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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얀서리
작품등록일 :
2019.04.01 17: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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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7.15 1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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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6.05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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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8. 편지.

DUMMY

양심 없는 결정이 내려진 후. 성진은 병사와 영주의 치료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그 소식을 들은 레돈은 엉엉 울며 기뻐했다.


피온과 성진의 양심이 아픈 광경이었다.


“그렇지만 바로 할 수 있는 건 아니니, 조금만 기다려 주십시오.”


“물론입니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정말 어린 아이처럼 울었기에 양심이 찔린 성진과 피온이 영약을 만들 때까지는 방법을 강구해봤다. 그러나 원작자인 비녹도 모를만한 예외적인 상태다. 겨우 일주일의 연구로는 어림도 없었다.


결국 다른 사람의 영혼으로 대체됐다.


그건 일반 병사도 사정이 같았다. 크리스탈이 있긴 했지만, 어느 게 누구 것인지 알 방도가 없었다. 부서지거나 일정 거리 이상 떨어지면 돌아오는 줄 알고 실험해 봤으나, 아무런 반응도 없었다.


딱 하나 있는 방법이라곤 보석을 피해자의 이마에 가져다 대는 것. 아주 쉬웠지만, 무작위로 섞이는 건 막을 수 없었다.


별다른 차도 없이 영약이 완성되는 날짜가 됐다. 성진은 완성작을 살폈다.


-

기적의 단환

전문가의 손이 닿지 않은 투박한 약이다. 레시피를 정확히 지켰지만, 제작자의 실력이 모자라 약효가 조금 떨어졌다.

기능 : 섭취(30일) - 육체 영양 보급. 신비력 흡수 강화.

완성도 : 조잡.

-


‘조잡해서 미안하다.’


제약에는 손재주도 필요한 법이다. 성진은 정확한 레시피와 재료를 가졌지만, 제약 솜씨는 조금 떨어졌다. 그냥 영양제 수준의 약을 만들었던 저번엔 그리 상관 없었지만, 효과 좋은 약을 만드니 영향이 간것이다.


‘더 좋은 건 만들지도 못하겠네.’


성진은 한 알을 삼키며 남은 걸 소중하게 보관했다.


다른 일행에건 주지 않았다. 아닐라는 부담스럽고, 오드는 실력이 안 됐다. 피온은 고양이라 제대로 섭취가 불가능했다.


“···그럼 슬슬 시작하자. 피온.”


[그래.]


영약을 확인한 성진이 크리스탈 항아리를 들고 나섰다. 이제 병사와 영주를 치료할 시간이었다.






“잘 부탁 드리겠습니다.”


레돈을 필두로 기사단과 소수의 하인들. 세 명이나 되는 블런의 아내와 더 많은 수의 자식들.


일주일의 시간. 모든걸 감추기엔 길었고, 레돈의 말재주는 썩 좋지 않았다. 영지에 퍼져나가는 건 막았지만, 성내에 퍼지는 건 막을 수 없었다.


그 결과가 이것. 세뇌에서 풀린 레돈과 기사단은 면목이 없다는 듯 무릎을 꿇었고, 세 명의 아내와 자식들이 몰려왔다.


사실 아내와 자식 중에는 블런이 치료되는 건 탐탁지 않은 사람도 있었다. 그러나 병사의 치료는 필요했고, 기사단이 희망의 끈을 놓지 않았다. 자기가 영지를 계승하겠다고 나서면 단체 반발이 튀어나올 게 뻔했으니, 대놓고 말하진 않았다.


다만, 성진에게 거래를 제안한 사람은 있었다. 물론 거절했다. 귀찮아질 게 눈에 선한데, 받아줄 리 없었다.


“그럼 치료를 시작하겠습니다.”


그는 문을 닫았다. 치료를 하기로 한 곳은 커다란 연회장. 500명 정도의 병사. 성에서 일하던 하인들. 그리고 영주 블런. 성진과 피온은 움직였다.


“우선 하인부터 하는 게 좋겠지?”


[뭐, 실패해도 가장 영향이 적지 않을까?]


그가 항아리의 작은 크리스탈 조각을 이마에 가져다 댄다. 그러자 실 끊어진 인형처럼 쓰러지는 하인. 놀란 성진이 맥을 확인했다.


“···문제는 없어 보이는데.”


[정확한 건 깨봐야 알겠지.]


“그렇긴 한데··· 그럴 순 없지.”


하나하나 확인하면서 실험할 수 없는 입장이다. 일단 죽지 않는다는 걸 알게 된 성진은 닥치는 대로 보석 조각을 가져다 댔다.


하인이 쓰러졌다. 병사들도 하나하나 몸을 뉘였다. 마지막으로 블런도 쓰러졌다. 커다란 연회장에 서 있는 사람이 하나도 없게 됐을 때.


성진이 물었다.


“피온. 우리 다 한거 맞지?”


[맞아.]


“···근데 보석이 왜 이렇게 많이 남냐?”


항아리를 쏟았다. 우수수 크리스탈 조각이 쏟아진다. 물론 세뇌된 사람 중에 많은 수가 희생당했으니, 남는 게 정상이다. 그러나 너무 많았다. 크리스탈 조각은 아무리 봐도 300개가 넘었다.


[다시 한번 계산해 봐! 300명이 넘게 죽었는지도 몰라!]


성진이 다급하게 숫자를 계산했다.


“공성전에서 양측 합해서 대략 100명 정도 희생자가 나왔어. 기사의 기습으로 50명 가량이 죽었고··· 피온 네 쪽에서 몇 명 죽었지. ···그럼 많이 쳐 줘봐야 200명인데.”


[···100개나 남는다고?]


숫자가 안 맞는다. 예상 밖의 상황에 당황하며 최대한 머리를 굴렸다. 그리곤 하나의 가능성을 떠올렸다.


“···피온.”


[···왜? 쓸데없는 소리 할 거면 원인을 찾아야···]


“실험에 쓰인 것도 섞인 거 아냐?”


[···실···험?]


피온이 더듬거리며 입을 열었다. 머릿속에서 서류가 떠오른다. 수많은 검증과 실험을 거친 데이터. 그게 하늘에서 뚝 떨어질 리 없었다. 모두 비녹이 알아낸 것이다.


그렇다면 실험에 쓰인 물건들은 어디 있을까.


사람이 사체야 세뇌된 영주에게 맡기더라도 크리스탈은?


실패작도 데이터 덩어리다. 만약 보관하다가 성공작과 한꺼번에 쓸어 담았다면?


[맙···소사.]


검은 고양이의 입이 떡 벌어졌다. 수염과 꼬리가 파들파들 떨리며 크리스탈 조각을 뒤졌다. 아니나 다를까, 조금 깨지거나 모양이 이상한 것이 섞여 있었다.


수많은 실패. 부족한 성공. 검증. 이러한 과정들을 거치며 만들어진 결과물이 한꺼번에 섞인 것이다.


피온과 성진이 서로 눈빛을 교환했다. 고양이와 사람의 관계지만, 지금 이 순간 둘의 심정은 같았다.


‘망했다.’


그것도 수습이 불가능한 형태로 망했다. 다시 영혼을 뗄 수도 없었고, 실패작이 어떤 영향을 미칠지도 몰랐다.


확실한 건 둘이 생각보다 더 심각한 사태가 벌어진다는 것.


“이, 일단 누구한테 실패작이 들어갔는지만 확인하자. 그거라도 수습할 수 있다면···”


[그, 그래! 치료가 안 맞는 특수 체질도 있는 법이지!]


10분 뒤. 둘은 쓰러진 영주 앞에서 좌절했다. 사용된 실패작은 10개. 그 중 하나가 하필이면 영주에게 쓰여진 것이다.


이젠 그 어떤 수습도 불가능했다.


“···도망칠 준비를 하자.”


[알았어. 오드하고 아닐라 한테는 내가 전할게.]


결국 다 때려 치고 도망가려는 찰나.


“으음···”


영주가 신음을 냈다.


“일어난다!?”


[잠깐, 이거 어떻게 해야 하는 거야!?]


둘이 우왕좌왕하는 사이, 영주가 일어나 주변을 둘러봤다. 아직 다른 사람들은 깨어날 기미가 안 보이는 상태. 그는 성진과 피온을 보며 고개를 숙였다.


“졸아서 죄송합니다. 명령을 내려주십시오. 주인님.”


성진과 피온은 이 상황을 이해하지 못했다.


“누가 주인이야?”


“당신께서 주인입니다.”


“내가? 너의?”


“예.”


그는 검은 고양이에게 속삭였다.


“이게 어떻게 된 일이야? 왜 날 주인으로 부르는 거야?”


[차근차근 생각해보자. 일단 영주한테 들어간 게 실패작이지?]


“그렇지. 날 주인으로 부르고.”


[그럼 실험체로 노예를 쓴 게 아닐까?]


“···가능성 있네.”


노예의 자식은 노예다. 어렸을 때부터 노예로 길러진 경우, 노예 생활이 아니면 살 수 없는 사람이 있었다. 그런 사람을 실험에 썼다는 게 피온의 추측이었다.


“아니 잠깐만. 그럼 영주의 기억이랑 충돌해야 하는 거 아냐? 날 주인으로 받아들이는 건 또 뭐야?”


[기억은 나도 모르지. 주인은··· 네가 마지막에 명령 입력이라 말해서 그런 걸지도?]


“끄응··· 결국 정확히 알 수 있는 건 없는 건가.”


둘은 꼿꼿한 자세로 성진만 바라보는 블런 영주에게 눈길을 줬다.


[···그럼 이제 어떻게 할 거야?]


“···이런 상황에서 방법은 하나뿐이잖아.”


성진이 입을 열었다.


“명령이다. 너는 이제부터 블런 영주가 되어 살아가라.”


노예의 영혼이 들어간 블런을 영주로 세웠다.






“은인을 위하여!”


“위하여!”


사람들이 잔뜩 누워 있었던 연회장. 그곳은 지금 본래의 역활을 되찾아, 성진 일행이 대접받고 있었다.


“영주님··· 크흑··· 정말 다행입니다. 정말 다행입니다···”


“나 때문에 고생이 많았네.”


중요한 역활은 성진 일행이 다 했지만, 참석자는 많았다. 블런 영주를 시작으로 가족들과 기사단까지. 병사들은 바깥에서 바베큐 파티를 벌이는 중이었다.


이렇게 된 이유는 간단했다. 블런와 병사들이 깨어나고 한바탕 난리통이 벌어졌기 때문이다.


기사들은 울면서 불충이라며 죽겠다고 난리를 치고, 병사들은 그냥 엎드려서 목숨만 구걸했다. 부인과 아내는 남편을 시험하며 눈치를 살폈다.


거기에 성진 일행을 은인이라며 부추기는 사람들까지. 개판이 따로 없었다.


그렇기에 블런이 상황을 정리하고자 연회를 열었다.


모두가 잘못 한 일이니, 그저 무사히 돌아온 현 상황을 축하하자는 게 그 뜻이었다.


성진은 능숙하게 대처하는 블런을 보며 만족스럽게 고개를 끄덕였다.


‘일이 잘풀려서 다행이야.’


그는 한시간 전에 일을 떠올렸다. 블런에게 명령했을 때. 노예 블런은 완벽하게 흉내를 냈다.


“···이게 어떻게 된 일이지? 내가 왜 연회실에 있는 건가?”


어리둥절한 표정. 그는 잠시 생각하는 표정을 짓더니, 이내 성진에게 달려들었다.


“그래! 기억났어! 자네! 황실의 개! 그리고 배신자!”


놀랍도록 생동감 넘치는 모습이었다. 기억에 의지할 수 없는 돌발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위화감이 없었다.


감정이 없는 병사와 달랐다.


완벽한 연기였다.


여러 가지 행운이 겹쳐서 벌어진 기적이었다.


단번에 골치 아픈 일이 사라졌다. 아니, 오히려 큰 이득을 얻었다.


‘블런을 연기할 정도로 기억을 다루면서, 내 명령에 복종한다니···’


노예 블런의 행동은 어디까지나 연기였다. 성진에게 명령을 듣는다면 곧장 복종했다.


간접적으로 자론드라 영지를 다스릴 수 있다는 소리. 비록 물려주면 사라진다지만, 다스리는 건 다스리는 거였다.


‘세튼 가에 좋은 가구나 넣어달라고 해야겠어.’


다만 성진은 영지를 다스릴 생각이 없었다. 그냥 소소한 이득이나 얻으려는 게 전부였다. 따라서 노예 블런에게 명령한 것도 별거 없었다.


세튼 백작가와 친밀함을 유지해라.


딱 그렇게 말했을 뿐. 더 이상의 명령은 하지 않았다.


그것이 어떤 영향을 줄진 아직 아무도 모를 일이었다.






연회는 이틀 동안 벌어졌다. 신나게 즐긴 성진 일행은 환대를 받으며 성을 나왔다.


그리곤 다음 목적지로 가기 위해, 용병 길드에 들렸을 때.


성진이 편지를 받았다.


“누구한테 온거에요?”


“글세.”


편지에는 발신자가 없었다. 성진이 뜯어보니 편지지 뒷면에 숫자가 보였다.


127.


발신자가 누군지 명확했다.


“···아닐라 씨, 의뢰 좀 찾아 주실래요?”


“아, 네. 오드, 피온. 같이가요.”


“옙, 누님!”


냐옹.


가벼운 신호에 빠지는 세 사람. 성진은 길드 한구석으로 이동해서 편지를 살폈다. 그곳엔 딱 세 문장이 적혀 있었다.


[프롱, 플레나 남매가 납치 당함.]

[가이론 백작이 있었을 때 벌어진 일. 상대방은 실력자.]

[운 좋게 추적에 성공함. 현재 하운 공작령으로 향하는 중.]


그는 편지를 구겼다. 프롱, 플레나 남매에겐 미안하지만, 이건 기회였다.


□에 대해 알 수 있는 기회.


‘마침 행선지도 딱 좋군.’


피온의 스토리를 진행하기 위해 갈려던 장소다. 마침 납치범이 가는 중이니, 같이 해결하면 될 일이다.


다만 일말의 불안감이 있었다.


‘···아버지가 있는 데도 납치에 성공했다라.’


상대는 암살자로 추정되지만, 엄청난 실력자일 가능성도 존재했다. 암살자가 아닌데도 달인을 속였다면 성진의 무력으론 어림도 없다는 뜻.


보험이 필요했다.


‘반지를 각성시켜 봐야겠어.’


그는 손에 끼워진 ‘피의 권리’를 만지작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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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8 78. 경매. 19.06.28 210 9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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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6 76. 타락. +4 19.06.26 243 11 11쪽
75 75. 대면. +2 19.06.26 224 9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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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7 67. 피온의 스토리 +2 19.06.15 319 13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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