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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얀서리
작품등록일 :
2019.04.01 17:47
최근연재일 :
2019.08.10 0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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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7.12 1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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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90. 기습.

DUMMY

*


기습은 갑작스럽게 이뤄졌다.


화목 성의 세튼가 병력은 모두 곤한 단잠에 빠진 시각. 경계로 세운 병력도 긴장을 늦추고 졸기 일쑤였다.


이해 못 할 일은 아니다. 저녁때 공격을 해서 다음날까지 정리에 몰두했다. 물론 가장 피로도가 적은 보병 위주로 움직이며, 교대를 돌렸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잠을 재울 순 없었다.


몸을 움직이면서 잠을 새라 하면 하루는 버틸 수 있을 것이다. 급한 일을 시키면 억지로라도 정신을 차릴 것이다.


그러나 경계 임무는 다르다.


가만히 서서 언제 올지 모르는 적을 경계하는 건 무척이나 심력 소모가 크다. 지루해서 잠이 몰려온다. 저도 모르게 졸고 있다. 살짝만 눈을 감는다는 게, 10분을 자버린다.


어쩔 수 없는 인간의 생리. 이걸 버티려면 상당한 정신력이 필요하다. 그걸 병사들에게 바랄 순 없었다.


그 경계의 틈을 메우기 위해 기사단이 움직였다. 격렬한 전투를 치른 다음이지만, 보병들이 성 내부를 정리할 때 온전한 휴식을 취했다. 경계 근무를 메우기엔 완벽한 인재들이었다.


침입자들의 실력이 조금만 낮았더라도.


“영서암격(景鼠暗擊).”


푹!


“크···헉···.”


스윽.


그림자에 숨은 쥐를 본떠 만든 무공. 영서암격은 저녁 시간 급습에 최적화됐다. 원래 자섬국 출신의 암살자들이 쓰는 무공. 본국에서도 수치스럽게 여기는 것이지만, 암은 배웠다. 그들은 그런 용도의 상급 무사였다.


“허무할 정도로 쉽군···.”


전날 성진 일행과 다르다. 기사 중에는 수련자도 꽤 있고, 어지간한 숙련자도 반응하지 못했다. 그들은 약한 게 아니었다. 다만 김정만이 멍청하게 웃으면서 신호를 줬고, 가이론 백작 다음의 실력자인 크레앙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들이 무술을 다 끌어 올린 것도 원인 중에 하나.


그러나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 그들의 무술이 온전하게 발휘될만한 여건이 갖춰졌다.


겨우 평기사. 그나마도 실력과 짬에 밀린 3기사단으론 적습을 알리는 것도 불가능했다.


“겨우 이런 녀석들한테 패배한 건가.”


“그렇게 생각하면 안 돼. 상황이 유리하다는 걸 머릿속에 넣어 둬라.”


“···네.”


성벽을 넘는 건 어린아이 손목 비틀기보다 쉬웠다. 기사들은 조금 까다로웠지만, 힘든 훈련과 실력을 갖춘 그들에게 문제가 되진 않았다.


8명의 상급 무사와 김정만은 조용히 관저로 향했다.


“입구에 보초가 둘.”


“안쪽에서 보초의 사각을 감시하는 기사가 있다.”


“다른 곳을 찾아야겠군.”


관저의 저택은 삼엄한 편이었다. 자연스러운 경계 태세로 기습에 강한 자섬국과 전쟁 중에는 항상 벌어지는 일이다.


과거 지휘관이 대량으로 암살당한 사건 때문.


덕분에 경계는 이중 삼중으로 되어 있었다. 관저 사방을 철저하게.


“정면 돌파밖에 없군.”


결국 무사들이 내린 결론은 정면 돌파. 암살자가 아닌 그들의 한계. 그러나 그들 사이에는 김정만이 껴 있었다.


“잠깐. 내가 마법으로 벽에 구멍을 내주지. 안 들킬 만한 곳을 찾아봐.”


“···가끔은 상부의 명령을 무시하고서라도 마법을 배우고 싶어져.”


관저를 한 바퀴 둘러본 상황. 구멍을 뚫을만한 사각은 충분히 존재했다. 김정만은 마법을 써서 벽의 일부를 진흙으로 만들었다. 작지만 성인 한 명이 기어갈 순 있는 구멍이 완성된다.


한 명씩 지나간 뒤 대충 막아버린다. 벽에 바짝 붙어 이동하며 창문 하나를 목표로 삼았다.


찰칵.


“용케도 열쇠를 갖고 있군.”


“본국의 대비다. 언제나 영토를 빼앗길 걸 경계했지.”


준비해온 열쇠로 창문을 열고 안으로 잠입한다.


세튼가는 기사 가문에 효율을 중시하는 편이라 전쟁터에 시종을 데려오지 않는다. 관저는 빈 곳이 많았고, 침입은 용의했다. 다만 안쪽에서 지키는 기사들은 처리하기가 어려웠다.


“바깥뿐만이 아니라 안쪽도 경계하고 있군.”


“미친놈들. 본국을 암살자의 나라처럼 보고 있어.”


‘암살자의 나라 맞잖아.’


김정만은 튀어나오려는 말을 속으로 삼키며 검을 뽑았다. 조금 부족하지만 충분히 접근했다. 문 앞을 지키는 기사들까지 확인했으니 목표는 정해졌다.


문제는 한 가지. 기사가 지키는 방이 두 개라는 점이다.


‘둘 중 한 곳에 글론 세튼이 있다.’


흩어지는 것보다 한쪽을 처리하고 다른 쪽에 집중하는 게 이득이다. 그리고 기왕이면 글론이 걸리길 원했다. 무사들과는 반대. 하지만 최종적으로 결정되는 건 운이다.


그들은 토론 끝에 왼쪽을 골랐다.


그리고 습격했다.


빈 갑옷과. 빈방을.


“···뭣?”


동시에 그들을 알아차린 기사들이 외쳤다.


“적이다! 암살자의 기습이다!”


함정이었다.


*






전쟁을 나서기 전. 가이론 백작과 성진은 많이 고민했다. 그중 가장 골머리를 싸맸던 게 바로 암살에 대한 거였다.


둘은 전쟁 중에 반드시 암살이 올 거라 예측했다. 무공의 이점을 가장 잘 살리는 방법을 뿐 더러, 얻을 수 있는 이득도 컸다.


그에 반해 비용은 무사들의 목숨뿐. 무사 열 명으로 달인급 실력자를 죽일 수 있다면, 해볼 만한 도박이다.


따라서 대비가 필요했다. 그러나 어떤 방식으로든 구멍이 생겼다. 평시라면 순찰 및 경계로 해결하겠지만, 전쟁에서 일이 딱딱 부러질 린 없다.


사람을 쓰지 않는 방법이 필요했다.


거기서 나온 게 바로 암살자를 빠트릴 함정이었다.


언제 어디서든 만들 수 있고, 효과적인 방법. 그것이 바로 위장된 기사를 문 앞에 세워두는 거였다.


상식적으로 중요 인물이 엄중한 호위를 받는 건 당연한 일이다. 그걸 위장해 함정을 만들고 안전을 꾀했다.


그리고 지금. 그 결과가 드러났다.


“적이다! 암살자의 기습이다!”


김정만과 8명의 무사가 함정에 걸린 것으로.


“···설마 이렇게 빨리 기습할 줄이야.”


기사의 외침을 듣고 일어난 성진은 식겁한 심장을 진정시켰다. 암살을 예상했지만, 지금이라곤 생각 못 했다. 화목 성이 막 떨어졌으니까. 정보가 부족했으니까.


그러나 적은 기습했으며 함정에 걸려 들통났다. 이제 해야 할 일은 일망타진하는 것뿐.


성진은 뇌월도를 들었다. 옆에서 나고 있던 아닐라도 눈을 부비며 일어났다.


“자도 돼.”


“싫어요. 같이 가고 싶어요.”


떼쓰는 그녀를 데리고 바깥으로 나간다. 소란스러운 복도. 그 소란은 성진이 나오자마자 더 커졌다.


“거기 있었구나!”


“···김정만?”


습격자의 정체를 확인한 그가 뇌월도를 꽉 쥐었다. 상황이 왜 이렇게 됐는지 깨달았다. 피의 군주 쿨타임을 노린 것이다. 그러나 성진은 물러서지 않았다.


‘피의 군주는 그를 압도하기 위함이지, 밀려서 쓰는 게 아니야.’


흡혈귀가 된 신체. 난쟁이가 제련해준 뇌월도. 성진의 무술. 이 세 가지 요소는 김정만을 상대할만한 조건을 만들어줬다. 오러 소드의 최대 장점인 무기 파괴를 막을 수 있는 것이다.


몇 번이고 말하지만 그는 김정만의 천적이었다.


“모두 물러서! 녀석은 내가 상대한다!”


그렇기에 호기롭게 나섰다. 그리고 그의 미소를 봤다.


‘또 무슨 짓을?’


뇌룡도로 방어 자세를 취한다. 신성 마법이 날아온 것도 머릿속에 염두에 뒀다. 그러나 김정만의 공격은 성진의 예상을 벗어났다.


“마(魔)여! 자애의 이름 아래 무릎 꿇어라!”


목걸이에 달린 조각을 쥐며 외치는 김정만. 그의 발밑에서 새하얀 마법진이 그려진다. 순식간에 크기를 키워 저택 밖까지 둘러싼다.


쿵!


성진은 그런 소리를 들은 기분이었다. 순식간에 몸이 무거워지며, 무릎 꿇었다. 그는 이 마법진이 뭔지 알았다.


‘불신(不神)의 압제(壓制)!’


그가 만든 세계관의 신은 종족을 차별한다. 불꽃과 망치의 신 곤델은 오직 난쟁이만 섬길 수 있다. 성진이 만난 대장장이들이 곤델을 찾지 않는 이유다.


반대로 자애와 치유의 신 오로니아는 인간만 믿을 수 있다. 그녀의 자애와 치유는 오직 인간들에게만 적용된다.


불신의 압제는 그러한 특징을 이용한 신성 마법이다. 이종족의 힘을 억누르고 특성을 못 쓰게 하는 기술. 특히 이 힘은 흡혈귀에게 치명적이었다.


‘어떻게 이 기술을!?’


다만 성진이 궁금했던 건 이 기술을 익힌 방법이었다. 특수한 조건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고민하거나 묻기도 전에 김정만이 그에게 달려들었다.


“죽어라.”


오러 소드가 맺힌 검이 휘둘러진다. 성진이 월도를 휘두르려 했지만, 그보다 훨씬 빨랐다. 김정만이나 성진의 예상보다 더 신성 마법의 힘이 강했다.


“안돼앳!”


그사이에 끼어든 사람이 있었다. 아닐라는 자신의 친부가 휘두른 검에 맞섰다. 승산이 없는 싸움. 같은 오러 소드라도 경지가 다르다. 성진은 그녀의 패배를 예측했다.


카아앙!


“···뭣?”


그러나 놀랍게도 그녀는 검을 막아냈다. 그뿐이랴. 새하얀 빛이 몰려들더니 검에 실렸다. 김정만이 소스라치게 놀라며 소리쳤다.


“레이 소드!?”


달인급 실력자에게 주어지는 힘. 아닐라의 검은 확실히 레이 소드와 닮아 보였다. 그러나 성진은 알았다. 레이 소드 같은 게 아니라는 걸.


“홀리 블레이드(holy blade)?”


“말도 안 되는 소리!”


성진의 중얼거림에 김정만이 소리쳤다. 힘을 끌어 올려 레이 소드를 만들었다.


“홀리 블레이드는 성녀만 쓸 수 있는 축복이다! 내 딸은 성녀가 아니야!”


성진의 생각도 같았다. 정말로 아닐라가 성녀라면 증상이 보여야 한다. 가장 대표적인 것으로 신과 소통하는 것. 신탁이 있었다. 그러나 침식을 같이하면서도 그런 모습을 보지 못했다.


그러나 지금 이 상황에서 납득되는 가정이 하나 있었다.


‘후보다.’


그녀가 성녀의 후보 중 한 명이라는 것.


‘불신의 압제 때문에 잠깐 축복을 끌어당긴 거야!’


이종족에게 악영향을 주는 불신의 압제. 그러나 그것을 반대로 말하자면 신관에겐 축복이란 소리. 그 덕분에 순간적으로 홀리 블레이드를 끌어 올린 것이다.


물론, 성녀 후보가 아니었다면 불가능했으리라.


“···나도 어떻게 한 건지는 몰라요.”


아닐라는 하얗게 일렁이는 검을 꽉 쥐었다.


“하지만 쓸 수 있는 힘이라면 쓸 거예요. ···난 이 사람과 함께할 거니까.”


두 번째로 듣는 절교 선언에 김정만이 이를 갈았다. 성진을 노려 검을 휘둘렀다.


카앙!


그러나 레이 소드는 홀리 블레이드에 막혀 튕겨 나간다. 숙련자가 달인급 실력자를 막아내는 위력. 그러나 김정만은 투정할 수 없었다.


그가 바로 홀리 블레이드의 최대 수혜자니까.


성녀였던 아내가 뒷받침해 줬던 최고의 기술이니까.


그렇기에 분노했다. 한때 자신의 전유물처럼 다뤘던 힘이 자신을 가로막는 것에.


“···대지의 검.”


순식간에 검을 바닥에 꽂으며 중얼거린다. 바닥에서 돌로 된 검 수십 개가 튀어나온다. 아닐라는 성진을 부축하며 몸을 피했다.


“진공참.”


끼이잉!


공기가 찢어지는 소리와 함께 보이지 않는 칼날이 충돌했다. 갑옷에 막힐 정도로 약한 공격이지만, 충격을 준다는 것만으로도 약간의 의미는 있었다.


“네놈!”

“더 이상은 두고 볼 수 없다!”


성진의 말을 믿고 무사에게 덤벼들었던 기사들이 몸을 돌렸다. 그러나 순식간에 뒤바뀐 레이 소드를 휘두르니 갑옷째로 잘려 나간다.


“검을 주의해라! 잘못하면 무기조차 단번에 잘린다!”


주춤대는 기사들. 그런 그들을 한 차례 노려본 김정만이 검을 쥐었다. 다시금 성진을 노렸다.


“그렇게는 못 해!”


카앙!


다시 한번 아닐라와 김정만이 충돌한다. 이대로는 호각. 아니, 체력이나 경험 등으로 미루어보아 김정만이 유리하다.


그러나 성진은 좀 여유가 있었다. 아직 그에겐 감춰진 비장의 패가 두 개나 있었다.


냐오옹.


“윽?! 고, 고양이가 어디서···”


그럭저럭 버티고 있던 무사 중 한 명이 쓰러졌다. 지옥 고양이가 발목을 물은 것이다. 틈을 발견한 기사들이 순식간에 한 명을 쓰러트렸다.


“꺄악!”


서로의 위력은 비슷했지만, 마법과 검술에 밀린 아닐라가 결국 검을 놓쳤다. 김정만은 레이 소드로 어깨를 노렸다. 찌른 다음 마법으로 기절시키려는 수작.


그러나 안타깝게도 그 소망은 이뤄지지 않았다.


쩌어엉!


“크헉!?”


옆을 노린 일격. 검으로 막긴 했지만, 날아가는 걸 막을 순 없었다. 그가 다급히 고개를 돌려 상대를 쳐다봤다.


“내 앞에서 재미있는 짓을 하는군.”


이 자리에서 또 하나 있는 온전한 수준의 달인. 가이론 백작이 4구절까지 전부 외우고 등장했다.


작가의말

너무 늦어서 죄송합니다. 글이 잘 안 써지는군요. 머리를 쥐어 짜내는 감각으로 썼습니다. 머릿속에 예정된 전개인데 왜 이렇게 됐는지...


내일은 늦지 않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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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5 105. 용 사냥.(1) +3 19.07.31 223 9 12쪽
104 104. 제국 전진. 19.07.30 221 7 12쪽
103 103. 황실 병력의 경먹성 공략. 19.07.29 224 5 12쪽
102 102. 편지들. +1 19.07.27 237 6 13쪽
101 101. 편지들. +1 19.07.26 236 9 12쪽
100 100. 잠깐의 귀향. +6 19.07.25 265 8 12쪽
99 99. 퇴각 준비. +3 19.07.24 255 9 13쪽
98 98. 6장로.(2) +1 19.07.23 274 8 12쪽
97 97. 6장로. +4 19.07.22 288 14 12쪽
96 96. 일이 틀어진 용사. +5 19.07.20 287 14 13쪽
95 94. 4황녀.(2) +3 19.07.19 296 12 12쪽
94 94. 4황녀. +2 19.07.18 307 15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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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2 92. 지원. +2 19.07.15 320 15 12쪽
91 91. 제국 회의. +3 19.07.13 331 15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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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7 87. 재회. +1 19.07.09 339 17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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