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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점  공모전참가작 퍼스트 드루이드(First Drui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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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등록일 :
2019.04.01 17:15
최근연재일 :
2019.04.30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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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1,8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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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4.06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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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isode 1 - Full Moon (13)

DUMMY

ⅩⅢ

날이 밝자 저절로 눈을 떴다. 해가 머리 꼭대기에 있는 것으로 보아 생각 없이 오래도 잔 모양이다. 아마 톰도 나를 깨울 생각을 하지 않았겠지. 어쩌면 그에게도 거친 밤이었을 테니까.


오두막의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가니 톰은 나무로 된 흔들의자에 누워 자고 있었다. 아마 늦은 시간까지 캠을 간호하느라 신경 쓴 모양이다. 거기에 자신이 자던 곳마저 뺏겼으니 미안한 마음이 솟구쳤다.


그는 내 소리를 듣고 잠에서 깼는지 눈을 떴다. 그러곤 내 모습을 보더니 뒤로 나자빠졌다.


“저예요. 게오르그.”


나는 최대한 아무렇지 않다는 듯이 말했다.


“어제는 양동이를 쓰고 있어서 몰랐지만, 사람을 놀래는 재주가 있구먼. 잘못하면 자빠져서 두개골이 깨질뻔했다네.”

“미안합니다. 얼굴에 화상이 있어서 항상 가리고 다니거든요.”


“근데 왜 하필이면 섬뜩한 도깨비로 골랐냔 말이네. 아니, 더 얘기할 필요는 없겠군. 자네 친구 말이야. 간밤에 열이 많이 올랐어. 본인의 몸이 감당 못 할 정도로 몸을 혹사당한 모양이야. 처음에는 상처 때문인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몸 전체에 문제가 생겼어. 하루 이틀 걸릴 문제가 아니란 말이네. 이 정도의 부상은 곧 죽은 사람을 제외하곤 처음이야.”


“살 수 있긴 한 가요?”

“어제도 말했지만 이제 내 손을 떠났어. 나도 장담하지 못하네.”


“그래도 최선을 다해주셔서 고맙습니다. 귀찮게 만들어드려서 어쩌죠. 할 일도 많으실 텐데요.”

“아니야. 이제 할 일이 없어. 말했지만, 그 마녀 때문이지. 오히려 오랜만의 환자가 내 심장을 뛰게 만든다네.”


이거 원. 어제부터 느낀 거지만 그는 돌려 말하기를 참 잘하는 듯하다. 나는 잠시 생각하는 척했다. 캠의 상태를 보니 숨 쉬는 것도 힘들어 보이는데 정신 차릴 때까지 며칠이 걸릴지 알지 못하겠다.

더군다나 언제라도 들이닥칠지 모르는 병사들을 이곳으로 오지 못하게 해야겠지. 그게 아니라면 또 도망가야 할 테니까. 당장은 캠에게 어떤 무리한 일도 시켜서는 안 된다. 의학에는 아무런 소질이 없어도 그 정도는 알 것 같았다.


당장이라면 할 일이 없으니까 더는 미안한 마음이 들지 않기 위해서라도 의뢰를 받아볼까.


“제가 마녀에 대해 알아보죠. 이 거대한 몸뚱아리를 주체할 수 없으니까요. 대신 조건이 있는데요.”

“무슨 조건이든 들어주겠네. 뭔가?”


“밥 좀 주실래요? 고기를 좀 먹었으면 하는데요.”


그러자 그가 기분 좋게 미소지었다.


“문제없네.”


나는 그가 오두막 밖으로 나가고 캠을 살폈다. 으, 온몸에 멍이 들었다. 불쌍한 캠. 하지만 더는 그에게 집중해서는 안 되겠지. 나 때문에 그가 변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자칫 그를 다시 늑대로 변하게 한다면 일이 커질 게 분명하다.


그가 들을지 안 들을지는 모르겠지만 중얼거렸다.


“캠 일어나요. 이렇게 무방비 상태인 최강의 적을 보면 기회가 있을 때 목을 베어버리라고 가르쳤잖아요. 힘내세요.”


내가 이 주둥이로 뭔 소리를 한 걸까.


문득 어제까지 내 옆에 있던 도마뱀 녀석이 떠올랐다. 녀석은 어딜 갔을까. 주둥이를 열고 혀를 내미는 게 꽤 귀여웠는데 말이다.


참 신기하게도 내가 도마뱀에 대한 생각을 하고 있다가 톰이 마침내 먹을 것을 가져다주자 어느샌가 녀석이 내 어깨에 앉아 있었다. 도마뱀은 보통 벌레를 잡아먹지 않던가? 근데 왜 고기 냄새에 광분하는 걸까? 아니지 그게 문제가 아니라 방금까지 없던 녀석이 언제 나타났는지가 의문인 게지.


“자네 어깨에 흉측한 것이 앉아 있는데 알고 있나?”


그가 진심으로 궁금한 표정으로 물었다.


“아, 제가 키우는... 녀석입니다. 신경 쓰지 마세요.”


순간 녀석에게 이름을 붙일 뻔했다. 곁눈질로 쳐다보자 고기를 향해 입맛을 다시고 있다. 톰이 내준 고기는 소금에 절인 어떤 조류의 고기였는데 살이 연하고 부드러워 손으로 쉽게 뜯어낼 수 있었다.

아주 작은 살점을 떼서 도마뱀의 아가리에 넣어주자 곧잘 먹는다. 텁텁 거리면서 이빨도 없는 주제에 고기를 삼키려고 드는 모습이 참 딱하다.


톰은 고기 외에도 포도주와 과일을 몇 줌 내줬는데 내가 먹는 모습을 보려고 기다리다가 불편한 기색을 보이자 이내 자리를 비켜줬다. 미안하지만 입이 아닌 주둥이로 먹어야 하니 말이다. 투구를 벗고 게걸스럽게 먹어치우기 시작했다. 도마뱀에게 먹이를 주는 것도 잊지 않았다.

흠, 녀석에게 이름이라도 붙여줘야 하는 게 아닐까. 배가 좀 차니까 이런 여유도 생겼다. 하지만 뭐로 지어주면 좋을지. 잘 처먹으니까 식충이가 낫겠다.


식충이가 남은 음식을 먹어 치우기 위해 식탁에 내려갔을 때, 나는 그의 꼬리가 다시 재생됐다는 것을 발견할 수 있었다. 재생능력이 뛰어난걸. 하지만 잘리기 전만큼 길지는 않았다.

녀석이 내가 꼬리를 보고 있는 걸 알아차렸는지 살랑살랑 흔든다. 이 식충이 새끼! 너무 귀여워서 깨물어 죽여버리고 싶다. 생각해보니 영리하기도 한 녀석이군.

데리고 다녀서 손해 볼 게 전혀 없다. 게다가... 내 얼굴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나는 다시 투구를 썼다. 밖으로 나가자 톰이 돼지우리에서 아무렇게나 굴러다니는 양동이를 제 자리에 올려두고 있었다.


“미안해요, 톰. 제가 치우려고 했는데.”

“아니네. 자네가 내 부탁을 들어준다고 했으니 그것만큼 내게 좋은 일이 없지.”


“어디로 가면 될까요?”

“언덕을 좀 더 오르다 보면 맞은 편에 브록힐이라는 마을을 발견할 거야. 나도 마녀가 어딨는지 알지 못해. 탐문을 해봐야 할 거야.”


이 양반이?


“톰. 한 가지 부탁이 있어요. 누구도 캠이 여기 있다는 걸 알아선 안 됩니다. 이유는 묻지 마세요.”


설명하면 하루가 더 걸릴 테니까요.


“그건 걱정하지 말게. 이런 외진 곳에 찾아오는 이는 드물어. 늑대 밥이 되고 싶다면 또 모르지.”

“늑대? 이 주변에 늑대가 많나요?”


그러자 톰이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자네 여기 오면서 늑대를 한 마리도 보지 못했나?”


아. 전혀 못 봤는데.


“이 숲의 이름이 울프포지야. 늑대들의 성지지. 내가 오두막 근처에 늑대들이 싫어하는 풀을 심어 놓지 않았으면 나도 여기서 살지 못했겠지.”


그렇다면 걱정할 필요가 없을까. 그건 아닐 거다. 아무리 늑대들이라고 해도 무장한 기사와 용병들로 이루어진 부대를 쫓아내긴 힘들 것이다. 하지만 울프포지라니? 실버스톤을 둘러싼 숲의 이름은 카고나사라고 한다. 아무래도 꽤 멀리 온 모양이다. 아마 지도상으로 다른 산맥에 속해 있는 숲일 것이다.


그러고 보니 왜 톰은 이런 위험한 곳에서 약초 캐는 일을 하는 것일까? 그것도 하나뿐인 아들을 키우기에는 더 없이 거지 같은 장소가 아닌가? 묻지 않도록 했다. 지금 중요한 건 얼마나 오랫동안 안전한지다.

아마 그들의 포위망이 카고나사 숲에 한정된다면 아무리 짧은 거리라도 울프포지에 있다면 어느 정도는 시간을 벌 수 있을 것이다.


나는 톰의 배웅을 뒤로 여행길에 나섰다. 물론 씻지 않아서 피 냄새가 가시지 않았지만 개의치 않기로 했다. 식충이조차 참지 못하고 도망가버릴 정도만 아니면 된다.


톰이 말한 언덕은 그가 묘사한 것보다 훨씬 높았다. 산이라고 해도 좋을 정도의 언덕이다. 아무래도 울프포지는 이 언덕을 중심으로 형성되는 듯하다.

숲은 울창했고 사람의 손길이 닿지 않아 보였다. 그러나 늑대는커녕 승냥이 한 마리조차 보이지 않는다. 사냥꾼의 눈으로 바라보면 그들의 흔적이 보이긴 한다.

왜 나에게서 멀어지려는 걸까? 내게서 어떤 포식자의 냄새가 흘러나오고 있는 게 분명하다. 어쩌면 짐승들이 느낄 수 있는 ‘기’같은 것들이 있는 것이겠지.


아주 조금이지만 울적하다. 그래도 같은 짐승 측에 속한다면 식충이처럼 적대감을 제거할 수 있겠다는 생각은 내 희망이었나 보다.


언덕 꼭대기에 올라가니 톰이 말한 마을의 모습이 잘 보인다. 언뜻 봐도 실버스톤보다 큰 마을이었다. 도로도 잘 닦여 있었고 울타리도 높다. 울프포지 숲에서는 상당히 멀게 느껴질 정도였다.


뭔가 이상하다. 규모치고 느껴지는 인기척이 상대적으로 적다. 그것도 아주 많이. 더 알아보려면 가까이 가야겠다. 톰의 말대로 탐문을 해야 할 일이 생길지도 모르겠다.


걸어서 가기에는 꽤 멀었지만 나는 달리고 싶은 생각이 없었다. 그래서 반나절이 걸려서야 마을 입구에 도착할 수 있었다.


‘브록힐’


지도상으로 봤을 때, 남부에 속하는 실버스톤과는 다르게 브록힐은 서부에 속할 것이다. 역시나 서부는 짜증 날 정도로 부티나 보인다는 게 특징이다. 실상 가지고 있는 것은 얼마 없더라도 허례허식에 신경을 쓴 티가 많이 난다는 뜻이다.


건물은 비교적 높게 지었고 장식도 다양한 편이다. 그런데 들어가면 들려야 할 아이들 웃음소리와 짐승 냄새가 나지 않는다면 그게 다 무슨 소용이겠는가. 일할 시간도 아니라서 장을 보는 아낙네들이나 집안일을 다 도운 아이들이 뛰어다니는 모습이 있어야 할 것이다.

어쩌면 여행객들이 여관에서 술을 마시는 소리, 일 끝낸 농부나 사냥꾼이 몸을 씻거나 식사를 하는 소리.


그것들은 모두 실버스톤에서의 나의 기억이었다.


이곳에서 그때의 따뜻한 사람들의 온기를 느끼기를 잠시나마 기대했지만 아닌가 보다.

여관 앞에 누군가 앉아 있었다. 드디어 이런 상황에 대한 정황을 물어볼 사람을 찾은 것이다.


그는 과도를 들고 사과를 먹기 좋게 잘라 먹고 있었다. 행동에서 묻어나오는 여유로움. 그리고 이 마을에 있는 일들이 아무렇지도 않은 듯한 묘한 괴리감으로 보아 여행객인 모양이다.

갑옷을 차려입고 있었지만, 형식에 구애받지 않은 자유로운 복장이었다. 머리는 곱슬이었고 눈이 새파란 것으로 보아 서부 출신이 분명하다. 역시나 부티나 보이게끔 짧게 정돈한 검은 수염이 인상 깊다.


내가 다가가자 그가 먼저 말을 걸었다.

“이봐, 돼지. 나라면 더 다가오지 않겠어. 그런 덩치는 우리가 받아들이기에는 좀 부담스러워.”


나는 그의 말대로 멈춰섰다. 처음부터 무례하기 짝이 없는 인간이 아닌가.

“우리?”


“지금 여관 안에서 먹을 걸 챙기고 있는 내 일행 말이야. 총 세 명이지, 나까지 네 명인가. 어쨌든 꺼져줬으면 좋겠어.”

“이 마을에 무슨 일이 생겼는지 알고 있나?”


그가 싱긋 웃었다. 역시나 재수 없는 미소다.


“무슨 일이라도 있으면 정의롭게 해결해 줄 것처럼 말하는군. 덩치 믿고 함부로 내뱉는 건 별로 좋지 않아. 사람들에게 헛된 희망을 줄 수 있거든.”

“마녀를 찾아왔다.”

“자네 음유시인인가? 가면 안에 곱상한 얼굴을 숨겨놨다면 이상할 일도 아니겠구먼. 마녀 같은 소리를 해대는 걸 보면 알 수 있지.”


그의 말이 끝나자 여관 문이 열리고 아까 말했던 세 남자가 나왔다. 아, 하나는 여자인가. 갑옷을 입고 머리는 짧았지만, 여자 특유의 호리호리한 몸매를 숨기기는 힘들어 보였다.

그들은 모두 투구를 옆구리에 끼고 있었다. 둘은 먹을 것을 가득 채운 듯 반대쪽 손으로 포대를 어깨에 짊어지고 있었다.


“불청객인가?”

“아니. 바로 떠날 녀석이야. 우리도 그렇지.”


그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일행과 함께 걸어왔다. 그러다가 문득 뭔가 생각났는지 내게 물었다.


“너 혹시 어디서 오는 길이냐?”


바로 대답하려고 했지만,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그의 심장 소리에 변화가 생겼다. 나는 대답할 필요를 느끼지 못한 것처럼 아무 말 하지 않았다. 어쩌면 그가 나를 노리는 걸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아무 말 하고 있지 않자 그가 또 말했다.


“그 투구 좀 벗어보지?”


심장이 뛴다. 지금 당장 이런 무장한 놈들과 싸운다면 이기더라도 손해가 크다. 중요한 건 내 짐승의 감각이 이들에게서 두려움을 느끼고 있다는 것이다. 왜인지는 모르겠지만 곤두서버린 털들이 설명해주고 있었다.


내가 아무 말 없이 가만히 있자 곧 웃음소리가 들렸다.


“장난이야, 갈 길 가봐. 그 덩치에 음유시인일 리가 없지. 아, 혹시 정말 이 마을에 대해 궁금했던 거라면 길을 따라 올라가면 성당이 있어. 그곳에 마을 사람 몇이 모여있어.”


나도 모르게 한숨을 쉬어 버렸다. 그리고 그들 일행이 나를 지나서 마을 입구 쪽으로 걷고 있다. 아무래도 울프포지 숲 방향으로 가려는 모양이다. 나는 그들에게 경고해줘야 할 것 같다고 생각했다. 조금 싸가지는 없지만, 내게 정보를 줬으니까.


“앞으로 가면 늑대들의 소굴이 나와. 그 숲은 우회해서 가는 게 좋을 거야.”


그러자 그들은 자지러질 듯 웃었다. 그리고 내 말에 반응하지 않고 갈 길을 갔다. 어쩐지 그들과 다시 만날 것 같은 예감이 든다.


그들이 말한 성당은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초라했다. 이름만 성당이냐는 말을 들을 정도로 허름한 곳이었는데 이곳에서는 인기척을 쉽게 느낄 수 있었다.

예배당에는 마을 주민들이 앉아 있었는데 그렇게 많지도 않았다. 열댓 명 정도가 있었는데 내가 들어서는 모습을 보더니 마치 정해놓은 반응을 하는 사람들처럼 과민반응하며 길길이 뛰기 시작했다.


“살려주세요!”


뭐 대충 그런 말들이었다. 나는 연약한 짐승을 다루듯이 두 손을 들었다. 그러고 보니 내가 지금 쓰고 있는 게 도깨비 가면이었지. 어쩌면 신을 숭상하는 그들에게는 조금 두려운 존재일 수도 있었겠다.

하지만 그렇다고 가면을 벗으면? 내 얼굴을 보느니 눈알을 불로 지지는 사람이 나올 수도 있겠지.


내게 공격할 의사가 없는 걸 확인하는 데는 시간이 좀 걸리는 듯했다. 한 신부가 내게 왔다. 그는 머리가 다 빠져서 옆 머리만 조금 남아 있었다. 얼굴은 늙어 보이지 않는데 머리 때문에 손해 볼 법하다.


“여행자십니까?”

“네.”

“우선 자리를 옮기시지요. 이곳은 신성한 곳이라 무장한 이는 들어오면 안 됩니다.”


신성하다고 할 정도로 고결해 보이는 것이 아무것도 없지만 따지지 않기로 했다. 그는 마을 주민들이 앉아서 쉬는 곳에 데리고 갔다.


“어떤 용건으로 오셨나요? 휴식? 아니면 물자 조달?”

“아, 저는 마녀에 관한 정보를 얻으러 왔습니다.”

“마녀라뇨. 그런 얘기를 왜 여기 브록힐에서 한단 말입니까?”

“들은 얘기가 있습니다. 마녀라는 말이 듣기 거북하다면 다른 말로 바꿔보도록 하죠. 최근에 누군가 숲속에서 치료를 목적으로 마을 사람들을 받는다고 들었습니다.”


“아, 영 에딘에 관한 것이라면 신경 쓰지 않아도 됩니다. 말 그대로 병든 마을을 치료해주고 있으니까요.”


드디어 실마리가 조금은 나오나.


“영 에딘?”

“저희 신도들은 어린 신자들을 영이라고 칭하지요. 에딘은 어리고 똑똑합니다. 비록 이곳 출신은 아니지만, 의학에 일가견이 있다는 것에는 정평이 나 있어서 반박할 사람이 없을 겁니다. 에딘은 마녀가 아닙니다. 그것 때문에 오셨으면 돌아가시지요.”


“저는 의뢰를 받은 용병입니다. 말만 듣고 돌아가면 제 의뢰인에게 전할 말이 없겠죠. 직접 제 눈으로 확인해 봐야겠습니다.”


그러자 신부가 앞으로 몸을 숙였다. 그의 눈이 사납게 빛나고 있었다.


“직업 정신이 투철하시네요.”


누가 들어도 비꼬는 듯한 말투. 하지만 이렇게 비꼰다는 것은 에딘이라는 자에 대한 의구심을 더 크게 만들 뿐이다. 아니면 다른 의도가 있을까? 나는 가만히 그의 심장 소리를 들어봤다. 심장이 마구 뛴다. 동공이 흔들리고 있고 어딘가를 의식하고 있다. 뭔가 숨기는 게 있다는 것.

나는 그가 돌발 행동을 하기 전에 선수를 쳐야겠다고 생각했다. 도깨비 가면 뒤로 웃음을 터트렸다.


“아무래도 제가 잘못된 생각을 했던 것 같습니다. 이 시대에 마녀라뇨. 하아, 정말 말도 안되는 의뢰를 받았지 뭡니까.”


내 말을 들은 그가 드디어 경계심을 풀었다. 그는 앞으로 숙이고 있던 자세를 다시 되돌렸다. 편안.


“그런데 궁금한 게 있습니다. 마을 사람들은 다 어딜 간 겁니까? 규모에 비하면 상당히 적은 인원이지 않습니까.”

“아, 마을 사람들은 지금 축제 준비 때문에 잠시 떠났습니다. 일 년에 한 번 있는 대규모 행사이기 때문에 준비하는 데 필요한 물자가 좀 있거든요.”


“흠, 그렇다면 더는 제가 신경 쓸 필요가 없겠군요. 하지만 시간이 좀 늦었으니 늑대 밥이 되지 않으려면 하룻밤 묵고 가고 싶은데 그래도 괜찮겠습니까?”


나는 두 손을 들고 포기했다고 선언했고 신부는 내 말을 믿은 모양이다. 그는 너그러운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물론이지요.”


이번 기회를 통해 나는 포식자의 오감을 이용해서 상대방의 거짓을 간파하는 법을 깨달았다. 이렇게 고조된 상대를 대상으로 했기 때문에 쉬웠겠지만. 어쨌든 그의 말에서 거짓을 찾았다.

마을 축제를 준비하는 데 아기를 돌보는 어머니들이나 어린아이들을 마을 밖으로 데려갔다고? 내가 그 말을 믿을 것 같던가. 어쩌면 간밤에 누군가 나를 죽이러 올지도 모른다. 잠결에 황천길에 들어서지 않으려면 천 안에 체인메일이라도 차고 자야겠다.


신부의 이름은 베오크라고 했는데 통성명을 이제야 하는 걸로 봐서는 내게 갖고 있던 경계심이 꽤 컸나 보다. 그가 데려다준 여관은 그래도 꽤 세련됐다.

내가 물로 몸을 씻고 싶다고 하자 데운 물을 준비해주겠다고 하는 것으로 봐선 말이다. 그래 봐야 몸을 담글 정도는 아니겠지만 그게 어딘가. 털이 많기에 자체적으로 털갈이를 하지 않으면 병균이 생기기 쉽다. 실버스톤에 있을 때는 아무래도 옷을 훌렁훌렁 벗을 수 있었으니 개울에 몸을 던지면 됐다.


몸을 씻고 그들이 내 방에 준비해준 소박한 음식을 식충이와 함께 먹어치웠다. 어쩐지 무전으로 융숭한 대접을 받아버리니까 오히려 불안하다. 늦은 밤이 되기 전에 조금이라도 자야겠다. 어쩌면 오늘 밤은 아주 긴 밤이 될 것이다.


잠을 자기 전에 생각해 봐야 할 것이 있다. 먼저 이곳에 도착했을 때, 네 명의 여행객을 만났다. 그들은 사람들이 없는 틈을 타서 마을의 먹을 것을 훔쳤는지 돈을 냈는지는 몰라도 어쨌든 가져갔다. 또, 성당에는 사람들이 모여있었고 그들은 내가 도착하자 기겁을 했다. 그리고 베오크는 내게 숨기는 것이 있다. 어쩌면 이건... 내가 아무리 이런 일이 처음이라곤 하지만 의문스러운 점이 한두 개가 아니다.


생각의 결론부터 얘기하자면 이런 불미스러운 일에는 항상 비이성적인 사람이 개입하기 마련이다. 마녀는 있다. 그리고 아직은 내 생각에 그치지만 이 마을은 이미 끝장났다는 결론이 나온다.

나는 아주 짧은 잠을 다 자고 나면 새벽에 에딘이라는 자를 찾으러 나설 것이다.


작가의말

*울프포지 (wolf forge)

늑대들의 고향이라고 일컫는 숲. 실제로 늑대들이 굉장히 많이 살고 있다.
주로 회색늑대들이 주를 이루며 그들은 두 부류로 나눠서 무리 생활을 한다.
울프포지에 대해서는 많은 이들이 알지 못하는데 그 이유 중 하나는 규모가 상대적으로 매우 작다는 것이다.
쉬린의 많은 전사들이 찾고 있는 숲이기도 한데 애꾸눈의 한 전사가 이 숲에 들어갔다가
잃었던 눈을 뜨게 되었다는 설이 있다.
쉬린의 전사들은 이 숲의 어떤 전설적인 존재가 잊고 있던 세 번째 눈을 개방시켜 줄 것이라고 굳게 믿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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