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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얀서리
작품등록일 :
2019.04.01 17: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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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8.10 0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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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7.15 1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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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2. 지원.

DUMMY

화목 성을 다스린 지 한 달 반. 세튼 가문은 성을 보수하고 수비 진형을 짜는 데 여념이 없는 나날을 보냈다.


화목 성이 제국의 공격을 막는 데 좋을지라도, 자섬국의 공격을 막기에는 조금 애매했던 탓이다.


길목 중간중간에 장애물이나 벽을 쌓고, 무사들이 침입하기 어려운 감시 체계를 만들었다.


다행히 적은 수비에 집중해서 방어 체계를 만드는 데 문제는 없었다.


정찰대끼리 작은 충돌은 있었지만, 딱 그 정도. 그나마도 가볍게 싸우다가 물러났을 뿐이다. 사상자도 거의 안 나왔다.


양쪽 다 피해 보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세튼 가문은 곧 물러설 예정이고, 자섬국은 병력 하나가 소중했다.


그러나 한 달 반이나 걸려 도착한 편지에는 실망스러운 내용이 적혀 있었다.


“···철군을 불허한다.”


회의실. 가이론 백작이 읽은 편지의 내용에 간부들이 침묵했다. 아주 곤란했다. 세튼 가문은 이미 후퇴 준비를 끝내놨다. 빠질 이유나 명분은 충분했으니까.


그러나 결과는 불허.


지원군이 온다는 게 희소식이지만, 결정적인 지원이라고 할 순 없었다. 화목 성이 중요한 성이라도 다음에 맞닥뜨릴 경먹 성은 더할 나위 없이 중요한 요충지 중에 하나였다.


현재 다섯 군데의 전선에서 2군대의 후방을 맡는 지역이다. 이곳이 떨어지면 다른 한 곳의 전선은 고립된다. 말 그대로 보너스나 다름없는 셈.


이곳을 노리는 순간, 전방의 전선을 포기하고서라도 방비를 굳힐 게 분명했다.


단순히 지원군만으로는 이길 수 없다는 뜻.


회의실의 분위기가 소란스러워졌다.


“모두 조용히.”


가이론 백작이 나서서 수군대던 간부들을 침묵시켰다.


“이미 왕명은 떨어졌다. 그것에 대해 불평하는 건 쓸데없는 시간 낭비. 그보다 대책을 세워라.”


“전선을 이동하여 경먹 성을 압박하는 게 어떻습니까? 다른 전선을 압박할 수 있을 겁니다.”


“어허. 안 될 소리. 양쪽에서 공격당할 거요.”


“그 부분은 조심해야···”


“땅굴을 파는 게 어떻습니까? 이번에도 성벽을 가라앉히면 쉽게 이길 수 있을 겁니다.”


“화연 성과 상황이 다르오. 상황이. 땅을 파기도 어렵고 바위도 많은 곳이오. 진흙처럼 던져서 속일 수도 없는데, 들키면 역공당하기 쉽소.”


“역시 전진 압박을···”


“수공이라도···”


“정석대로 발리스타와 투석기를···”


많은 의견이 나왔지만, 모두 뾰족한 수라고 보기에는 어려웠다. 가이론 백작은 가만히 듣고 있다가, 얌전히 있는 성진을 보며 물었다.


“네 생각은 어떠냐?”


“···음··· 그렇군요.”


성진은 당황했다. 그도 기책이 없어서 침묵한 것이다. 화목 성보다 병력이 많은 곳에서 특공대를 보내기도 어려웠다. 거듭 말하지만 성진이 설정한 세계에서는 실력자라고 무적이 아니다. 다수의 적에게 둘러싸여 육탄 공격을 감행하면 얼마든지 죽일 수 있었다.


그러나 간부들의 눈을 보니 뭐라도 말해야 할 상황. 열심히 머리를 굴렸다.


“지금으로서는 정석적인 방법밖에는 없습니다. 투석기와 발리스타를 쓰면서 공성 탑을 만드는 거죠. 여러 가지 방법으로 적들을 물리쳤으니, 그 수밖에 없습니다.”


“그렇다면 전진해서···”


“그러니 더 많은 공성 병기와 건축 전문가가 필요합니다. 다행히 그들을 보충할 방법이 옆에 있죠.”


“그게 무슨 소리냐.”


흥미를 보이는 가이론 백작을 보며 살짝 몸을 일으켰다. 책상에 펼쳐진 지도 중에 다섯 개의 공격로를 가리켰다.


그중 두 번째 공격로를 가리켰다. 세튼 가문이 첫 번째라면 바로 옆에 있는 공격로. 그곳에는 화목 성처럼 요충지 역활을 하는 적력 성이 있었다.


아룬드 후작가, 벤젠 백작가, 자론드라 자작가가 열심히 공략 중인 곳. 성진은 그걸 가리키며 말했다.


“적력 성을 함락시킨 뒤, 2 공격로의 병력과 합류해야 합니다.”


“···어험. 공자님. 말은 쉽습니다만, 그게 그렇게 간단하지가 않습니다.”


간부. 보병의 지휘를 맡은 가신이 몸을 일으켰다.


“길이 좋지 않습니다. 적력성으로 가려면 경먹 성 근처까지 가야 합니다. 거의 반드시 뒤를 내줘야 하죠.


가신의 의견은 타당했다. 병력을 이동시키는 건 절대 좋은 방법이 아니었다. 성진도 그걸 알았다.


하지만 이 세계에서는 꼭 병력이 이동해야 도움이 되는 건 아니었다.


“제가 스크롤을 들고 찾아갈 겁니다.”


“···마법 스크롤을 다른 병력에게 지원해 준다고요!?”


가신들에겐 충격적인 발언. 그들에게 마법 스크롤은 비장의 카드 같은 거지, 펑펑 낭비할만한 게 아니었다. 그러나 성진의 생각은 달랐다.


‘아껴두면 무슨 소용이야. 필요할 때 팍팍 써야지.’


마법 스크롤을 써서 두 개의 공격로 병력을 모은다. 그 힘으로 경먹성을 함락시킨다!


그게 작전의 골자였다. 마법 스크롤만 쓰지 않는다면 꽤나 평범한 전략. 그러나 자섬국에서도 쉽게 떠올리기 어려운 방법이었다. 그들에게 마법 스크롤은 황실에서 열심히 모아둔 비장의 카드일 테니까.


그 틈을 노리고 싶었다.


“어떻습니까? 아버지.”


“···음.”


가이론 백작은 생각에 잠겼다. 그는 마법 스크롤을 쓰는 데 별생각이 없었다. 다만 쓴 만큼 이득을 볼 수 있느냐가 궁금했다.


그러나 고민은 오래가지 않았다. 애초에 성진이 받아온 물품이며, 가장 잘 쓰는 것도 성진이었다. 신뢰도는 충분하다. 가이론 백작이 고개를 끄덕였다.


“특별한 방법이 없다면 그것도 좋겠지. 다만 우리 쪽에서도 진군하겠다.”


“알겠습니다.”


성진은 고개를 숙였다. 다른 공격로에서 색안경을 끼지 않고 받아들일 것인가. 공을 나눠 먹는 게 될 수 있는데 허락할 것인가. 다양한 의문과 문제점이 있었지만, 성진은 크게 걱정하지 않았다.


일단 적어도 한 명은 자신의 편이라 확신했기 때문이다.


‘이렇게 인연이 닿을 줄은 몰랐는데.’


제 2 공격로에 있는 귀족 중 한 명. 자론드라 자작.


과거 여행을 하다가, 세뇌 마법에 대한 문제를 해결한 영지. 부작용이랄까, 실수로 성진의 노예가 된 귀족이 그곳에 있었다.






성진의 이동에는 항상 가던 인원들. 성진, 아닐라, 오드, 피온 외에도 기사 10여 명이 붙었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호위였다. 제 2 공격로는 조금 돌아가는 걸 빼면 거리 자체는 가까웠다. 성진 일행은 말로 열흘간의 이동 끝에 도착할 수 있었다.


“···으음. 세튼 가문의 영식이 여기까지 어쩐 일이오?”


2 공격로 통합 사령관 아룬드 후작이 떨떠름한 표정으로 물었다.


세 가문이 단합했는데, 단 한 개의 가문에 밀리는 상황. 자존심도 구기고 손해도 보면서 속이 안 좋을 때, 성진이 찾아온 것이다. 반갑게 맞이하는 게 이상했다.


조롱이라도 하러 온 거면 예의고 뭐고 내쫓아 줄 용의가 있었다.


“전진에 어려움이 생겨 후작님의 병력과 힘을 합치기 위하여 왔습니다.”


“으음.”


그러나 목적은 지원 요청. 그가 적력 성에서 가로막혀 있다는 걸 생각하면, 은근한 조롱이였으나 내쫓을 만한 수준은 아니었다. 후작은 눈썹을 꿈틀거리며 물었다.


“어떻게 힘을 합치자는 뜻인가?”


“제가 가져온 마법 스크롤로 적력 성의 함락을 돕겠습니다. 이후 경먹 성 공략을 도와주십시오.”


“···스크롤이라.”


그는 턱을 쓰다듬었다. 세튼 백작가가 스크롤의 힘을 빌려 성 하나를 점령했다는 건 들었다. 그러나 그것은 기책이 포함된 것이지, 순전히 스크롤의 힘은 아니다. 아룬드 후작은 그걸 잘 알았다.


하지만 그런데도 탐은 난다. 황실에서만 쓰는 물건. 비장의 카드니까. 여차할 때를 대비해 정보를 얻어야 했다.


“그러지. 가이론 백작에게 지원에 감사한다고 전해주게.”


“아, 외람된 말씀입니다만, 넘겨드릴 수는 없습니다. 황실과의 계약이 있어서. 적령 성을 넘어서 만나실 때 말씀해 주시는 게 어떠십니까?”


“어쩔 수 없군. 알겠네. 그리고 내일부터 자네도 작전 회의에 참석하게. 스크롤을 쓸 방법이 떠오르면 기탄없이 말해 줬으면 해.”


“영광스러운 자리에 참석하게 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럼 피곤할 텐데 이만 가서 쉬게.”


성진은 자리에서 물러났다. 일단 합류라는 첫 관문은 무사히 넘긴 상황. 이후의 행보가 문제였다.


‘일단 자론드라 자작가에 찾아가서··· 여러 가지 확인을 해야겠군.’


전략적인 식견으로 주변을 봐야 할 필요성이 있다. 그렇게 판단하며 자론드라 자작가의 막사를 찾아갔다. 이곳에서 두 달 이상 죽치고 있던 조력자들이 있다면 더 빠르게 정보를 얻으리라 생각하면서.






블런 자론드라. 일전에 세뇌 마법을 쓰는 마법사에게 걸려 장기간 세뇌당한 인물. 자살을 시도하며 가사 상태에 빠졌다가, 치료하면서 성진의 노예가 돼버렸다.


사실 성진은 그게 지금까지도 이어질지 확신할 수 없었다. 꽤 오래된 일인 데다가, 자작으로서 지내게 됐으니 변해도 이상하지 않은 것.


그러나 일단 변치 않을 게 있었으니, 그의 일행이 자론드라 가문의 은인이라는 점이었다.


“오오! 이게 얼마 만인가! 은인의 정체가 세튼 가문의 장남일 줄이야! 내가 지금 얼마나 놀란 줄 아는가?”


자론드라 가문 진형. 성진은 세튼 가문의 영향력으로 가볍게 독대를 청했고, 블런은 성진을 정확하게 알아봤다. 그는 대접을 위해 사람들을 부렸다.


아주 잠시. 막사에 사람들이 없어진다. 성진은 블런에게 물었다.


“···‘명령’. 블런님은 누구십니까?”


“저는 당신의 노예입니다.”


혹시 잘못되도 의심을 사지 않도록, 조심스럽게 뱉은 말에 번개같이 답하는 블런. 성진은 떨떠름한 심정으로 미소 지었다.


‘아직 되네.’


유용한 게 기쁜데, 이래도 되나 싶다. 그는 다시 자작을 원래대로 돌려놓으며 물어봤다.


“명령입니다. 현재 상황에 대해 알려주세요. 기밀 부터 사소한 내용까지 전부.”


블런 자작은 여태까지 벌어진 일에 대해서 모두 토해냈다.






설명은 오래가지 않았다. 적령 성에 관한 이야기라면 많이 할 필요가 전혀 없었다.


‘7번의 공성에 실패했다.’


적령 성의 특징에 대해서 말하자면 높았다.


일반성이 10~15m 정도의 성벽을 유지한다면 적령성은 무려 23m의 성벽을 가졌다.


이런 성벽의 무게를 버틸만한 땅을 가진 게 적령 성이다. 자섬국의 병력은 23m의 성벽 위에서 일방적으로 공격할 수 있었다.


화살은 잘 닿지도 않고, 짱돌만 던져도 나름 위협적인 수준.


대신 약점도 있었다. 성벽이 높아짐에 따라, 위쪽 내구도가 약해졌다는 것. 성벽을 두텁게 쌓으면 해결될 일이지만, 안타깝게도 주변에 돌이 부족했다.


그러나 돌이 부족하다는 것이 되려 약점을 보완했다. 투석기에 쓸 돌도 부족해진 것. 게다가 운 좋게 한쪽을 부서도 아래쪽까지 무너지진 않는다.


여러모로 난공불락 중에 하나.


하지만 설명을 들은 성진은 눈이 반짝였다.


“이곳에 마법사가 얼마나 있습니까?”


“100명 정도. 80명 정도가 후작가 병력이지. 나는 아예 없다네.”


마법사 때문에 곤혹을 치렀던 블런 자작은 더 이상 마법사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덕분에 마법사 병력은 다른 귀족들이 데려온 게 전부. 그마저도 실력 높은 마법사는 한 손에 꼽을 정도였다.


“···성벽을 한번 봐야겠군요.”


성진은 블런 자작과 함께 정찰했다. 적령 성을 둘러보는 것과 동시에, 자작과의 관계를 주변에 보여주는 거였다. 작전을 세우고 협력을 받으려면 신뢰를 쌓을 필요가 있었으니까.


그렇게 정찰을 끝내고 돌아왔을 때.


그의 머릿속에는 괜찮은 작전 하나가 떠오른 상태였다.


다만 그 작전에는 하나의 문제점이 있었다.


‘후작의 설득이 필요하겠군.’


아룬드 후작의 도움이 필요했다.


작가의말

죄송합니다. 갑작스럽게 일이 생겨서 늦었습니다... ㅜ

덧붙여 내일은 하루 쉬어야 할 것 같습니다. 최대한 노력해서 보충할 예정입니다.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즐거우셨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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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7 97. 6장로. +4 19.07.22 289 14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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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5 94. 4황녀.(2) +3 19.07.19 296 12 12쪽
94 94. 4황녀. +2 19.07.18 307 15 12쪽
93 93. 지원간 곳에서. +1 19.07.17 291 12 12쪽
» 92. 지원. +2 19.07.15 321 15 12쪽
91 91. 제국 회의. +3 19.07.13 331 15 14쪽
90 90. 기습. +1 19.07.12 310 14 13쪽
89 89. 기습 계획. +2 19.07.11 311 12 12쪽
88 88. 화목 성 전투. +5 19.07.10 326 14 11쪽
87 87. 재회. +1 19.07.09 339 17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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