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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소설 > 작가연재 > 퓨전, 판타지

하얀서리
작품등록일 :
2019.04.01 17:47
최근연재일 :
2019.08.10 0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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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7.24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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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99. 퇴각 준비.

DUMMY

블런 자작은 망설임 없이 기사단을 맡겼다. 애초에 그는 장수가 아니다. 전쟁을 전문가에게 맡긴다는 게 이상하진 않았고, 기사단도 거부하지 않았다.


성진이 은인인 것도 있지만, 글론 세튼으로 활약상을 많이 들은 탓이다.


뭔가 생각이 있을 거라며 얌전히 따랐다.


성진은 그들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정면에서 방패병들이 막는 사이 옆구리를 찌른 것이다.


물론 예상만큼 효과적이진 않았다. 본래 양면에서 공격하는 건 적들을 당황하게 만드는 것도 포함된 거니까. 그러나 주민들은 자로 잰듯한 움직임으로 대응했다.


각자 든 농기구를 성진과 기사단 쪽으로 들이밀었다.


큰 위협은 못 됐다. 그래 봐야 농기구니까. 그러나 충분히 방해됐다. 성진이 뇌월도에 힘을 주고 휘둘렀다.


파지지직!


으어어!


궤적에 따라 뇌룡이 휩쓸고 지나간다. 멍하니 서서 진형을 갖춘 주민들은 번개에 휩싸일 수밖에 없었다. 그 빈자리를 향해 기사들이 뛰어든다.


떵! 떠덩!


“윽!?”

“이 자식들이!?”


그러나 반항이 거세다. 세튼 가문의 기사처럼 적을 부술 수 없는 자론드라 가문의 기사는 주민의 저항에 부딪혔다.


그들이 속수무책으로 당했다는 소리가 아니다. 파고들어 간 두 사람이 하나씩을 베었는데, 곧장 그 위로 공격이 쏟아진 것이다. 무기의 거리를 잴 수 없는 농기구는 그런 면에서 위협적이었다.


다행히 갑옷을 뚫지는 못했지만, 맞은 부위가 욱신거리거나 띵했다. 기사 중 한 명이 화가 났는지 욕지거리를 뱉으며 뛰어나갔다.


“너무 나갔다! 돌아와!”


“이 정도는 충분합··· 으헉?!”


순식간에 두 명을 더 처리한 기사. 그러나 그는 넘어지고 말았다. 자신이 베었다고 생각한 주민이 어느새 그의 허리춤을 붙잡고 있었다. 내장을 질질 흘리면서. 죽어도 놓치지 않겠다는 듯 깍지까지 껴서.


뚜다다당!


“으아아악!”


넘어진 기사의 위로 농기구가 쏟아졌다. 다른 기사와 성진이 구하려 했지만, 접근이 쉽지 않았다. 다른 주민들이 자리를 채우며 넘어트리기 위해 달려든 것이다. 다른 기사들도 넘어졌기에 구하러 갈 틈이 없었다.


결국 성진과 기사들은 한 발짝 물러섰다. 뛰어들었던 기사는 갑옷이 이기지 못할 정도의 충격을 받고 사망했다.


성진은 이를 갈았다. 절도 넘치는 병력을 상대로 한 건 처음이 아니다. 그는 자론드라 백작가에서 세뇌에 걸린 병력과 싸워본 적이 있었다. 그 경험을 믿고 자신 있게 파고든 것이다.


그러나 그때와는 많이 달랐다. 우선 숫자의 차이가 컸다. 기사 수십 명. 성벽 위의 병사 수십명과 차원이 다르다. 몇백. 그것도 하나의 생물처럼 움직이는 주민들은 다수의 힘이 뭔지 완벽하게 보여줬다.


기사들이 이럴 정도다. 병사들은 더했다.


전방의 방패병은 농기구로 끌어내리는 힘에 저항했다.


“젠장! 빌어먹을 농기구!”

“절대 뺏기면 안되! 끌려가도 죽··· 으아악!”


농기구는 전투에 적합한 물건이 아니다. 밭을 갈기 위해서. 농작물을 자르기 위해서. 대부분 끌어당기는 쪽으로 힘을 쓰게 돼 있다.


그러나 반대로 말하자면 방패병의 천적인 갈고리를 쓴다는 것과 같았다. 그것도 수십 년간 농기구만 다뤄온 달인들이다. 처음에는 그럭저럭 막았던 방패병들이 겨우 5분 만에 차례로 무너졌다.


뒤에 있던 병사들이 패닉상태에 빠졌다.


첫 전투 때 무너진 건 어떻게든 이해할 수 있었다. 다들 방심했고, 제대로 진형을 갖추기도 전에 무너졌다. 몸을 아끼지 않는 주민과 병사들의 공세에 당황했다.


이번에는 모든 걸 알고 준비했다. 그러나 결과는 비슷하다. 그들은 두려움에 떨었다. 누군가 이 상황을 타개해주길 바랐다.


“지금이다!”


“홍염이여 손 위에서 춤추거라!”


그때. 후방의 외침이 들렸다. 여태껏 대기하고 있던 황실의 지원 병력. 마법사들이 황녀의 명령에 따라 마법을 썼다.


민간인에게 마법을 쓰는 건 굉장한 불명예였지만, 어쩔 수 없었다. 그들은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었다. 주민이나 병사들의 상태로 봤을 때 뭔가 벌어진 건 분명한데, 그걸 해석해야 할 마법사들이 원인조차 밝혀내지 못한 것이다.


자존심도 상하고 이해도 안 되지만, 잃어버린 명예와 신뢰성을 되찾을 순 없었다. 그들은 성진 앞에서는 요염 떠는 4 황녀에게 크게 혼났다. 마법사를 믿고 좋아하는 황녀에게 이 무능은 수치였다.


그 굴욕을 조금이라도 씻어내고자 민간인에게 마법을 퍼부었다. 그들은 진형을 갖춰서 천천히 전진하는 게 독이 됐다. 기사와 궁수가 저격할 수 없는 시점에서 마법사를 막을 순 없었다.


콰아앙!


그 결과. 주민들은 막대한 피해를 보았다. 쉰 명의 마법사가 발휘한 화력. 그것도 황실의 마법사다. 평소에는 마법 도구만 만드는 골방 늙은이들이지만, 지금 이 순간에는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고위 마법사였다.


순식간에 병력의 1/10이 줄어들었다. 방패병에게 여유가 생겼고, 병사들의 사기가 올랐다. 성진은 그 틈을 놓치지 않았다.


“지금이다! 돌격!”


와아아아!


기사들이 다시 한번 옆구리를 파고들었다. 성진이 뇌월도를 휘둘러 길을 열고 기사들이 파고든다. 전과 같았지만 결과는 달랐다.


이미 마법으로 중간이 텅 비었기 때문. 힘으로 진형을 갈라버리자, 정교한 협공도 약해질 수밖에 없었다. 구멍을 메울 수가 없었으니까. 물론 적들도 그 사실을 알았다. 주민들이 열심히 뛰어와서 농기구를 들이밀었으나, 그때는 이미 큰 피해를 입은 뒤였다.


이미 한쪽이 쓸린 상황. 주민들의 움직임이 달라졌다.


‘하. 진짜 골때리네.’


뭘 하는 지 눈치챈 성진이 외쳤다.


“진형을 갖춰 후퇴하라! 적들이 뒤쪽에 진형을 만들었다!”


보통은 불가능한 일. 병사란 생물은 자신의 부대가 흩어지면 힘을 많이 잃는다. 다른 부대에 섞이기까지 시간이 걸린다. 부대의 정비가 필요한 건 그 때문이다.


그러나 적들은 달랐다. 만약 처음 보는 사람이 옆에 있어도 곧장 호흡을 맞춘다. 오와 열은 말할 것도 없으며, 서로 다른 무기를 같은 타이밍에 내지를 수도 있다.


살아 숨 쉬는 군대. 제국군은 저도 모르게 이를 갈았다. 후퇴한 성진이 외쳤다.


“궁수! 궁수는 쏘지 않고 뭘 하나! 적들이 떨어졌잖아!”


“어엇?! 자, 장전!”


끼이익!


활시위가 당겨졌다. 적들의 위치가 가까우니 많이 당기진 않았다. 숙련된 궁수들은 적당한 각도와 힘으로 주민들을 저격했다.


“발사아!”


피피핑!


화살이 피처럼 쏟아진다. 주민들은 다시금 사람을 방패로 삼았다. 다행히 이번에는 산 사람을 쓸 필요가 적었다. 바닥에 시체가 많았으니까. 그러나 분명 피해를 줬다. 그거면 충분했다.


“황녀님! 마법은 얼마나 쓸 수 있습니까?!”


“10분!”


‘염병!’


성진은 속으로 욕지거리를 뱉었다. 쓸모없는 마법사들 같으니라고. 피온처럼 팍팍 쓸 수 있으면 좋겠지만, 안타깝게도 고난물의 설정에선 마법이 많이 약했다.


결국 병사들의 충돌이 재개됐다. 성진은 기사단을 이끌며 옆구리를 계속 찔렀지만, 엄청난 활약은 하지 못했다.


힘든 전투. 그러나 서서히 끝이 보였다. 마법으로 인해 큰 피해를 봤던 주민들은 병사의 벽을 뚫을만한 힘이 없었다.


결국 1/10의 일로 줄어들 그들은 후퇴를 선택했다.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성 쪽에서 후퇴를 지시했다.


달려들었던 기마대가 후퇴한 것과 같은 타이밍이었다.


그날 전투는 그걸로 마무리됐다.






경먹 성에서 벌어진 전투 결과에 관해 설명하면 양쪽 다 손해를 봤다는 게 맞았다.


자섬국의 피해는 대부분 주민들이었지만, 그 숫자가 막대하다. 성을 차지해도 자가 회복이 불가능할 정도.


반대로 제국군은 고급 병종의 손해가 컸다. 기마와 기사단이 크게 상한 건 여러 가지를 의미했다.


그나마 다행인 점은 공성 병기를 잃지 않았다는 것.


아직 전쟁이 다 끝난 건 아니었다.


“황실에 연락해서 물러서는 게 좋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성진은 졌다고 판단했다. 이전까지 큰 피해 없이 점령해온 이득을 경먹 성에서 다 까먹었다.


이래서야 걱정 말라고 호언장담했던 의미가 없었다.


“···전쟁이라면 이 정도 피해는 일상다반사다.”


“저도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제가 생각한 전쟁에 이런 피해는 없었습니다.”


“···”


가이론 백작은 침묵했다. 물러서는 게 옳은가. 답은 나와 있었다. 이미 예전부터 물러서려 했던 전쟁이다. 빠져야 했다. 이젠 누구도 후퇴를 반대하지 않을 것이다.


그는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그전에 끼어드는 목소리가 있었다.


“후퇴는 허락할 수 없다.”


4 황녀 마네모라. 그가 회의실에 난입했다.


“본녀의 의지가 아니다. 황실의 인원으로서 후퇴를 허락할 수 없다.”


“그 말씀은?”


“자섬국의 알 수 없는 수작으로 병력이 강화됐다. 나 4 황녀 마네모라의 이름으로 그들이 위협이 되는 적수로 판단하겠다. 후퇴는 불허한다. 적어도 적들의 수작이 뭔지 알 때까지는 물러설 수 없다. ···상황이 불리하면 화목 성까지 후퇴하는 건 인정하마.”


“황실의 명을 받듭니다.”


전선을 고착시키라는 명령. 고지식한 기사인 가이론은 한쪽 무릎을 굽히며 명령을 받아들였다. 성진도 같이 따라 했다. 마음에 들진 않았지만, 황실의 명령에 거부할 순 없었다.


황녀는 곧장 나갔다. 일어선 성진은 머리를 쓸어 넘겼다.


“큰일이군요. 이곳에서 계속 버티는 건 좋은 방법이 아닙니다.”


“화목 성으로 가는 게 좋다는 뜻이냐?”


“예. 솔직하게 말씀드리면 저희와 적의 전력은 거의 호각입니다. 정면으로 싸우면 피해가 클 겁니다.”


“···그렇다면 공성 병기를 버리고 간다.”


“···네?”


성진이 살짝 당황했다. 그러나 가이론 백작은 굳은 표정으로 말했다.


“우리가 후퇴를 위해 공성 병기를 해체한다면 적들이 공격해 올 것이다. 저들은 우리보다 정비가 빠르고 정신력이 높다. 불리한 틈을 찔리면 큰 피해를 볼 거다.”


“···아버지 말씀이 맞습니다. 공성 병기는 속임수로 내주는 게 좋겠군요.”


그날을 기준으로 전 병력은 조용히 철수 준비를 했다. 병사들이 쓰는 막사와 몇몇 도구들은 그냥 버리기로 결론 내렸다. 적이 쫓아오는 걸 조금이라도 늦추기 위해서였다.


그 외에도 별동대를 만들어 퇴군 길에 함정을 만드는 등, 후퇴에 전력을 기울였다. 원래 퇴각하는 것이야말로 가장 어려운 작업인 만큼, 여러모로 공을 들였다.


그래도 처음 하는 퇴각이니만큼 불안감이 남았지만, 그건 어쩔 수 없었다.


며칠 뒤. 세튼 군은 야밤을 틈타 퇴각을 시작했다.






*


“굴욕적이군.”


황제는 보고서를 구겼다. 쓰여 있는 내용은 모두 비슷했다.


패배. 혹은 후퇴. 보고서는 자섬국과의 전쟁 보고서였다.


회의실에 있던 귀족들이 쩔쩔매며 입을 열었다.


“모두 하나 같이 장로들이 오면서 병사가 변했다고 합니다.”


“주민들까지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고 싸운다고.”


“패배가 이상한 일은 아닙니다.”


모두가 현장의 귀족들을 두둔했다. 이런 기이한 패배에 처벌을 줄 순 없었다. 한번 기록되면 다양하게 악용될 것이다. 주로 황제가 처분하고 싶은 귀족들을 죽이기 위해.


황제도 그걸 알았다. 전방의 귀족들을 처분할 수 없다는 걸. 그렇기에 분노했고, 보고서를 읽고 한 번 더 분노했다.


“원인을 알 수 없다는 말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4 황녀 마네모라의 보고서였다. 세튼 가문의 장남을 유혹하라고 보낸 인재가 뜻밖에 수확을 거뒀다. 그녀가 이끈 마법사들은 황실에서도 꽤 유능한 인재들이었다. 그런 그들이 이유를 모르겠다고 한 것이다.


수준은 낮지만 황녀도 마법사다. 거짓말은 불가능했다. 그렇다면 정말 원인 불명의 현상으로 패배한 것이다.


귀족 중 한 명이 답변을 내놨다.


“어떤 초월적인 존재가 개입한 게 아닐까 싶습니다.”


“···그들이 갑자기 왜?”


“그것까지는···.”


그들도 초월적인 존재가 있다는 건 알았다. 그러나 그들이 어떤 행동 논리로 움직이는지 이해하진 못했다. 이번 일도 마찬가지였다. 마법으로도 해석할 수 없으니, 초월적인 존재가 끼어든 거 같은데, 이유는 몰랐다.


황제에겐 답답할 노릇이었다.


제국의 군대는 이런 대패를 두고 볼 수 없었다.


자존심의 문제가 아니었다. 실질적으로 손해 보는 내용이다. 제국의 힘이 약해졌다는 이야기가 돌면 주변의 소국들이 기어오르기 때문이다. 그렇지 않아도 자섬국과 전쟁으로 반대편에 국가들이 기어오르는데, 패배했다는 소문이 들리면 곧장 전쟁이 터질 것이다.


초월적인 존재는 상관없었다. 사람들은 듣고 싶은 것만 듣는다. 그들은 패배라는 소리만 듣고도 전쟁을 시작할 수 있었다. 제국은 강인한 힘을 가졌지만, 손해를 보고 싶진 않았다.


결국 황제는 결정할 수밖에 없었다.


“제국의 모든 귀족에게 명한다.”


“하명하시옵소서. 폐하.”


귀족들이 고개를 숙인다. 자리에서 일어난 황제가 선언했다.


“지금 이 시각 이후로 자섬국을 불구대천의 원수로 정하며, 전력을 다해 정복할 것이다!”


“폐하의 결단에 따르겠습니다!”


제국의 중앙 귀족들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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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9 109. 논공행상(1) +3 19.08.07 198 9 13쪽
108 108. 용 사냥.(4) +5 19.08.05 214 10 12쪽
107 107. 용 사냥.(3) +4 19.08.02 247 7 11쪽
106 106. 용 사냥.(2) +4 19.08.01 231 7 14쪽
105 105. 용 사냥.(1) +3 19.07.31 226 9 12쪽
104 104. 제국 전진. 19.07.30 224 7 12쪽
103 103. 황실 병력의 경먹성 공략. 19.07.29 227 5 12쪽
102 102. 편지들. +1 19.07.27 240 6 13쪽
101 101. 편지들. +1 19.07.26 238 9 12쪽
100 100. 잠깐의 귀향. +6 19.07.25 268 8 12쪽
» 99. 퇴각 준비. +3 19.07.24 258 9 13쪽
98 98. 6장로.(2) +1 19.07.23 276 8 12쪽
97 97. 6장로. +4 19.07.22 291 14 12쪽
96 96. 일이 틀어진 용사. +5 19.07.20 289 14 13쪽
95 94. 4황녀.(2) +3 19.07.19 298 12 12쪽
94 94. 4황녀. +2 19.07.18 310 15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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