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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얀서리
작품등록일 :
2019.04.01 17:47
최근연재일 :
2019.08.10 0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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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7.25 1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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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100. 잠깐의 귀향.

DUMMY

퇴군을 습격하는 건 기본 중의 기본이다. 이동 중에는 진형을 잡기 어려우며, 군이 길게 늘어진다. 뒤를 쫓아오는 적들에게 대응하기 어려운 건 기본. 군이 가장 취약해지는 타이밍이다.


그렇기에 명장은 철군까지 잘 시켜야 명장이라 한다.


그런 면에서 성진은 나름 괜찮은 장수라 평가할 수 있을 것이다.


적들의 추적을 완전히 막진 못했지만, 피해를 최소화했기 때문이다.


우선 야밤을 틈탄 철수가 아주 좋았다. 경계병 대신 갑옷 입힌 허수아비를 세우고, 텐트와 공성 병기까지 버리니, 꼼짝없이 속아 넘어간 것이다.


그러나 적들도 마냥 바보는 아니었다. 경계병이 꼼짝도 안 하고 있으니, 정찰한 것이다.


철수했다는 걸 깨달은 직후 추격이 시작됐다. 기병으로만 구성하여 맹렬하게 추격했는데, 그들은 함정의 존재를 몰랐다.


생각도 못 한 함정에 기병들이 고꾸라졌지만, 그들의 속도는 줄지 않았다. 수정룡 비루스의 힘으로 동요 없이 나아갔다.


하지만 함정은 한두 개가 아니었다. 그들이 추격에 성공했을 땐, 이미 반수가 나가떨어진 상황. 소리로 상황을 판단한 가이론 백작이 일부 병력을 돌려서 창 벽을 만들었다.


안타깝게도 그걸로 무사를 막을 순 없었지만, 기병은 그럭저럭 막아냈다. 피해가 있었어도 최소한으로 끝낸 것이다.


물론 성진이나 가이론 백작의 입장에선 이가 갈리는 일이었다.


“돌아가면 유족들에게 큰 보상을 내릴 것이다.”


그런 약속을 해주는 게 고작이었다. 세튼 가문을 중심으로 한 혼합군은 화목 성에 도착해 자리를 잡았다.


처음에는 적당히 쓰고 넘겨줄 작정이었던 화목 성은 어느새 세튼 가문의 영지처럼 변하고 있었다.


남겨놨던 병력이 주변 지리를 보고 전략적 가치가 높은 지형에 망루를 세웠다. 조금 허술했던 뒤쪽 성벽을 보수하고, 비밀 통로를 찾아서 막았다. 과거와는 많이 달라진 성. 경먹성의 병력으로는 쳐들어오기 부담스러운 곳이었다.


그들도 병력을 많이 소모했으니까.


덕분에 성에 들어온 가문들은 오랜만에 제대로 된 휴식을 취했다.


그러나 군이 정비된 상태에서도 다시 전진할 엄두는 못 냈다. 말하자면 교착 상태. 일반적인 전쟁이라면 이쯤에서 협상이 이뤄졌을 것이다. 정전이든 휴전이든.


하지만 이 전쟁은 그렇지 않았다. 성에서 휴식과 정비를 취하길 한 달. 이제 슬슬 가을을 넘어 겨울로 다가가는 때. 황실의 의사가 전달됐다.


“···제국은 이빨을 드러낸 개의 목을 벨 것이다.”


편지를 읽어준 가이론 백작을 중심으로 회의실의 간부들 충격받았다. 황실에서 전력으로 싸우겠다는 소리는 중앙의 모든 귀족이 병력을 끌고 온다는 소리니까.


그렇게 되면 그냥 머리 숫자만으로도 적을 밀어붙일 수 있게 될 것이다. 제대로 된 공치사도 판단하기 어려웠다.


모인 간부들은 이걸 좋아해야 할지 싫어해야 할지 판단이 안 섰다.


“운이 좋군요.”


그 상황에서 가장 먼저 판단을 내린 건 성진이었다. 가이론 백작도 고개를 끄덕였다.


“공은 충분히 세웠다. 이 이상 전진하려면 큰 피해가 나겠지. 그 부분을 황실과 중앙 귀족이 대신해 준다면 좋은 일이다. 이후 세튼 가문은 보급으로 빠지겠다. 나나 글론은 참모나 작전 지휘관으로 참여할 수 있겠지만, 다른 병력은 후방이나 영지로 돌려보낼 것이다.”


“···그럼 복수는···”


“그것만큼은 어쩔 수 없다. 포기하라.”


1 기사단 단장 크레앙이 살며시 입을 열었으나, 단호한 말로 거절당했다.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지금 이 병력으로 격먹 성과 싸울 수 있지만, 큰 피해를 각오해야 하니. 뒷 일은 황실에 맡길 수밖에 없었다.


“저는 좀 더 해보고 싶군요. 솔직히 만족스러울 만큼 공을 쌓은 게 아니라서.”


벤젠 백작은 황실과 함께 전진하는 걸 택했다. 그가 가진 병력의 대부분은 보병대. 아직은 여유가 있었다. 자론드라 자작은 후방으로 빠지기로 결정했다. 전력은 괜찮지만 정체를 이상한 수작을 쓰는 적과 싸우고 싶지 않다는 게 이유였다.


어느 쪽이든 각자의 선택. 세 귀족은 방향을 잡고 각자 준비를 해나갔다.


중앙을 포함한 제국의 전력이 움직이기까지 적어도 6개월은 필요했다.






“아버지. 영지에 잠시 다녀오고 싶습니다.”


“···원래는 내가 갈 생각이었다만··· 그래. 네가 가는 게 더 나을 수도 있겠다.”


가이론 백작은 뛰어난 무력을 지닌 맹장이면서도 나름 서류 처리를 잘했다. 선조부터 전해진 방식을 따라 일 처리를 한다.


나쁘진 않지만 좋다고 볼 수도 없었다. 발전이 없으면 분명 문제가 생기니까. 그런 면에서 성진은 뛰어났다. 군사 도시 닥트를 다스린 걸 본 가이론 백작은 믿음이 있었다.


성진이 영지로 돌아가고 싶어 한 것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었다.


4 황녀와 떨어지고 싶은 마음. 영지에 쌓여 있을 소식들. 알고도 유혹당한 동생. 등등.


그러나 그중 가장 신경 쓰이는 건 두 가지.


성녀 피리엔의 소식과 난쟁이들의 소식이다.


‘어쩌면 이번 전쟁에서 수정룡을 볼지도 몰라.’


그는 수정룡의 설정을 떠올렸다. 정신 간섭은 일정 거리에 있을 때만 가능하다. 한번 간섭하면 떨어져도 유지되지만, 처음에 간섭할 때는 근접할 필요가 있다.


물론, 그 근접이란 범위가 100km라는 문제가 있지만, 근처란 것은 변하지 않는다. 즉, 수정룡은 자섬국에 있을 가능성이 높았다.


설정이 바뀌었을 수도 있지만, 가능성을 부정할 순 없다. 그렇다면 수정룡을 잡을 준비를 하는 게 마땅하다.


그러기 위해서는 준비가 필수였다. 피리엔과 연락해야 한다.


그걸 위한 귀환이었다.


“허락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아버지.”


다행히 쉽게 허락을 받은 성진은 곧장 출발 준비를 했다. 평소 데려가던 일행. 아닐라, 피온, 오드. 그리고 4 황녀 마네모라를 포함해서.


“왜 당신이 따라오는 거죠?”


“세튼 가문의 영지에 흥미가 있다. 안내로는 딱 아닌가?”


“굳이! 하필이면! 지금! 올 이유가 없다고 생각하는데요!”


“너무 까다롭게 굴지 말거라. 아. 혹시 내가 밤에 방해해서 그런가? 미안하구나. 소리에 예민한 체질이라.”


뿌득!


마네모라는 호위도 데려오지 않았다. 황녀라는 입장을 생각하면 얼마나 적극적으로 과감한 선택인지 알 수 있었다. 그러나 아닐라의 입장에선 더할 나위 없는 민폐였다.


성진을 유혹하는 것만 아니라, 둘의 사이를 방해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그녀가 색녀는 아니었지만, 근 한 달간 방해를 받으면 열이 받을 만도 했다. 그것도 귀가 좋다는 걸 증명하기라도 하듯, 절묘한 시간에 침범한다면 더더욱.


둘이 으르렁거리자 곤란한 것은 오드와 피온이었다.


“스승님. 황녀님이 제게 잘해주긴 하는 데 엄청 부담스러워요. 아닐라 누나가 노려본다고나 할까···”


며칠 사이 갑옷을 좋은 것으로 바꾼 오드가 성진에게 속삭였다. 피온은 바닥에 글자를 썼다.


[답답해. 말하고 싶어. 둘 다 고만 좀 쓰다듬으라고 해. 귀찮아.]


아무래도 스트레스가 쌓인 모양이다. 전쟁터라 귀여워만 하고 맛있는 걸 주지 않으니 당연하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성진조차 상황을 타개할 방법이 없었다.


최소한의 예의를 갖춰 계속 밀어내는 데도 달라붙는 상대다. 이젠 지쳐서 내쫓지 않을 정도.


“영지로 돌아가면 제대로 이야기해 볼거야.”


결국 정면으로 충돌하는 게 답이다. 그리고 기회는 지금. 호위나 거추장스러운 걸 떨어트렸을 때다.


영지에서 결판을 낼 생각이었다.


그 후, 일행은 조금 투닥대면서 영지로 돌아갔다. 마네모라 황녀는 의외로 노동에 익숙했으며, 수준은 낮아도 응용성이 좋은 마법은 편리하게 쓰였다. 그녀는 순식간에 녹아들었다.


아닐라와 시도 때도 없이 다투는 것만 빼고.


그렇게 3주 뒤. 성진은 차남 그리온이 있는 성에 도착했다.


“···내가 뭐라 해야 할지 모르겠구나. 동생아.”


“미안합니다, 형님.”


오랜만에 본 동생은 충격적인 사실을 전해왔다. 황실에서 ‘귀족의 자세를 배워라.’라며 유학 보낸 7 황녀는 임신 중이었다. 그리온은 황녀답지 않은 순수함에 반했고, 결국 사고까지 친 것이다.


어마어마한 속도에 성진이 이마를 짚었다.


“벌써 애부터 가지다니. 황실의 계략에 푹 빠졌구나.”


“저도 이렇게 될 줄은 몰랐습니다. ···형님이 하는 걸 좀 따라 하다 보니.”


“···나는 사정이 생겨서 아이를 갖기 힘들다.”


육체가 흡혈귀가 된 이후, 성진은 인간과 아이를 갖기 어려워졌다. 불가능한 건 아닌데, 작정하고 힘을 써도 쉽지 않다. 그가 안심하고 아닐라를 품은 이유 중의 하나였다.


그걸 그리온이 따라 했다면 이렇게 되는 게 당연한 일이다. 제대로 된 피임 기구도 없는 세상이니.


성진은 황실의 간섭에서 벗어나는 걸 포기하기로 했다. 여동생까지 넘어간다면 간섭을 안 당하는 게 이상하니까.


이 이야기는 여기까지. 성진은 근황과 정치에 관해 물었다. 그리온이 다스리는 곳은 과거 몬테 자작이 다스리던 장소. 하나부터 열까지 뜯어 고지는 바람에 골치가 아팠다고 한다.


그런데 수정한 방식이 닥트 성과 많이 닮아 있었다. 성진의 방식이란 뜻이다. 물어보니 웃으며 답이 돌아왔다.


“일이 많을 때 정말 효율적이더군요. 어느 정도 기록이 쌓인 다음부터는 대응도 쉽고요. 닥트 성을 임시로 다스릴 때 배운 겁니다. 행정관을 기르고 고용하는 데 돈이 좀 들지만, 그만한 이득이 있더군요.”


앞으로도 이 방식을 유지할 거라는 말과 함께, 영지의 근황 중 하나를 전했다.


“다른 건 괜찮은데, 직할령에서 문제가 좀 있다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여기와 거리가 멀다 보니 알아보기가 힘듭니다. 마침 직할령으로 가신다 하니, 근처를 둘러보시는 게 어떻겠습니까?”


“한번 살펴보마. 아마 별일 아닐 거다.”


성진은 세튼 가문을 믿고 있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그 믿음은 한 달 뒤에 깨졌다. 직할령의 집무실에서.


“이걸 어떻게 판단해야 할지 모르겠군.”


그는 피온과 함께 집무실에 있었다. 평소 가이론 백작이 일하던 곳. 거기서 전쟁을 나가기 전부터 처리해온 서류를 몽땅 가져오라 명령했다.


4 황녀 마네모라가 함께했는지라 실수는 용서되지 않았다. 황실이 보고 있는 가운데서 그런 일이 벌어지면 귀족으로서 명예가 더럽혀진다. 그게 일반적인 상식이었다. 하인들과 행정관은 정신없이 움직였다.


그런 와중에 버벅대는 이들이 몇 보였다. 피온이 그들을 발견하고 성진에게 알려줬다. 그들은 곧 문책을 당했고, 몇몇 서류를 빼돌리려는 게 발각됐다.


그 서류를 조사한 결과 상당히 큰 횡령이 드러났다.


문제는 그뿐만이 아니었다. 다른 서류에도 적을 뿐 다양한 횡령의 흔적이 드러났다. 평소라면 문제가 없었을 것이다. 교묘하게 조작되거나 복잡한 행정 관리 속에 묻혔으니까.


그러나 한번 횡령이 드러났고, 의심의 눈초리로 살펴보는 성진에겐 피해갈 수 없었다.


결국 서류를 조사하는 데만 일주일이 걸린 성진. 횡령 혐의를 피해간 행정관은 단 하나도 없었다. 가이론 백작과 성진이 나간 순간을 노린 도둑놈들이 설친 것이다.


성진은 머리를 감싸 쥐었다. 그의 어머니는 충격을 받고 쓰러졌다. 가이론 백작이 없다면 그녀가 최고 책임자인데, 이런 일이 벌어졌으니. 자식 사랑이 각별한 걸 빼면 평범한 귀족 여인에게 모든 행정관의 비리란 건 엄청난 사건이었다.


‘조금 정리를 하고 가야겠군.’


그는 대대적인 정리에 나섰다. 그런 그를 마네모라가 지켜보고 있었다.


작가의말

연재 시간을 늦춘 보람도 없이 늦어버렸습니다.. 정말 죄송합니다. 앞으로는 이런 일 없이 정신줄 바짝 잡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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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3 103. 황실 병력의 경먹성 공략. 19.07.29 227 5 12쪽
102 102. 편지들. +1 19.07.27 240 6 13쪽
101 101. 편지들. +1 19.07.26 238 9 12쪽
» 100. 잠깐의 귀향. +6 19.07.25 268 8 12쪽
99 99. 퇴각 준비. +3 19.07.24 257 9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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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7 97. 6장로. +4 19.07.22 291 14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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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4 94. 4황녀. +2 19.07.18 310 15 12쪽
93 93. 지원간 곳에서. +1 19.07.17 294 12 12쪽
92 92. 지원. +2 19.07.15 323 15 12쪽
91 91. 제국 회의. +3 19.07.13 333 15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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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7 87. 재회. +1 19.07.09 341 17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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