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이 핀 꽃은, 금세 시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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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이젠
작품등록일 :
2019.04.01 16:08
최근연재일 :
2019.07.01 0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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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7,366

작성
19.04.14 2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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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있게 사는 법[1] - 여행을 해볼까[1]

DUMMY

다음날 나는, 낮에 잠만 자고 세리에 밥만 차려줬다가 일하러 나갔다. 당일은 아르바이트를 끝내고 얼른 집으로 돌아왔다. 마치 온다는 투로 말하던 남자는 끝내 오지 않았고, 불안한 마음에 집으로 돌아왔는데, 세리에는 거실에서 불 다 키고 TV를 보고 있어 왠지 안심이 되었다.


“요! 케이. 이제 왔니라.”


“집주인. 오랜만.”


정보 조사하러 집 나갔던 오르텐리아도 무사히 돌아와 옆자리에 앉아있었다. 어느새 옷도 수선했는지 핏자국은 사라지고 이상한 장신구만 더 추가한 디자인으로 변했다. 결국 저건 취향이었어. 셋 다 출출하진 않아서 식사는 거르고 오르텐리아가 사온 간식을 먹기로 했다. 그녀가 사온 건 델리만쥬, 지하철역에서도 자주 볼 수 있는 요긴한 간식거리인데 처음 먹는 세리에는 만족한 듯 기뻐했다.


“오르텐리아는 일가견이 있어. 하나를 하는데 신중하잖아?”


“그걸 이거랑 빗대어? 진짜 장난 없다. 먹보야.”


“이··· 칭찬하면 좋다고 해야지 놀리냐!”


친구가 오랜만에 나타나서 기분이 좋은 듯 했다. 그냥 친구도 아니고 생사를 함께한 친구인데, 옆에서 보고 있는 거만으로도 좋을 것이다. 소소한 이야기를 하면서 12시가 넘었다. 나도 잘 준비를 해야 하니 샤워를 하러 가고 세리에는 그 사이 잠을 자러 갔다. 홀로 거실에 남아 TV를 보고 있는 오르텐리아의 웃는 목소리가 들렸다.


물소리를 키면 안 들리지만, 머리에 샴푸칠을 하려고 끄니 평소보다 톤이 다운된 목소리. 아마 할 말이 있는 거 같았다. 졸려도 기다리는 걸 보면 안다. 약 10분을 샤워하는데 소모하고 가운을 입고서 바로 옆에 앉았다. 놀란 모습이 역력했지만 아랑곳 하지 않고 내가 먼저 질문했다.


“말해봐. 나 듣는 건 잘하니까.”


“눈치도 빨라~. 집주인은 여자한테 인기 많겠어.”


그거란 그거랑 같은 건가······.


“허탕쳤어~~. 허탕인데다가 이상한 종교에 와달라고 막 붙잡더라고. 내 복장 때문인가?”


“그런 거 많지. 정상적인지는 모르겠는데 좋지는 않지. 거기다가 그건 강요하는 거야. 타인의 자유를 침해하는 거라 보기 좋진 않아.”


그냥 혼자 떠벌리고 다니는 건 굳이 뭐라 하는 사람도 없다. 지하철타면 간혹 마주치는 지옥간다 팻말이 마땅한 예시. 그 남자가 언급했던 바티칸, 즉 가톨릭은 전 세계에 커다란 영향력을 뿌리고는 있어도 지구를 이루는 인류의 절반 이상이 현재의 삶에 안주한 이상 종교는 그 역할이 절반에도 못 미친다.


사람들 간에 분쟁이 끊이질 않는 것도 좋은 걸 소개하는 건데 뭐라 하냐고 따지는 종교 홍보 세력과 그딴 거 필요 없으니 닥치라는 세력의 언쟁일 뿐이다.


“마주할 수밖에 없나? 재령씨.”


“재령씨? 아아 이름을 모르니 재령씨라고? 넘 웃기자나 그거.”


배를 팔로 감싸고 숨죽여 웃는 오르텐리아는 3분가량 계속 웃었다. 개그 코드보다 해당하는 이미지에 안 맞는 이름을 붙여줘서 그 갭의 차이로 웃는 거 같다. 마동석 형이 병아리를 만지기 무서워하는 것처럼. 이유는 새삼 무섭지만 제 3자가 보는 시선으론 재미있을 수밖에 없다.


“응. 마주할 수밖에. 겁먹진 않아. 신이 우리를 죽이려는 목적은 쓸모가 없어서보단 자신들에게 해학을 끼칠 우려가 있어 서지. 필사적으로 이빨을 자랑할 거야. 맞서 싸우면 돼.”


이렇게 당당한 자태를 뽐내는 게 오르텐리아다. 이런 친구가 있어서 세리에는 든든하겠지.


하루를 또 마무리했다.


그렇게 무난하게 일주일이란 시간이 얌전히 흘러갔다. 별일 없이 세리에는 세리에대로 나는 나대로 평소처럼의 원활한 일상을 보내왔다. 그 즘엔 이상하게 따분하다는 기분이 들기도 했으나, 일시적인 현상이겠지 하고 넘어갔다. 평범한 일상, 즐거운 일과.


정작 나의 주변 바깥에선 불미스런 일들이 끊임없이 발생하고 있었다는 사실은 새삼 놀랄 수밖에. 오후 6시 뉴스에 색다른 뉴스가 떴다. 부천 연쇄살인마가 강남으로 이동해 전혀 다른 수법으로 살인을 진행 중이라는 소식와 별개의 사건이라 치부되는 단체살인사건이다. 요즘 부적이나 살인을 하는 사람들이 늘어났는데 경찰은 전혀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었다. 믿음이 부족한데다, 신뢰도 주질 못하니 사람들은 욕은 하면서도 벌벌 떨며 날마다 경계를 갖추는 피곤함에 정신적으로 지쳐간다.


예시로 기자가 작성한 레포트에 연차, 휴가, 병가 등 직장인들이 회사 출근을 꺼려한다거나 장사를 당분간 접는 사례도 보도했다. 당연한 심리다. 흉흉해지는 마당에 좋다고 밖에 나가서 돈이 벌어지겠나. 특정 타겟이 아니라, 게다가 우발적 살인도 아닌 계획무분별 살인이란다. 한 마디로 구분 안하고 죽인다는 소리인데, 이게 또 수법이 잔인하고 악의적이라는 둥 하는 말은 많다.


“음······ 이런 뉴스를 보면 항상 느끼지만 사회가 흉흉한 거 같아. 최근 들어 더 늘어난 거 같은데 남 일 같지 않은걸.”


“재령씨가 저러고 있을지도 모르지. 뭐 우릴 노리는 사람이 하겠냐만은···.”


저럴 시간에 우리 집 근처에서 저지르면 세리에가 빡쳐서 나가지 않을까? 두 종류의 살인 모두 서울과 경기도로 장소가 옮겨졌다. 다행히 부천에서 멀어지는 만큼 우리는 안전해지는 시간이 길어지고, 말만 하는 준비도 넉넉히 여유가 생긴다. 솔직한 심정은 저번 주부터 아무 일 없이 지난 시간이 계속 이어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나완 달리 오르텐리아는 심심했나 보다.


“집주인. 세리에 데리고 서울 갈래?”


세리에랑 다르게 워낙 활동성이 좋은 아이니 근육이 부슬부슬 움직이고픈 가려움이 찾아왔다.


“서울에 내가 마련해둔 거처가 있어. 여기 처음 왔을 때 사놨징. 거래에도 소질이 있다고?”

“거기 갔다가 야밤에 나와서 살인범 얼굴 좀 보려고?”


속마음을 들켰는지 숨을 흡 하고 들이마시곤 내뱉질 않는다. 등을 톡톡 쳐서 풀어주고 오르텐리아의 생각을 풀어보았다. 단순히 심심하니까 가자고 할 아이라고 하기엔 성숙하고 사회에 대해 잘 이해하고 있었다. 살인범 정도는 오르텐리아의 성력 입힌 주먹으로 개박살 낼 순 있는데 그럴 생각은 아닌 듯 했다.


있다면, 재령씨를 만나 대화를 나누는 거다.


“서울에 가면~ 맛집도 많고 볼거리도 많다고 하는데 돈 걱정은 하지 말고 가자. 집주인! 가자!”


여태까지 재미없게 살았냐? 하는 질문에 응 이라 답할 수 있는 삶. 그게 나다. 오르텐리아의 꼬드김은 상당히 자극적인데 배고픈 물고기마냥 물고 싶었다.


확고한 대답이 필요한 질문이었다.


“이틀 뒤에, 결정을 알려줄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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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 생전, 우리는 스스로 선택하는 길을 외면하고 있었다. [1장 끝] 19.04.30 63 0 14쪽
34 얼음은 더우면 녹는다고[5] - 알겠지만 당연한 일은 만들어진다. 19.04.27 54 0 9쪽
33 얼음은 더우면 녹는다고[4] 19.04.26 69 0 9쪽
32 얼음은 더우면 녹는다고[3] - 너와 내가 다른 점은[2] 19.04.25 61 0 9쪽
31 얼음은 더우면 녹는다고[2] - 너와 내가 다른 점은[1] 19.04.24 65 0 12쪽
30 얼음은 더우면 녹는다고[1] 19.04.23 55 0 9쪽
29 그 밤에 인간성[4] 19.04.22 62 0 10쪽
28 그 밤에 인간성[3] - 내 손에 피를 묻혔다. 19.04.20 71 0 11쪽
27 그 밤의 인간성[2] - 격양한다. ㅁㅁㅁ...[1] 19.04.19 61 0 10쪽
26 그 밤에 인간성[1] 19.04.18 95 0 11쪽
25 재미있게 사는 법[4] - 새로운 만남, 고생길인가 19.04.17 118 0 10쪽
24 재미있게 사는 법[3] - 날 찾아온 그녀?! 19.04.16 57 0 9쪽
23 재미있게 사는 법[2] - 여행을 해볼까, 쇼핑을 하자[2] 19.04.15 54 0 11쪽
» 재미있게 사는 법[1] - 여행을 해볼까[1] 19.04.14 45 0 7쪽
21 과거와 현재, 미래에 대해[5] - 때론 인생이 선택을 쥐어준다 19.04.13 66 0 9쪽
20 과거와 현재, 미래에 대해[4] - 우리들의 첫 만남. 19.04.13 38 0 8쪽
19 과거와 미래, 현재에 대해[3] 19.04.12 60 0 11쪽
18 과거와 미래, 현재에 대해[2] - 이게 옳은 것인지? 19.04.11 51 0 13쪽
17 과거와 미래, 현재에 대해[1] - 지금 이 순간을 기억하자[1] 19.04.10 50 0 8쪽
16 개척이라는 단어가 주는 환상[5] - 현실을 직시해라 19.04.09 40 0 9쪽
15 개척이라는 단어가 주는 환상[4] 19.04.09 55 0 11쪽
14 개척이라는 단어가 주는 환상[3] - 현실에서 눈을 돌리는 것[1] 19.04.08 76 0 9쪽
13 개척이라는 단어가 주는 환상[2] - 행복, 그 저편엔 절망도 있다. 19.04.07 60 0 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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