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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얀서리
작품등록일 :
2019.04.01 17:47
최근연재일 :
2019.08.10 0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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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5.17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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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42. 트롤.

DUMMY

사람에겐 무술이나 마법 같은 기술이 있듯이, 몬스터에겐 태어날 때부터 가지고 있는 천능(天能)이란 게 있었다.


천능은 똑같이 신비력을 바탕으로 발휘되는 기술이기에, 일반적인 물리법칙의 한계를 부수는 경우가 많았다.


트롤의 경우엔 보통 두 가지 천능이 있었다. 대식가(大食家)와 고속 회복(高速回復)이 그것이다.


그러나 다행스럽게도 그린 트롤은 고속 회복을 갖지 않은 최약체였다.


‘그것만 해도 충분히 할 만하다.’


상처가 누적되는 것과 누적되지 않는 건 어마어마한 차이다. 성진은 일부러 그 사실을 외쳤다.


“트롤은 멍청하다! 게다가 그린 트롤은 회복력도 없어! 손은 두 개에 행동은 굼뜨다! 정신만 차리면 맞을 리 없어!”


일부만 진짜였다.


‘쓸어내듯 팔을 휘두르면 피할 수 없다.’


지능이 떨어지긴 하지만, 없는 건 아니다. 일반적인 동물 수준은 되기에 육체를 응용할 줄은 알았다. 가끔은 나무를 뽑아 쓰니, 용병 중 몇몇은 반드시 죽는다.


D급 용병 둘은 그 사실을 알았다. 그러나 성진의 말로 인해 사람들의 떨림이 멈췄기에, 진실을 밝히지 않았다.


쿵! 쿵! 쿵!


땅이 울린다.


우지직! 우직!


중간중간 나무가 부러졌다.


모인 사람들의 긴장이 최고조에 달했을 때, 녀석이 나타났다.


쿠어엉!


“으어어···”

“이, 이게···”


녹색 피부. 사람은 거뜬히 밟아죽일 두꺼운 두 다리와 기다란 팔. 수십 명은 삼켜도 거뜬해 보이는 배. 일그러진 얼굴까지.


혐오스러운 생김새. 그러나 그 크기가 5m에 근육질이라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무시무시한 괴물이 되는 것이다.


끼아아아!


거기에 높은 고음. 피어가 더해지자, 사람들의 눈에는 10m. 아니, 20m가 넘는 재앙으로 보였다.


“도, 도망···”


“[달빛 아래 춤추어라!]”


사람들의 사기가 바닥으로 떨어졌을 때. 성진이 달려나갔다. 그는 무술을 쓰고, 있는 힘껏 발목 쪽을 베었다.


냐아아옹!


동시에 피온이 마법을 썼다. 성진의 등 뒤에 고양이 발이 나타나며, 같은 자리를 할퀴었다.


서걱! 샤악!


끄어엉!?


둘의 공격은 트롤에 상처를 입히는 데 성공했다. 녀석의 피부는 질기고 두터웠지만, 무술과 마법의 합동을 무시할 수준은 아니었다.


피가 흐르고 트롤이 괴성을 내질렀다. 동시에 용병들이 혼란에서 깨어났다.


‘녀석도 피가 흐른다···’

‘괴로워하고 있어···’

‘트롤··· 우리도 힘을 합치면 잡을 수 있을지도!’


“가, 가자! 우리도 할 수 있어!”

우오오!


용병과 호위가 달려들었다. 그들은 성진이 말해준 대로 넓게 퍼져서 트롤을 둘러쌌다. 살살 눈치를 보면서 날붙이로 위협했다.


끼아아아!


트롤이 다시 한번 피어를 내질렀지만, 움찔할 뿐. 더 이상 도망치는 사람은 없었다. 그사이 다시 한번 달려든 성진이 같은 자리를 베고 지나갔다.


꾸어어어!


“으아아! 피, 피해!”


콰앙!


분노를 참지 못한 트롤이 성진을 향해 팔을 채찍처럼 내리쳤다. 그러나 녀석의 커다란 몸집은 행동을 읽기 쉬웠고, 성진과 경로의 용병들은 재빠르게 피해냈다.


또한 반대편에 있던 사람들은 기회라는 듯 튀어 나갔다.


“죽어라!”

“찔러!”

“으아아아!”


푹! 푸푹! 촥!


끄어엉!?


트롤에게 큰 피해는 아니었다. 그들의 무기와 힘으론 가죽도 뚫기 어려웠다. 그러나 시선을 돌리기엔 충분했다.


끄어어어!


퍼걱!


“끄아악!?”


트롤이 괴성을 지르며 발길질을 했다. 그냥 반사적인 움직임일 뿐인데도, 걷어차인 사람이 온몸에 뼈가 부러지며 날아갔다. 즉사였다.


“적당히 하고 물러서! 댁들은 주공(主攻)이 아니야!”


트롤이 용병을 쫒으려 하자, 반전한 성진이 외쳤다.


용병과 호위는 어디까지나 성진이 공격할 수 있는 틈을 만들어 주는 역활이었다. 욕심을 부려선 안 됐다.


“흡!”


촤악!


꾸어엉?!


쿠웅!


성진의 두 번째 일격에 트롤이 무릎을 꿇었다. 힘줄에 상처가 생기며 힘이 풀린 것이다.


그러나 그 모습을 본 몇몇 용병들이 생각했다.


‘다리를 못 쓰게 된거 아니야?’

‘생각보다 약한데?’

‘지금 치면 되지 않나?’


경험도 부족하고 실력도 없으며, 장비까지 부실한데다가 욕심은 많은 E, F급 용병들. 그들의 머릿속에 기회라는 단어가 스쳐 지나갔다.


‘어쩌면···’


IF가 그들의 머릿속을 꽃밭으로 만든다. 이성과 욕망 사이. 기회와 어리석음 사이. 그들은 욕망에 지고, 어리석음을 택했다.


“으아아!”

“죽어라!”

“키히힉! 내 돈이다!”

“내가 트롤을!”


겨우 네 명. 그들은 기회라고 생각하며 나아갔다. 뭐, 기회라는 것 자체는 틀리지 않았다. 다만, 그들이 아닌 트롤의 기회였다는 점이 조금 틀렸을 뿐이었다.


성진은 그들의 멍청함에 감탄했다.


“생각이 가출한 놈들이냐!?”


꾸어어엉!


콰악!


“으헉?!”


트롤의 우악스러운 손이 용병 하나의 하반신을 붙잡았다. 그리곤 자리에서 일어나 휘둘렀다.


사람을.

몽둥이처럼.

바닥을 쓸듯이.


퍼퍼퍽!


소리가 울려 퍼졌다. 사람과 사람이 부딪히며 사람이 부서졌다. 피가 튀고 내장이 튀며, 꺾이고 부서져 파편을 날렸다.


네 명의 사람은 제대로 된 비명도 지르지 못한 채 사망했다.


크어.


트롤이 도구를 바라봤다. 하반신에 붙어 덜렁거리는 고기와 금속의 반죽. 피와 분뇨의 냄새가 뒤섞이며, 죽음의 향을 만들어낸다.


크어엉.


와직! 와드득!


그걸 씹었다. 상체와 하체가 뜯어지며, 남아있던 피마저 튀었다.


“···”

“···”

“···”

“···”


여태까진 무서워도 움직였던 사람들이 몸을 굳혔다. 충격적인 광경에 성진도 인상을 찌푸렸을 정도.


이 자리에 있는 사람들은 대형 몬스터의 진정한 공포를 깨달았다.


‘잘못하면 한 번에 몰살당한다.’


그것이 대형 몬스터의 진가.


단 한 번의 실수로 재수 없으면 수십 명이 죽어 나간다.


그 진실 앞에 모두가 겁먹었다.


그리고.


“으, 으아아···”


전의를 잃었다.


“으아아아아아!”


누군가가 무기를 버리고 도망쳤다. 한 명이 도망치니 두 명이 더 튀었고, 다시 네 명이 추가됐다.


집단이 순식간에 와해된다.


성진은 혀를 찼다.


‘잡을 수 없다.’


영지전 때와 상황이 달랐다. 성진이 목을 베며 소리쳐도 따라올 사람은 없었다. 오히려 그를 공격할 게 분명했다. 트롤을 상대하는 것보다, 성진을 죽이는 게 더 쉬울 테니까.


그리고 어차피 그가 죽이지 않아도 죽을 운명이었다.


휘잉!


퍽!


“커륵···”


도망가던 용병 하나가 쓰러졌다. 그의 등에 먹다만 사람이 틀어 박힌 것이다. 같이 도망가던 용병들이 경악했다. D급 용병인 플릅이 외쳤다.


“이 멍청이들아! 트롤은 도망치는 놈 먼저 사냥한단 말이다!”


그들은 뒤늦게 실수를 알았지만, 이미 늦었다.


“으아아아!”

“안돼에에!”

“살려줘어!”


크어어!


용병이 도망치고, 트롤은 그들을 때려 잡았다. 잡는 건 어렵지 않았다. 사람에게 위협이 될만한 돌덩이가 트롤에겐 조약돌만도 못 했다. 돌팔매를 못하면 모르겠지만, 경험이 많은지 백발백중이었다.


용병들이 순식간에 죽어 나갔다.


“지금이다! 모두 공격해!”


모두가 경악하는 사이에 성진이 외치면서 달려나갔다. 트롤의 습성. 도망치는 인간을 먼저 잡는 건, 약자만 잡아서 배를 채우려는 게 아니다. 한놈이라도 더 먹기 위해서였다.


즉, 트롤에게 벗어나려면 녀석을 죽여야 했다.


성진은 피온과 함께, 한 번 더 녀석의 발목을 노렸다.


서걱! 촤악!


꾸어엉!?


‘됐다!’


느낌이 왔다고 생각한 순간, 트롤이 휘청거렸다. 발목뼈까지 닿은 것이다. 제아무리 트롤이라 해도 상당한 타격이었다. 그러나 녀석은 쓰러지는 순간에도 돌팔매를 멈추지 않았다.


“이럴 순···”


퍼억!


결국 마지막 용병이 죽었다. 트롤은 그제야 성진에게 시선을 돌렸다.


“한방 더!”


냐오옹!


서걱! 촤악!


꾸어어어어!


뼈에까지 충격이 울리자, 트롤이 참았던 건 터트리듯 달려들었다. 아니, 온몸을 이용해 덮쳤다. 성진을 깔아뭉개려 한 것이다. 그러나 성진은 이미 그 패턴을 알고 있었다.


‘트롤의 특징. 한쪽 발이 무력화될 경우, 온몸을 이용해 적을 깔아뭉갠다.’


그가 만든 설정이었다. 모를 리 없었다. 한쪽 발이 완벽하게 망가진 건 아니지만, 쩔뚝거려야 하는 상황이니 대비한 것이다.


성진이 대지를 박찼다. 최대한 자세를 낮춰, 트롤의 옆구리로 빠져나왔다.


쿠우웅!


커다란 소리와 함께 대지가 울린다. 성진은 미소를 지으며 외쳤다.


“이걸 기다렸다고!”


그가 트롤의 몸 위로 올라탔다. 곧장 트롤이 일어섰지만, 성진이 조금 더 빨랐다.


위험한 부분이 몰려 있는 곳. 목덜미까지 도착한 것이다. 그는 월도를 있는 힘껏 휘둘렀다.


“흐아아압!”


냐아아옹!


서걱! 촤악!


월도와 고양이 발이 목덜미를 베어낸다. 그러나 성진은 손에 타고오는 감각에 눈살을 찌푸렸다.


‘얕았다.’


목적은 경동맥을 베는 거였다. 그러나 그의 일격은 겨우 피부를 베어내는 데 그쳤다. 트롤이 움직이면서 흔들린 것이다.


‘여기서 승부를 보지 않으면 일이 어려워진다.’


목덜미에 상처를 입은 트롤은 다시는 슬라이딩을 하지 않는다. 대형 몬스터라고 한들 죽음의 위기를 느끼기 때문이다.


그렇게 되면 성진은 5m의 괴물 죽이기 위해, 자기 머리보다 높은 곳을 공격해야 했다. 장기가 있는 배가 그 정도였다.


치명상을 내기 어려운 높이. 게다가 틀림없이 장기전이 벌어진다. 시선을 끌 호위가 전멸하면 그도 목숨을 장담할 수 없었다.


‘한 번 더 벤다.’


일어서는 트롤의 몸에 월도를 꽂아 넣은 성진이 근육을 팽창시켰다.


[야, 너 미쳤어?! 빨리 내려가야 해! 여기서 떨어지기만 해도 중상이라고!]


다급해진 피온이 외쳤다. 그러나 성진은 굳건히 매달렸다. 몸이 올라간다. 4.8m. 어깨에 매달렸기에, 나온 높이. 몸을 일으킨 트롤이 그를 발견했다.


우어어어어!


후우웅! 후우웅!


“젠장!?”


냐와아아아아앙?!


본능적으로 위험하다는 걸 느낀 트롤이 어깨를 흔들었다. 성진은 월도의 손잡이를 붙잡고 깃발처럼 나부꼈다. 그의 어깨에 매달려 있던 피온은 버티지 못하고 날아가 버렸다.


몇번을 흔들었을까. 돌연 트롤이 움직임을 멈췄다.


“가자아!”

“우와아아!”


그어?


발아래서 호위와 남은 용병들이 돌격한 것이다. 기회를 잡은 성진이 균형을 잡고 월도를 뽑았다.


‘가능할까?’


그는 목덜미의 상처를 보며 자신에게 질문했다.


좁고 흔들리는 땅. 언제 다시 발광할지 모르는 트롤. 얇은 상처라는 표적. 모든 것이 그를 압박한다.


‘해야 한다.’


성진은 입을 악다물었다. 지금이 아니면 기회가 없었다. 그의 지식과 함정을 이용하면 도망칠 수 있을지도 모르지만, 오드를 데려가긴 어려웠다.


반드시 무언가가 희생된다.


그에겐 썩 마음에 들지 않는 결과였다.


‘한번 넘었던 소재앙.’


월도를 단단히 잡았다.


‘두번 못 넘을 거 없다.’


발을 박찼다.


그러나 그의 예상대로 대지가 불안정했다. 트롤이 움직이지 않아도 물컹하다는 것 자체가 문제였다.


‘포기는 없어.’


그럼에도 멈추지 않았다.


몸 속의 신비력이 꿈틀댔다.


‘어떻게든 해낸다!’


그것은 어느새 성진의 발걸음처럼 움직이기 시작했다. 불편하고 어려운 길을 걸었다.


2단에 닿기 위한 마지막 조건. 필사적인 마음이 성진의 신비력을 움직이게 했다.


그리하여 신비력이 흐름을 만드는 순간.


그는 2단의 경지에 올랐다.


“[초승달엔 선을 긋으리라.]”


자연스럽게 튀어나온 말과 함께 그의 균형이 완벽해졌다. 불안정한 디딤대에서 상관 없이, 월도가 아름다운 호선을 그었다.


낮임에도 불구하고 그 궤적이 선명한 일격.


그것은 정확히 목덜미의 상처와 겹쳤고.


···푸화아아악!


경동맥을 끊어 냈다.


꾸어어어어어!?


발 밑을 신경쓰던 트롤이 발광했다. 목에서 느껴지는 통증에 당황한 녀석이 목덜미에 손을 가져다 댔다. 그러나 성진은 트롤의 몸을 타고 내려오는 중이었다.


‘몸에 균형이 자연스럽게 잡힌다.’


벽에 가까운 직각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부드럽게 내달려 착지했다. 그는 이것이 월하무법의 효과란 걸 눈치챘다.


‘2단이 확실히 다르긴 다르네.’


1단도 좋았지만, 2단부터는 확실히 초인적인 힘이 깃들었다. 세튼 백작가야, 그 특징이 힘이라서 두드러지지 않았지만, 성진은 이야기가 달랐다.


월하무법은 말 그대로 춤을 추는 듯한 무술. 의외성이 넘치는 동작을 펼치는 게 가장 큰 특징이었다.


그 부가적인 효과로 몸에 균형이 잘 잡힌 것이다.


꾸어! 끄어어어!


“피, 피해!”

“쓰러진다아아!”


쿠웅!


트롤은 엉덩방아를 찧었다. 경동맥에서 뿜어져 나오는 피가 몇 미터에 달했다. 출혈을 막기 위해 트롤이 손을 움직였지만, 의미가 없었다.


피는 계속 흘렀고, 녀석은 버둥댔으며, 이내 움직임을 멈췄다.


성진은 그런 녀석에게 다가가 목덜미를 다시 한번 찢어 놓으며 확인사살을 마쳤다.


그리고 외쳤다.


“우리가 이겼다아!”


와아아아!


그는 처음으로 대형 몬스터를 죽이는 데 성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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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4 94. 4황녀. +2 19.07.18 250 14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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