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캔디문
작품등록일 :
2019.04.01 15:30
최근연재일 :
2019.05.14 1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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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4.23 2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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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판 2

DUMMY

"20%를 주세요. 5인조 그룹이니까 5분의 1 해서. 해준이 몫만큼은 제가 받아야 하지 않겠습니까?"

"내가 언제 5인조라고 했던가?"

난 아차 싶었다. '아... 아직 확정된 게 아니었지.'

당황한 난 허둥지둥 둘러댔다.

"5인조가 좋습니다. 일단 무대 위에서 서 있을 때 대형이 좋아요. 앞에 셋, 뒤에 둘. TV 화면을 통해 한눈에 들어오죠.

다양한 안무를 짜기도 쉽고. 타이지와 아이들 때는 삼인조라 아무래도 큰 무대에선 빈 느낌이 듭니다. 그래서 백업 댄스팀을 쓰기도 했고요."

"좋아. 그건 그렇다 치고."

이춘만은 나를 가만히 쳐다보았다. 춘만의 단춧구멍 만한 두 눈이 나를 찌를 듯이 응시하고 있었다.

"20%라면 그룹의 수익의 20%라는 건가 아니면...."

"그룹의 수익 20% 그리고 앞으로 상장하실 때 상장 주식의 20% 둘 다입니다."

"이봐...."

춘만은 어이가 없다는 듯 웃었다.

이런 반응을 예상한 난 춘만이 말하기 전에 먼저 입을 뗐다.

"전 대표님의 성공을 자신합니다. 하지만 과연 실제로 그럴까요?"

춘만은 '이건 또 무슨 소리야?' 하는 얼굴로 날 쳐다봤다.

"지금 저희가 하려는 시도는 이전에 없던 시도입니다. 엄연히 그룹이고 가순데 노래도 안 불러. 안무는 아직 컨셉도 안 나와 있고. 확실한 건 그저 또래의 매력적인 사내아이들을 이용해 젊은 여중,고생들에게 어필하겠다는 건데. 그게 아이들이 우리 생각처럼 쉽게 따라와 줄까요? 제 말은 이번 첫 번째 시도에 그게 가능하겠냐는 말입니다. 아닐걸요. 타이지와 아이들 이후로 노래 잘하고 춤 잘 추는 그룹들이 많이 생겼습니다. 그 틈바구니에서 이런, 어떻게 보면 무슨 애니메이션 코스프레 같은 컨셉이 어필을 한다면 얼마나 어필할까요? 전 그렇게 낙관적으로 안 봅니다. 그럼에도 투자를 결심한 건. 그 가능성이죠. 성공은 합니다. 하지만 꽤 시간이 걸릴 거라고 봅니다. 빨라야 이 년?"

춘만이 어두운 얼굴로 다시 와인잔을 들었다. 그의 어두운 얼굴을 보자 난 힘이 났다.

"대표님, 지금 이 프로젝트에 올인하고 계시죠? 죄송한 말씀입니다만. 지금 자금 사정도 좋지 않으시고."

아까 해준과 연습실을 방문했을 때. 그 허름한 광경에 사실 난 속으로 쾌재를 불렀었다.

"현건영이 크게 히트는 쳤지만. 실질적으로 회사에 갖다준 돈은 얼마 안 됐을 겁니다. 팬덤이 생기기도 전에 저렇게 되어 버렸으니, 그동안 밤무대 수입이 다였겠죠. 그런데 지금 하려는 이 프로젝트. 과연 초기 자금이 얼마나 들어갈까요? 한창인 사내 녀석들 다섯명, 하루 세끼 식대만 해도 백은 나오겠죠? 거기에 헤어며 의상이며 뭐든 현건영때의 최소 다섯배. 현건영은 자기가 곡도 쓰고 프로듀싱도 다 했지 않습니까? 그런데 얘들은... 말 그대로 그냥 어린아이들이잖아요? 춤이나 좀 출 줄 아는.

그런 아무것도 모르는 애들을 데리고 기존에 없던 새로운 장르를 개척해야 하는데. 아무 작곡가를 쓸 수는 없는 거 아닙니까. 그런데 이런 돈... 다 있으세요?"

"다 있어! 아무리 그 정도도 생각 안 하고 시작했을까."

이 대표는 자존심이 상한 듯 그렇게 큰 소리로 말하고는 와인을 벌컥벌컥 들이켰다.

"죄송합니다. 대표님. 제가 너무 무례하게 그만.... 하지만 대표님. 이건 하려면 정말 최고로 아낌없이 쏟아부어야만 가능한 프로젝트입니다.

잘 아시잖아요? 어설프게 했다간 정말 애들 학예회처럼 되고 만다는 거. 대표님의 머릿속에 있는 바로 그것을 실현하기 위해선 정말이지 최고의 작곡가에 최고의 안무가를 붙여서 최고의 의상, 최고의 헤어 디자이너에 정말이지 모든 지원을 아끼지 않고 쏟아부어야만 가능한 프로젝트란 말입니다. 왜냐고요? 왜냐면 얘네들은 가수가 아니니까요. 대표님이 그러셨잖아요. 얘네들은 가수가 아니라 만화 주인공이다. 때론 무서운 전사이고 때론 멋있는 왕자이고 때론 귀여운 인형 같은.... 기억나시죠! 그러자면 그게 다 뭐겠어요. 돈입니다. 돈! 아낌없이 돈을 퍼붓지 않으면 그렇게 못 만듭니다. 그걸 제가 해드리겠다는 겁니다. 타이지와 아이들 때 번 모든 자금을 다 탈탈 털어서요. 언제까지? 될 때까지!"

"......."

춘만은 말이 없었다. 내가 그의 빈 잔에 세 번인가 와인을 채워줄 때까지도.

결국 와인 한 병을 다 비운 다음 그가 일어서며 말했다.

"생각 좀 해보고. 내가 나중에 연락할게."

난 따라 일어나지 않았다. 대신 그를 원망스러운 눈으로 올려다보며 이렇게 말했다.

"저의 제안을 받아들이시리라 믿습니다. 대표님, 저랑 안 하시면 제가 먼저 해준이 데리고 오늘 들으셨던 그 곡으로 다섯명 만들어서 먼저 데뷔시킬 겁니다."




직원들은 내가 그날 있었던 얘기를 들려주자. 대부분 이춘만 대표가 절대 내 제안에 응하지 않을 것이라 했다.

"대표님 같으면 하시겠어요?"

하나 같이 이런 소리를 했다. 하지만 그들은 몰랐다.

CEO의 마음을.

아무리 작은 업체라 해도 오너가 되면 보는 눈이 달라진다.

직원일 때야 자기가 맡은 일만 생각하니까. 그것의 성공을 확신한다면 무서울 게 없다. 만에 하나 벌어질 실패의 가능성? 그런 것 따위 안중에도 없다.

하지만 오너가 되면 180도 달라진다. 그들은 무엇보다 실패의 가능성을 더 많이 염두에 둔다.

그날 내가 춘만에게 이번엔 실패할 것이라 말하자. 그 순간 그의 얼굴은 심하게 동요했고 난 그것을 놓치지 않았다.

그리고 마지막에 내 제안을 받아들이지 않으면 내가 먼저 데뷔시킬 것이란 말이 두고두고 그를 괴롭혔으리라.... 난 그렇다고 확신한다.

그렇게 지루한 사흘이 지나고 나흘째 되는 날. 이 대표로부터 전화가 왔다.

"그래. 같이 하기로 하지."

그는 세부 사항에 대해 꽤 꼼꼼하고 까탈스러운 조항들을 요구했다.

하지만 난 군말 없이 다 들어주었다. CM 엔터테인먼트, 장차 시가총액 1조 원이 넘는 대기업이 될 것이다. 그럼 거기에 20%면?

매일 저녁 자기 집으로 와 안마를 해 달라는 조항을 요구해도. 난 들어줬을 것이다.

그리고 난 당분간 내 회사 못지않게 CM 엔터에 뻔질나게 드나들 것이다. 후에 K팝 문화, 아이돌 문화의 본 산지인 그곳에서 이춘만, 그의 경영철학을 배울 것이다.





*



어느 날 1층 안내직원이 내게 누군가 나를 찾아왔다고 했다.

"누군데요?"

"강영숙 씨라고 하는데요."

순간 마시고 있던 커피가 목구멍에서 역류했다.

"컥컥컥! 누구라고?"

"강영숙 씨라고... 대학 동창이라고 하시는데요?"

난 내 방으로 안내하라고 했다.



"어서 와! 이게 얼마 만이야?"

"6년 만이지."

영숙은 몰라보게 변해 있었다.

짧게 커트한 머리하며 명품이 의심되는 옷이며 구두 액세서리.

"멋지네."

영숙은 오히려 그런 그녀의 변신에 놀라고 있는 나에게 그렇게 말하며 내 사무실을 둘러보았다.

"어떻게 지내? 대학은 졸업했을 거고...."

난 슬쩍 농담을 던져봤다.

"돈 많은 영감이라도 꼬셨나?"

영숙은 잠깐 놀라는 얼굴이더니 이내 내 말의 뜻을 깨닫고는 피식 웃으며 말했다.

"그래. 어떻게 알았냐?"

그리고는 털썩 소파에 주저앉으며 말했다.

"아는 영감 있으면 소개 좀 시켜주라. 일하기 힘들어 죽겠다. 영감님한테 귀여움받고 주는 돈이나 타서 쓰게."

"무슨 일 하는데? 말해봐. 궁금해 죽겠다. 지금 입고 있는 거 명품 아니니? 과티나 입고 다니던 강영숙이 출세했네."

"흥! 너만큼 출세 했을라고."

"말해보라니까. 무슨 일 하는지."

그러다 난 번뜩 생각났다.

"아! 회계사 붙었구나!"

영숙은 피식 웃으며 말했다.

"붙은 지가 언젠데."

역시... 멋져 보였다. 헤어진 보람이 있다고나 할까. 저번 생에서 나의 아내였을 때의 모습과 너무나 대비되는 모습에 한편으론 마음이 아팠다.

"너 요즘 이춘만씨랑 같이 일하더라."

난 화들짝 놀랐다.

"그걸 어떻게 알지?"

"그걸 왜 모르냐. 신문에도 나고 이쪽 업계에 관심 있는 사람이면 다 알지."

"아하! 이쪽 업계에 관심이 많으시구만."

나의 말에 영숙은 대답했다.

"아니. 그쪽 업계에 관심은 별로 없는데. 너한테 관심은 좀 있지."

순간 살짝 소름이 끼쳤다.

"전에 내가 나에 대한 관심은 끊으라고 말했을 텐데."

난 장난스런 말투로 그렇게 말했고 영숙도 깔깔깔 웃으며 말했다.

"옛날 그 관심은 아니니까. 걱정 말라고!"

그러면서 살짝 덧붙인다.

"치~ 나 좋다는 남자가 얼마나 많은데."

난 웃으며 말했다.

"그래? 줄을 섰나보지?"

"그럼!"

"만나는 사람은 있고?"

"줄을 섰는데. 없을까."

그러면서도 내 시선을 피하는 게 난 살짝 의심스러워 다시 물었다.

"정말? 진지하게 묻는 거야. 만나는 사람 있어? 아님 결혼?"

영숙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아니 결혼은 무슨. 그냥 만나는 사람. 애인."

하~ 와이프 입에서 '애인'이란 단어를 들으니 무척 색달랐다.

"너는? 만나는 사람... 있겠지, 뭐. 엄청 많은 거 아니야?"

난 될 데로 되라는 듯 답했다.

"맘대로 생각해."

그렇게 우린 한참을 주거니 받거니 농담을 하면서 서로의 근황과 예전 밴드 멤버들의 소식 등을 알려주고 듣고 하였다.

"그런데 갑자기 무슨 일로 찾아왔어?"

"무슨 일은. 그냥 찾아오면 안 돼?"

"안되긴...."

난 괜히 무안했다. 그런 나를 가만히 쳐다보던 영숙이 갑자기 일어서며 말했다.

"나가자! 점심시간이잖아? 요 앞에 초밥 잘하는 집 있는데. 알지?"

"그럼 알지."

난 활짝 웃으며 같이 일어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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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HUT 19.04.13 1,094 13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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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타이지와 아이들 7 19.04.10 1,081 19 8쪽
9 타이지와 아이들 6 +2 19.04.09 1,072 23 10쪽
8 타이지와 아이들 5 +3 19.04.08 1,117 14 12쪽
7 타이지와 아이들 4 +2 19.04.07 1,157 12 9쪽
6 타이지와 아이들 3 +2 19.04.06 1,217 14 10쪽
5 타이지와 아이들 2 +4 19.04.05 1,286 20 10쪽
4 타이지와 아이들 1 +2 19.04.04 1,392 16 9쪽
3 그룹 시나브로 +2 19.04.03 1,593 16 11쪽
2 환생 +9 19.04.02 1,696 27 12쪽
1 내 이름은 김민기 +8 19.04.01 2,014 22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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