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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얀서리
작품등록일 :
2019.04.01 17: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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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8.10 0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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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7.09 1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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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7. 재회.

DUMMY

화연 성이 함락된 후. 제국은 본격적인 침공을 시작했다. 사실 귀족들도 황실의 명령으로 기다렸을 뿐, 몸이 달아오른 상태. 오랜만에 벌어진 정복 전쟁에 뛰어들었다.


성진은 그 타이밍에 맞춰 진격하고 싶었지만, 가이론 백작이 만류했다.


“한쪽이 깊숙하게 뚫리면 그쪽으로 병력이 집중된다. 지금은 정비한 뒤 천천히 압박할 때다.”


전술이 아닌 전략적 의견. 그것에 수긍한 성진은 화연 성의 지배에 집중했다. 포로로 잡은 병사, 한쪽에 피해있던 주민들을 다스리는 일이었다.


제국이 정복 국가긴 하지만, 주민을 마구 죽이는 집단은 아니었다. 만약 그랬다면 큰 땅을 얻긴 어려웠으리라. 그 지방 사람들은 흡수하는 게 제국의 방식이다.


그게 땅을 복구하는 데 더 도움이 된다. 그곳에 살던 사람들에게 계속 생업에 종사하도록 하는 것이다.


물론 쉽진 않은 일이다. 당장 전쟁으로 죽인 사람들이 그들의 가족이며 친척일 테니까. 그런 면에서 화연성은 조금 나은 편이었다. 군사 도시라서 가족을 데리고 사는 경우가 적었다.


성진이 다스렸던 닥트 성처럼 대부분이 병사고, 농민병은 크게 상하지 않았다. 활을 쏘지 못하니 뒤에 배치된 게 목숨을 구한 것.


그들을 풀어주며 생업에 종사하게 만드니 일반인의 반항이 줄어들었다.


‘결국 중세니까.’


주민들은 나라의 중요성을 인지하지 못한다. 자섬국은 통치가 나쁜 곳은 아니었지만, 목숨을 걸 만큼 충성할 수준은 아니었다. 제국의 통치도 나쁘지 않다.


그걸 깨달은 주민들은 반항을 포기한다. 병사와 같은 사명도 없고, 국가가 어떤 역활을 하는지 제대로 모른다. 그냥 평상시 생활을 하면서 전만큼이라도 먹고 살 수 있다면 수긍한다.


그것이 일반적인 주민들의 사고방식.


덕분에 화연성의 지배는 순조로웠다. 겨우 한 달 만에 주민들이 그럭저럭 안정을 찾았을 정도.


세튼가는 다시 전진했다. 다음 목표는 화정(火定) 성으로 군사도시 급. 안타깝게도 이곳을 공략할 기책은 없었다. 정석대로 포위해서 투석기와 발리스타로 두들겼다.


당연히 성을 구하기 위해 지원이 왔다.


“돌격!”


와아아아아!


그러나 안타깝게도 가이론과 기사단에 의해 찢겨나갔다. 기습이라면 승산이 있었겠지만, 화정 성 근처엔 숨을만한 곳이 없었다. 모습을 드러낸 공격은 먹잇감에 불과했다.


그렇게 포위 공격이 이 주째 이어졌을 무렵. 성문이 부서졌다. 가이론을 필두로 달려간 기사단과 기마대가 성을 점령하는 건 어렵지 않았다.


다시 한 달간 통치 후 전진.


이젠 해가 뜨거워지는 여름.


일대에서 가장 큰 성인 화목(火牧) 성이 그들의 목표였다.






“다른 쪽 상황은 어떻습니까?”


“두 군데 공격로에서 성을 하나씩 떨어트린 모양이다.”


제국군 공격로는 총 다섯. 그중 세 곳에서 하나 이상의 성을 떨어트렸다면 꽤 고무적인 성과였다. 그러나 이 정도 성과는 예전에도 있었다. 자섬국이 결국 점령당하지 않은 건, 각지의 직할령이 든든하게 버틴 탓이다.


그리고 지금 세튼 가문 앞에서 직할령이 버티고 있었다.


“자섬국의 직할령에 대해서 아느냐?”


“어느 정도 들어만 봤습니다.”


어디 들어만 봤을까. 몇몇 성은 그가 직접 구조를 만들기도 했다. 대부분 실존하는 성을 아주 조금 개조한 거라, 성능이 좋았다.


그러나 사실을 밝힐 수 없는 만큼, 책에서 본 것 정도로 둘러댔다. 가이론 백작은 고개를 끄덕이며 지도를 펼쳤다.


“너도 보면 알다시피 자섬국의 전선 직할령은 모두 포위가 불가능한 위치에 있다.”


절벽 위에 있거나 강을 두거나 산성을 쌓던가. 최소한의 보급로가 존재했다. 즉, 공성은 필수. 가능하면 투석기와 발리스타로 문이나 벽을 부수고 싶었지만.


“화목 성은 산성이다. 여태까지 해온 방법으로는 점령하기 어렵다.”


명중률이 낮은 투석기와 발리스타로는 산등성을 이용해 만든 성벽을 부수는 게 불가능했다. 땅굴을 파서 무너뜨리는 것도 어렵다. 무엇보다 산이라는 지형 자체가 기사단의 힘을 팍 꺾어 놨다.


‘제국에겐 천적 같은 지형이군.’


이러한 지형을 공격하는 방법은 두 가지였다.


“성벽을 넘거나 문을 여는 수밖에 없겠군요.”


“공성추를 만드는 중이다.”


가이론 백작이 유일한 해결법이라는 듯 말했지만, 성진의 회의적이었다. 일단 공호도 있는 데다가 성 자체가 언덕이다. 공성추도 올라가기 어려웠다.


“···아무래도 보통 방법으로는 함락시키기 어려울 것 같습니다.”


“그러겠지. 그렇지 않으면 진즉에 제국이 집어삼켰을 테니.”


“···”


성진은 생각에 잠겼다. 사실 이 성은 제국이 넘도록 설정된 게 아니었다. 자섬국이 버티는 최후의 마지노선. 제국을 침공할 수 있게 만든 원동력이었다.


‘내 설정을 뛰어넘어야 하는 건가.’


압박을 느낀다. 마치 혼자서 양쪽의 말을 움직이는 느낌이다. 최선의 수를 뽑아서 움직였더니, 반대쪽에서 그 수를 막아야 하는 감각.


쉽지 않다. 주변의 모든 것이 경우의 수를 부정한다. 그는 자신이 알고 있는 모든 수단을 동원했다. 스크롤도 떠올려 봤다.


그러나 뾰족한 방법은 떠오르지 않았다.


다만 조금 도박적인 방법이라면 한 가지가 있었다.


“···아버지.”


“좋은 수가 있느냐?”


“아무래도 안쪽으로 특공대를 보내야 할 것 같습니다.”


그게 성진이 내린 결론이었다.






*


김정만이 화목 성에 도착한 것은 겨우 2주 전의 이야기였다. 그는 객장으로서 상급 무사 열 명을 이끌고 합류했다.


“···어서 오시오, 스트레이트 킴. 이야기는 들었소.”


화목 성의 지휘관은 썩 반기지 않았다. 애초에 김정만이 외부인인 것이 첫째요, 지휘체계를 흐트러지는 것이 둘째였다. 그러나 거부권은 없었다. 무려의 국왕의 명령이었으니까.


“개인의 실력이 뛰어나다곤 하나, 지휘까지 뛰어나리란 법은 없소. 전체적인 지휘는 내가 맡을 테니, 편한 대로 활약해 주시오.”


좋은 말로 하자면 독립부대고, 나쁘게 말하면 지휘를 방해하지 말라는 축객령이었다. 그러나 김정만과 상급 무사들은 조용히 그 뜻을 받아들였다.


애초에 그들의 목적이 그거였다. 눈에 띌만한 강자를 죽이거나 복수하는 것. 그러기 위해선 독립 부대가 딱 좋았다.


김정만은 첫날부터 일주일간 성을 둘러봤다. 얕은 지식으로나마 약점을 찾기 위해서다. 그러나 화목 성은 정말로 정공법이 아니면 뚫기 어려워 보였다.


같이 온 상급 무사와 지휘관에게도 확답을 얻어낸 그는, 마지막으로 한가지 가능성을 검토했다.


규격 외의 강자가 있을 경우의 수를.


‘화목 성의 성문은 두 개. 양쪽 다 경사가 높다. 식수와 식량도 많고··· 여차하면 절벽 쪽으로 보급할 수 있는 수단이 강구되어 있다. 지원 병력이 오기 어려운 걸 빼면 완벽하군. 이런 곳을 강자가 공격하려 한다면.’


그의 머릿속에 한 가지 방법이 떠올랐다.


‘소수 정예로 벽을 넘어 성문을 연다.’


이게 아니면 정말 사다리라도 대량으로 만들어야 할 판이다. 이미 두 차례 점령으로 수비군을 빼놓은 상황. 세튼가에겐 부담스러운 작전이었다.


‘소수 정예에는 녀석이 반드시 포함된다.’


그 후로 김정만은 성문 근처 도르래에서 숙식을 해결했다. 의견을 받아들인 상급 무사들도 마찬가지. 그렇게 전쟁이 시작됐지만, 그들은 그곳에서 움직이지 않았다.


그리고 공성전 1주일째 새벽.


성벽에서 소란이 일었다.


*






“···야, 깜냥아. 스승님은 나 싫어하는 걸까?”


[그럴 리가 있냐? 정말로 싫어하는 거면 어설프게 괴롭히지 않아. 성격상 죽여버렸지.]


“그건 그렇네. 그럼 왜 이런 일을 시키신 걸까?”


오드와 피온. 한 명과 한 마리는 어두운 언덕길을 올랐다. 흑색과 같은 위장복 차림의 둘은 어두운 밤하늘에선 찾기 어려웠다.


그들이 향하는 곳은 화목 성의 성벽. 성진의 특명을 받고 이동하는 중이었다.


[네가 적임이니까 그렇겠지. 적어도 괴도 소녀가 아닌 게 어디야.]


“···야. 너 그거 본 거야?”


[봤지. 수줍은 표정으로 괴도 소녀 아이린을 외치는 걸 아주 똑똑하게.]


“잊어버려어어어어!”


[내 평생 잊을 수 없는 광경일 거야.]


“잊어버리라고오오!”


[자. 다 왔다. 잡담 그만하고 시작하자.]


“···나중에 두고 보자. 깜냥아.”


어느새 성벽 아래에 도착한 둘은 입을 다물었다. 오드가 피온을 들어 올려서 살짝 받쳐줬다.


파파박!


검은 고양이는 발톱을 세워 벽을 타고 올라갔다. 순식간에 성벽으로 올라간 피온이 유유히 성벽을 걷는다. 당연히 병사들에게 걸렸다.


“음? 고양이?”

“꼬리가 두 개네. 신기해라.”

“후식 남은 거 있는 데 줘볼까?”


딱 이 정도가 병사들의 반응이었다. 신기하지만 경계할 필요는 없는 생물. 그러나 피온이 공성을 위해 끓여 놓은 기름통으로 다가가자 상황이 달라졌다.


“어어?”

“야, 그거 건드리면 안 돼!”


전시. 수성전에서 끓인 기름은 소중한 것이다. 언제 벌어질지 모르는 전투를 대비해 일정 온도를 유지하며, 졸지 않게 관리가 필요했다.


다루기 까다롭지만 그만한 위력을 보인다. 갑옷으로 둘러싸도 타격을 줄 수 있으며, 조금만 닿아도 고통이 심하다.


귀중한 전략물자. 고양이 한 마리가 엎었다고 한다면 단체로 징벌행.


당연히 병사들이 움직였다. 약간의 소란. 그러나 누군가에겐 소중한 틈이었다.


‘깜냥이 나이스.’


휙! 툭!


천으로 감싼 갈고리가 걸린다. 순간적으로 생겨난 사각지대를 오드가 파고들었다. 어린아이의 몸무게. 그러나 어지간한 병사보다 좋은 근력. 성벽을 타고 오르는 데 최적의 조건.


날렵하게 오르는 데 성공한 오드는 성벽 위에서 작은 숨을 몰아쉬었다.


그에게 주어진 특명은 지금부터 시작이다.


“음? 누구냐!”

“여긴 어떻게 온 거냐!”

“정체를 밝혀라!”


피온이 만들어준 틈은 아주 작아서 금세 들통났다. 오드는 병사들의 이목이 쏠리는 것에 맞춰, 위장용 로브를 벗어 던졌다.


하얀색 천과 금으로 치장된 옷이 드러난다. 멋들어진 나비 가면에는 온갖 보석이 치장되어 있다. 금색 망토가 화려하게 펄럭였다.


정신 나간 복장. 그냥 시선을 끄는 용도 이외에는 아무런 도움도 안 될 모습에 주변 병사들이 얼이 빠졌다.


오드는 가장 가까이 있던 병사의 배를 차버렸다.


퍽!


“으헉!? 으와아악!?”


계단으로 굴러떨어진 병사. 그러나 건장하며 갑옷과 투구를 쓴 사람은 쉽게 죽지 않았다. 커다란 소리를 내며 굴렀을 뿐.


그게 목적이었다. 병사가 굴러떨어짐에 따라 오드의 기이한 복장이 눈에 들어왔다.


동시에 병사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침입자다아아아!”


대략 5000명의 시선이 단 한 사람에게 향했다.


*






침입자다아아아!


“성공한 모양이군요.”


오드가 잠입한 성벽보다 조금 더 옆쪽. 다섯 명의 인물이 숨어 있었다.


성진.

아닐라.

1기사단 단장 크레앙.

1기사단 부단장 제커.

2기사단 단장 하롤드.


성진과 인연이 있던 기사 단장을 모은 특공대. 이들은 병사들이 오드에 신경이 쏠린 틈을 타, 조용히 이동했다.


스컥! 푹!


“크···헉···”

“적···이···”


조용히 망루를 올라가 병사를 찌른다. 미리 준비한 막대를 세워, 시체를 기대 놨다. 밧줄을 풀어 조용히 안쪽으로 잠입한다.


그 신속한 동작에 크레앙이 감탄했다.


“대단하시군요. 마치 몇 번 해본 듯한 솜씨입니다.”


제커와 하롤드가 동의하는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인다. 성진이 움찔하고 아닐라가 어설프게 웃었다. 말을 돌리고자 수신호를 보냈다.


안쪽으로 가자는 신호. 그 뒤로는 그들의 임기응변에 달렸다. 성벽 안쪽의 지도가 있는 것도 아니며, 정확한 상황도 알 수 없었으니까.


그러나 약간의 도움은 받을 수 있었다.


야옹.


어느새 소란을 빠져나온 피온이 꼬리로 슬쩍 신호를 보낸다. 그걸 조금만 참고해도 잠입의 난이도가 확 줄어들었다.


이윽고 그들이 성문에 거의 도착했을 무렵.


“익숙한 고양이로군.”


···냐옹.


귀에 익은 소리가 들렸다. 피온이 긴장하며 자리를 피한다. 작은 소리와 함께, 그 장소에 날카로운 흉터가 생겼다.


특공대는 어느새 무기를 뽑아 들었다.


기사단 인물들은 상대가 하나라는 사실에 조금 여유를 가졌지만, 성진과 아닐라는 그렇지 못했다.


“···아빠.”


“데리러 왔단다. 딸아. 더불어 네놈을 죽이기 위해서.”


김정만이 완치된 몸으로 그들의 앞을 가로막았다.


작가의말

오드의 흑역사는 늘어만 간다.


조금 늦어서 죄송합니다. 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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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9 99. 퇴각 준비. +3 19.07.24 255 9 13쪽
98 98. 6장로.(2) +1 19.07.23 274 8 12쪽
97 97. 6장로. +4 19.07.22 288 14 12쪽
96 96. 일이 틀어진 용사. +5 19.07.20 287 14 13쪽
95 94. 4황녀.(2) +3 19.07.19 296 12 12쪽
94 94. 4황녀. +2 19.07.18 307 15 12쪽
93 93. 지원간 곳에서. +1 19.07.17 291 12 12쪽
92 92. 지원. +2 19.07.15 320 15 12쪽
91 91. 제국 회의. +3 19.07.13 331 15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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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9 89. 기습 계획. +2 19.07.11 311 12 12쪽
88 88. 화목 성 전투. +5 19.07.10 326 14 11쪽
» 87. 재회. +1 19.07.09 339 17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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