이 두 사람 사이를 흐르고....

막 오생이 힘겹게 입을 연다.

"그럼.... 이제 이곳을 떠나실 것입니까?"


"은 두 냥의 빚은 갚았지만 찬 서리를 피하게 해준 하룻밤의 잠자리와 아침 식사의 빚은 아직 갚지 못했습니다. 이곳에 잠시 머물면서 그 빚을 갚을 일을 찾아야겠지요....."

"어떤....?"

"다시 마차를 몰거나 마사의 말을 돌보던지.... 어떤 일이던 해드려야겠지요."

"그런.... 가요."

잠시지만 기대의 빛을 보이던 막 오생이 얼굴이 구겨진다.


"저도 먼 길을 다녀왔더니 피곤합니다. 좀 쉬어야 할 것 같은데 혼자 있도록 해주시겠습니까?"

막 오생이 멍하니 무적의 얼굴을 쳐다본다.

저 대단한 자가 도와준다면....

아니 자신들의 집에 머물러라도 준다면....

장가처럼 자신들을 핍박하는 놈들을 겁내지 않아도 되건만....

"알겠습니다. 그럼 쉬십시오...."

막 오생이 처연한 기색으로 일어선다.

"막 공자.... 가져온 차는 내가 마실 테니 그냥 두고 가십시오."

"네...."


힘없이 나가는 막 오생의 뒷모습을 보며 무적이 차를 한잔 따른다.

도와달라니...

그것도 저렇게 저자세로....

이 험한 세상에서 어쩌자고 저런 순진한 생각을.....

왠지 한잔의 차 맛이 쓰다.



인적이 드문 야산의 한 귀퉁이를 차지하고 있는 쓸쓸한 대장간.

그리고....

멀리서 허름한 대장간을 보며 다가가는 두 명이 노인이 보인다.

검은색 장삼을 걸치고 단정하게 올린 머리를 천으로 묶은 모습.

전형적인 무인의 복색이다.

다만....

양손에 무기가 보이지 않는다는 것만이....


"저곳인가?"

"아이들 말로는 그렇다고 하더군."

한 노인의 말에 다른 노인이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한다.

"어린 놈 하나 잡자고 우리까지 나오게 되다니...."

"어쩔 수 없잖아.... 가문의 장조카가 죽어버렸는데...."

두 노인이 서로를 돌아보며 씁쓸한 웃음을 보인다.

그놈이 너무 색을 밝히더니....


천천히 발을 떼던 두 노인이 순식간에 대장간에 도착한다.

어떻게....?

느릿하게 보이던 걸음걸이가....?

끼이익....!

의식적으로 소리를 내며 문을 여는 노인과....

응....?


텅 빈 대장간.

인기척을 느낄 수 없었던 것이....?

두 노인이 서로를 돌아본다.

적어도 며칠간은 사람이 머물렀던 흔적이 없다.

화로의 불도 꺼진지 제법 된 듯 차갑게 식어있는 실내의 공기.

단 한 점의 온기도 느낄 수 없다.

자신들을 따르는 수하들이 상대가 머무는 곳도 찾지 못할 바보는 아니다.

그리고....

자신들에게 거짓 보고를 할 아이들도 아니다.

그렇다면....

이곳을 떠났는가?


천천히 대장간 안을 살피던 노인들이 고개를 갸웃거린다.

딱히 꼬집어 말하기는 힘들지만 눈에 보이지 않는 부조화....

야릇한 이질감이 느껴진다.

이 이질감의 정체는 뭔가?

상대가 떠나버린 이 버려진 대장간에서 이질감을 느낄 것이 뭐가 있는가?


서로 눈짓을 교환한 후 대장간 안을 다시 한 번 둘러본다.

아무 것도 찾을 수 없다.

하지만....

여전히 느껴지는 이질감.

누군가가 뒷 통수를 건드리는 것 같은 불쾌한 이질감.

분명히 이 어두운 대장간 안에서....

아....!

깜짝 놀란 듯 서로를 돌아보는 두 노인.



사람의 눈은 빛에 익숙하다.

아니 빛이 없다면 보지도 못한다.

그렇게 빛에 익숙한 사람들의 눈은 이 어두운 대장간 안에서 희미하게 그 민낮을 보이는 빛에는....

익숙하기에.... 존재하는 빛을 애써 의식하지도 못한다.



빛....?

입구의 문은 물론이고 창문까지 모두 닫힌 이 어두운 대장간 안에 홀로이 존재하는 빛.

마치 날카로운 칼날 같은 빛이 문을 통해 들어온다.

이건가....?

본능적으로 느껴지던 이질감의 정체가?

빛줄기를 따라 천천히 눈을 돌려본다.

자신들이 열고 들어온 문의 중앙을 통해 들어오는 가는 빛줄기.

어떻게 이런 틈이....?

노인들이 살짝 얼굴을 찌푸린다.


문의 한 가운데에 선을 그어놓은 듯한 틈.

대략 한 뼘도 되지 않는 것 같은 가는 틈이 보인다.

가는 틈이라지만 빛이 들어오는 것에는 당연히 아무런 문제가 될 것이 없다.

하지만....

어떻게 이런 가는 틈이 생길 수 있는가?

한 노인이 고개를 끄덕여 보이고는 문을 열고 밖으로 나간다.


눈 부신 태양빛 아래서 바닥을 살피는 노인의 눈에 흐릿한 발자국이 들어온다.

일반인의 발자국과는 다른 희미하고 얕은 발자국.

무의식적으로 자신의 흔적을 지우는 무인의 발자국이 틀림없다.

천천히 발자국을 따라 걷기 시작하고....

대략 이십 보 정도 왔을까?


듬성듬성한 야산의 숲으로 이어지는 발자국.

숲으로 들어가....?

그렇게 사십 보 정도 더 걷던 노인이 커다란 나무 앞에서 발걸음을 멈춘다.

몇 개의 잘려진 가지와 거목의 몸통을 살짝 그어놓은 것 같은 자국이 눈에 들어온다.

문에 나있는 틈과 마찬가지로 아주 가늘게 그어진 흔적.

유심히 살피며 오지 않았다면 보지 못했을 살짝 그어진 흔적이....

노인이 고개를 돌려 일직선상에 있는 대장간의 문을 확인하고....

다시 바닥을 살피고....


문에서 이어지는 발자국 외에는 발자국은 커녕 잡초가 눌린 흔적조차 보이지 않는다.

아니 이어지던 발자국에도 아무런 흔적이 없다.

이 발자국이 아닌가....?

그렇다면....

거목의 몸통을 그어놓은 가는 선을 다시 한 번 본다.

대장간의 문에서 여기까지....

이 먼 거리를 검사든.... 검기든 어떤 형태로든지 분명히 손을 썼다.

그리고....


손을 쓴 놈도 놈이지만.... 이곳에 있었던 자는 유령인가?

이 공격을 받고도 아무런 흔적이 없다....?

이런 것이 가능한가....?

사십 보 이상을 이 미세한 검기를 날리는 공격과 유령처럼 흔적도 없이 피할 수 있는 신법이라니....?

고개를 갸웃거리던 노인이 발자국을 따라 다시 숲속으로 들어간다.


한참을 걷던 노인이 갑자기 발걸음을 멈춘다.

찾았다!

대장간에서 부터 이어지던 발자국이 멈췄다.

그리고....

몸을 돌리고....

도약....?


발자국의 주인이 몸을 돌려 발끝을 살짝 굴린 흔적.

일반인이 본다면 도저히 볼 수 없는 얕은 발자국이 하나 보인다.

뒤꿈치 부분은 보이지 않고 발바닥의 앞부분으로 살짝 찍어놓은 자국.

희미한 발자국에 살짝 웃던 노인의 얼굴이 갑자기 굳어진다.

이런 터무니없는....?


노인이 멍하니 대장간을 돌아본다.

이제는 제법 멀어져 조그맣게 보이는 대장간.

백 보 밖에서 몸을 날리는 상대와 백 보 밖에서 쳐낸 검기가....?

정확하다고는 못해도 거의 중간 정도 되는 곳에서 서로 만났다.

그리고....

작은 가지 몇 개와 나무에 흔적만 남기고....

사라졌다?


파앗!

갑자기 빠르게 몸을 날려 대장간을 향하는 노인.


"뭔지 알겠는가?"

문이 열리며 들어오는 노인의 말에 대장간에 남아있던 노인이 고개를 흔든다.

"상관가의 늙은이들이라도 있다면 모를까.... 내 눈에는 도저히 검사나 검기로는 보이지 않는데...."

"왜?"

노인이 손을 들어 문에 난 틈을 재본다.

겨우 한 뼘이 될 듯한 너비.

"일 척이 되지 않아. 그리고 검기라면 문이 잘렸거나 더 두텁고 넓은 흔적이 남았겠지...."

"그럼 뭐지....?"

"지금으로서는 무엇인지...."

노인이 중얼거리며 손을 들어 화로를 가리킨다.


손이 가리키는 방향으로 고개를 돌리자 화로옆을 뒹구는 부서진 틀이 몇 개 눈에 들어온다.

팔뚝만한 크기의 나무틀과....

둥근 원반 모양일 것으로 짐작되는 나무틀의 부서진 조각들.

"여기서 뭘 만들었을까?"

"하나는 비구 같은데.... 다른 하나는...."

여러 가지로 사람 궁금하게 만든다.


"어디까지 갔다가 온 거야?"

"백 보!"

노인의 짧은 말에 물어봤던 노인이 멍하니 쳐다본다..

"백 보....?"

검기인지 무엇인지 모를 것이 백 보까지....?

"아무래도 흩어져 있는 애들을 모두 불러들여야겠는데...."

두 노인의 얼굴이 딱딱하게 굳는다.

설마 우리가 검선이라도 만난 건가?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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