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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얀서리
작품등록일 :
2019.04.01 17: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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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7.22 18: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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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6.12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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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쪽

64. 죽음.

DUMMY

성진은 레이 소드에 눈을 떼지 못했다. 달인급일 수도 있다고 예측은 했지만, 실제로 보는 건 느낌이 다르다.


게다가 그의 실력으론 레이 소드를 막을 수 없다. 무기를 맞대는 순간 통째로 베여 나가기에, 한 치도 눈을 떼지 못했다.


동시에 조금이라도 시간을 끌어보고자 입을 열었다.


“파탄의 원인? 그게 뭐지?”


“네가 알 것 없다.”


도무지 말이 안 통하는 상황. 그러나 계속 시도할 필요가 있었다. 그에게 이 싸움은 아무런 도움이 안 됐다.


“난 이 반지의 원래 주인과 동료야!”


“헛소리. 몸에서 떼지 말라고 신신당부한 물건이다. 훔쳤거나 강탈했겠지. 그 정도로 속일 수 있을 거 같으냐!”


성진은 아닐라와 관계를 설명해 보려 했지만, 한마디로 정리할 게 못 됐다. 결국 그가 말문을 멈춘 사이 남자가 달려들었다.


“죽어라.”


“웃기지마아!”


성진이 몸을 비틀었다. 그것만으론 부족해서 월도를 휘둘렀다. 초승달을 닮은 칼날은 레이 소드와 닿으면서 두부처럼 썰렸다.


그리고 왼쪽 팔로 향했다.


푸른 빛의 덩어리로 만들어진 검이 어깨를 파고들어 간다. 몸을 옆으로 빼던 관성이 적용되며 조금 어슷하게 썰려 나간다.


스윽. 툭.


팔이 잘려나갔다. 다행이었다. 조금만 더 속도가 빨랐어도, 심장과 옆구리까지 찢어질 판이었으니. 옆으로 몸을 뺀, 성진이 충격을 받은 듯 비틀거렸다.


아니. 사실 충격은 없었다. 반대로 무게에 적응하지 못 했을 뿐이다. 너무나도 자연스럽던 팔이 날아가며 균형을 잃은 것이다.


정작 그는 팔이 잘려나갔다는 인식도 없었다.


통증이 없었던 탓이다. 그저 자신이 있던 자리에 덩그러니 떨어진 팔을 봤을 뿐. 너무나도 자연스러워서 퍼즐 한조각을 떼어낸 것 같았다.


“···커헉?!”


그러나 그것은 유예에 불과했다. 곧 비어버린 어깨에선 피가 분수처럼 쏟아졌다. 피의 권리가 있어서 당장 죽진 않았지만, 시간 문제였다.


‘어떻게든··· 피해야···’


성진은 출구를 향해 달렸다. 근처에 깔린 함정으로 시간을 벌어볼 셈이었다. 물론 쓸모없는 발악이었다. 남자는 마법에도 능했다. 그러나 그 사실을 떠올리지 못할 만큼 상태가 안 좋았다.


게다가 입구로 나가지도 못했다.


“끝이다.”


푸욱!


“크···헉···”


균형을 잡지 못해 비틀대던 성진. 그의 등 뒤에 검을 꽂는다. 노린 위치는 정확히 심장. 칼날이 반대편으로 빠져나왔다.


완벽한 관통.

죽음에 이르는 상처.


이미 한번 느꼈던 주마등이 스친다. 어둠으로 떨어지던 공포가 되살아난다. 성진은 죽고 싶지 않았다. 그러나 육체는 의지와 달리 서서히 활동을 정지했다.


심장이 멈춘다. 당연히 혈액의 흐름이 멎었다. 각종 장기로 가던 산소와 에너지 공급이 멈추며, 연료가 떨어진 기계처럼 가동을 중단한다.


“아빠?”


눈이 감기며 의식이 흐려지는 가운데 작은 소리가 들렸지만, 더 이상 상관없었다. 그는 망자(亡者)였다.


그렇게 성진. 글론 세튼은 죽었다.






*


성진을 제외한 다른 일행은 천천히 저택에 잠입했다. 문을 박차는 큰 소리를 신호 삼아, 오러 소드로 창문 틈을 썰었다.


끼익.


냐옹.


적의 기습을 대비해 피온이 먼저 들어갔다. 냐옹 거리는 울음소리로 이상이 없다는 걸 알려줬다. 아닐라가 뒤따라 침입하며, 오드가 마지막에 들어와 사다리를 끌어당겼다.


[좋아. 방 하나씩 수색하자.]


아직 성진이 진입한 1층에선 별다른 소리가 들리지 않은 상황. 그들은 약간의 긴장감만 유지하며 앞으로 나갔다.


자물쇠를 아닐라가 따고, 피온이 고개를 들이밀어 정찰하는 무적의 방식. 그들은 빠르지도 느리지도 않게 수색을 이어갔다.


펑! 펑! 파지직!


방을 몇개 수색했을 무렵. 1층에서 소리가 들렸다. 마법 물품이 발동하는 걸 알아챈 피온은 별 생각없이 진두 지휘를 이어나갔다.


그리곤 얼마나 지났을까. 2층 한구석을 거의 수색했을 때. 문뜩 마법 물품 쓰는 소리가 없어졌다는 걸 깨달았다.


‘전투 중인가?’


피온은 성진에 대해 어느 정도 안다. 모르는 곳을 수색할 땐 철저하게 조심한다는 걸. 돈이 없는 입장도 아니니, 비싼 마법 물품을 팍팍 쓰면서 안전에 주의했다.


그런 그가 마법 물품을 쓰지 않는다는 건, 둘 중 하나였다.


목표를 발견해서 처리했거나 전투 중이거나.


‘살짝 가봐야 하나.’


아직 2층 한구석도 수색이 끝나지 않은 상황. 피온은 성진을 도와야 하는지, 수색을 이어가야 하는지 망설였다.


‘···뭐, 괜찮겠지. 나보다도 강하니까.’


그는 성진을 믿었다. 자신보다 월등히 강한 적을 몇번이나 죽인 남자였다. 믿음의 증거로는 충분했다.


그리고 한쪽 구석의 수색이 끝난 뒤.

자연스럽게 지나치게 된 로비의 장면을 보며 지독하게 후회했다.


‘이게 뭐야?’


1층 로비. 입구 근처. 두 남자가 있었다. 한 사람은 성진. 글론 세튼이었으며, 왼쪽 팔이 잘린 채로 검에 꿰뚫렸다.


다른 한 사람은 그들을 추적하던 납치법. 갈색이 도는 검은 머리의 남자였다.


그 둘의 모습을 보곤 피온의 사고가 멈췄다.


글론 세튼이 죽었다.


그 사실이 지독한 농담 같았다.


그는 자신이 본 것을 확인하기 위해 1층으로 뛰어 내렸다. 성진의 시체를 향해 달렸다.


“아빠?”


아닐라가 뭐라고 중얼거렸지만 듣지 못했다.


그의 머릿속엔 온통 성진 생각뿐이었다.


“아닐라?”


퓨슉!


남자의 검이 뽑힌다. 성진의 시체가 기울어졌다.

쿵, 하는 소리가 하늘이 무너지는 듯하다. 위치는 피온의 정면. 검은 고양이는 시체의 얼굴을 확인했다.


곱상한 느낌의 잘 생긴 소년. 예언가라며 소개한 것치곤 어딘가 허술한 점도 많았던 동료. 이 세계에 떨어지고 7년만에 만난 지구를 아는 사람.


그랬던 사람이 시체가 됐다.


입가엔 피가.

눈알은 돌아간 채로.

왼팔은 한구석에서 뒹굴며.

심장엔 구멍이 났다.


피가 흘러 검은 고양이의 발치에 한가득 묻었다. 끈적하며 쇠냄새를 풍기는 붉은 액체가 마치 끝을 알 수 없는 늪 같았다.


그는 성진의 얼굴을 알아보기 어려웠다. 죽은 시체는 많이 봤지만, 가깝게 지낸 사람이 죽은 건 이번이 처음이었다. 죽음으로 얼룩진 시체는 기억과 많이 달랐다.


그러나 성진의 시체라는.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을 받아들인 순간.


새하얀 분노가 머릿속을 가득 채웠다.


냐아아아앙!


고양이 울음소리와 함께 지옥 고양이가 올라 온다. 작은 고양이 따위 신경도 쓰지 않던 남자가 흠칫하며 시선을 돌렸다.


그가 검을 들어 올렸다. 레이 소드가 선명하게 맺힌다. 보호가 부족한 마법사란, 전사 앞에서 촛불만도 못하다. 남자가 피온을 베어버리려는 순간.


날카로운 외침이 들렸다.


“안돼애애!”


“···?”


남자가 멈췄다. 지옥 고양이를 피하듯 뒤로 물러섰다. 아닐라가 로비를 달렸다. 그녀가 다가간 곳은 부친의 품이 아닌 성진의 시체였다.


“안돼, 안돼··· 이제 시작이었는데··· 그것도 하필이면 아빠한테··· 어떻게 이럴 수가···”


머릿속이 어지럽다. 아닐라는 이 상황을 받아들일 수 없었다. 납치범이라는 적은 자신의 부친이며, 방금까지만 해도 이야기를 나눴던 동료를 죽였다.


무엇이 진실이고 어떻게 된건지 설명이 필요했지만, 아무도 그녀에게 알려주지 않았다.


유일하게 모든 진실을 아는 사람. 성진은 말을 하지 못한다.


그렇기에 아닐라는 원초적인 의문을 토했다.


“왜···”


부친을 바라본다. 다양한 의문이 포함된 질문. 남자는 자기가 아는 대로 답했다.


“그놈이 반지를 꼈단다.”


그것으로 모든 의문이 해소되기라도 하는 양. 그러나 희망 사항과 반대로 역린을 건드리는 답변이었다.


“내가 준 거야!”


사정은 조금 달랐지만, 그렇게 일축했다. 결과적으로 틀린 말은 아니었다. 아닐라는 반지를 되찾을 생각이 없어졌으니까. 동시에 후회했다. 자신이 성진을 죽인 거 같아서.


“내가 준 거라고!”


“아니, 그런···”


남자는 한발짝 물러섰다. 절대 떼어놓지 말라고 당부한 물건이었다. 그걸 선물했다는 말에 충격 받았다.


머릿속에 한 장면이 스쳐 지나간다. 뜬금없이 동료라고 외치던 성진의 모습.


‘그게 진짜였나.’


그는 눈살을 찌푸렸다. 그러나 이내 표정을 풀었다.


죽인건 실수다. 그렇지만 그리 나쁜 상황은 아니라고 생각했다.


‘어차피 여행 따위 할 시간은 없다.’


노인이 정보를 퍼트리면 성령왕국의 추격이 시작된다. 가족 전부가 대피해야 하는 상황.


왜 아닐라가 여기 있으며, 동료를 만들어 여행까지 떠났는진 모르겠지만, 만났으니 최악의 상황은 면했다.


“딸아. 집으로 돌아가자.”


“싫어! 내가 왜 집으로 가야해!”


“···추격이 시작될거다. 안전한 곳으로 피해야 해.”


“가려면 아빠 혼자가!”


“아닐라. 도망치지 않으면 위험해.”


성진의 시체를 끌어안고 눈물을 흘리던 아닐라의 몸이 덜컥 멈췄다.


“···하.”


그녀는 비웃음을 흘렸다. 여태껏 눈도 제대로 마주치지 않았던 부친을 보며 말했다.


“아빠랑 있는 것보다 위험할까.”


“그게 무슨···”


“납치범에 살인자인 아빠 곁보다 위험할 게 어딧냐고!”


이번엔 남자의 몸이 덜컥 멈췄다. 납치범. 살인자. 어느 것 하나 틀리지 않다. 인권이 낙후된 세상에서 드문 일은 아니라지만, 변명할 거리는 못 됐다.


하물며 아닐라에게 지구와 비슷한 수준의 도덕 관념을 가르친 건 바로 그였다.


분노와 혐오. 질책과 비난의 눈초리가 날아든다.


부모의 입장에서 이보다 더 마음 아픈 일은 없다. 자신의 마음을 몰라주는 딸에게 한바탕 소리라도 치고 싶었다.


그러나 그걸 멈춘 것 또한 부모의 마음이다. 그는 아닐라를 사랑했고, 당장 부인과 함께 도망가야 했다.


그렇기에 어떤 부정이나 대답도 없이 딸에게 손을 뻗었다.


“집으로 가자, 아닐라.”


“손 치워!”


탁!


날카로운 외침과 함께 손을 쳐내는 아닐라. 울컥하는 마음이 남자의 목 끝까지 튀어나왔다. 말을 잘 듣는 딸이었는데. 불만을 해도 결국에 따라줬는데. 그는 어쩌다가 딸이 이렇게 됐는지 궁금했다.


그러자 그녀가 안고 있는 시체가 보였다.


‘아아. 저것이로군. 저것이 내 딸을 변하게 했다.’


갈 곳을 잃은 분노가 시체로 향한다. 그러나 그는 이미 죽었다. 그러니 자연스럽게 다음 대상으로 움직였다.


피온. 마법을 쓰는 고양이. 남자는 검은 고양이도 아닐라의 동료라는 걸 깨달았다.


동시에 자신의 딸을 꼬신 패거리란 것도.


‘용서할 수 없다.’


그는 검을 들었다. 푸른 빛을 발하는 레이 소드가 흉흉한 기세를 내뿜는다. 자신을 노린다는 걸 깨달은 피온이 지옥 고양이를 움직였다. 그는 멍하니 있었던 게 아니다. 계속 마법을 축척했다.


냐옹. 냐아앙. 냥. 이야옹. 하아악! 캬아!


수십을 넘어 수백에 달한 지옥 고양이가 남자를 둘러싼다. 평소 피온의 한계를 넘어선 수치. 동시에 아닐라도 검을 뽑았다. 그녀는 성진을 두고 갈 수 없었다. 부친을 용서할 수 없었다.


[갈기갈기 찢어버리겠어!]


캬아옹!


시작은 피온이었다. 사방을 둘러싸던 지옥 고양이가 남자를 향해 달려들었다.


그는 재빨리 레이 소드를 휘둘렀지만, 연기를 베듯 스치는 걸 보며 살짝 놀랐다.


그러나 딱 거기까지. 여태껏 몇 번이나 위기를 극복했던 방법을 떠올렸다.


콰직.


“대지 창벽!”


레이 소드를 땅에 박아 넣는다. 대지로 흘러 들어간 신비력이 형태를 바꾸며 마법으로 변했다. 남자의 사방에서 대지의 창이 솟아오르며 고양이들을 꿰뚫었다.


아닐라의 상위호환. 마검사인 그는 오러 소드를 마법으로 돌릴 수 있었다. 마법사의 약점인 캐스팅을 획기적으로 줄이는 것이다. 그 대가로 위력을 맞췄지만, 지금과 같은 상황엔 무척 유용했다.


“흐아앗!”


그러나 어찌 됐든 검을 땅에 박고 레이 소드를 풀은 건 부정할 수 없다. 그 틈을 알고 있던 아닐라가 돌격했다. 대지의 창을 베며 살심(殺心)을 품었다.


그 눈동자를 보며 남자가 살짝 동요했다. 사람도 죽여본 적 없는 딸. 그러나 그녀는 어느새 전사가 되어 있었다. 절대 그런 방향으로 키우고 싶지 않았던 부친은 분노와 각오로 얼룩졌다.


카앙!


검과 검이 부딪친다. 양쪽 다 오러 소드였지만, 아닐라가 밀렸다. 수준의 차이는 어쩔 수 없는 벽이었다.


그건 아닐라도 알았고.


여태껏 숨어 있던 오드도 알았다.


“[두 날개를 펼치어라!]”


어떤 기합성도 없이 남자의 뒤를 점거한 오드. 처음엔 난간에 숨고, 다음엔 지옥 고양이들 사이를 파고 들어 기척을 감췄다. 기술이 없어도 씨끄러운 환경이 소년을 가려준 것.


기다리고 기다리던 소년은 자신의 본능이 말하는 대로 최적의 타이밍에 움직였다.


그러나 부족했다.


경험과 능력 모두.


기술이 없는 소년은 막판에 들킬 수 밖에 없었다. 남자는 아닐라의 검을 막으며 발을 뻗었다.


퍼억!


뿌드득!


“끄학?!”


“오드!”


가슴팍이 함몰됐다. 난생 처음 받아본 끔찍한 충격에 소년은 정신을 잃으며 날아갔다. 피온이 마무리를 못하게 마법을 썼다.


냐아···


퍼걱! 파바박!


캑?!


하지만 영창이 끝나기도 전에 돌 파편이 날아들었다. 대지의 창을 부수며 날린 파편이었다. 남자는 아닐라의 검을 쳐내며 고양이에게 달려들었다.


“피온, 안 돼!”


처절한 외침. 남자도 그걸 들었지만 아랑곳하지 않는다. 그는 파편을 맞고 뒹구는 고양이를 향해 검을 휘둘렀다.


카앙!


“···뭣?”


그러나 목적을 이루지 못했다.


“하아아···”


금발의 귀공자.


성진이 남자의 검을 쳐냈다.


작가의말

박살 난 가정. 어라. 근데 이거 어디서 많이 본 구도... 아, 고급시계!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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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9 89. 기습 계획. +1 19.07.11 158 8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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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2 82. 오드의 활약상 +3 19.07.03 212 8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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