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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얀서리
작품등록일 :
2019.04.01 17: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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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7.20 1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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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5.30 1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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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2. 설정대로 흘러간다면 어떻게 되는가. (1)

DUMMY

자론드라 자작령은 숲이 많은 곳이다. 만티코어를 만났던 던전도 숲속에 있듯이, 영지의 40% 이상이 숲이었다.


자작령이 원래부터 이랬던 건 아니었다. 영지전의 패배로 좋은 땅을 잃은 거였다. 직할령이 영지의 한쪽으로 쏠려 있는 것도 마찬가지 이유에서다.


그 후, 후대는 이 좁은 영지에서 살아남기 위해, 특산품으로 산지를 이용한다. 나무를 베서 가구를 만든 것이다. 근 100년간의 지원 끝에 자론드라의 원목 가구는 인정받았다.


그러나 인간의 욕심은 끝이 없다고 하던가. 자론드라 가문의 8대손은 나름 먹고살 만한 부를 얻었음에도 불구하고, 더 큰 욕심을 부렸다.


“내가 멍청하게 불가능한 일을 가려는 게 아니야. 그냥 딱, 조상님이 헛짓해서 잃어버린 영지의 절반만 되찾겠다는 거지.”


40대의 마른 체형의 남자. 당대의 블런 자론드라는 와인잔을 기울였다. 햇빛과 만나 보석처럼 보이는 와인을 눈으로 음미했다.


“4대에 걸쳐 부를 축적하고 병사와 기사를 육성했습니다. 그 이상도 가능하실 겁니다.”


그런 그의 앞에 무릎을 꿇은 기사가 약간의 아부성 멘트를 뱉었다.


하지만 블런 자론드라는 그 말을 믿지 않았다. 영지를 빼앗은 상대방. 베킨 자작가는 만만한 상대가 아니었다. 자론드라 가문이 부와 무력을 축적할 동안, 베킨가도 성장한 것이다.


블런은 베킨가와의 전쟁이 쉽지 않으리라 생각했다.


그건 비단 그만의 생각이 아니었다. 영지전에 패배한 이후, 자론드라 자작가 전체가 베킨 자작가를 주목했다.


그렇게 알아낸 결과. 양측의 전력은 거의 대등.


땅도 빼앗긴 상황에서 대등한 수준으로 끌어 올린 자론드라 자작가의 역량은 대단했지만, 그게 한계였다.


승리를 노리기 위해선 그 이상의 것이 필요했다.


‘그걸 위해 2대를 준비했다.’


“비녹.”


“예, 영주님.”


그의 중얼거림에 기사의 옆에 있던 마법사가 답했다. 남색 로브에 지팡이를 쥔 60대 남성. 블런은 2대를 걸쳐 만들어온 결과물에 대해 물었다.


“병사들의 상황은 어떻지?”


“최소 다섯 명이 한몸처럼 움직일 수 있으며, 육체는 기사에 준하는 수준입니다.”


비녹. 자론드라 가문의 수석 마법사가 연구해낸 건 병사들의 정신을 하나로 묶는 마법이었다.


다섯 명이 생각을 공유하면 강력한 정병을 운영할 수 있으리라 생각한 것이다.


물론, 이 마법에는 문제가 많았다. 생각을 공유한다는 건 잡생각이나 부정적인 감정도 공유한다는 뜻이니까.


그러나 비녹은 그 단점을 해결해냈다.


무척 고무적인 성과였지만, 블런의 입장에선 조금 아쉬웠다.


“으음. 아직 무술을 쓰진 못하나?”


본래 자론드라 가문의 비원은 기사를 양산이기 때문이다. 너무나 커다란 욕심에 비녹은 고개를 숙였다.


“이 정도가 좋습니다. 수련자를 양성할 수 있게 되면 필히 황실이 눈에 띄게 됩니다. 아니, 다른 영지와 마탑에서도 주목할 것입니다.”


“어쩔 수 없지. 아직 그 정도의 힘은 없으니.”


힘이 부족하다는 건 언제나 문제였다. 그는 입맛을 다시며 말했다.


“그럼 완성된 군대를 실험해보지. 직할령 근처에 산적이 있다. 그들을 치도록. 레돈. 심어뒀던 기사에게 빠지도록 연락해라.”


“저, 그것이···”


명령에 방에 있던 기사. 레돈이 망설이며 입을 열었다.


“저도 안 지 얼마 안된 사실입니다만, 산적이 토벌당했다고···”


“뭣?”


블런은 이맛살을 찌푸렸다.


“기사 한 명에 정병 스무 명을 붙여놓은 이들이다! 대체 누가 토벌했단 말이냐!”


“살아 나온 병사에 의하면 상행이라고 합니다.”


“···지금 나랑 장난하는 건가? 아니면 요즘 상행은 엄청난 실력자라도 껴 있단 말이냐?”


그는 점점 기분이 나빠졌다. 자론드라 자작가는 가구로 유명했지만, 그 외에는 특징이 없었다.


특히 무력을 가진 실력자는 더더욱. 숲에 있는 몬스터는 귀찮고 까다롭지만 돈은 안 되기 때문이다.


“병사들의 말에 의하면 무술에 마법까지 쓰는 실력자라 합니다.”


“마검사라고? 그럼 더 헛소리겠군. 지들끼리 내분이라도 생긴 모양이야.”


황실의 청호(靑虎)기사단에서나 볼 수 있다는 마검사의 이야기에 더욱더 코웃음을 친 블런. 그러나 옆에 있던 비녹은 무시하지 못했다.


“영주님. 어쩌면 저희 연구가 새어 나갔을지도 모릅니다.”


바로 연구 때문이다.


“음? 방금 자네가 이 정도는 괜찮다지 않았나?”


“들키지 않을거란 이야기였습니다. 절대 왕정 체제를 꽉 쥔 현재의 황실이라면 정병을 빠르게 키울 수 있는 ‘정신 공명’도 견제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예. 청호 기사단에서 감찰이 나온 게 아닐까 싶습니다.”


집무실의 세 명의 표정이 심각해졌다. 정말로 황실의 감찰이라면 좋을 게 아무것도 없었다. 상인 가문인 만큼, 정신 공명 말고도 걸릴 게 많았던 것이다.


“···처리해야 하나?”


“쉽지도 않을뿐더러 뒤처리가···”


“뇌물은?”


“가능성은 있습니다만, 잘못하면 긁어 부스럼 생기는 게 아닐지···”


“어느 쪽이든 확실하게 결론 내릴 순 없다는 거군.”


블런은 생각에 잠겼다. 어떤 것이 가장 안전한 방법인지 생각했다. 결론은 금세 나왔다.


“다 써보지.”


“그 말씀은?”


그는 비녹과 레돈에게 계획을 설명했다. 레돈은 아무 생각 없이 그를 칭찬했고, 비녹은 조금 생각에 잠겼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보다 더 나은 방법은 없는 것 같습니다.”


“그럼 정해졌군.”


블런은 하녀를 불렀다.


“며칠 내로 손님이 올 것이다. 제대로 준비하라.”


그는 성진 일행을 대접하기로 했다.


*






자론드라 자작가의 직할령과 반나절 정도 떨어진 곳. 숙박 준비를 마친 성진 일행은 저녁을 먹고 옹기종기 모여 있었다.


“스승님. 이번엔 뭘 할건가요?”


간식거리로 육포를 씹으며 주변의 부러움을 사던 오드가 물었다. 이야기 거리가 떨어지니 아무거나 물어본 거였다.


“영주성에 쳐들어갈거야.”


툭.


그리고 충격적인 대답에 육포를 떨어트렸다. 다른 일행도 비슷한 반응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봉건제의 귀족이란 하늘과 같은 존재기 때문이다.


성진을 빼면 다 평민. 그나마 고양이 피온이 나았지만, 지식으로 귀족이란 신분의 위험을 잘 알았다.


영주성 침입은 장난스럽게 말할 수준이 아니었다.


[진짜냐?]


“진짜야.”


피온이 바닥에 쓴 문자에도 긍정하자, 끙끙 앓던 아닐라가 물었다.


“가야하는 이유가 있나요? 영주성이라면 보물이 있겠지만, 다른 사람걸 훔치는 건 별로···”


일행에서 가장 양심적인 사람의 발언. 그러나 성진은 걱정하지 않았다. 이번 일은 착한 사람이라도 동의할만한 것이기 때문이다.


“사람 가지고 실험을 하는 상대도 존중해야 합니까?”


이번 일의 비밀 중 하나를 폭로하자, 다시 한번 일행이 멍해졌다. 그중 가장 빨리 정신을 차린 피온이 꼬리로 글자를 썼다.


[강도는?]


“실험하다 죽은 사람만 수십명. 미친 사람도 수십명 있는데 ‘폐기 처분’ 당했어. 명실상부한 악당이지.”


인권이 미친 듯이 낮은 세계지만, 생명이 소중하다는 기본 윤리는 존재했다. 몬스터의 존재와 ‘인구=힘’이라는 법칙 때문에 오래전부터 전 대륙에 걸친 사상이었다.


물론 예외도 존재하지만, 그건 특수한 집단의 경우다. 일반인에겐 생명이란 소중한 거였다.


당연히 생명을 죽이는 실험이란 용서할 수 없는 불의에 속했다. 그것을 증명이라도 하듯, 아닐라는 입술을 씹었다.


“정말로 그렇다면 도둑질로 벌 줄 게 아니에요. 황실에 신고하던지 해야죠.”


“정론이지만 그래선 늦습니다. 황실의 조사는 그렇게 빠릿빠릿하지 못하거든요. 몇 달은 걸릴 테고, 그땐 이미 증거물을 감춘 뒤일 겁니다.”


[예언이 틀릴 가능성은?]


“···그러네. 그건 무시할 수 없겠어.”


성진은 피온이 쓴 글자에 동요했다. 예전 같으면 못 믿겠다며 밀어붙였겠지만, 만티코어 사건 이후로 그도 쉽게 장담할 수 없었다.


“조금은 정찰을 하자. 그 정도 시간은 있겠지.”


재앙을 부르는 자는 아직 이틀이 남은 상황. 사건이 벌어지는 건 들어가서 하루가 지난 다음이다. 여유가 있었다.


“예언이 뭔가요?”


일정에 관해 결정이 나자, 아닐라가 끼어들었다. 그녀는 아직 예언에 대해서 듣지 못한 상태였다.


“그건 스승님이···”


성진이 뭐라하기도 전에 오드가 입을 열었다. 그는 막을까 하다가 냅뒀다. 이젠 설정집을 100% 믿기 어려운 실정이다. 그냥 약간의 신끼가 있는 걸로 알아두는 게 앞으로의 여행에 편했다.


게다가 이런 비밀을 알려주는 게 동질감을 느끼기도 쉬웠다.


“비밀이니까 다른 사람들에겐 말하지 마세요.”


“물론이죠.”


작게 속삭인 아닐라가 키득거리며 웃었다. 예상대로 그녀의 기분은 굉장히 좋아진 상태였다.


‘이렇게 특이한 일행은 세상에 하나 뿐일거야!’


차오르는 욕구! 게다가 이번 대상은 악덕 영주성을 터는 것. 진짜 소설 속 주인공이라도 된 듯한 느낌에 심장이 콩닥콩닥 뛸 정도였다.


그 심정을 약간 읽어낸 성진은 속으로 안심했다. 이번에는 변수가 없길 빌며 저녁을 보냈다.


다음날. 상행은 마지막 거리를 채웠다.


“실례합니다. 도적을 잡은 사람이 누구십니까?”


직할령의 외성 입구. 병사들이 검문했다. 일상적인 것이라 편하게 기다리는데, 병사들이 움직였다.


아닐라의 활약으로 생포한 도적을 인도한 것이다. 동시에 활약한 사람을 불렀다.


“저희입니다.”


성진이 손을 드니 병사들이 다가와 신분을 확인했다. 모두 용병 신분증을 냈으며, 문제가 없는 걸 확인한 병사들이 고개를 숙였다.


“골치 아픈 산적들을 처리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저희가 토벌할라치면 귀신같이 도망가는 놈들이었죠.”


“운이 좋았을 뿐입니다.”


“어찌 됐든 큰 공적을 세우셨군요. 영주님의 포상이 있을 겁니다. 괜찮으시다면 머무를 곳을 알려주실 수 있으십니까?”


“···아직 어떤 여관이 있는지 몰라서.”


“그렇다면 ‘푸른 나무’란 숙소가 좋습니다.”


“그럼 그곳에 머물도록 하죠.”


“알겠습니다. 용맹과 금전의 축복이 있으시길 바랍니다.”


그는 순순히 머무를 숙소까지 알려줬다. 사실 감춘다 해서 감출 수 있는 게 아니었다. 일행이 눈에 띄는 편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영주의 포상도 궁금했다.


‘스토리와 비슷하게 흘러가는군.’


고난물엔 없었던 자론드라 자작가. 그러나 먼치킨 물에선 초반 성장에 도움을 주는 장소였다. 내용의 시작은 용사로서 여행을 떠난 주인공이 성에 초대받는 것으로 시작된다.


‘혹시 모르니 오늘 저녁은 조금 늦게 먹기로 할까.’


원래 숙소에 도착하면 씻고 밥을 먹는 게 보통 패턴이었던 성진 일행. 그러나 이번에는 씻은 다음 한 방에 모여 이야기를 나눴다.


내용은 정해져 있었다. 성에 들어간 다음에 할 일에 대해서였다.


“내 예언이 틀리지 않는다면 영주성에 식사 초대를 받을 거야.”


[잠깐. 나 질문있어.]


“뭔데?”


[난 거기서도 고양이 행세냐? 고양이 밥 먹어야해?]


“···고양이가 고양이 밥을 먹는 건 당연한 일이다!”


[쓸데 없이 기백 넣어서 말아지마! 안해! 안한다고! 새꺄, 먹으려면 같이 먹자!]


“하하핫! 깜냥이는 깜냥이 답게 생선 쪼가리나 먹으라고!”


고양이가 누워서 몸을 비틀며 땡깡을 부리고, 오드가 놀려대는 사소한 사건이 있었지만, 회의는 무난하게 이어졌다.


“만약 식사 시간에 어지간히 문제 생기지 않으면, 그대로 자고 가라는 말이 나와. 뭔가 부탁할 일이 있다는 듯한 뉘앙스를 풍기면서. 그리고 우린 저녁에 성을 조사할 거야.”


“성안을 돌아다닐 수 있을까요?”


“구경하고 싶다 하면 안내해 줄 겁니다. 오드하고 아닐라는 그 정도면 충분해요. 정말 중요한 정찰은.”


성진은 피온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이 녀석이 해줄 겁니다.”


[뭐냐? 받는 건 적고 하는 일은 많다고? 진짜 파업 한번 해주랴?]


“우리 집에서 배부르게 먹었던 걸 떠올려라.”


[젠장! 언제적 일을 생색내는 거야!]


하악!


“그래, 알았어. 지금 먹고 싶은 거 있으면 시켜줄게. 말해봐.”


[성에서 나오는 음식하고 여관 음식하고 걑냐! ···일단 양꼬치부터 시켜봐!]


그렇게 피온을 배불리 먹인 뒤.


똑똑.


“글론님. 영주님의 초대 건으로 찾아왔습니다.”


하인이 방문을 두드렸다.


작가의말

늦어서 죄송합니다. ㅜㅜ 다음 편은 오타 검수 후에 바로 올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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