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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얀서리
작품등록일 :
2019.04.01 17:47
최근연재일 :
2019.07.20 1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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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6.20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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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71. 성녀의 일정.

DUMMY

닥트 성에 돌아온 성진은 많은 사람에게 환대받았다. 병사들은 물론이고 주민들까지 그를 알아봤다.


덕분에 놀란 건 오드와 아닐라였다.


“원래 귀족이 이 정도로 환대받는 건가?”


“에이. 그건 아니죠. 누나, 우리 귀족 몇 번 봤잖아요. 오히려 반대죠. 무서우니까요.”


보통 귀족은 공포의 대상이다. 그 영지를 다스리는 귀족의 경우, 즉결 처형권을 가진다. 그것도 특별한 제한 없이. 지나가다가 마음에 안 드는 사람이 보이면 처형할 권한이 있다는 것이다.


물론, 이건 영주만이 가진 특권이다. 세튼 백작가에서는 가이론 백작만이 가능한 일.


그러나 성진처럼 직계인 경우에도 두려워하는 경우가 많다. 언제 그 사람이 영주가 될지 모르니까.


게다가 그 외에도 모독죄라던지 각종 강력한 권한이 몰려 있었다.


그렇기에 보통 주민은 귀족을 두려워한다. 나름 괜찮은 귀족들이라도 퍼레이드를 하지 않는 한, 환호를 받진 않았다.


성진은 무척 특별한 경우였다.


공성전 때, 휴식을 위해 저택을 개방한 적이 있기 때문이다. 동시에 같이 먹고 잔 적도 있었다.


어지간해서는 하지 않는 행동. 패배해도 포로로 잡힐 가능성이 매우 높은 귀족이니, 체통을 지키는 경우가 많았던 것이다.


작은 행동이었지만, 그런 부분이 성의 주민과 병사들에게 인기를 끌었다.


그 결과가 이것. 성진이 가는 길은 어느새 주민들로 가득 찼다. 그들이 바치는 물건들로 호위하던 병사들의 손이 무거워졌다.


그런 모습을 보며 오드와 아닐라는 묘한 감상을 품을 수 밖에 없었다.


‘스승님은 내가 아는 귀족이 아닌 거 같아. 하긴, 귀족이 자 같은 놈을 제자로 들이고 같이 여행한 것부터가 평범한건 아니니. 계속 따라 붙어야지. 얻어 먹을 게 있을 거야.’


‘아빠는 귀족과 연관되지 말라 했지만··· 그는 달라. 줄곧 들어왔던 귀족들과는 다른 사람이야. 믿어도 되. 동료니까.’


그들은 주민들의 환호를 헤치며 저택에 도착했다. 그곳엔 그의 남동생. 그리온이 마중나와 있었다.


“기다렸습니다. 형님.”


“수고했다. 동생아.”


“하고 싶은 이야기가 많지만, 장소가 좋지 않습니다. 저녁 식사 때 이야기 하는 게 어떻겠습니까?”


“그러자. 나도 할 말이 많다.”


해후의 기쁨을 나누고 싶었지만, 주변에 보는 눈을 생각하여 가벼운 포옹으로 마무리 지었다. 그리곤 일행과 함께 저택에 들어갔다.


“으아아~! 피오온! 너무 걱정했어어!”


냐아앙!?


저택에 들어가자마자 피온이 애밀리에게 납치당했다. 껴안고 얼굴을 부비는 행동에 검은 고양이가 도움을 요청했다. 그러나 성진은 시선을 돌렸다. 으례 그렇듯, 피온을 제물로 바치지 않으면 아닐라가 주변을 맴돌며 귀찮게 하기 때문이다.


“오셨습니까. 도련님.”


다음으로 말을 건 것은 집사 솔드였다. 그의 뒤에서 젝이 함께 고개를 숙였다.


“오랜만이군. 집사. 잘 지냈나?”


“마음의 고생이 있었지만, 몸은 건강합니다.”


“집사 다운 말이군.”


집사가 편하게 있을 순 없었다. 가이론 백작, 동생 그리온, 프롱, 플레나 남매 납치 사건 등. 굵직굵직한 일들이 넘쳤으니까. 그러나 시종 된 입장에서 건강을 챙기는 건 기본. 유능한 집사라면 속으론 앓으면서 몸은 건강해야 맞았다.


“그런데 젝은 왜 데리고 온 거야?”


암살자 127호. 이젠 행정관 젝이 된 그가 집사와 함께 서 있을 이유는 없었다. 행정관들은 바깥에서 그리온과 함께 마중 나왔다. 원래라면 젝도 거기 있어야 할 터.


그러자 집사가 허리를 숙였다.


“도련님의 허락을 받지 않아서 죄송합니다. 그를 제 후계자로 삼았습니다.”


“음? 정말인가, 젝?”


“예. 부족하나마 솔드님의 눈에 들었습니다.”


“유능한 인재입니다. 제 나이가 있다보니, 가만 둘 수 없었습니다.”


“그러고 보니 내가 집사 나이를 생각 못 했군. 본인이 괜찮다면 나도 상관 없네.”


“감사합니다!”


“성실히 일하겠습니다.”


고개를 숙이는 젝과 성진의 눈빛이 마주쳤다. 만족하냐는 질문에 젝은 조용히 눈동자를 내렸다. 긍정적인 신호로 받아들인 그는, 말한대로 반대하지 않았다.


객관적으로 봤을 때도 나쁘지 않다. 암살자 출신인 젝은 유능하고, 집사는 행정관 보다 조금 높다. 여차할 때 영지일을 맡았다. 나중에 성진이 닥트 성을 떠날 때도 젝은 데리고 가기 쉬웠다.


성진이 집사에게 로브를 넘겼다. 다른 일행에게도 하녀가 달라붙어 로브를 받아들였다. 집사 솔드의 눈이 그들을 훑었다.


“방은 두 개면 되겠습니까?”


“부탁하지.”


일행의 방으로 알아들은 성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오드가 살짝 그의 소매를 잡았다.


“저기, 스승님, 저는 스승님이랑 같이 있으면 안 될까요?”


“딱 하루 지나면 그런 생각 안 들 거다.”


스승이란 한마디에 벌써 주변 사람들의 눈빛이 바뀌었다. 범상치 않은 외모의 아닐라야 그렇다 치더라도, 오드는 어떻게 대접해야 할지 기준이 잡히지 않은 탓이다.


그러나 그의 발언으로 기준이 정해졌다. 성진의 무력은 저택 하인이라면 누구나 알았다. 제자라면 최소 기사. 상황까지 따져보면 양자로 취급해도 과하지 않았다.


편안한 생활이 보증된 셈. 성진은 살며시 끌려가는 오드에게 손짓해줬다.


“방으로 모실까요?”


“그전에 씻을 거야.”


“알겠습니다. 영애께서는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아, 저는 그··· 일단 방에 들를게요.”


“그녀들이 안내해드릴 겁니다.”


아닐라와도 헤어진 성진. 목욕한 뒤에는 곧장 그리온와 저녁 식사를 했다.


“내 일행은?”


“다른 방에서 식사하게 했습니다. 할 이야기가 민감해서.”


“괜찮아. 그게 당연한 거지.”


정치적으로 예민한 이야기는 아는 사람이 적을수록 좋았다. 시중드는 하녀가 없는 것만해도 나올 이야기의 경중은 충분히 알았다.


“내가 없는 동안에 문제가 많았나?”


“사실 아직 커다란 문제가 터지진 않았습니다. 프롱, 플레나 남매가 납치당한 게 가장 컷죠. 그 일로 아버지가 자존심 많이 상했습니다.”


“상심이 크겠군.”


“그렇진 않습니다. 실력이 부족하다며 수련에 들어갔죠.”


“···그것 참 아버지 답달까···”


스테이크를 한조각 썰어 먹으며 피식 미소를 흘렸다. 와인으로 목을 축이며 물었다.


“중요한 일은?”


“황실에서 초대장을 보내왔습니다.”


“···초대장?”


성진이 인상을 구겼다. 황실의 관심을 피해서 가문을 나선 거였는데, 다시 황실 이야기가 나온 것이다. 께름찍 했다.


“마중을 오는 건가?”


“아뇨. 그냥 초대장입니다.”


“그럼 문제 없을 거 같은데.”


“여동생한테 온겁니다.”


“···개수작을 부리는 군.”


남자가 둘이나 있는 가문. 아직 성인식은 치루지 않았어도 사교계에 대뷔는 했다. 그런데 고작 10살 난 딸을 초대하는 건 뻔한 이유였다.


“여동생 쪽을 끌어들일 모양입니다. 아카데미 초대장도 함께 왔더군요.”


“목표를 잡았군.”


아카데미는 10~12살의 어린 귀족만 간다. 황실에 대한 충성심을 집어넣는 작업이며, 인질로 잡고 유력한 귀족과 연을 맺는 장소다.


백작가에서는 이미 성진. 글론 세튼이 갔었다. 장남은 법적으로 정해진 일이다. 그러니 여동생을 보낼 필요는 없었다. 어디까지나 법을 따지면.


초청장을 무시하면 황실이 경계할 게 분명했다.


“본인 의견은.”


“아주 좋아 죽습니다. 정치 같은 거 모를 나이니, 친구 사귈 생각만 가득하죠.”


“그나마 다행이군.”


여동생을 안 보낼 순 없었다. 그것은 그리온도 동감이었다. 이미 확정된 사실을 구태여 말하는 것은 여동생이 황실 사람으로 변한 가능성이 높은 탓이다.


즉, 혈육을 경계해야 하는 것이다.


적으로서.


“아직 당장 벌어질 일은 아니니, 성급히 잣대를 들이대는 건 관두자. 그 외에는 뭐 없었나?”


“사실 더 큰 일이 남았습니다.”


“더 큰 일?”


성진이 포크와 나이프를 내려놓았다. 마찬가지로 그리온도 식사를 멈췄다.


“황실이 전쟁을 준비 중입니다.”


“그리 특별한 일은 아니군.”


설정한 제국은 전쟁 국가였다. 전쟁으로 힘을 늘리고 힘으로 귀족을 지배했다. 전쟁은 특별하지 않았다. 그리온도 그 의견을 부정하진 않았다.


“전쟁 벌어지는 건 문제가 없습니다. 다만 내용이 문제죠.”


“무슨 내용?”


“명분이 저희 가문입니다.”


“···상대가 자섬국이군.”


그는 암살자로 파견된 무사들을 떠올렸다. 자섬국에서 수작을 부린다는 게 알려진 이상, 가만히 있을 순 없었다. 제국의 특성상 힘을 보여주지 않으면 귀족들이 살살 기어오르기 때문이다.


동시에 성진은 무엇이 문제인지 눈치챘다.


“우리 가문에서 앞장서라 하겠군.”


“맞습니다. 정확히는 복수할 기회를 주겠다고 하더군요.”


지구의 지식을 가진 성진은 명예를 따지지 않았지만, 이 세계의 귀족들은 달랐다. 집작스러울 정도로 명예를 따졌다. 특히 현재 가주인 가이론 백작이 그랬다.


또한 주변 시선도 무시할 수 없다. 황실에서 기회를 준다면 올다구나 받는 수 밖에 없는 것.


세튼 백작가가 전쟁의 선두로 나서는 것이다.


막대한 피해가 나올 게 분명했다. 자섬국의 특징상 처음으로 들어가는 군대가 다량의 무사를 맞이할 테니까. 그렇게 되면 이득도 거의 못 거둔다.


“어떻게든 막아야 합니다. 형님.”


“···그건 불가능해.”


성진은 딱 잘라서 말했다. 가이론 백작의 성격을 생각하면 준비하되 물러서지 않을 게 뻔했다.


“다른 방법을 찾아보자. 같이 갈 지원군이나, 먼저 들어갈 집단을 찾는 거로.”


“그런 방법이 있을 리가···”


그리온의 반응처럼 성진도 회의적이었다. 실현 가능성이 부족했다. 당연히 알고 있는 사실이지만,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


‘손해 보면 손해 보는 거지.’


그는 여전히 가문에 애정이 없었다. 있으면 이득이니 노력은 한다. 그러나 이번 일은 손해를 보되 가문이 망하진 않았다.


치열하게 머리 쓸 이유가 없었다.


“또 뭐가 있나?”


“그 외에는··· 아, 저희 영지에 오로니아의 성녀가 방문한다고 합니다.”


“···그건 좀 놀라운데.”


설정상 본래 경로가 아닌 걸 아는 성진으로선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이유가 있나?”


“영지전으로 다친 병사들을 돌보고 싶다더군요.”


“명분은 문제없군.”


“? 성녀에게 명분이 필요합니까? 치료하러 들어오는 거니 거부할 생각은 없었는데요.”


성진의 반응은 성녀가 들리는 걸 원치 않는 모습이었기에, 그리온이 고개를 기울였다. 그러나 성진은 다른 걸 생각하고 있었다.


‘성녀의 순회는 신전에서 정한다. 원작에선 글론 세튼을 만나기 전까진 변경하지 않았어.’


말로는 존중하지만, 실제로는 정치적인 용도가 더 강한 성녀. 그녀는 신전의 소속이며 성령왕국에 속해 있다. 말하자면 그녀의 움직임은 성령왕국에서 조종한다는 소리다.


그걸 비튼다는 건 어지간한 심경의 변화가 있지 않으면 불가능하다.


그게 아니라면.


‘성령왕궁 자체에서 경로가 비틀어졌을 수도 있겠군.’


왕국에서 명령을 내린 경우다. 그때는 성녀도 가고 싶은 곳을 간섭할 수 있으니까. 시기적으로도 이상하진 않았다. 성녀의 순회는 전쟁이 끊난 뒤에 이뤄졌다.


‘그럼 그냥 운이 좋은 건가?’


성진은 그렇게 넘기며 동생과의 근황을 나눴다.


그후. 쉬러 방에 들어갔다가 놀라고 말았다.


“아닐라?”


“글론?”


그곳엔 아닐라가 있었다. 방금 씻었는지, 촉촉한 머리와 얇은 잠옷을 입은 모습으로. 그는 그제야 집사가 말한 방 두 개가 뭔지 깨달았다.


성진의 방을 포함해서 두 개가 필요하냐고 물은 거였다.


작가의말

49편에 성진이 아닐라에게 까뜨롱 가문이라 소개하는 장면이 있습니다. 제 실수로 꼬인 설정입니다. 본명인 글론 세튼으로 소개하는 거로 수정했습니다.

오류를 내서 정말 죄송합니다. ㅜㅜ


중대한 오류를 지적해주신 미니초코님께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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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8 78. 경매. 19.06.28 240 1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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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2 71. 성녀의 일정(2). +3 19.06.21 290 13 12쪽
» 71. 성녀의 일정. +1 19.06.20 295 12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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