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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얀서리
작품등록일 :
2019.04.01 17:47
최근연재일 :
2019.08.10 0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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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5.01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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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쪽

28. 공성전 시작... 전에 한방.

DUMMY

“전진!”


성진은 돌격을 명하지 않았다. 좁은 성문을 빠져나오며 대열이 일렬 형태가 된 탓이다. 소수의 실력자인 기사단과 5천의 정예병이라면, 가장 좋은 공격 방법은 삼각형 돌진이었다.


그렇기에 이동하면서 진형을 갖추게 했다.


“1부대 앞으로! 2부대와 3부대가 그 뒤에 열을 맞추고, 4, 5부대는 선형으로 펼쳐져 가장 뒤에 따르라!”


이동하면서 진형을 갖추는 건 쉽지 않은 일이다. 그러나 5천의 병력은 상비군이었고, 오랜 시간 훈련받아온 사람들이었다. 그 훈련 방식도 거의 실전에 가까운 대련이었다.


그들에게 이동하면서 오와 열을 맞추는 건 시간문제였다.


그렇게 성진의 병사들이 전진하는 사이, 적진에도 반응이 나왔다.


“적습이다! 작업 중지! 창을 들어라!”

“대형을 갖춰라! 목책 뒤로 전열을 생성하라!”


상식적이고 평이한 대처. 선발대의 지휘는 나쁘지 않았다. 그러나 병사들의 대응은 기민하지 못했다.


‘여기까지 달려오고 바로 공사에 들어갔는데, 이젠 적군이랑 싸우라고?’

‘바닥에 말뚝 박느라 손이 떨려··· 창을 제대로 들 수 있을까?’

‘난 지쳤어. 뒤로 빠져 있다가 밀리면 도망쳐야지.’


그들의 진군 속도는 더할 나위 없이 신속했다. 그리고 대부분이 도착하자마자 작업에 투입된 상태였다.


적습을 크게 고려하지 않은 모습.


이것은 몬테 자작의 수뇌부 판단 미스였다. 정말로 적습을 고려했다면, 선발대를 따로 보내선 안 됐다. 애초에 성진이 나오지 않을 거란 가정에 벌인 일이었다.


그 방심이 치명적인 실수를 불러왔다.


“돌격하라!”


“[나의 검은 태산과 같으니!] 돌격-!”


와아아!


말을 탄 제 1기사단이 속도를 높였다. 무수한 창으로 만들어진 벽이 있었지만, 크레앙은 멈추지 않았다.


“[한번의 휘두름으로 적을 분쇄하니!]”


다른 기사보다 더 빠르게 두번째 구절을 외운 그녀는 벽과 만나기 전에 바닥을 내리쳤다. 그리 딱딱하지 않은 바닥이 터지듯 파편을 뿌렸고, 창열이 살짝 흐르러졌다.


노련한 기사였던 그녀는 그 틈을 놓지지 않았다.


“흐으읍!”


콰광!


“으아악!”

“커헉!”

“사, 사람이 날아간··· 우와악!”


미완성 목책은 무술을 쓴 기사에게 장애물이 되지 못했다. 모여있던 병사들의 전열이 흩어졌고, 순식간에 아비규환이 됐다. 30명. 성진을 포함해 31명인 기사들은 적진을 휘저으며 나아갔다.


그들이 지나간 길은 쑥대밭이었다. 병사들이 죽고, 넘어지고, 뒤엉켜서 전열이라곤 찾아볼 수 가 없었다. 그곳을 향해 5천의 정예병이 돌진했다.


와아아아!


으아아! 살려줘! 도망쳐!


충돌. 일방적으로 밀려나는 방진. 그 충격은 옆으로 전달되어, 다른 진형을 무너트린다. 그리고 그 진형에 뒤이은 병사가 들이닥친다.


삼각형 돌진의 가장 이상적인 그림이 펼쳐졌다. 그 순간 1만이란 숫자는 전혀 의미가 없었다. 찢기고, 찢기고, 찢긴다. 반격은 허용되지 않았다. 밀려버린 병사의 짚더미에 돌격해온 병사가 창을 찌른다.


말그대로 일방적인 공격이었다.


‘완전히 갈랐다.’


뒤에서 병사들이 돌격하는 사이, 가장 앞렬의 기사단은 적들을 뚫어내는 데 성공했다. 특별한 일은 아니었다. 이중 삼중으로 벽을 쌓지 못했기 때문이다.


기병을 막으려면 1열이 뚫리는 걸 전제로, 공간을 둬서 2열을 세워야 한다. 다시 한번 창의 벽과 충돌시키는 것이다. 그런데 1만의 선발대는 그러지 못했다.


작업 도중에 전열을 갖춘 것. 그것도 정예병이 아니고, 지휘관도 공병이었다. 빠른 대처가 불가능해서 가까스로 해낸 게 똘똘 뭉치는 것뿐. 일정 이상으로 뭉쳐 있는 창병이란, 의미가 적었다.


기사단은 식은 죽 먹듯이 그들을 뚫어냈고, 성진이 곧장 명령을 내렸다.


“우익을 한 번 더 돌파하라!”


“예!”


“제1부대는 나를 따라 좌익의 후면을 친다! 돌격!”


와아아!


적을 둘로 나눴다. 그렇다면 하나씩 싸 먹어야 할 때. 우익에 기사단으로 혼란을 줘서 정비를 못 하게 막고, 뒤따라 적을 관통한 1부대를 성진이 이끌었다.


살려주세요! 살려주세요!

으아! 도망쳐!


선발대의 좌익이 학살당한다. 돌격에 대열이 무너지고, 다각도로 치는 공격에 무기를 버리고 항복하는 병사가 늘어났다. 우익의 병사들은 다시 한번 몰아치는 기사단을 보며 혼비백산 도망쳤다.


패배의 기운이 확산했다. 선발대의 사기가 떨어지고, 한 명이 도망치니 수십명, 수백명이 도망치는 건 순식간이었다.


1만의 병사. 그들의 패배에는 채 3시간도 걸리지 않았다.






선발대를 무찌르고 건설 중이던 진지와 물자를 불태운 성진은, 포로를 이끌고 닥트 성으로 돌아왔다.


“크레앙 경. 피해를 보고하십시오.”


“네! 기사 피해. 중상자 2명, 경상자 7명. 사상자는 없습니다. 상비군의 경우 사상자 51명, 중상자 88명, 경상자 354명입니다.”


“적의 피해는 어느 정도 됩니까?”


“정확하게 확인할 시간이 없었습니다만, 적어도 5천 이상을 죽이거나 포로로 잡은 상태입니다.”


역사에 남을만한 전과였다.


성진은 만족스럽게 고개를 끄덕이며, 병사 중 특출난 이에게 포상을 내리라 전했다. 그리고 기사단과 상비군에게 술과 고기를 베풀었다.


“후우. 음? 크레앙 경, 보고 할게 남았습니까?”


하인들의 도움을 받아 갑옷을 벗은 성진이 아직 남아 있던 크레앙에게 물었다. 행정관이 나갔으니 곧 파티가 벌어질 텐데, 참석하지 않겠냐는 뜻이었다.


“도련님께 사과드릴 게 있습니다.”


“출전에 반대 했던 것 말이군요.”


“예.”


출전 전에 있었던 언쟁. 성진도 대응을 잘한건 아니었다. 그녀를 설득하기 보단 직위로 찍어 눌렀기 때문이다. 결과가 좋아서 망정이지, 아니면 큰 문제가 될 수 있었다.


성진은 응어리를 풀고자 입을 열었다.


“사과할 필요 없습니다. 저라고 언제나 옳은 판단을 할 순 없으니까요. 반대를 외치는 사람은 필요합니다.”


“···그렇게 말씀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말은 그렇게 했지만, 그녀는 여전히 방을 나가지 않았다. 집무실 의자에 앉아 서류를 보려 했던 성진은 다시 한번 그녀에게 물었다.


“더 말할 게 있습니까?”


“···이런 결과를 예측하셨습니까?”


성진은 이 질문이 본론이라고 생각했다.


“제 예측보다 더 큰 승리입니다. 솔직히 병사 500정도는 전력에서 제외될 줄 알았습니다.”


“저는 천인대 하나가 전멸할 거라 생각했습니다.”


크레앙이 말한 건 평균치였다.

기사가 있는 군과 없는 군이 부딪쳐서 나오는 결과의 평균. 성진도 부정하진 않았다.


“크레앙 경은 정정당당한 상황에서 많이 싸웠나 보군요.”


“···그렇습니다.”


크레앙은 경험이 많은 기사였지만, 대부분 몬스터나 다른 영지전의 지원이었다. 그런 경우에는 양쪽 다 준비된 경우가 많다 보니, 압도적인 전력을 갖고도 피해가 나왔다.


‘군대’라는 생물의 이해도 차이.


그것이 둘을 나눴다.


크레앙은 군에 들어왔을 때부터 기사였고 지휘한 건 대부분 정예병이었다. 반대로 성진은 설정을 짜기 위해 역사를 뒤졌다. 과거의 전쟁에서 병사들이 어땠는지 아는 것이다.


차이가 날 수밖에 없었다.


‘이걸 그대로 말할 순 없고··· 책에서 읽은 거로 할까.’


“크레앙 경, 제가 읽은 책에서 ‘나를 알고 적을 알면 백번 싸워 백번 이긴다’는 말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병사들이 어떤 심정일지 생각해 본 겁니다.”


“아무리 생각해도 급하게 이동한 거리. 곧장 시작한 공사. 그런 걸 고려한 거죠. 경도 병사를 이해하면 저보다 더 뛰어난 지휘관이 될 겁니다.”


그 말을 끝으로 성진은 그녀를 보냈다.


크레앙은 기사단과 상비군이 모인 곳으로 향하며 생각했다.


‘나를 알고 적을 안다라.’


그녀는 파티에서 가벼운 주례사를 마쳤다. 병사들이 술을 마실 때까지 기다렸다가 그들에게 다가가 물었다.


“오늘 전투가 어땠나?”


“아, 기사님! 크으~ 아주 끝내줬습니다! 제 평생 이렇게 시원한 전투는 다신 없을 겁니다!”


“그놈들 창 끝이 파르르 떨리더군요. 한 눈에 봐도 지쳐 있었어요.”


“한놈이 저한테 창을 찌르는 데, 놀라서 저도 모르게 쳐냈습니다. 최근에 병기술을 집중 훈련한 게 도움이 됐어요.”


술에 취한 병사들은 다양한 말을 쏟아냈다. 크레앙은 병사들의 사기가 오른걸 피부로 느꼈다.


그럴만한 승리였다. 또한 더 많은 적을 상대로 이겼으니, 앞으로도 두려움이 덜해질 것이다.


그걸 깨닫자, 크레앙은 온몸에 소름이 돋는 걸 느꼈다. 그녀는 머릿속으로 성진의 말을 곱씹었다.


‘나를 알고 적을 알면 백번 싸워 백번 이긴다.’


여러가지 뜻이 담긴 말. 그러나 그녀는 성진이 그 경지를 뛰어 넘었다고 생각했다.


‘그분은 병사를 자기가 원하는 대로 바꾸고 계신다.’


아는 게 아니다. 원하는 수준까지 끌어 올린다. 어느 쪽이 어려운진 명백했다. 쉽게 할만한 생각도 아니었다. 적어도 그녀는 할 수 없었다.


‘제커의 말대로 정말 영웅이 되실지도 모르겠군.’


크레앙은 미소를 흘리며 병사들 사이를 돌아다녔다. 자신의 수준이 낮다고 판단한 그녀는, 우선 성진의 말대로 병사들부터 이해할 생각이었다.






그리고 이틀 뒤. 몬테 파브르 자작의 본대가 도착했다.


‘드디어 본격적인 시작이군.’


성진은 그들이 자리 잡는 위치부터 살폈다. 기본적으론 선발대 위치와 비슷했지만, 조금 더 후퇴한 모습이었다. 기습을 경계하는 것이다. 그는 그것만으로도 충분한 성과를 거뒀다고 생각했다.


‘공성 병기는 어디냐···’


다음으론 이번 영지전을 좌지우지할 공성 병기의 위치를 훑었다.


야트막한 언덕. 공성 병기를 세우면 조금 더 사거리가 길어질 만한 좋은 위치가 있었다.


몬테 자작의 병력은 당연하다는 듯이 그곳을 골랐고.


그걸 확인한 성진이 미소지었다.


그곳엔 그가 준비한 함정이 깔려 있었다.






*


닥트 성 앞에 도착한 몬테 파브르 자작은 분노를 감추지 못했다.


“대체 네놈들을 왜 데리고 있는지 이유를 모르겠다!”


커다란 막사. 가장 먼저 설치된 회의실에서 몇몇 가신과 봉신들이 두려움에 떨었다. 그들은 선발대를 보내, 진지 공사를 하자고 주장한 이들이었다.


즉, 성진이 성에서 나오지 않으리라 확인한 것이다.


그러나 그 결과는 참혹했다.


“피해가 집결되질 않아. 다시 돌아온 병사들이 1천도 안 된단 말이다!”


무려 1만. 병력의 1/8. 무시할 숫자가 아니었다. 그게 1천이 되버렸다. 그나마도 상처입은 데다가 겁을 잔뜩 먹은 상황. 몬테 자작은 그들의 목을 치고 싶었지만, 간신히 참아야 했다.


패주로 도망쳐온 병사를 죽이면 사기가 크게 떨어졌다. 그가 데려온 건 대부분 농민병이니, 겁을 먹고 도망칠 가능성도 높았다.


결국 치료라는 명분으로 이격시키는 게 전부였다. 그러나 단순히 부상병이 생겼다는 이유로 군 사기가 떨어지는 상황.


몬테 자작은 이 상황을 해결할 방법이 하나 밖에 없다고 생각했다.


“공성 무기 설치는 얼마나 진행됐나?”


“바리스타는 4일, 투석기는 일주일쯤 걸릴 예정입니다.”


“느려 터졌긴. 동방의 암살자 한테 연락은 왔나?”


“옙. 침입에 성공해서 대기중이라는 연락이 왔습니다. 성문을 부수면 기습하는 걸로 약속했습니다.”


“일단 성문을 부수긴 해야 한다는 소리군.”


무척 불만스러운 결과였지만, 어쩔 수 없었다. 특별한 작전이 없다면 최소한 성문은 깨야 했다. 시간 낭비. 그나마 다행인 것은 일방적으로 공격하는 걸 보며, 병사들의 사기를 올릴 수 있다는 점이었다.


“기술 공병에게 특식이라도 넣어줘라.”


“네!”


공성 병기 조립은 기술자만 가능했다. 그들을 닦달 해봐야 나올 게 없으니, 유화책으로 방향을 잡았다.


덕분에 기술 공병들은 맛난 음식으로 배를 채우고 열심히 움직였다.


“자자, 다들 신속 정확하게 움직인다! 우리가 기습 당하면 아군이 막아줄테니, 만드는 것에만 집중해!”


그들은 땀을 뻘뻘 흘리며 커다란 나무를 옮겼다. 사람 키보다 높은 나무를 놓는 장소엔 하얀색 꽃이 만개해 있었다.


“여긴 이상하게 힌꽃이 많이 폈네.”

“그러게. 이 근처에선 못 본 거 같은데.”

“알 게 뭐야. 꽃 좀 깔아뭉갠다고 죄책감 느끼냐?”

“그건 아니지. 다 죽는 것도 아니잖아. 하하하!”


“어머나. 다 죽진 않는다고 해도 그건 너무하네요.”


“···응?”


땅거미가 내리기 시작한 시간. 그러나 한시라도 빨리 만들기 위해, 불을 피워서라도 작업하려던 기술 공병들. 그들은 잡담을 나누다 끼어든 여성의 목소리에 고개를 기울였다.


“이봐 지금 무슨 소리 못 들···어? 자네, 코피가 나는데?”

“응? 좀 피곤했나? ···잠깐만. 자네도 코피가 나잖아?”


갑작스러운 일이었다. 공병들은 서로의 코에서 흐르는 피를 보며 새파랗게 질렸다. 한두명이라면야 피로라 할 수 있지만, 이렇게 많은 사람이 동시다발적으로 피를 흘린다면 당연히 문제가 있었다.


그런 그들의 생각에 쐐기를 박는 소리가 들렸다.


“꽃가루 독이랍니다. 원래 피가 오염돼서 안 쓰는 방식인데··· 그 나쁜 놈이··· 뿌득. ···협박하니 어쩔 수가 없네요.”


“이런··· 도망··· 쳐야···”


도주는 너무 늦었다. 중독된 지도 모른 채, 신나게 움직이던 기술 공병들은 제대로 소리도 못 지르고 쓰러졌다.


“아아, 아쉬워라. 이렇게 많은 피를 버려야 한다니. 어쩔 수 없죠. 그 나쁜 놈을··· 뿌득. 기대하는 수밖에···”


꽃의 정령. 아리드네에게 죽은 공병들이 발견된 건, 그로부터 15분 뒤의 일이었다.


작가의말

물건 다 뜯기고 노동력도 착취당하는 아리드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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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8 98. 6장로.(2) +1 19.07.23 210 7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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