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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얀서리
작품등록일 :
2019.04.01 17: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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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6.04 1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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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7. 영주를 되돌리는 방법?

DUMMY

블런이 감정을 잃어버린 건 성진으로서도 의외의 상황이었다.


‘어제까지만 해도 가벼운 세뇌 수준이었는데.’


감정이 없어진 사람의 연기는 잘 티가 나지 않는다. 그러나 본인의 지식에 의존하는 만큼, 예상외의 상황이 벌어지면 쉽게 문제점을 보였다.


성진이 이곳에 온 것부터가 그들에겐 예방 밖인 상황. 그때 대응한 블런 자작은 문제가 없었다.


즉, 지금 문제가 생겼다는 소리다.


‘···짐작 가는 게 좀 있긴 한데···’


정신적인 충격이나 물리적인 충격. 그리고 함정까지. 몇 가지 방법이 그의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다. 하지만 모두 쓸모없는 일이었다. 이미 영주는 세뇌당했고, 이걸 해결할 방법은 하나였다.


“비녹을 잡아야 합니다. 감정을 잃은 지 얼마 안 됐다면 되돌릴 가능성이 있습니다.”


“그게 정말입니까?!”


벌떡 일어서는 레돈과 고개를 끄덕이는 성진. 설정에도 있는 거라 거침이 없었다. 레돈은 곧장 집무실 한구석으로 이동했다.


“분명 여기에···”


드르륵!


그가 몇 가지 물건을 만지자 비밀 통로가 열렸다. 비상시에 영주의 가족을 피난시키기 위함이었다. 성진은 병사들에게 잡아 온 기사와 영주를 잘 묶어두라 명한 뒤, 비밀 통로로 달려나갔다.


통로는 길었다. 최소한 내성 밖을 빠져나가야 하니 당연했다. 처음에 인공이었던 통로는 어느 순간부터 천연 동굴로 이어졌으며, 영주성 근처의 숲과 연결되어 있었다.


“···전투는 끝났나 보군요.”


바깥은 조용했다. 어느 쪽이 승리했든 전투를 끝났다는 소리. 성진과 레돈은 뛰쳐 나갔고, 쓰러진 비녹을 발견했다.


“이런.”


“안돼!”


레돈이 달려가 비녹의 상태를 살폈다. 그러나 그는 이미 숨이 끊어진 상태였다.


“으아아아아!”


비참한 비명을 지르는 레돈. 주변에서 상처를 치료하던 피온과 아닐라가 다가왔다.


“무슨 일인가요? 설마 다시 최면에 걸린건···”


“그건 아닙니다. 다만 문제가 좀 생겨서요. 비녹이 필요했는데···”


성진은 작게 혀를 찼다. 비녹이 필요한 건 비단 레돈만이 아니었다. 성진이 이곳에서 얻을 보상도 비녹이 만들어 내는 것이다. 그런데 그가 죽어버렸으니, 받을 방법이 없었다.


‘설정집에 상세한 레시피는 없을 텐데.’


먼치킨물은 그가 초창기에 만든 설정이었다. 그때는 많이 미숙해서 약물 레시피를 상세히 만들진 않았다. 알고 있는 건 대략적인 재료와 분량이 없는 제조법뿐. 아쉬운 상황이었다.


‘어쩔 수 없지. 일부러 붙잡으란 소리를 안 한 거니.’


생포하란 말을 하지 않은 건 혹시 모를 위험에 대비해서였다. 피온이라면 모를까, 아닐라는 생포란 말을 어떻게든 기키려 할 게 분명하기 때문이다.


때문에 아쉽긴 해도 레돈처럼 비참한 기분은 없었다.


“이제··· 이제 난 어떻게 해야 한단 말인가···”


하루아침에 모시던 주군이 인형으로 변했다. 휘하의 기사 단원은 전원 세뇌에 걸렸고 500명이 넘는 병사가 인형이 됐다. 일개 기사 단장에겐 너무나 큰 짐이었다.


“우선 비녹의 연구실 같은 곳을 뒤지는 게 어떻겠습니까? 자료가 남았을지도 모릅니다.”


“···알겠네.”


레돈은 몸을 일으키긴 했지만, 눈엔 희망이 없었다.


일행과 레돈은 비녹의 소지품을 들고 성으로 돌아갔다. 도중에 성진이 아닐라와 피온에게 사정을 설명했다.


“···어떻게 그런 일이.”


냐아옹.


영주에게 닥친 불행에 둘 다 안타까움을 금치 못했다. 비밀 통로를 걷는 일행 사이에 침묵이 돌았다. 그들은 레돈의 안내에 따라 비녹의 연구실로 향했다.


“많이··· 어지럽혀졌네요.”


아닐라의 첫 감상은 그랬다. 그러나 성진과 오드는 달랐다.


“급했나 보군. 제대로 챙기지 못한 게 보입니다.”


냐옹!


특히 피온은 제 방이라도 되는양, 여러 곳을 이리저리 쏘다니기 시작했다. 성진은 그의 조사를 위해 레돈에게 말했다.


“여길 조사하는데 시간이 걸릴 것 같습니다. 영주님을 보살펴 주시겠습니까?”


“···그러죠.”


그는 별 의심 없이 연구실을 내어줬다. 어차피 봐도 모르는 거, 신경 끌 모양이었다.


성진의 입장에선 다행스러웠다. 마탑이라도 불렀다간 문제가 복잡해 지니까.


또한 오드를 불러서 비밀 공간을 수색시켰다.


“전 그런거 찾을 줄 모르는데요?”


“너 재능있어.”


모든 능력이 기술로 나타나는 건 아니다. 일반적으로 따라할 수 없는 특별한 수준이 됐을때 기술로 표현된다. 오드는 유령 세트를 주력하는 캐릭터였지만, 암살자였다. 숨겨진 트릭을 발견하는 데 어느 정도 재능이 있었다.


성진이 그걸 확신하는 건 저번에 만티코어 던전을 발견한 게 오드였기 때문이다.


[흥! 전엔 요행이었을 뿐이야! 이번엔 내가 찾아주마!]


냐옹하며 다시금 쏘다니는 피온. 그러나 그가 찾을 확률은 희박해 보였다. 지금도 지나치다 보인 서류에 눈이 돌아갔기 때문. 성진은 피온이 보던 서류를 정리하며 말했다.


“넌 나랑 같이 마법이나 살펴보자.”


[쳇. 운이 좋았구나, 꼬맹아.]


“아, 저 깜냥이 진짜 거슬리네.”


“나도 도와줄까?”


“그럼 고맙죠. 누나는 위쪽을 조사해 주세요.”


둘로 분업하여 움직인다. 성진은 자료들을 모았고 피온은 그걸 정리했다. 정리된 건 총 세부류였는데, 세뇌, 감정 제거, 육체 강화였다.


그 중 피온은 세뇌와 감정 제거를 살폈고, 성진은 육체 강화를 맡았다.


육체 강화를 맡은 이유는 당연히 얻어야 할 정보가 거기 있기 때문이다.


‘슬슬 새로운 영약을 만들어야지.’


그가 초반에 만들었던 영약은 아직 좀 남아 있었다. 1단 5급이 넘어서면서 효율이 떨어서 먹는 걸 멈춘 탓이다. 대신 오드에게 줬다.


그리고 2단에 올라서면서 정체를 겪는 중이었다. 성장이 멈춘 건 아니지만, 마음에 들지 않았다.


부족한 부분을 채워줄 게 바로 비녹의 영약이다. 먼치킨 주인공이 먹고 급성장하는 굉장한 비약. 성진이 원한 건 그거였지만, 안타깝게도 서류는 미완성이었다.


‘어쩔 수 없지. 내가 부족한 부분을 채워볼까.’


그는 빠르게 미련을 털어냈다. 비녹이 죽어서 그런게 아니다. 먼치킨물과 세계관이 바뀌었으니, 영약도 효과가 달라지리라 예측한 것이다.


얼마나 다운그레이드 될지. 혹은 부작용이 생길지 알 수 없는 상황. 그럴바엔 차라리 새로 만들자는 게 성진의 생각이었다.


‘귀한 재료는 많이 있다.’


비녹의 소지품에 귀한 약재가 채워져 있었다. 비교적 구하기 쉬운 것들은 공방에 한가득. 도구도 다양했다.


‘내가 아는 레시피에 부족한 부분을 채운다.’


영약의 대략적인 제조법은 알았다. 그러나 상세한 방법은 모른다. 그 빈틈을 채울 수 있는 방법이 성진에겐 존재했다.


그는 설정집을 꺼내 들었다. 어느새 생성된 먼치킨물의 시놉시스에서 부족한 부분을 찾아냈다. 동시에 영주에 대한 설정도 보였다.


‘그러고 보니 이걸로 영주도 고칠 수 있겠구나.’


그러나 고쳐줄 생각은 없었다. 여러 가지 문제가 생기긴 했지만, 그는 원수보단 은인에 가까웠다. 비녹이란 마법사가 세뇌로 영지를 집어삼킬걸 막아줬다. 제대로 받은 것도 없는데 귀한 cp를 베풀 만큼 성진은 착하지 못했다.


그는 영약 부분만 자신이 생각하는 레시피로 바꿨다.


-새로운 설정을 확인.

-적합 판정에 들어갑니다.

-개연성 : 적합.

-밸런스 : 부적합.

-충돌 여부 : 있음

-최종 판정 : 부적합.


하지만 예상과 달리 수정에 실패했다. 내역을 확인하곤 혀를 찼다.


‘너무 강하다는 거군.’


성진은 결과물도 수정했다. 마치 무협처럼 한 번에 1갑자씩 내공을 얻는 영약에서 성장을 돕는 물건으로. 결과적으론 굉장한 다운그레이드였지만, 이게 최선이었다.


-새로운 설정을 확인.

-적합 판정에 들어갑니다.

-개연성 : 적합.

-밸런스 : 적합.

-충돌 여부 : 없음

-최종 판정 : 적합.

-포인트 상정 중···

-잔류 창작 포인트. 19cp.

-소모 예정 포인트 14cp.

-승인.


‘거지가 됐군.’


레시피가 완성된 걸 보며 한숨을 흘린다. 이전부터 머릿속에 떠돌았던 생각. 포인트 수급이 너무 더뎠다. 아니. 그래도 이 정도면 빨라진 편이었다. 구체적으론 2배. 오드가 합류했기 때문이다.


‘아무래도 피온의 스토리를 진행해야겠어.’


Cp는 비장의 무기였다. 또한 하고 싶은 실험도 많으니 채워 넣고 싶었다. 당장엔 전력 보충이 우선이라 다른 길로 갔지만, 이젠 슬슬 모아야 했다.


‘이 일이 끝나고 하운 공작령으로 가야겠군.’


성진은 약재를 찾아 들었다. 옆에 있던 피온의 눈동자가 동그래졌다.


[뭐야? 다 끝난 거야?]


“나한테 필요한 건 다 얻었어.”


[···이익! 제자한테 질까보냐! 볼일이 끝나기 전까지 해석을 완료하겠다!]


“열심히 해.”


세뇌 마법엔 별 관심이 없던 그는 가볍게 대꾸하며 약을 만들었다. 자른뒤 우려내고, 볶은 뒤 삶는다. 하나로 섞었다가 나눠서 다른 것과 합치고. 진하게 탕약을 우려내기도 했다.


다만 이번에는 건조 과정이 포함되서 하루에 만들 수 없었다.


[끝난거야?]


“말려야 해. 몇번은 더 해야 하니까, 일주일은 걸릴 거야.”


[충분하군!]


“핫. 뭐야. 일주일이나 걸리는 거냐?


자신감을 꼬리로 표현하던 피온은 오드의 말에 고개를 휙 돌렸다.


[뭐야, 꼬맹이. 넌 뭐 찾아낸 거 있냐?]


“물론이지!”


오드가 꺼낸 건 작은 항아리였다. 그 속엔 작은 크리스탈 조각이 잔뜩 들어 있었다.


“팔면 부자예요! 하하핫!”


눈에 황금이 떠오르는 듯한 오드. 오랜만에 캐릭터가 망가진 걸 본 성진. 어설프게 웃는 아닐라. 각자 반응하는 일행들 사이에서 피온이 외쳤다.


[야, 꼬맹이! 그거 내놔봐!]


“싫어! 내가 얻은 걸 왜 깜냥이한테 줘야 하는데?”


[장난치지 말고! 얼른!]


털을 빳빳하게 세우는 검은 고양이. 성진이 크리스탈 하나를 던져주며 물었다.


“이게 뭔데 그래?”


[···내가 읽으면서 확인한 건데, 감정 제거 마법은 진짜로 감정을 없애는 게 아니야.]


“···음?”


성진이 당황하며 피온이 탁탁 두드린 서류를 살폈다. 그곳에는 감정을 아예 없애는 건 불가능하며, 대신 못 느끼게 만드는 건 가능하다는 말이 적혀 있었다.


‘이건 내 설정과 다른데?’


신비력은 뭐든 할 수 있는 기적의 힘이다. 따라서 사람의 감정을 없애는 것도 가능하다는 게 그의 생각이었다. 성진은 곧장 설정집을 펼쳤다. 그리곤 맹점을 깨달았다.


먼치킨물에서 마법은 마나라는 자원을 쓰는 거였다.


‘그러고보니 먼치킨물은 가장 대중적인 설정을 많이 썼었지.’


그 설정이 섞이면서 비녹이 불가능하다고 판단하게 된듯 했다.


[여기서 감정을 못 느끼게 하는 가장 쉬운 방법은.]


“···영혼의 일부를 떼어다 넣는것.”


[바로 그거야!]


피온이 꼬리를 탁 내리쳤다. 아닐라가 잔뜩 들어 있는 크리스탈 조각을 보며 말했다.


“그럼 이 루비 조각이···”


[영혼의 일부가 들어간 걸거야. 그걸 돌려 놓을 수만 있다면.]


“사람들이 원래대로 돌아가겠군요!”


[정답! 어때, 이몸의 실력이!]


“쳇. 뭐야. 내가 아니었으면 알아내지도 못 했을 거면서.”


[아니거든! 다 읽었으면 다 이해해서 찾았을 거거든! 너 따윈 필요도 없었어, 마!]


다시금 싸우기 시작하는 피온과 오드. 그런 둘을 보던 아닐라가 나지막이 한마디를 던졌다.


“그럼 영주는요?”


[···엉?]


피온이 고개를 기울였다.


“영주는 비녹에게 영혼을 뺏긴 게 아니잖아요. 그럼 다른 방법으로 해결해야 하는 거 아닌가요?”


순수한 질문에 검은 고양이가 땀을 삐질 흘렸다. 성진의 말대로 가장 중요한 건 영주였다. 병사가 돌아와도 영주가 돌아오지 않으면 문제가 커졌다.


[그, 그냥 적당한 거로 써볼까?]


“그건 어떤 부작용이 있을지···”


“아니. 난 피온 말이 맞는 거 같아.”


성진이 크리스탈을 보며 끼어들었다. 세 쌍의 눈동자가 그를 향했다.


“영혼이라곤 하지만 결국 감정을 지배하는 부분에 손을 댄 거잖아? 사람이 달라도 들어간다면 문제가 없겠지.”


억지가 심한 이론이었다. 실제로 그도 문제가 많을 거란 판단을 내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결정을 내리는 건, 영주를 치료할 방법이 도무지 보이질 않기 때문이다.


‘적당히 하고 빠져야지. 이 정도면 할 만큼 했어.’


성진 일행은 최선을 다했다. 그리고 보상도 얻었다. 더 이상 이곳에 묶일 이유가 없는 것이다. 그렇기에 끝을 맺고자 거짓말을 했다.


“그렇지, 피온?”


그러면서 검은 고양이에게 동조를 바랐다. 피온은 속으로 고민했다.


‘분명 문제가 있을 거 같은데. 음. 근데 한번 보고 싶다.’


마음속으로 호기심과 양심이 싸웠다. 승리자는 호기심이었다.


[뭐, 이론적으로 따지면 그렇긴 하지.]


‘이론’이라는 마지막 보루를 대면서 성진의 의견에 동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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