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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얀서리
작품등록일 :
2019.04.01 17: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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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8.10 0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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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7.27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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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102. 편지들.

DUMMY

‘편지로 천천히 이야기할 것이지.’


지금 당장 하소연을 한다 해도 해결이 불가능하다. 추적에는 시간이 필요했다.


그러나 여기까지 달려온 난쟁이를 무시할 수도 없는 일. 성진은 이마를 짚으며 데려오라 말했다.


젝은 귀한 물품처럼 속여서 가져왔다. 나와도 된다는 신호를 보내니 대뜸 천을 걷어서 모습을 드러냈다. 본 적 있는 얼굴이다. 저번에 봤던 난쟁이. 차가운 모루가 또 왔다.


“그간 강녕하셨습니까, 신이시여.”


“그래. 너도 큰 문제는 없었나 보군.”


“예! 신께서 보살펴주신 덕분에, 요 몇 달간 불꽃이 줄어들지 않았습니다!”


납작 엎드리는 차가운 모루. 성진은 아무것도 한 게 없는데 감사를 받았다. 그는 당황하는 대신 차분하게 웃었다.


“내가 힘을 쓴 보람이 있군.”


“정말 감사드립니다!”


옆에서 보고 있던 젝이 살짝 어이가 없다는 표정을 지었지만, 굳이 착각을 정정하진 않았다. 성진은 차가운 모루를 일으키고 소파에 앉혔다. 차를 한 모금 마시며 물었다.


“그래. 적에 대해서 알아 온 게 있나?”


“예. 10년 전에 있었던 일에 조사를 해봤습니다.”


성진은 시들해졌다. 물론 차가운 모루가 실망하지 않게 속으로만. 난쟁이에게 기대한 건 객관적인 정보가 아니라 곤델의 신탁으로 얻는 정보였다.


솔직히 적을 특정하기 너무 어렵다. 불꽃이 줄어든 게 10년 전의 일이라곤 하지만, 문제가 된 건 10년부터였지만 원인은 더 오래됐을 가능성이 높다. 거기까지 기억해서 특정하는 건 무척 어려운 일.


그래서 곤델의 신탁에 기댄 것이다.


그런데 난쟁이는 성진의 생각보다 유능했다.


“총 10년간 마을에 들렸던 이종족은 7종, 3820명. 이들의 행적을 조사해 봤습니다.”


굉장히 구체적인 숫자에 몸을 움찔한 성진. 그가 물었다.


“마을의 난쟁이들은 조사해보지 않았나?”


“불꽃이 약해진 순간부터 조사해봤습니다.”


그들은 동족이라 해서 봐주는 건 없었다. 이미 차가운 모루의 마을은 오래전에 뒤집히고 하나로 똘똘 뭉쳤다. 그들은 자신들의 신을 해하려는 적을 잡기 위해 온 힘을 다했다.


“이 중 2871명은 혐의를 벗었습니다. 주기적으로 마을에 들리는 자들이라 조사가 쉬웠습니다. 협조적이었고요. 그들은 매번 마을에서 하던 일들을 처리하고 갔습니다.”


여기까지 들은 성진이 다시 한번 물었다.


“상당히 구체적이군. 몇 달 만에 조사할만한 정보가 아닌 거 같은데?”


“물론입니다. 불꽃이 줄어들었을 때부터 조사를 시작했습니다.”


불꽃이 줄어드는 10년 동안 난쟁이도 놀고만 있진 않았다. 원인을 찾기 위해 동분서주하며 다양한 방법을 썼다. 당연히 그중에는 기본적인 수사도 있었다.


‘내가 난쟁이를 너무 무시했군.’


성진은 자신의 실수를 인정했다. 마음가짐을 되돌리며 물었다.


“나머지는?”


“안타깝게도 이들은 기억에 의존해서 수사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중 혐의가 거의 없어 보이는 장사치가 324명. 자신의 무기를 갖고 싶어 한 무사가 574명. 연구를 위한 마법사가 51명이었습니다.”


“기타가 없군?”


“그런 존재는 마을에 들여보내지 않습니다.”


용건이 없으면 들어갈 수 없는 난쟁이 마을. 설정대로였다. 성진은 고개를 끄덕이며 보고를 계속 들었다.


“장사치 중 수상한 행동을 한 존재가 34명. 저희는 거래처의 인맥을 이용해 이들의 신상을 조사했습니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별것 없는 애송이거나 사기꾼이더군요.”


“사기꾼들은 어떻게 했지? 범인일 수도 있다.”


“신분과 과거 행적만 알아낸 상태입니다. 의심된다면 다 죽일 수도···”


“우선은 감시만 지속하도록.”


“알겠습니다. 그럼 다음으로 무사들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난쟁이는 최고의 무기를 만드는 거로 유명하다. 뇌월도를 보면 알 수 있듯이, 대장장이 일에서 그들을 따라잡기란 요원하다.


물론 그 비결 중 하나가 곤델의 불꽃이란 걸 생각하면, 그들이 불꽃에 목숨을 거는 이유를 알 수 있었다.


자긍심과 명예. 재산과 신뢰. 쌓아온 모든 것이 무너지는 셈이니까.


그렇기에 난쟁이 마을에 무사가 들리는 건 결코 이상한 일이 아니다.


다만 무기를 받기 위한 시련은 이상했다.


“신께서는 아시겠지만, 저희는 개인의 무기를 아무에게나 맞춰주지 않습니다.”


난쟁이의 일은 대부분 자유 창작이다. 원하는 걸 만들고 잉여 품을 상단에 넘긴다. 그것만으로도 명성이 높아졌다. 돈이 쌓였다.


어떤 개인에게 맞춰서 물건을 만들진 않는다. 할 수는 있다. 내키지 않는다는 게 정확했다.


그렇기에 많은 무사가 난쟁이에게 무기를 받고 싶어 한다. 마을로 찾아간다. 위치는 국가 비밀이지만, 새 나가지 않는 정보란 없다. 정보 길드에 비싼 값을 주면 알 수 있었다.


많은 돈을 주고 찾아낸 난쟁이 마을이지만, 그들은 쉽게 물건을 만들어주지 않는다. 전용으로 만들어 주는 건 순전히 그들의 마음에 들었을 때뿐. 이때부터 무사들의 고행이 시작된다.


난쟁이는 무사들에게 다양한 시련을 내린다.


실력을 확인하는 건 기본이요, 자신에게 맞는 무기를 쓰고 있는지, 창작 의욕을 솟구치게 할 특별함이 있는지 확인한다.


그걸 넘어선 뒤에는 각종 일을 시키는데, 무사의 성격과 버릇 등을 보기 위함이었다.


···라는 게 외부에 알려진 이야기. 실제로는 귀찮으니까 떨궈놓기 위한 시련이었다. 진드기 같은 놈들이나 진짜 마음에 드는 애들한테 하나씩 만들어주는 거고.


설정을 만든 사람으로서 모든 걸 알고 있는 성진은 입을 삐뚤빼뚤 움직이며 보고를 들었다.


“500kg짜리 바위를 들고 500번 앉았다 일어서기 한 무사는 무릎이 망가져서 폐인으로···”


꿈과 희망을 품고 난쟁이 마을에 들렸던 무사들이 다양하게 박살 나는 내용이었다. 각각 난쟁이와 원수를 진 것과 다름없으니, 조사가 상세했다.


그러나 대부분 몸이 망가지거나 도망친 인원들이다. 위험 요소는 적었다. 살아남은 소수의 인원을 제외하고.


“외팔이 검객 히기루. 장님 전사 트루자. 이 둘이 가능성이 있습니다.”


차가운 모루가 말한 가능성은 난쟁이에게 원한을 품고 움직였을 가능성이다. 지금은 무기와 명성을 얻었지만, 신체가 손상됐으니까. 그러나 성진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들은 아니다.”


딱 부러지게 말할 수 있는 이유가 존재했다. 성진의 설정집에 존재하는 엑스트라였기 때문이다. 그것도 난쟁이 마을에 들려서 강력한 무기를 얻는 것까지.


□에 의해서 설정이 바뀔 수도 있겠지만, 그렇다고 보기엔 유명세가 딱 설정한 수준이었다. 차가운 모루는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습니다. 그럼 다음으로 마법사에 대해서 말씀드리겠습니다.”


마법사는 숫자가 가장 적었다. 하지만 가장 요주의 인물들이다. 성진도 마법사를 의심하고 있었던 만큼, 주의 깊게 보고를 들었다.


“대부분 사망했습니다.”


“···뭐?”


그렇기에 의외의 결과에 놀랄 수밖에 없었다.


“어째서지?”


“이유는 모르겠습니다만, 저희 마을에서 불꽃을 관심 있게 지켜봤던 인물들이 대부분 사망했습니다. 살아남은 마법사도 불꽃에 관심을 끈 사람뿐입니다. 정보 길드도 확인하고 놀라더군요.”


“뭔가 있군.”


“저희도 마법사에게 혐의를 두고 있습니다. 하지만 누군지 특정하는 데 실패했습니다.”


죽은 사람에 대한 정보를 알아내는 건 어렵다. 중세에 안전하지 못한 삶을 사는 사람들. 죽음은 그리 멀지 않다. 어느 날 갑자기 보이지 않는다면 죽었다고 생각하는 게 타당하다.


그리고 죽은 사람은 잊혀진다. 정보를 얻긴 어려웠다.


“방문자 목록이 있나?”


“여기 있습니다.”


성진은 차가운 모루에게 리스트를 받았다. 자신이 아는 이름을 찾기 위해서였다. 리스트는 이름 순서대로 차분히 정리돼서 찾는 게 어렵진 않았다.


‘···몇 개 있군.’


난쟁이의 불꽃은 마법사들에게 구미가 당기는 연구 주제다. 당연히 많은 마법사가 들렸고, 성진이 아는 인물들도 있었다. 대부분 조연급. 그러나 간간히 주조연급 인물도 보였다.


‘이건 쉽게 볼만한 수준이 아닌데.’


정말로 리스트의 사람들이 다 죽었다면 마법사의 전력에 큰 공백이 생긴다. 특히 징검다리가 돼주는 인물이 죽은 건 치명적이었다.


그가 혀를 차며 계속 리스트를 살피는 중. 이름 하나가 눈에 띄었다.


성진이 설정한 이름은 아니었다. 그러나 머릿속 한구석에 기억해 둔 이름이었다.


오리온.


김정만과 함께 여행했던 마법사. 성진은 머리를 굴렸다. 김정만에게 들은 정보와 설정집, 상태창을 떠올렸다.


‘···김정만과 오레온이 헤어진 게 언제지?’


10년 전. 지금은 해가 넘어갔으니, 11년 전이다. 불꽃이 작아지기 시작한 해.


‘오레온이 마녀에게서 진리의 눈을 얻은 게 언제지?’


마찬가지로 11년 전이다. 처음 김정만을 본 나이가 35. 지금은 36. 아니마무스에 대한 습격은 지금으로부터 11년 전에 일어났다.


‘만약 오레온이 진실의 눈을 얻고 난쟁이의 불꽃을 봤다면 어떻게 되는 거지?’


진리의 눈은 상대방의 본질을 알게 해준다. 물론 그것만으로 곤델을 붙잡을 순 없다. 그 부분은 성진도 해결하지 못했다. 그러나 만약 강신의 방법을 알고 있었다면.


신을 포획할 수 있다. 그것도 누구도 오지 못하는 첨성탑에다가.


‘가능성은 있어 보이는군.’


그는 마지막으로 확인했다.


“이 마법사는 죽은 게 확실한가?”


“잠시만 기다려 주십시오. ···오랜 실종으로 인한 사망 처리입니다.”


차가운 모루가 추가 서류를 뒤져 알아낸 정보를 들었을 때. 성진은 범인을 거의 확신했다.


뭐, 사실 틀려도 상관없는 일이다. 오레온은 이미 그의 적이니까. 겸사겸사 찾으면 될 일.


그러나 그걸 곧이곧대로 알려줄 필요는 없었다.


“원흉을 찾았다.”


“정말입니까!?”


그는 차가운 모루에게 오레온이란 이름을 가리켰다.


“내가 찾고 있던 마법사 중에 하나다. 그가 죽지 않았다는 건 내가 보증하지. 지금은 특수한 방법이 아니면 들어갈 수 없는 탑에 처박혀 있다. 그곳에 곤델도 있다.”


“오오! 오오! 신이시여! 신이시여!”


차가운 모루가 연신 절한다. 성진의 분위기에서 묘한 부분을 감지해낸 젝이 사기꾼을 보는 눈빛이 됐다. 물론 가볍게 무시하며 차가운 모루에게 명령했다.


“우리의 원수는 정해졌다. 하지만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난쟁이족의 힘이 필요하다.”


성진은 공짜로 일해줄 마음이 없었다. 이미 뇌월도를 먹긴 했지만, 그걸로 만족하기엔 부족하다.


하나부터 열까지 철저하게 뽑아먹을 생각이었다.


“뭐든 말씀만 하십시오, 신이시여!”


그런 생각도 모른 채 이마를 바닥에 박는 차가운 모루. 성진이 웃으며 말했다.


“좋다. 그럼 첫 번째로 할 일을 말해주마.”


차가운 모루에겐 안타깝지만 지금 첨성대로 들어갈 순 없었다. 준비가 모자랐다. 그렇지만 난쟁이를 놀려둘 생각은 없었다. 그들에게 의욕을 심어주면서 그럴듯한 목표를 줘야 했다.


“필요한 것은 드래곤 하트다.”


“드, 드래곤 하트!?”


차가운 모루가 경악한다. 용의 심장 중에 하나. 그들이 가진 특수한 힘을 쓸 수 있게 만드는 원동력. 자연사하면 자연으로 흩어지기에, 사냥으로만 얻을 수 있는 귀물.


난이도도 난이도지만, 용 자체가 보기 힘든 존재이니만큼, 실망할 수밖에 없었다.


그런 차가운 모루의 어깨에 손을 올리는 성진.


나이 든 난쟁이의 귓가로 악마처럼 달콤한 말을 속삭인다.


“걱정하지 마라. 나는 이미 한 마리의 용을 봐뒀다.”


“그, 그 말씀은?!”


“눈치가 빠르구나. 너의 적이 내가 찾고 있는 마법사라고 했지? 그래. 네 생각이 맞다. 나는 그 용을 잡을 것이다. 그걸 위해 제국을 움직이고 있지. 자섬국과의 전쟁! 들어 봤겠지. 용은 그곳에 있다!”


“오오오! 오오오! 이, 은혜를 어찌···”


“굳이 은혜를 갚으려 하지 마라. 어차피 내가 할 일이었으니까. 하지만··· 음. 난쟁이가 특기로 하는 것을 받을 순 있겠지.”


차가운 모루의 눈이 번뜩였다.


“용을 잡을 무기를 만들면 되겠습니까?”


성진의 입꼬리가 올라갔다.


“나는 신. 설계도는 내게 있다. 너희의 창작 욕구를 무시하는 일인데도 괜찮겠나?”


쿵!


“불꽃을 위해 한 몸 불사르겠습니다!”


이마에 피가 날 정도로 머리를 막는 차가운 모루. 성진은 웃었다. 예상 밖의 일이지만, 용 사냥이 더 수월해질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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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3 103. 황실 병력의 경먹성 공략. 19.07.29 226 5 12쪽
» 102. 편지들. +1 19.07.27 240 6 13쪽
101 101. 편지들. +1 19.07.26 238 9 12쪽
100 100. 잠깐의 귀향. +6 19.07.25 267 8 12쪽
99 99. 퇴각 준비. +3 19.07.24 257 9 13쪽
98 98. 6장로.(2) +1 19.07.23 276 8 12쪽
97 97. 6장로. +4 19.07.22 291 14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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