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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얀서리
작품등록일 :
2019.04.01 17:47
최근연재일 :
2019.08.10 0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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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7.18 1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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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94. 4황녀.

DUMMY

무사히 적령 성을 점령하는 데 성공한 2 공격로. 그러나 그 결과는 성진이 익히 봐왔던 것과 조금 달랐다.


피로에 찌든 병사들. 사방에서 보이는 아군과 적군의 시체. 정예고 노예병이고 할 것 없이 죽어 자빠져 있다.


기책으로 문을 뚫어온 세튼 가문의 전쟁과 많이 다른 모습.


실제로는 이게 정상이다. 공성전은 아군과 적군 모두에게 큰 피해를 주는 전쟁이었다.


다만 제국처럼 귀족들이 연합했을 경우, 어느 한쪽이 더 큰 피해를 보는 경우가 나왔을 뿐.


적령 공성전의 경우, 그건 아룬드 후작이었다.


“대체 무슨 권한으로 기병대의 돌진을 명령한 건가!”


적령 성에서 멀쩡한 건물을 골라 만든 임시 회의실. 벌게진 얼굴의 후작이 성진에게 삿대질했다.


원인은 기병대의 피해. 성진이 돌격 명령에 문제가 있었다는 것.


“···제가 기병대의 돌진을 명령한 건 사실입니다.”


사실 그 부분은 할 말이 없었다. 그들이 가장 앞서지 않았다면 피해는 줄었을 것이다.


그러나 그 상황에서 기병대를 뒤로 빼는 건 말이 안 됐다. 다른 건 몰라도 후방에서 보병이 몰려들었으니까.


만약 앞서나간 기병대가 그대로 멈춰 있거나 후퇴했다면 일대에 커다란 혼란이 생겼을 것이다. 아니면 흐름에 떠밀려 돌격하게 되던지.


어느 쪽이든 기병대가 살긴 어려운 상황이라는 소리.


그걸 성진에게 트집 잡는 건 억지였다.


“하지만 그 상황에선 어떻게 하든 기병대는 살 수 없었습니다. 차라리 돌격했기에 피해가 줄은 편이죠.”


“닥쳐라! 지원이라고 해서 기대했더니, 아군을 사지로 몰아넣고 뻔뻔하게 큰 소리인가!”


“···그렇게 따지자면 진짜 원인은 후작님께 있지 않습니까? 애초에 제 작전을 어설프게 따라 하지만 않으셨어도, 피해를 대폭 줄일 수 있었습니다.”


“뭐, 뭣?! 지금 그게 말이라고 하는 거냐! 위병! 지금 당장 이 녀석의 목을 베라! 하극상이다!”


“후, 후작님! 참으십시오!”

“이성을 잃으시면 안 됩니다!”


흥분한 후작을 가신들이 막아선다. 여기서 성진의 목을 베면 황실에서 개입이 들어온다. 정말로 하극상인지 확인할 것이고, 아니라면 후작의 목이 날아갈 수도 있다.


가신들의 필사적인 설득에 차마 검을 휘두르지 못한 후작이 다른 귀족들을 쳐다봤다.


“그대들은 분하지도 않소?! 기병만 1만 5천이오! 그중 살아남은 게 5천이 안 되는데, 가만히 있을 일이란 말이오!”


“기병의 희생은 안타깝지만.”


“어쩔 수 없는 희생 아니었는지?”


그러나 안타깝게도 합동군인 백작과 자작은 동의하지 않았다. 그들이라고 기병이 아깝지 않은 건 아니다. 피 같은 돈과 시간이 들어갔으니까.


그런데도 악쓰지 않은 건, 정말 어쩔 수 없었다는 군사적인 판단과 평소 아룬드 후작의 태도 때문이었다.


‘기병대는 강한 기사단이 맡는 게 좋다면서 뺏어간 주제에.’


‘이번 별동대도 백작과 내 기사단이 맡았다. 우리에겐 희생을 강요하더니 정작 자기가 손해를 보니 더 난리인가. ···주인님의 명령이 아니라도 마음에 안 들어.’


2 공격로의 총지휘관은 아룬드 후작이다. 데려온 병력도 가장 많고, 자원도 많이 가져왔다. 지휘권을 가져가는 건 당연한 일. 그러나 여태까지 후작이 자진해서 손해를 본 적은 없었다.


세력이 크니까 조금 정도는 더 피해를 볼 법도 한데, 귀신같이 손해가 되는 부분을 피해간다. 그중에는 노골적인 것도 있었다.


당연히 백작과 자작의 불만은 쌓인 상황. 그것이 이 기회에 터진 것이다. 객관적으로 판단했을 때, 문제 될 게 없는 상황이었으니까.


물론, 블런 자론드라 자작은 그러지 않아도 성진의 편을 들었겠지만.


“이이익!”


결국 후작은 분을 참지 못하고 회의실을 나가 버렸다. 성진은 속으로 한숨을 쉬었다. 옆에 있던 벤젠 백작이 일어났다.


“내가 아는 아룬드 후작의 성격이라면 앞으로도 생떼를 부릴 걸세. 구체적으로는 진군하지 않으려 할 거야.”


“그건 그것대로 나쁘지 않은 결과로군요.”


성진은 어깨를 으쓱했다. 그가 가진 보병과 마법 병력은 무시할 게 못 됐지만, 괜히 트집을 잡아 방해할 거라면 없는 게 나았다.


“···하지만 공성 병기는 좀 가져가야 할 거 같은데···”


“그건 걱정하지 말게. 공성 병기는 내가 제일 많아.”


자론드라 자작이 가슴을 폈다. 그의 가문은 가구를 만들어 부를 축적한 곳. 나무를 다루는 기술이 떨어지면 이상한 거다. 제 2 공격로에서 공성 병기를 맡은 건 바로 그의 가문이었다.


“좋군요. 그럼 아룬드 후작님을 버려두고 가시는 데 동의하시는 거죠?”


“음.”


“물론일세.”


그가 없는 자리에서 은밀한 합의가 이뤄졌다.






“내 군은 움직이지 못하네.”


다음 날 아침. 어느 정도 주변을 정리한 상황. 지킬만한 병력을 두고 전진하는 게 어떻냐는 말에 아룬드 후작이 단호하게 말했다.


너무나도 예상된 반응에 아무도 말을 하지 않았다. 그러자 오히려 후작이 당황하여 그들을 쳐다본다. 대표로 벤젠 백작이 나섰다.


“알겠습니다. 그럼 후작님께 적령 성을 맡기겠습니다.”


“···음?”


이게 아닌데. 눈살을 찌푸리는 후작. 그러나 이미 뱉은 말이다. 꼼짝없이 성에 머무르게 된 상황. 백작이 거기에 쐐기를 박았다.


“기왕에 적령 성을 공로의 결과로 가져가시는 게 어떻겠습니까? 저희가 황실에 탄원을 넣겠습니다.”


“으응?”


“좋은 생각입니다. 벤젠 백작님. 이만한 병력으로 남으시겠다는 건 이 땅에 그만큼 힘을 쏟겠다는 것이니, 마땅히 받으셔야죠.”


“아, 아니 내 공로가 그렇게 크진 않다네.”


후작이 손사래를 치며 거절했다. 당연한 반응이다. 적령 성은 요새에 가까워서 특산물이 없다. 땅은 딱딱해서 농사를 짓기도 어려우며, 이번 전쟁으로 남은 주민도 적은 상황.


그런 주제에 직할령이니 이거 하나 먹으면 다른 건 기대도 못 한다. 당연히 후작의 입장에서는 한사코 거절해야 할 상황.


그러나 백작과 자작이 그걸 두고 볼 리 없었다.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후작님은 그만큼 하셨습니다.”


“물론입니다. 이제 그만 쉬십시오. 나머지는 저희가 세튼 가문과 합류해서 처리하겠습니다.”


“···이놈들!”


결국 인내심이 한계에 달한 후작이 소리쳤다.


“네놈들이 짜고 나를 능멸하는 거냐! 이건 정말로 하극상이다! 여봐라! 이놈들의 목을 베어라!”


“말씀이 심하시구려!”


“우린 죄가 없소! 누구 목을 베려 하는 것이오!”


병사들이 검을 빼 든다. 그러나 양쪽의 전력 차이는 확연했다. 함정 때문에 대부분의 기사를 잃은 후작. 반대로 손해를 입었지만, 반수 이상이 살아남은 백작과 자작의 기사.


당연히 유리한 건 기사가 많은 쪽이었다. 후작의 병사들은 숫자가 많아도 겁을 먹었다. 아군을 공격하는 것도 내키지 않은데, 그게 강한 아군이라면 할 말이 없다.


더군다나 방금 전 대화를 생각해 보면 주겠다는 걸 마다하고 화를 낸 게 후작이다. 지식이 부족한 병사들에겐 납득이 되질 않았다.


“이이익!”


상황을 파악한 후작이 다시금 화를 삭였다. 하지만 그냥 둘 생각이 없다는 듯, 백작와 자작, 성진을 가리키며 외쳤다.


“두고 봐라! 황실에 탄원해서 네놈들의 목을 매달겠다!”


“허. 어디 해보시구려! 황실에선 우리 편을 들어줄 것이오!”


“흐음. 어렵지 않은 시시비비라면 본녀가 이곳에서 판결을 내려 줄 수도 있네만?”


그들의 싸움에 끼어든 목소리가 있었다.


성진을 포함한 네 명의 시선이 한 여성에게 쏠렸다.


바다와 같은 푸른색 머리칼에, 에메랄드처럼 빛나는 눈동자. 키는 165 정도로 살짝 큰 편에, 육감적인 몸매를 가진 모습.


그러나 그보다 눈에 띄는 건 입은 복장이었다. 가벼운 가죽 갑옷에 걸쳐진 망토. 그 망토에 새겨진 문양은 황실에서만 쓰는 인장이었다.


즉, 그녀는 황녀였다.


“위대한 피의 자손을 뵙습니다!”


그걸 깨달은 즉시, 네 명 다 부복했다. 솔직히 이렇게까지 할 필요는 없었다. 황궁에서나 하는 예의니까.


그러나 이곳에 모인 이들은 귀족들이다. 성진을 포함해 머리를 굴리는 게 일반적인 수준은 넘은 사람들. 그들이 과도한 예의를 갖춘 이유는 딱 하나였다.


‘왜 황녀가 여기 있는 거냐!’

‘보고는 어딜 간 거야!’

‘어디까지 들은 거지?’

‘···황녀가 여기에···?’


머리를 굴릴 시간을 벌기 위한 것. 그것을 증명하기라도 하듯, 후작과 백작이 눈동자를 굴렸다. 심복들에게 눈길을 보낸다. 황녀가 온 걸 왜 보고하지 않았냐는 신호에 그들은 쩔쩔매며 황녀를 힐끗 바라봤다.


‘미친?! 본인이 그랬다고!?’

‘아무리 황족이라고 한들, 회의실에 소리소문없이 들어오다니!’


예의를 밥 말아 먹은 행위에 둘이 당황한다. 그러나 블런 자작은 침착했다. 다름이 아니라 옆에 있는 주인. 성진이 아무런 변화도 보이지 않았던 탓이다.


‘방금 본 외모와 성격을 생각하면 4 황녀인가.’


성진은 머릿속으로 황녀에 대한 정보를 떠올렸다. 군략과 마법을 좋아하는 여성. 그러나 양쪽 다 재능이 부족해서 본인이 활약하기보다 그런 남자와 결혼하고 싶어 한다.


본래 고난물의 글론 세튼과 약간의 적대적 협력 관계였다. 글론 세튼은 본인의 활약으로 전세를 뒤바꿨고, 4 황녀는 그런 걸 좋아하지 않았으니까.


그러나 자섬국 때문에 같이 행동한 캐릭터.


성진은 왜 그녀가 여기까지 왔는지 짐작이 갔다.


‘황실의 지원 병력을 이끌고 왔군.’


다만 주변에 병력이 없는 게 마음에 걸렸다. 그는 침묵한 다른 귀족들을 대신해 물었다.


“황녀님. 제 짐작이 바르면 세튼 가문에 대한 지원으로 오셨을 터. 병력은 어디에 있습니까?”


“황실의 병력은 우수해서 단순한 이동에 총지휘관이 필요하진 않다. 본녀가 몇몇만 데리고 나와 이곳으로 향했느니라.”


그녀가 거리를 좁혔다. 무릎을 꿇은 성진 앞에서 말했다.


“그대를 조금이라도 빨리 보기 위해서.”


“···그 마음에 감격했습니다.”


말은 그렇게 했지만, 전혀 감격하지 않았다. 황실의 수작이 뻔히 느껴졌기 때문이다.


‘미인계라 이거군.’


객관적으로 봤을 때, 4 황녀는 미녀였다. 아닐라와는 많이 다르게 성숙한 여성미를 뽐냈고, 여우 같은 외모와 황녀라는 입장을 이용해 밀어붙일 줄 알았다.


설정이 다르지 않다면. 최대 불안 요소는 바로 그거였다.


‘최대한 빨리 상태창을 봐야겠군.’


“고개를 들라.”


다행히 그 기회는 빨리 왔다. 성진은 설정창을 키고 그걸 옆으로 넘겼다. 아직은 볼 상황이 아니었다. 황녀가 그들에게 일어서라 한 것은 방금 전까지 난잡했던 상황을 정리하기 위함이었다.


“방금 황실에 탄원하겠다는 이유를 말하라.”


“···그럼 제가 먼저 말씀드리겠습니다.”


셋 중에서 가장 먼저 입을 연 건 후작이었다. 그는 있었던 사실 중에 유리한 부분만 말하고, 몇몇은 거짓말을 했다. 그 이야기를 들은 황녀는 고개를 끄덕였다.


“후작의 말대로라면 하극상이 틀림없군.”


“후작의 발언 중에는 거짓이 있습니다.”


“벤젠 백작! 이 내가 거짓을 말했단 말이오! 허튼수작 부리지 마시오!”


백작이 반론에 나서려 하자, 후작이 윽박지른다. 작위를 이용한 찍어 누르기. 만약 이곳이 황궁이었다면 유용했으리라. 그곳에는 작위에 민감한 고위 귀족들이 많으니까.


그러나 안타깝게도 이곳엔 다섯 명밖에 없는 회의실이며, 그 중 세 명이 그와 척을 졌다. 황녀는 백작의 발언은 허락했다.


“공성전은···”


그는 추가적인 이야기 없이 공성전에서 벌어졌던 것들만 말했다. 후작이 감췄던 것과 거짓을 밝히며, 몇몇까지 정황을 증거로 내밀었다. 거기에 자작도 동의했다.


2:1. 그러나 작위를 생각하면 쉽게 판단할 수 없는 상황.


황녀가 시선을 돌렸다.


성진을 보며 말했다.


“황실의 지원을 받는 가문으로서 그대는 어떻게 생각하는가?”


그건 사실상 성진의 말을 기정사실로 삼겠다는 발언이었다.


작가의말

요즘 계속 늦는군요... 원인을 찾아서 해결해 보겠습니다... 죄송합니다. 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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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3 103. 황실 병력의 경먹성 공략. 19.07.29 224 5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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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 101. 편지들. +1 19.07.26 236 9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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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9 99. 퇴각 준비. +3 19.07.24 255 9 13쪽
98 98. 6장로.(2) +1 19.07.23 274 8 12쪽
97 97. 6장로. +4 19.07.22 289 14 12쪽
96 96. 일이 틀어진 용사. +5 19.07.20 287 14 13쪽
95 94. 4황녀.(2) +3 19.07.19 296 12 12쪽
» 94. 4황녀. +2 19.07.18 308 15 12쪽
93 93. 지원간 곳에서. +1 19.07.17 292 12 12쪽
92 92. 지원. +2 19.07.15 321 15 12쪽
91 91. 제국 회의. +3 19.07.13 331 15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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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9 89. 기습 계획. +2 19.07.11 311 12 12쪽
88 88. 화목 성 전투. +5 19.07.10 326 14 11쪽
87 87. 재회. +1 19.07.09 339 17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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