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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얀서리
작품등록일 :
2019.04.01 17: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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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8.10 0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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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5.03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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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30. 자섬국 무사.

DUMMY

성진은 제 2기사단장을 살폈다.


-

이름 : 쿠어롱

배역 : 장애물 단역

나이 : 44세

육체 등급 : 3단 8급

신비 등급 : 2단 1급

숙련도 : 열정 검술(a), 정열적인 지휘(b), 열정의 힘을 하나로(b)

운명 : 몬테 자작을 죽이기 위해서 거치는 조연으로 주인공에게 살해당한다.

-


얼굴을 가리지 않는 투구라 상태창을 확인할 수 있었던 성진은, 그제야 상대가 누구인지 떠올렸다.


‘수문장 비슷한 역할을 하던 녀석이군.’


몬테 자작은 주인공 글론이 복수하는 첫 상대. 그 과정은 험난했다. 쿠어롱은 주인공의 앞길을 가로막는 적중에 하나였다.


나름에 강적. 성진은 성벽 위에서 준비했다.


“도련님, 제가···”


“가만히 있어.”


크레앙이 나서려는 걸 막았다. 그는 쿠어롱의 성질을 잘 알았다.


‘정면으로는. 그것도 부하와 함께 있는 상태에선 그를 막을 수 없다.’


[열정 검술]과 [열정의 힘을 하나로]라는 기술은 아주 독특한 특징이 있었다. 무슨 스포츠 만화의 주인공처럼 강한 상대를 만나면 점점 강해졌다. 휘하에 부하가 있다면 부하들도 같이 강해졌다.


물론 부작용도 있었다. 강적을 이기고 나면 그로기 상태에 빠지는 것이다. 그러나 그게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기사단이 죽고 나면 남은 건 농민병이 대부분이었다.


사기도 떨어진 그들은 움직이는 허수아비에 불과했다.


그 상황을 막을 수 있는 방법은 하나.


달칵. 달칵.


쿠어롱을 암습. 혹은 기습으로 실력 발휘하기도 전에 죽이는 것뿐이었다.


다행히 성진의 위치는 기습에 딱 좋았다.


‘크레앙 경은 하기 어렵다. 기사단장이 기습을 했다는 소문이 나면 여러모로 좋지 않아.’


정면으로 이길 수 없기에 기습했다. 그런 소문은 크레앙 본인에게도 불명예였으며, 기사단의 사기에 영향을 미칠 수 있었다.


그건 곤란했다. 기사단은 여차하면 성진이 빠져나갈 때, 써먹을 버팀목이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직접 달려나갈 준비를 했다. 갑옷을 벗고 몸을 숙였다. 다행히 난전에서 성진을 보고 있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후우.”


숨을 뱉고, 들이마신다. 마음의 각오가 다져졌을 때, 성진은 뛰었다.


“흡!”


기합은 없었다. 짧게 숨을 마신 소리는 전장의 소음에 뭍혔다. 무술은 진작에 발동시킨 뒤였다. 쿠어롱의 위치는 10m. 성진이 있던 성벽의 높이는 15m. 무술의 힘이 있다면 충분히 가능한 위치였다.


‘정확하게 착지를!’


월도를 역수로 쥐었다. 떨어지며 쿠어롱의 등 뒤를 정확히 노렸다. 갑옷 사이를 노리기엔 아직 성진의 실력을 부족했다. 다행히 병사의 갑옷이라 내구도는 높지 않았다.


꽈아앙!


“끄허억!?”


빠각!


충돌의 순간. 여러가지가 섞인 거대한 소리가 터졌다. 성진의 월도는 갑옷을 뚫고 쿠어롱의 몸을 꿰뚫었다. 월도의 끝이 바닥에 박혔다. 창대가 부러지며 성진이 굴렀고, 쿠어롱은 무릎 꿇었다.


“어?”

“이게··· 지금?”


주변이 침묵했다. 하늘에서 떨어진 습격은 모두를 혼란시켰다. 그게 사람이 노리고 한 일이라 더더욱 그러했다.


“···지금··· 무슨 일이···?”


너무 커다란 충격에 고통을 차단당한 쿠어롱은 자신의 가슴을 뚫고 나온 월도를 바라봤다. 그는 간신히 기습당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리고 더 이상 가망이 없다는 사실도.


“크···윽···”


굴러간 성진이 일어났다. 두 기사단 사이에 시선이 그에게 쏠렸다. 왼쪽 팔이 부러졌다. 오른 다리는 기괴하게 꺾여 있었다.


그러나 그는 일어섰고, 주변에 떨어져 있던 장검을 주웠다. 쩔뚝거리며 앞으로 나갔다.


지이이이익.


장검이 끌리며 소리가 퍼졌다.


‘더럽게 아프다.’


낙하의 충격은 팔다리가 하나씩 부러진 것만으로 끝나지 않았다. 그의 머릿속은 진창이 됐고, 배와 등을 부딪쳐 보이지 않는 곳도 엉망이었다.


당장 장검을 들고 걸어가는 것만으로도 끔찍한 고통이 느껴졌다.


그러나 그는 움직였다.


쿠어롱의 특징은 열혈. 불꽃처럼 죽기 전에 날뛸 수 있었다. 마무리가 필요했다.


지이이이이익.


성진이 쿠어롱의 앞에 도착했다.


월도 때문에 제대로 쓰러지지도 못한. 마치 장식물처럼 꽂혀 있던 쿠어롱이 고개를 들었다. 성진의 눈동자를 봤다.


시리도록 냉철한 시선. 어떻게든 자신을 죽이겠다는 의지가 담긴 모습에 쿠어롱은 겁을 먹었다.

어떤 강적이라도 굽히지 않았던 그가 처음으로 공포를 느꼈다.


마치 죽음의 신 앞에 서 있는 듯한 기분이었다.


“너···는··· 누구···”


부웅!


콰득!


툭···


쿠어롱의 목이 떨어졌다. 그것을 장검으로 찍어서 높이 들어올린 성진이 외쳤다.


“적장을, 물리쳤다-!”


칙묵을 깨는 외침. 사람들의 마음을 자극하는 소리. 가장 먼저 반응한 것은 기사들의 싸움을 보고 있던 농민병들이었다.


와아아아!


함성 소리. 성문으로 들어온 기사 단장의 목을. 그것도 기습해서 베었을 뿐이지만, 농민병에겐 아무래도 좋았다. 그냥 아군이 이겼다는 소리만으로도 충분했다.


사기가 높아진 병사들이 슬슬 기어나왔다. 뭉쳐서 침입한 기사들을 위협했다.


물론 그들의 무력으론 물리칠 순 없었다. 그러나 당황하게 만들순 있었다. 세튼 가의 1기사단에게 기회를 만들어 준 것이다.


“공격하라! 성문으로 몰아 붙이는 거다!”


“으오오!”


열기라는 특성과 강자에게 강한 무술의 특성 때문에, 고전의 면치 못하던 기사단이 적들을 몰아 붙였다. 그 사이 성진은 아픈 몸을 이끌고 성벽 위를 올랐다.


깃발을 꽂는 깃대에 장검 손잡이를 박았다.


쿠어롱의 목이 성벽 위에 걸렸다.


성진이 다시 한번 외쳤다.


“적장의 목을 베었다-!”


시선이 쏠렸다. 안쪽에서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몰랐던 성벽 위에서, 약간의 침묵이 흘렀다.


그리고 함성이 터졌다.


···우와아아아!


“이 자식들아! 늬들 대장 뒤졌다아!”

“성 안에서 뒤졌다! 니넨 성문 못 뚫었어!”

“올라와봐 이 개 같은 것들아!”


병사들의 사기가 올랐다. 욕설과 함께 적들의 대장이 죽었다며 외쳤다. 소리는 적군을 향해 퍼져나갔고 적들은 의문을 품었다.


‘정말로 못 뚫었다고?’

‘아니, 성문이 뚫렸는데 안에서 죽었어?’

‘뭐야? 이거 어떻게 돌아가는 건데?!’


전장에 혼란이 퍼진다. 그때를 맞춰 성진이 외쳤다.


“기름을 부어라!”


우랴앗!


촤아아악!


끄아아악!


아껴놨던 기름이 쏟아졌다. 각종 방법으로 성벽을 오르던 적들이 일거에 쓸렸다. 돌과는 달랐다. 부딪치고 튕기는 돌과 달리, 기름은 쏟아지는 경로를 다 익혀버렸다. 한주먹만 튀어도 고통이 심했다.


어느 정도 올라왔던 병사의 파도가 낮아졌다. 닥트의 병사들은 날로 사기가 올랐고, 몬테 자작군은 사기가 떨어졌다.


그리고 결국.


둥! 둥! 둥! 둥!


후퇴하라! 뒤로 물러서라!


퇴각 명령이 떨어졌다.


‘겨우 이겼나.’


와아아아!


승리의 함성을 지르는 성벽 위. 성진은 털썩 주저앉았다.


“도련님, 괜찮으십니까?!”


“별로 괜찮지 않군요.”


그는 정말로 기절 직전이었다.


‘판단 미스야. 다신 이딴 짓 하지 말아야지.’


나름에 단련된 육체와 무술의 강화로 버틸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뛰어내려 공격하는 건 미친 짓이었다. 성진은 앞으로 다시는 무모한 짓을 하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아, 이거 안 되겠네. 너무 졸리다.’


“크레앙 경···”


“말씀하십시오. 도련님.”


그는 눈꺼풀이 무거워지는 걸 느끼며 간신히 말했다.


“뒤처리를 부탁···”


그걸 끝으로 그는 기절했다.






*


몬테 자작군의 수뇌부는 침묵에 묻혀있었다. 몬테 자작을 포함해 가신들 중 어느 누구도 입을 열지 못했다.


“···피해가 어느 정도지?”


“···농민, 용병 혼합군이 5천에 훈련병 2천, 정예병 500정도가 중경상을 입었습니다. 기사는 2기사단이 21명 정도···”


“적은?”


“대략 3천 정도의 피해로 보입니다. 기사는 다섯 정도···”


기사를 뺀 병사 피해가 대락 2.5:1. 공성전의 결과 치곤 평범한 편이었다. 게다가 그 대부분이 혼합군이란 걸 생각하면 오히려 이득에 가까웠다.


문제는 그 병력이 여기서 소모될 게 아니었다는 점이다.


세튼 백작가를 먹기 위해선 몇몇 개의 도시가 더 있었고, 직할령은 닥트보다 더 크고 튼튼했다. 커다란 소모는 그곳에서 이뤄져야 했던 것이다.


막말로 이 피해 상태로 닥트 성을 점령했다 해도, 몬테 자작군이 손해였다.


뿌득.


움찔.


몬테 자작이 이를 가는 소리에 수뇌부가 몸을 떨었다. 이젠 어느 누구도 자작의 분노를 피할 수 없었다. 공성에 실패한데다가, 고급 병력을 잔뜩 잃었다.


싸그라 다 목이 잘려도 이상하지 않았다.


‘마음만 같아선 죄다 사형시키고 싶지만···’


안타깝게도 성질대론 할 수 없었다. 지휘관 한 둘이면 모를까, 전체를 갈아엎는 건 불가능했다.


대신 분노의 방향을 돌리기로 했다.


“자섬국의 암살자들은?”


“그것이··· 연락이 안되서···”


와장창!


책상이 뒤집혔다. 여태껏 그래도 냉정하게 분노했던 몬테 자작이 소리쳤다.


“그 머저리 같은 놈들이! 제대로 일처리도 안 했다고!? 대체 뭐하는 새끼들이야!”


수뇌부는 침묵했다. 그들 역시 자섬국의 무사들이 뭘 노리고 있는지 알 수가 없었다.






*


‘지금쯤 돼지가 난리 났겠군.’


닥트 성에 행상인으로 침입해 있던 자섬국의 무사. 망환은 대피소에서 입고리를 끌어 올렸다.


공성전 중에 그가 습격하지 않은 건 계획된 일이었다.


그는 2주 전의 일을 떠올렸다.


“돼지가 목표 하나를 추가했다.”


“뭡니까, 그게. 저희는 가이론 백작이란 놈을 죽이기 위해 나온 거라고요.”


“맞습니다, 대장. 본국도 원하는 걸 다 들어주진 말라 했잖습니까.”


갑작스럽게 날라온 요구에 파견된 무사들이 불만을 토로했다. 본국의 번영과 영광을 위해 움직였지만, 그들의 충성 대상은 몬테 자작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대장도 그것을 알았다. 그러나 그는 이 요청을 무시할 순 없다고 생각했다.


“당초 매수했던 닥트 성의 관리가 바뀐 것 같더군. 성을 뚫으려면 공성전이 필수라 한다.”


“하. 그거 잘 됐군요. 어차피 저희 목적은 공멸 아니었습니까?”


몬테 자작은 그들이 자신을 돕는다고 생각했다. 정확히는 반란을 일으키게끔 만든다고. 몬테 자작은 소국의 왕이 되고, 자섬국의 제국의 땅을 먹는, 양쪽이 윈윈하는 작전을 생각했다.


그러나 자섬국은 애초부터 몬테 자작을 적극적으로 지원할 생각이 없었다.


몬테 자작이 이상할 정도로 피해 없이 백작령을 먹으면, 뒷배를 의심할 게 뻔했다.


그는 영지전을 허가하는 원로원을 매수했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사실은 면밀한 조사가 나온 뒤에 허락된 거였다. 모자람 없는 세튼 백작가가 30년 가까이 평탄하게 크고 있으니, 한번 싸움 붙인 것이다.


그런 상황에 백작령이 밀린다? 당연히 의심할 만한 상황이었다.


자섬국의 무사들은 그런 걸 바라는 게 아니었다.


은밀한 혼란. 그것이 목적이었다.


그러니 몬테 자작의 실패는 신경쓸 게 못 된다고 생각했다.


그들의 대장만 빼고서.


“닥트 성이 매수 되지 않는다면 몬테 자작은 영지전에서 허무하게 질 가능성이 높다.”


나름 높은 위치에 있어서 정보가 많았던 대장은 부하들의 의견을 부정했다. 양 영지 사이에는 그 정도의 차이가 있었다.


“쳇. 그럼 도와야겠군요.”


“도와야지. 하지만 완벽하게 도울 필요는 없다.”


“그 소리는?”


“한 번은 방치해라. 몬테 자작의 병력도 한번은 꺾을 필요가 있다.”


“그럼 자작이 지지 않을까요?”


“그 균형을 맞추기 위해 가이론 백작을 죽이는 거다.”


“아하.”


10명의 자섬국 무사들은 고개를 끄덕였다. 대장은 그 중에 한명. 망환에게 말했다.


“망환. 자네가 닥트 성의 관리를 처리해라.”


“알겠습니다.”


그리고 공성전이 끝난 지금. 그는 조용히 관저를 향해 움직였다.


작가의말

현재 소제목의 숫자가 틀린 게 좀 있습니다; 공모전 때문에 수정이 안 돼서 내버려 두고 있습니다. 제한에 풀리면 수정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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