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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얀서리
작품등록일 :
2019.04.01 17: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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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7.18 1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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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6.01 17: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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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54. 성으로 돌격.

DUMMY

“전군, 식사 준비!”


저벅! 저벅! 저벅! 저벅!


성진의 한마디에 500명의 병사가 움직였다. 그들은 각자 자리를 잡아 뚝딱뚝딱 밥 먹을 준비를 했다. 세세한 지휘가 없어도 남겨진 지식이 그걸 가능케 했다.


[이거 장난 아니네.]


그걸 지켜본 피온이 꼬리로 바닥을 탁탁 쳤다.


[단점이 많지만 마법사의 고질적인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단서야! ···진짜로 연구하고 싶은데.]


검은 고양이가 원하는 걸 성진도 잘 알았다.


“몸을 지켜줄 존재를 말하는 거지?”


[맞아! 마법사는 약점이 너무 많으니까.]


마법사의 고질적 문제인 근접전. 모든 마법사는 자신의 안전을 위해서라도 든든한 호위 병력을 필요로 했다. 물론 기사나 용병을 고용할 순 있지만, 마법사란 족속은 의심이 많았다. 가능하면 완벽하게 통제 가능한 호위 병력을 원했다.


피온이 눈을 반짝이는 이유도 같았다. 고양이란 특징 덕분에 위험할 일이 적지만, 결정적일 때는 성진에게 기대온 것이다.


입맛에 맞는 호위를 원할 수밖에 없었다.


“나중에 생길 거야.”


[뭐야? 그거 예언이냐?]


“···일단은.”


초롱초롱한 눈빛으로 성진을 바라보는 검은 고양이. 그러나 확답은 해줄 수 없었다. 이젠 설정에 있는 걸 확신하기 어려웠다.


피온도 그걸 느꼈는지 아쉬움에 입맛을 다셨다.


“자, 우리도 밥먹고 성으로 진격합시다.”


일행은 병사들이 만든 식사에 적당한 재료를 추가해서 평소처럼 식사를 마쳤다.


“으음··· 내가··· 왜 쓰러졌지···?”


식사가 끝나고 주변 정리까지 마무리 됐을 때 쯤. 레돈이 일어났다. 그를 상대하기 귀찮았던 성진이 다시 기절시키려는 찰나. 그가 빠르게 소리쳤다.


“잠시만 기다려 주십쇼! 이대로 기절할 순 없습니다! 진실! 진실을 알려 주십쇼!”


“말해줘도 안 믿을 거잖아. 그 비녹이란 마법사가 배신한다는 거 아직 못믿겠지?”


“비녹이··· 배신··· 윽··· 그는··· 배신할 사람이···”


“거봐. 그냥 자. 자고 일어나면 끝날 테니까.”


“배신··· 비녹이 배신··· 그래··· 그럴 수 있어··· 난 왜 그를 의심하지 않은 거지?”


“···이게 이렇게 빨리 풀린다고?”


레돈이 정신을 차리니, 성진이 당황스러울 정도였다. 세뇌가 모순이나 위화감에 약하지만, 장기간에 걸친 것은 깨지는데도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정신력이 좋은 거야, 아니면 기사가 저항력이 좋은 거야?’


세뇌는 고난물에 나오지 않는 기술이라 정확히 판단을 내릴 수 없었다. 그러나 어느 쪽이 됐든 성진에겐 유리했다. 그는 레돈에게 짤막한 설명을 하고 협조를 요청해 봤다.


“···그 말이 사실이라면 응당 해야 합니다. 아니. 하게 해 주십시오.”


최면에서 벗어난 레돈은 의무감이 투철한 사내였다. 사실 짐작할 수 있는 부분이었다. 최면에 걸린 상태로도 영지와 영주에 대한 충성심을 보였으니, 풀린 상태라면 말할 것도 없었다.


“좋습니다. 그럼 앞장서시죠. 명령 입력! 레돈의 말을 두 번째로 수행한다!”


그가 정신을 차렸으니, 다시 존중하는 말투로 돌아가 병사 500에 대한 명령권을 나눠줬다. 레돈의 명령을 듣지만, 성진의 권한이 위였다.


그렇게 성으로 돌아가는 길.

아닐라가 물었다.


“그런데 마법사는 왜 병력을 쉽게 지배할 수 있도록 뒀을까요?”


그녀의 질문은 주도권에 대한 이야기였다. 만약 마법사가 다른 사람의 명령을 못 듣게 한다면 성진의 발언이 통하지 않았을 거란 뜻.


“좋은 질문입니다.”


성진은 그녀를 칭찬하며 간단하게 답했다.


“그도 이런 방법이 있다는 건 모른 겁니다.”


“···네?”


“감정을 지워서 사람을 조종하는 건 쉽지 않은 일이죠. 여러모로 캥기는 부분도 많고요. 아마 이곳에서 처음 실험한 걸 겁니다.”


아마가 아니라 처음이었다. 설정상 이런 식의 최면 마법 사용은 이전에도 이후에도 없었다.


“그렇다보니 자료가 모자란거죠. 어떻게 해야 완벽하게 통제할 수 있는지 찾지 못한 겁니다.”


“···그, 저기. 질문하나 해도 되겠습니까?”


“글론이라 부르시면 됩니다.”


“글론··· 님은 그 사실을 어떻게 아신 겁니까?”


“다 아는 구석이 있죠.”


성진은 그 이상 말하지 않았다. 예언 능력이 만능에 가까운 변명이지만, 막 퍼트릴 만한 성질은 아니었다.


“레돈이다! 토벌을 끝내고 돌아왔으니 문을 열어라!”


“넵!”


성에 도착하자 앞장선 레돈이 외쳤다.


토벌을 끝냈다기엔 무척 빠른 시간. 그러나 병사는 순순히 문을 열었고, 아무런 저항 없이 통과했다.


그러나 내성은 쉽게 가지 않았다. 성문을 꽁꽁 닿은 채로, 문지기조차 성벽 위에 있었다.


“이놈들! 무슨 일로 내성 문을 잠근 것이냐! 당장 열어라!”


“···”

“···”


레돈이 성을 냈지만, 병사들은 반응이 없었다. 그는 최악의 상상을 떠올렸다.


“서, 설마, 영지의 병사를 모두 세뇌했단 말인가?!”


“···피온.”


냐아옹!


검은 고양이가 성벽에 자란 담쟁이 덩굴을 타고 올라갔다. 그는 병사의 눈을 확인하더니 쪼르르 내려와 고개를 끄덕였다.


세뇌당했다는 신호였다.


“아무래도 당한 사람이 더 있는 모양입니다.”


“그럴 수가···”


레돈은 황망한 표정으로 병사들을 쳐다봤다.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성안의 사람들이 자아를 잃고 인형이 됐다는 소리에 제정신을 차리지 못했다.


한편 성진은 이 상황에 대해 어느 정도 짐작하고 있었다.


‘시놉시스에도 있었지.’


시녹은 주의가 깊었다. 성공보다는 실패했을 때를 대비하는 타입이라 성에도 병력을 남겼다. 그의 예상대로라면 기사도 포함이다. 원작인 먼치킨물에 그렇게 표현했었다.


이상한 일은 아니었다. 몸이 약한 마법사가 최고의 호위를 몸에서 떼어 놓는 게 더 말이 안 되는 거니까.


문제는 이제 성안의 병력은 한마디가 통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명령 입력! 전 병력은 나. 글론 세튼의 발언을 최우선으로 실행한다!”


실험삼아 외쳐봤지만, 아니나 다를까 병사들의 눈동자엔 미동도 없었다. 원인은 간단했다. 마법을 통해서 500명의 병사들을 지켜보다가 약점을 파악한 것이다.


‘어쩔 수 없는 일이지.’


강력한 손패를 잃은 셈이지만, 쓰지 않았다면 500명의 병사를 상대로 살아남을 수 없었다.


성진은 아직도 멍해 있는 레돈을 잡아 세웠다.


“일어 나십시오. 저 성 안에 영주님이 있지 않습니까.”


“영주님··· 그래. 영주님이 안에 계셨지··· 하지만 안쪽의 인원이 전부 세뇌당했다면··· 안에 있는 기사단도···”


그의 얼굴이 펴지질 않았다. 원인을 알고 있는 성진이 위로했다.


“기사단은 괜찮을 겁니다. 아니면 나와서 기습하거나 성벽 위에 있겠죠. 대부분은 당신과 같은 상태일 겁니다. 이야기하면 정상으로 돌아올 수 있습니다.”


“그건··· 그렇군요. 그 말이 맞습니다. 단장이 기사단을 믿어야죠!”


레돈은 희망을 지팡이 삼아 일어섰다. 비록 충격에 비틀거리는 몸이었지만, 하겠다는 의지는 충만했다. 성진이 그를 부축했다.


“그럼 이제 성으로 들어가야 하는데, 좋은 방법이 있습니까?


“으음. 성에 특별한 뒷문은 없습니다. 비밀 통로는 비녹도 알고 있죠.”


“공성전을 해야겠군요. ···사다리 정도만 있어도 쉽게 이길 수 있을 겁니다.”


다행히 영지 전체가 비녹의 손에 들어간 건 아닌 상황. 사다리나 밧줄을 구하는 건 어렵지 않았다. 또한 공성전도 유리했다. 성벽의 병력은 고작해야 100명 안팎이기 때문이다.


성벽도 다 채우지 못할 수준. 비어있는 성벽은 수성의 의미가 크게 퇴색됐다.


“비녹은 어디있는 걸까요?”


“아마 성에 숨어 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렇다면··· 조심해야 합니다. 비밀 통로로 빠져나갈 계획을 세웠을지도 모릅니다.”


“그렇지 않아도 방어 병력을 보낼 겁니다. 아닐라 씨.”


“네?”


“피온과 병사 50명을 드리겠습니다. 출구에서 막아주세요.”


“제가요?”


“그게 가장 편할 겁니다.”


성진이 성벽 위를 손짓했다. 그게 무슨 뜻인지 아닐라는 금세 눈치챘다. 공성전에서 상대방을 제압하겠다는 건 불가능에 가까웠다.


그녀는 잠시 입술을 깨물며 고민하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지금은··· 그렇게 할게요.”


“그걸로 충분합니다.”


성진은 50명의 병사와 떠나는 아닐라를 지켜봤다.


‘다음 번엔 이런 일이 없을테니까.’


이번 전투에서 그녀는 사람을 죽일 것이다.






“전군 전진!”


저벅! 저벅! 저벅!


500명의 인원이 한몸처럼 움직였다. 공성전이 시작됐지만, 양측 다 조용하기 그지없었다. 세뇌된 사람들은 말을 할 필요가 거의 없었기 때문이다.


“젠장 일이 왜 이렇게 된거야!”


그 모습을 창문으로 보고 있던 비녹은 다급히 물품을 챙겼다. 그는 세뇌 마법으로 시골 영지를 차지하고 편하게 살려 했던 소인배. 당연히 필사적으로 이곳을 지킬 생각은 없었다.


“좋아. 출발해라 이것들아!”


그의 명령에 따라 네 명의 기사가 움직였다. 자론드라 자작가의 기사단은 하나로, 인원은 총 30명. 그 중 비녹이 세뇌에 성공한 건 겨우 네 명뿐이었다.


신뢰도를 높이는 수준의 최면은 이미 성 내에 전부 걸어놨다. 그러나 그들은 비녹과 함께 도망칠 생각이 없었으며, 위화감을 찌르면 곧장 무력화될 인원이었다.


믿을 수 있는 건 성벽을 지키는 100명의 병사와 네 명의 기사가 전부. 그러나 비녹은 이 정도면 충분하다고 생각했다.


‘강력한 호위가 있는 마법사는 최강이다!’


그는 자신의 마법을 믿고 비밀 통로로 향했다. 성벽의 인원이 시간을 끄는 동안 탈출하려는 게 목적이었다. 비록 레돈이 넘어갔으니 지키고 있겠지만, 그 정도는 돌파할 수 있으리라 믿었다.


기껏해야 레돈이 포함된 군사기 때문이다. 가장 요주의 인물인 성진은 병력을 지휘하는 걸 확인했다.


‘멍청한 놈. 지휘를 맡기지 않은 걸 후회할 거다.’


“그럼 영주님. 저는 가보겠습니다.”


“오오. 알겠네, 비녹. 적의 뒤통수를 날려주길 바라네.”


영주인 블런에겐 적의 뒤를 치겠다고 하며 비밀 통로를 쓰기로 했다. 세뇌에 걸린 블런은 아무런 의심 없이 집무실의 비밀 통로를 열어줬다. 비녹은 네 명의 기사를 먼저 보내며 마지막으로 당부했다.


“기사들은 곳곳에 숨어 있다가 일격에 적을 죽여야 합니다. 반드시 명심해 주십시오.”


“걱정하지 말게. 기사들에게 아주 단단히 일러줬으니!”


위화감을 찌르는 것도 시간이 필요하다. 그는 기사들이 숨어서 달려들면 피해를 주면서 시간을 끌 수 있으리라 생각했다. 적어도 성벽 위에 있다가 한꺼번에 무력화 되는 것보단 나았다.


‘이젠 어디로 가야 하나.’


비밀 통로를 빠져나가며 본래 그는 실력 좋은 떠돌이 마법사였다. 젊었을 땐 잘 돌아다녔지만, 이젠 60대. 여행은 힘들었다. 정착하고 싶은 마음만 가득했다.


‘근처의 영지로 숨어들자. 이 기사들을 호위로 써먹고, 부자를 세뇌해서 돈을 빼앗아야지. 그리고 젊고 예쁜 여자들을 마구 세뇌시키는거야!’


망상에 절은 뇌를 굴리는 동안 어느새 통로의 끝에 도달했다. 그의 예상대로 출구엔 지키는 병력이 있었다. 그것도 50명이나. 비녹은 절로 눈살을 찌푸렸다.


‘생각보다 많이 보냈군. 기사들 때문에 많이 못 보낼 줄 알았는데.’


그러나 못 이길 정도는 아니었다. 그는 씨익 입꼬리를 끌어 올렸다.


“나왔군요. 이 사건의 원흉!”


출구에서 진을 치고 있던 아닐라가 한발 앞으로 나왔다. 그녀를 본 비녹의 눈이 탐욕으로 번들거렸다.


“오호. 그래. 네가 있었지. 첫 여자로는 딱 좋겠군.”


그 시선이 뭔지 모를 정도로 아닐라는 순진하지 않았다. 그녀는 치밀어오르는 생리적 혐오를 느끼며 검을 뽑았다.


“닥쳐! 너 같은 녀석의 여자가 될 생각은 없어!”


그 말을 어떻게 해석했는지, 비녹이 아쉬운 한숨을 흘렸다.


“흐. 역시 같이 있던 놈이랑 연인 사이인 모양이군. 역시 마음에 안 드는 놈이야.”


“···”


냐하.


아닐라는 침묵했다. 비녹은 그걸 무시로 해석했지만, 곁에 있던 피온은 알 수 있었다. 이 순진한 아가씨가 부끄러워하고 있다는 걸. 이대로면 적이 공격할 때까지 기다려줄 거란 걸 깨달은 피온이 먼저 움직임을 개시했다.


냐옹! 냐아옹! 냐앙!


지옥 고양이. 그가 현재 쓸 수 있는 최고의 대인 기술이 발동됐다. 검은 마력과 그림자로 이뤄진 고양이가 솟아오르는 걸 보며 비녹이 소스라치게 놀랐다.


“마녀의 마법!? 네년 마녀의 후예구나!”


오해가 있었지만, 해결할 시간은 없었다. 비녹은 영창에 들어갔고, 그걸 막아야 했다. 아닐라는 검에 오러를 싣어 휘둘렀다. 네 명의 기사가 첫번째 구절을 외우며 그녀를 막아섰다.


츠컥!


‘됐다!’


아닐라의 검이 기사의 검을 베었다. 그것 두 자루나. 그녀는 그걸로 승부가 났다고 생각했다. 무기가 없어진 기사는 힘이 절반 이상 떨어지니까. 보통은 물러나거나 힘을 아끼며 무기를 강탈하려 했다.


그러나 세뇌당한 기사들은 달랐다.


푸욱!


“···아?”


기사 중 한명이 그녀의 검에 몸을 찔러 넣었다. 팔을 단단히 움켜쥐어 꼼짝 못하게 했다.


목숨을 버리는 전법. 보통 최후의 최후에나 쓸 법한 방법이 튀어나오고.


쉬익! 쉭!


두 자루의 검이 그녀를 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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